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

디지털혁신 시대
농업도 스마트해진다

 


 

스마트 팜(Smart Farm)과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 패러다임은 묘하게 닮았다. IoT와 비전AI를 기반으로 상시 작동하는 데이터를 수집, 분석, 패턴, 인사이트 알고리즘을 도출하여 생산 현장과 소비자와 만나는 현장 간 의사소통을 연결하고, 그로 인해 무수히 늘어난 의사결정트리(Decision Making Tree)에서 통계적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돕고, 업무 프로세스의 지능자동화 수준을 제고하여 물리적 시공 제약의 한계를 극복한다. 무엇을 위해?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우리의 경제가 사회의 취약층을 포용할 정도까지 성장하기 위해서여야 한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언택트 시대에 ICT와 연관된 산업 전망은 밝지만, 그렇지 않은 산업도 있다. 그래서 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의 부지가 비어가고 산단의 대개조가 필요하다고 한다. 대기업 밸류체인 의존도가 높은 뿌리산업, 이산조립 업종, 섬유봉제업과 염색업 등이 활력 회복에 고군분투 중이라는 점은 기지의 사실이다. 인구 감소 속도가 높은 농업지역의 마을과 도시의 골목은 대도시의 일자리로 인구를 상실해 지역경제 활성화가 어렵고, 지자체 복지예산은 사막의 모래 위에서 화초를 키우듯 점증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농업지역, 산단지역의 인구와 경제활동이 감소 추세인 이유는 왜일까? 노동가능인구가 종사할 일자리가 없고, 청년들이 배우고 싶은 첨단산업과 ICT가 적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을 수 없으니 당연히 그 지역에서 판매되고 소비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거래, 즉 경제 활동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거부동산 투자의 매력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농업지역과 산단지역이 활력을 잃어하는 현실과 과정이 서로 닮아있다.

한편 다른 점도 있다. 농업은 국민의 세금을 통해 편성된 예산으로 상대적으로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인식되는 반면, 제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경쟁하여 국부를 획득하고 이를 국내로 유입시킨다는 점이 다르다. 일부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열악한 제조업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밸류체인 흐름의 관점에서 제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창출한 국부로 파이를 키우는 게임을 했다면, 공공부문으로 인식되는 농업은 국내 인프라를 튼튼하게 만든 공헌은 인정되지만 밸류체인의 흐름은 국내에 갇힌 제로섬 게임에 머물렀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혁신의 시대에 두 산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농업이 공공부문으로서 제로섬 게임에 머무르는 관성을 끊고 디지털 혁신의 신무기를 장착한다면, ‘K-제조’처럼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며 국부를 창출할수 있지 않을까? 제조업이 농업의 제품, 서비스, 엔지니어링 등을 ‘K-제조 성공 공식’에 태워 글로벌 시장에서 비상하는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과거 대기업형 스마트 팜에 대한 시도였던 2016년 새만금의 대규모 유리온실 단지와 2012년 경기도 화성의 토마토 농장은 해당 작물의 가격 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 농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농민의 우려가 적은 첨단농업에 집중했어야 한다. 첨단농업이라고 할지라도 재배의 주체는 농민이되, 그들이 시도하기 어려운 첨단 기계장치, 재배공장,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이는 K-제조 및 K-ICT 의 경쟁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표 1. 디지털화와 혁신 목적 측면에서 농업과 제조업 비교


 

최근에는 2018년 김제와 상주에 ‘혁신밸리’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신기술이 가미된 미래농업 사업이 출범된 적이 있으나, 디지털 신기술을 통해 기존에 없던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총괄기획은 줄어들고 독미나리 생태계 보전이 자리 잡았다. 2020년에는 서산의 첨단 농바이오단지에서 농민의 우려가 적고 한국의 제조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미래농업을 만드는 시도가 있다. 스스로 경작하는 첨단 트랙터와 농업기계 렌탈 플랫폼, 드론 영상을 기반으로 한 농협의 수매시기 조절 및 관제와 운영 플랫폼, 마켓컬리 및 쿠팡이츠와 연동한 골목셰프 플랫폼 등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K-농업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지속가능한 거래구조를 유인하는 설계이다. 즉, 첨단농업을 출범시켜 청년농과 부농이 늘어나도록 설계하여 농업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유인구조이며, K-농업과 K-제조 간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려는 비전과 에너지를 뿜는 창업가들이 참여하는 유인구조이다. 그동안 한국 농업은 개도국에서 새마을 운동과 개량종 볍씨를 전파하며 따뜻한 미소를 자아내는 소박함이 가장 큰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향후 K-농업은 K-제조와 K-ICT의 기성 인프라를 숙주 삼아 글로벌을 호령하겠다는 ‘웅대한 비전과 이를 실현가능하게 하는 에코시스템’이 필요하다.

