기업가치 1조원 '유니콘 기업'
과연 어떻게 성공했을까?
이른바 좀비 바이러스라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후 많은 전문가들이 세계 경제는 장기적으로 성장이 멈추고 저성장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예고했고, 저성장 속에서도 무역분쟁, 전쟁, 신종플루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의 증대로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좀 더 비관적인 뉴앱노멀(New Abnormal) 시대의 도래도 선언했다.
이러한 혼돈과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4차 산업 혁명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으며 초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특이한 기업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영험한 능력의 뿔을 지닌 전설 속의 동물 ‘유니콘’으로 불리는 이들 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일컫는데, 세계적으로 혁신과 스타트업의 성공 기준으로 상징되고 있으며, 2020년 5월 기준 미국, 중국 등 전 세계에 약 770개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지금까지 10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만들어졌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도 유니콘 기업 육성을 정책 목표로 삼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으며, 예비 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한 K-유니콘 프로젝트도 본격 가동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유니콘 기업 육성에 성공하면 한국 경제는 훨훨 날게 되는 것일까? 유니콘 기업을 국가가 직접 나서서 키울 수 있는 것일까? 육성한다면 어떤 방향이 맞는 것이고, 또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차원에서 코로나19 이후 포스트 팬더모니엄 (Pandemonium, 대혼란) 시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과 기회를 모색하면서, 다시 한번 유니콘의 정확한 개념과 의미를 이해하고, 유니콘과 관련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아야 한다.
2013년 미국의 벤처투자회사 대표인 에일린 리는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1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을 분석했다. 6만 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창업한 지 10년도 안된 39개의 신생업체가 무려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에릴린 리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짧은 시간에 천문학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고 신기해서 이러한 기업을 상상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한 것이다.
결국 유니콘은 성공한 기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첨단 기술이나 고용 창출, 수익 창출 등과는 상관 없이 단지 투자자 관점에서 투자를 통해 대박이 날 수 있는 기업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유니콘은 빠른 시간에 기업 가치를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미래의 아마존이나 구글이 될 기업이 유니콘인 것이다.
현재 이러한 기준으로 테크크런치나 CB인사이트와 같은 전문 매체,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글로벌 유력 매체들이 정기적으로 유니콘 리스트를 발표하고 있다.
유니콘의 정보는 10여 개의 매체들이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유니콘 기업은 정보 입수가 쉽지 않은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매체들마다 내용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럼 유니콘 기업들은 어떻게 될까? 비상장 기업인 유니콘은 세 가지 중 하나의 길로 가게 되는데, 배달의 민족처럼 M&A를 하거나, 페이스북, 우버처럼 상장해서 성공한 유니콘인 엑시콘(Exitcorn)이 되거나, 2018년 파산한 미국의 헬스케어 기업 ‘테라노스’와 같이 실패한 유니콘인 유니콥스(Unicorpse), 그렇지 않으면 간신히 목숨만 붙어있는 좀비기업으로 남게 된다. 자료에 따르면 유니콘이 되는 확률은 0.00006% 에 불과하다. 그리고 유니콘에 등극하여도 또다시 엑시콘이 되어야 비로소 성공한 기업이 되는 것이다. 즉, 유니콘은 반환점에 불과한 것이다. 유니콘을 얼마나 만드느냐보다 중요한 것이 엑시콘을 얼마나 배출하는가이다.
출처: CB Insight, 중소벤처기업부
유니콘 기업 육성을 제조업 분야의 중소 혁신기업 육성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유니콘 기업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고용 창출을 확대하고, 첨단기술 개발과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GDP 성장을 늘리는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만능 신화가 아닌 것이다. 유니콘 기업은 대기업처럼 엄청난 인력이 필요하지 않으며,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형태의 고용 창출 효과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지금은 유니콘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깨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유니콘은 왜 플랫폼 일색인가? 제조업 유니콘, 첨단산업 유니콘이 없는가? 왜 수익이 나지 않는가? 버블이 아닌가? 등 여러 의문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실 제조업 유니콘은 신화적인 얘기다. 제조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공장도 지어야 하고 한꺼번에 엄청난 물량의 제품을 팔아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디지털 경제 시대에 그런 제품은 흔치 않다. 제조업 기업은 성장이 단계적이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천문학적인 기업 가치를 만들 수 없다. 따라서 평균 5년 만에 기업 가치 10억 달러로 성장 하는 유니콘이라는 개념을 충족할 수 없는 것이다.
