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명강연 01

트렌드로 읽는 MZ세대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회사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30세로, 소위 베이비부머의 끝자락인 필자와는 30년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난다. 이 직원들과 재미있고 즐겁게 지낸다고 생각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세대 간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진다고 한다.

 

한국의 시대별 세대

세대갈등을 말하기 전, 세대를 어떻게 나누는지 알아야 한다. 구분에 따라 연도는 다를 수 있지만, 표1은 세대별 성장기 주요사건과 그 의미, 출생아 수 등을 기준으로 나눈 것이다. 여기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쳐서 ‘MZ 세대’라 부르기도 한다. 2018년과 2019년에 출간되어 MZ 세대에게 화제가 된 책들을 보면 윗세대를 향한 태도가 바뀌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표 1. 한국의 세대 구분


 

2018년에 출간된 책들이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처럼 가만히 놔두라는 소극적인 저항을 한다면, 2019년에 출간된 책들은 『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마』, 『참아주는 건 그만하겠습니다』처럼 적극적으로 배척하는 기운을 보인다.

최근까지 ‘타다’ 서비스가 화제였다. 합법 여부를 떠나 ‘타다’ 서비스가 MZ 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던 가장 큰 요인은 운전기사가 말을 걸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MZ 세대는 좋아하는 것을 해주기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에 훨씬 더 큰 점수를 준다.

특정 세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특정 세대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 그들이 어떤 성장과정을 거쳐 오며 현재의 모습을 띄게 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둘째, 과거 세대가 어땠는지 파악해야 한다. 사회 초년생인 MZ 세대의 특이한 점들을 열거하며 그들에 대처하는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런데 1980년대, 1990년대에도 사회초년생들을 두고 완전히 다른 인종이라며 지금의 MZ 세대와 같은 방식으로 표현했었다.

셋째, 해외의 특정 세대는 어떠한지 살펴봐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세계의 젊은 층들은 문화적으로 동화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제 해외와 주고받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는 특정 세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넷째, 특정 세대에 영향을 준 세대를 봐야 한다. Z세대는 X 세대의, 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들이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부모 또한 자녀들을 키우면서 변화를 겪기 때문에, 이러한 상호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특정 세대에 영향 받는 세대를 봐야한다. 특정 세대에 의해 조성된 아랫세대의 현상을 포착하면 관찰 대상 세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1. 2018년(위)과 2019년(아래) MZ 세대 주요 인기 서적


 

과거에도 지금도 레트로 열풍

지난 30년간 시대 트렌드에 변화를 가져온 핵심요소로 기술, 그중에서도 디지털을 이야기 한다. 1990년대 중후반 디지털을 주제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1997년을 전후로 디지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노는 세대들을 연구하면서 그들의 특성을 뽑아낸 적이 있다. 그런데 개인적이다, 오프라인에서 폭력적이다, 결정을 하지 못한다, 의지가 약하다 등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MZ 세대의 특성이라고 하는 것들이 그때도 그대로 나왔다. 사람들에게는 바뀌지 않는 속성이 있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자꾸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하지만, 사실 해답은 변하지 않는 부분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변하지 않지만 겉포장이 나 적용하는 방식이 조금씩 바뀌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복고, 레트로(Retro) 트렌드이다.

레트로는 항상 있어왔다. 2,500년 전의 공자도 그 시대로부터 600년 전의 주나라 예법을 따라야 한다며 이를 복구하려 했었다. 르네상스도 결국 1,000년 전의 그리스, 로마 시대를 되살리려 한 것이었다. 현대에도 마찬가지다. 몇 년에 한 번씩 복고 유행이 꼭 돌아온다. 최근의 레트로를 세 가지로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레트로는 똑같이 복제한다고 해서 ‘Replicative Retro’라고 이름 붙였다. 이전의 유행을 즐겼던 이들이 당시의 추억을 그대로 재현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레트로이다. 2014년 MBC <무한도전>에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을 방영하면서 한동안 전국이 ‘90년대 가요’ 열풍에 휩싸였다. 90년대를 주름잡던 가수들이 자신들의 과거 히트곡들을 가지고 나왔고, 30살을 훌쩍 넘은 팬들은 10대 시절의 복장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2017년 ‘빨강머리 앤’이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면서 절판되었던 책들까지 포함해 수많은 판본들이 서점에 쏟아져 나왔다. 그림이나 활자를 다르게 하는 변화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복제물, 곧 레플리카(Replica)였다.

넷플릭스로 방영된 ‘빨강머리 앤’은 현대에 맞춰서 자주적인 개인으로서의 앤을 묘사했고, 이전의 명랑, 발랄한 분위기보다는 어둡게 느껴질 정도였다. 우리가 원작소설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역경에 굴하지 않는 ‘캔디’와 같은 소녀로만 생각했던 앤과는 전혀 다른 반전이 일어났다. 이를 본류와 다른 관점에서 성찰하고 반영했다고 해서 ‘Reflective Retro’라고 이름 붙였다. 근래 유행한 뉴트로(Newtro)는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 레트로의 종류는 두 번째의 성찰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이나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Re-creative Retro’라는 명칭을 고안했다. ‘빨강머리 앤’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지난해 몇 개월에 걸쳐 열리며 예상 밖의 인기를 끌었다. 40~50대 엄마와 10~20대 딸이 함께 온 관람객들이 상당수였다. 엄마가 자신의 추억 속 캐릭터들을 어린 딸에게 얘기해줬던 추억이 있다고 해서 ‘공유된 추억’, 즉 ‘Shared Nostalgia’라는 용어로 표현하며, 서로 나누었던 그 대화를 되살리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한 단계 더 진화했다고 해서 ‘Re-creative Retro’라고 명명했다.

 

이제는 Do-See-Plan

이렇게 재현하고(Replicative), 성찰해서 반영하고(Reflective), 새롭게 재창조(Re-creative)하는 방식은 외부 고객을 상대하는 마케팅이나 MZ 세대의 젊은 동료들을 비롯한 내부 고객들과의 관계에서도 기본적인 해결 방향을 제공한다.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고객에게 맞추고, 채워주지 못한 틈새를 찾아서 메꿔주는 것이 필요하다. ‘Customizing’이란 단어에 모두 담을 수 있는 개념이다. 온라인 광고에서는 이제 사람마다, 웹사이트마다, 시간마다 다른 광고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조직 안에서도 예전처럼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는 집단의 가치와 전체 행동을 강요할 수 없다.

누구에게 맞춰주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잘 알아야 하고,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 고객을 돈을 뽑아내야 할 대상으로 본다면 제대로 된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그래서 두 번째는 ‘배려’와 ‘만남’의 ‘Socializing’이라고 정의했다.

마지막은 요즘 많이 얘기하는 ‘Story-telling’이다. 스토리에는 반전이 있어야 하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쫓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이들과 다른 역사를 품고 있어야 차별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반전’과 ‘역사’가 핵심요소가 된다.

‘Plan-Do-See’라는 말을 자주 해왔다. 계획-실행-평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제는 ‘Do-See-Plan’이라고 한다. 먼저 실행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바로 파악하여 제대로 계획을 짜면서 개선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밟으라는 것이다. MZ 세대를 향한 마케팅이나 관계 구축도 그런 것 같다. 먼저 무언가를 시행하고 어떤 결과가 오는지 보자. 이 글이 그런 실행에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글/ 박재항 대표
㈜하바스코리아

삼성전자 홍보실, 현대차그룹 미래연구실, 기아차 마케팅 전략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등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로 재임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