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확산 방지에 적용되는
‘공공시설 병원체 제거소재’ 기술 개발
2019년 말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는 COVID-19 대유행으로 인해 사회, 경제, 보건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 간 마찰마저 발생하고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박사의 유명 저서 ‘총, 균, 쇠’는 무기, 병균, 금속이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개정판이 출판된다면 COVID-19 바이러스 이야기가 다뤄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2009년 신종플루(H1N1), 그리고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염병을 겪으면서 국가차원의 대응체계를 구축해 왔기에 타 국가 대비 COVID-19에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타 국가의 모범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COVID-19와 같은 호흡기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일반인은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하고 있으며, 환자 치료가 이루어지는 병원에서는 마스크, 방호복, 고글 착용과 음압 병동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방법들은 대부분 바이러스 또는 균(이하 ‘병원체’)을 사람이 호흡하거나 접촉하지 않도록 방어하는 수동적인 방식이다. 이러한 수동적인 방식에 사용된 마스크, 방호복 등의 표면에는 전염성이 있는 병원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후처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예를 들면, 음압 병동에서 사용되는 HEPA 필터는 병실 내 환자가 배출하는 병원체를 나노 섬유 필터로 포집하여 2차 감염을 방지하지만 먼지, 수분 등의 필터 상 이물질이 병원체 증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 필터 교체작업자의 2차 감염 사례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또한 홍콩대 연구팀이 ‘Lancet’에 보고한 논문에 따르면 마스크 표면에서 COVID-19 바이러스가 무려 7일 동안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병원체의 비활성화 또는 살균이 가능하고 인체에 무해한 소재 또는 시스템이 있다면 COVID-19와 같은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지만 아직 확실한 대응 기술은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료연구소(소장 이정환)는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과 책임 중 생활환경개선소재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2019년부터 ‘공공시설 병원체 제거소재 기술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본 사업은 곰팡이와 같은 부유 미생물을 포함하여 시행될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와 시스템을 개발하여 민간에 공급하고자 기획되었으며, 전염병 확산 방지에도 적용이 가능하여 COVID-19 대응을 위한 요소기술의 빠른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본 연구팀은 재료연구소의 플라즈마, 촉매, 세라믹, 바이오 소재 연구진으로 구성되었으며, 저온 플라즈마 필터 기술과 고효율 오존제거 촉매 기술을 기반으로 살균공조 시스템과 평가법을 개발한다. 플라즈마 살균기술 개발은 나노표면연구실과 엔지니어링 세라믹연구실이 담당하고 있다. 기체투과성 다공성 세라믹을 이용해 저온 플라즈마 필터를 개발하고 있으며, Dielectric Filter Discharge(DFD) 기술로 명명된 본 기술은 저온 대기압 플라즈마 발생에 사용되는 유전체의 기체투과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저온 플라즈마 발생을 위해 인가되는 수 kV급 고전압에 의한 절연파괴를 억제할 수 있는 세라믹 소재를 사용한다. 대표적인 저온 플라즈마 발생 방식인 유전체 격벽 방전(Dielectric Barrier Discharge)과 플라즈마 젯(Atmospheric Pressure Plasma Jet) 방식은 플라즈마 발생을 위한 유로를 가지고 있으며 수십 m3/min의 유량 처리 시 빠른 유체 속도로 인해 안정적인 플라즈마 발생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DFD 기술은 기체투과성 다공성 세라믹 표면에 유도된 전기장이 발생시킨 Surface Plasma를 이용하며 대면적 세라믹 필터 표면에 플라즈마를 직접 발생시켜 1m/s 급의 고풍속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플라즈마 형성 및 오존 발생이 가능하다.
필터 역할을 하는 다공성 세라믹은 병원체 입자를 플라즈마 발생영역에 포집하거나 통과시간을 지연시켜 전기장과 오존에 의한 병원체의 살균 또는 비활성화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병원체 입자 포집을 위해 사용되는 다공성 세라믹 필터는 Polypropylene(PP)과 같은 고분자 필터 대비 내플라즈마, 내산화 특성이 우수하여 플라즈마, 오존과 동시에 사용이 가능하며, 기공구조 조절을 통해 병원체 포집율과 압력손실을 제어할 수 있다. PP와 같은 고분자 필터가 플라즈마가 발생하는 오존과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고분자 섬유의 경화로 인해 필터구조가 손상되어 필터의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어 세라믹 소재 기반의 필터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기능세라믹연구실은 고효율 오존제거 촉매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병원체 살균 및 비활성화에 사용 후 잔류한 오존을 산소로 변환시키는 촉매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용량 기체 처리에 촉매를 사용하기 위해 높은 공간속도에 적용 가능한 고효율 오존제거 촉매 부품을 개발 중이며, DFD 부품과 결합되어 살균 공조용 필터 제품으로 일체화될 예정이다.