한편 제조와 ICT 전문가들이 첨단 미래농업 단지에 들어와 연구하는 유인구조의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경작하는 첨단 트랙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내 농업토양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토질 제고를 위한 비료와 방제방충을 위한 농약 살포 등으로 인한 화학반응 데이터도 필요하다. 첨단 농업기계를 제조하기 위한 실증단지가 필요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고가 장비의 리스·렌탈 금융제도, 첨단 농업기계 원격 유지보수를 위한 서비스 플랫폼이 필요하다. 드론 영상 기반 농협의 작물 수매 시기 조절을 통한 가격 안정화 및 관제와 운영 플랫폼이 필요하고, 마켓컬리 및 쿠팡이츠와 연동한 골목셰프 플랫폼을 통해 농민이 재배한 작물이 최종 소비자의 식탁에 올라가는 과정에 대한 가시성과 추적성을 제고할 필요도 있다.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스마트농업과 디지털 혁신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심지어 IoT와 AI비전 등 디지털 신기술을 통해 독미나리 보존 프로젝트와 천성산 도롱뇽 번식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다. 이미 환경보호와 생태계 보존 부문에도 디지털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림 1. 농업 밸류체인별 Technology Map
출처: 언론보도 종합,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2017), KPMG 경제연구원 재구성


그림 1에서 농업의 밸류체인별 첨단농업을 위한 Technology Map을 볼 수 있다. 이들이 에코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는 비농업인 이해관계자들이다. 농업연 구의 메카인 전주에 소재한 국책연구기관을 방문하면 연구 인력의 스펙과 전문성에 놀란다. 이내 그들의 훌륭한 전문성을 널리 퍼뜨리기 위한 공유와 증폭의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는 지식 관리 시스템(플랫폼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증폭력을 이끄는 큐레이션 포함) 이 부재하다는 사실에 더 놀라고, 그들의 K-농업 전문성이 K-제조 및 K-ICT 기성 인프라와 결합되면 농작물 자체가 아니더라도 무한한 비즈니스 모델과 에코시스템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 가장 놀란다.

첨단 농업기계와 반도체 공장급 도시농장에 갖춰진 정밀농업 엔지니어링, 최종소비자부터 디지털 기술까지 포괄하는 농업 에코시스템 구축, 농협과 마켓컬리의 유통시스템을 결합한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첨단 바이오 및 제약 산업이 필요한 특용작물 연계 가능성에 가슴이 뛴다.

왜 우리는 실천하지 않고 머물고 있을까? K-제조가 물리적으로 집적된 생산기지인 산업단지공단과 함께 성장한 것이 공식인바, K-농업을 키우려면 첨단 미래농업 단지를 만들어야 한다. 농민의 우려가 닿지 않는 주제는 충분히 많다. 농업인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한다면 한국 내 인프라만의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지만, 그 첨단 미래농업 단지에서 K-제조, K-ICT와 협업한다면 우리의 첨단 미래농업의 미래는 밝다. 그 과정에 우리가 사회와 경제의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설계하고 구축해 나가야 하는 것은 ‘사회와 경제의 교착된 상황’을 풀어나가는 행동과학적 유인구조이다.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를 모두 혹은 대다수를 충족시켜나가는 데에 ‘정보의 투명한 유통과 가시적인 추적성’을 제공하는 디지털 신기술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교착을 풀기 위한 행동과학 유인구조와 그에 도움 되는 정보의 투명하고 가시적인 공유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그렇게 교착을 풀어나간다면 우리의 농업 인프라는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제조업이 실현 했던 성공 공식은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다.



글/ 박문구 전무
KPMG

서울대학교 국제경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통상전문가로서 한국 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자문했다. 현재는 한국 산업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디지털 혁신 등에 행동과학을 융합한 신성장 동력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