‘하이테크 유니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유니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유독 테크기업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IoT나 AI를 탑재한 기술이 활용된 B2C 비즈니스 모델 안에서 하이테크 관련 유니콘이 가능하겠지만, 그것도 비즈니스 모델이 선행되고 기술이 탑재되는 것이다. 유니콘 경제에서 기술은 비즈니스 모델의 일부이며,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오히려 이미 만들어진 기술을 어떻게 어디야 가져다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소비자와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찾아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여 편리하게 변화시켜주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자와 고객은 편리성을 인식하면 절대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유니콘 기업들은 사람들의 문제점을 더 편리하게, 매우 빠르게 해결한다. 작은 기업이지만 우버, 에어비앤비 등과 같이 불과 2~3 년만에 전 세계 표준이 되기도 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빠르다. 그러다 보니 유니콘 기업에 돈이 몰리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실리콘밸리에서는 2가지의 투자 키워드가 급부상했다. 바로 '회복력(Resilience)'과 '적응력(Adaptability)'이다. 위기 상황에서 바로 회복하고 적응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중시하는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많이 탄생할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전 세계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혁신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서 아주 많은 새로운 유니콘들이 탄생할 것이고, 아주 많은 유니콥스도 나올 수 있다.
제조업이나 대기업들은 회복력,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새로운 기술 개발은 물론, 리쇼어링과 스마트팩토리로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는 더욱 작아져 이전보다 유니콘이 나오기는 더 힘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등 비대면 분야에서 유니콘 경제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정교하고 빠르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유니콘 기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유니콘의 탄생은 새로운 트렌드 발생 전후로 가장 활발했다. 반도체(인텔, AMD)의 등장과 대형매장(월 마트, 베스트바이)의 등장, 그리고 PC(애플, 마이크로 소프트, 델)의 등장, 인터넷(구글, 야후, 링크드인, 페이스북)의 등장이 그 예시다.
전염력과 치명률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의 등장은 이미 소비자들의 습관을 바꿔버렸다.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새롭게 더 생겨날 것이다. 부동산, 원자재, 교통 시장까지 변화하고 있으며 원격의료, 이러닝, 재택근무 등 기존 산업들이 새롭게 변하고 일부 새로운 산업들의 상용화가 빨라졌다. 관건은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유니콘 기회를 잡는 것이다.
변화와 미래를 가장 빠르고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유니콘, 예비 유니콘들이 모색하는 새로 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따라서 유니콘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면밀히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고, 이 모델들이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걸림돌을 제거하고, 이에 상응하는 경제와 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선과 인프라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러한 일은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미래를 선도할 유니콘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 실험, 상용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중요하다.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이 인프라 확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속히 비즈니스 모델 전문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존 정부 출연 연구기관도 기술 R&D 못지않게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에 적용할 때 문제될 수 있는 관련 규제 등을 사전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규제를 무작정 없애는 것이 올바른 길이 아니므로 현행법에 저촉이 되면 선제적으로 공론화하여 해결책을 모색하면 된다. 그래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향하는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연구기관은 비즈니스 모델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 사회·경제적 영향을 분석한다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정보가 넘쳐나고 네트워킹 인프라가 잘 갖춰져서 예비 유니콘들이 자라는 토양이 더욱 기름질 것이다.
글/ 유효상 교수
숭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차의과학대학교 경영대학원장, 동국대학교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숭실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로는 혁신전략, 비즈니스 모델, 유니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