1)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2015. 12),
2)서울시 실내환경 관리 시스템 (2015. 5 현황)
그림 1. 다중이용시설 내 병원체 관련 이슈 변동사항
본 사업에서 개발될 살균 공조용 필터 제품의 실증을 위해 재료연구소는 창원 본소에 부유미생물 제거능력 평가 시험설비를 2020년 상반기 구축 완료할 계획이다. 본 시험설비는 30m3 공간에 살균실험용 균(예: M. luteus)을 약 800CFU/m2 수준으로 살포 후 살균공조 시스템 작동 시간에 따른 부유균 농도 감소를 측정할 수 있는 시설이다. 본 시설을 이용하여 재료연구소가 개발할 살균 공조용 필터 제품의 성능을 정량 평가하고, 현재 살균 공조와 관련된 인증이나 표준이 없는 관련분야에 활용 가능한 시험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살균 공조 시스템의 시험법 개발과 결핵, COVID-19와 같은 고위험성 병원체의 제거성능 평가 관련해서는 결핵병원인 국립마산병원이 협업하고 있으며, 매년 기술 워크숍을 통해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그림 2. 재료연구소에서 추진 중인 ‘병원체 제거소재 개발사업’ 추진 체계
본 연구팀은 살균공조 시스템 개발과 더불어 저온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한 항균소재 개발과 살균 제품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기압에서 발생되는 저온 플라즈마가 아닌 진공 분위기에서 발생되는 저온 플라즈마는 수십에서 수천 eV급으로 가속된 이온을 표면처리에 활용할 수 있다. 본 연구팀은진공 저온 플라즈마의 이온을 활용한 고분자 소재의 자가나노구조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고분자의 결합을 분해하거나 가교를 유발하는 수준의 에너지를 가진 이온이 고분자 기반의 필터나 필름 표면에 충돌할 경우, 표면 거칠기에 의한 식각 불안정성과 화학적 식각의 복합적인 효과로 인해 돌기, 주름, 구덩이 등의 나노구조가 스스로 형성된다. 이러한 나노구조는 필터 표면에 부착된 병원체의 생존력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나노구조 표면의 항균효과는 이미 다수의 논문을 통해 알려졌으나 필터나 필름 표면에 항균 기능성 나노구조를 값싸고 빠르게 형성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였다. 재료연구소는 선형 이온빔 공정 기반의 롤투롤 표면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항균특성이 필요한 필터나 필름 소재 표면에 나노구조를 손쉽게 대량생산할 수 있다. 그림 3은 이온빔 처리된 고분자 표면의 SEM 사진이며, 표면처리 후 다양한 나노 구조가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장균과 황색포도상구균을 활용한 항균특성 평가 시 나노구조가 형성된 필름 표면에서 99.9% 이상의 항균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나노소재가 항균 특성을 가지는 경우는 다수 보고되었지만 나노소재에 대한 인체 독성이 확인되지 않아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나노구조 기반의 항균소재는 입자형태로 떨어져 나와 사람이 흡입하지 않기 때문에 나노독성에 대한 이슈와 무관하여 빠르게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로 평가된다.
저온 플라즈마를 이용한 휴대용 살균 제품의 상용화도 추진하고 있다. 본 연구팀은 저온 플라즈마 발생용 필름소재 기술을 출자하여 연구소기업인 더블유랩㈜을 김해강소특구에 2020년 2월 설립하였으며, 휴대용 저온 플라즈마 필름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저온 플라즈마 발생용 필름은 Surface Plasma를 유연한 고분자 필름 표면에 형성하는 기술로 고분자 필름의 내플라즈마성을 확보하기 위한 표면처리 기술과 플라즈마 발생용 전극 형성을 위한 인쇄전자 기술이 적용되었다. 살균용 플라즈마 필름은 수 W의 전력만으로 10cm2 수준의 넓이에 수 ppm 농도의 오존을 발생시킬 수 있어 휴대용 살균 기능성 제품으로 활용가능하다.
그림 3. 플라즈마/이온빔 표면처리 후 자가 형성된 고분자 소재 상 나노구조 표면
그림 4. 플라즈마/이온빔 표면처리 후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항균력 향상 결과
그림 5. 휴대용 저온 플라즈마 필름 제품 사진
본 연구팀은 표면-세라믹-바이오 소재기술의 융합을 기반으로 한 저온 플라즈마 응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 저온 플라즈마의 바이오-의료 분야 진출을 통해 국민 생활환경개선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특히, COVID-19와 같이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공공기술 개발을 위해 앞으로 연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며,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부터 차례대로 사회에 보급하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자 한다.
글/ 이승훈 선임연구원
한구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