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코로나19 이후의
국내 산업 재편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 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대부분의 산업 에서 생산 및 매출 차질이 발생하고 있고, 산업별로 수요의 차별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산업 활동에 부정적 영향 시작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는 2월 18일 31번 환자가 확진된 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부터 국민들의 자유로운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가계의 소비 및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었다. 또한 일부 기업 및 사업체에서 근로자의 확진 사례가 발생하고,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산업에서 중간재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기업의 생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2020년 2월 산업 활동 동향을 살펴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지난 2월 중순 이후 산업별 파급 효과가 일부 반영되어 있다. 먼저 전 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3.5% 감소하였다. 제조업을 포함하는 광공업01(-3.8%)뿐만 아니라 서비스업(-3.5%), 그리고 건설업(-3.4%)에서 모두 전월 대비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적으로 생산 활동이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전반적으로 생산 활동이 둔화하는 가운데 세부 산업별로는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01. 광공업은 광업, 제조업, 전기/가스업임

광공업 중에서는 글로벌 업황 개선의 영향으로 반도체의 생산이 3.1%로 증가한 반면, 중간재 부품의 수급 문제가 발생한 자동차 산업이 –27.8%로 크게 위축되었고, 기업들의 투자 활동이 차질이 발생하면서 기계장비 산업이 –5.9% 를 기록하였다. 또한, 대구·경북지역에 생산시설이 집중된 의복, 의복 액세서리 및 모피제품 제조업(-22.8%), 가죽, 가방 및 신발제조업(-12.3%)도 심하게 감소하였다. 서비스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사업체 실적의 차별화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항공 운송업(-33.1%), 숙박업(-32.6%), 음식점 및 주점업(-15.9%),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27.2%)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편 도매 및 소매업의 경우 –3.6% 로 타 산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증감률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자동차판매업 –18.0%, 백화점, 대형마트 등 종합소매업이 –4.2%로 부진했던 반면, 인터넷쇼핑, 방문 및 배달 소매업 등 무점포 소매업은 8.1%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증감이 서로 상쇄되었기 때문이다.

주요 산업의 경기 악화 지속 우려

최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이 반영되어 증가 폭이 확연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 지역을 넘어 다른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고, 전염될 수 있다는 국민들의 우려도 쉽게 가시질 않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지역별 확진자수 추이를 살펴보면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의 확진자수가 정점을 지나 진정되는 모습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소비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 산업에서 국내 수요 부진은 적어도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더 이상 늘지 않을 때까지는 지속될 것이다. 먼저 이동에 대한 공포가 지속되면서 여행업과 항공업, 숙박업 등의 수요 부진이 극심하게 나타날 것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세에 접어들더라도 국민들의 주요 여행지인 일본, 동남아, 유럽 등 해외 국가들에서 지속되는 한 업황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확진자가 확대되고 있는 국가의 국민들은 국내 여행도 허가받기 힘들 것이다. 이들 산업에 포함되는 기업들이 비상경영, 휴직 등 자구 노력을 지속하고, 정부의 지원 정책도 확대되겠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영세하거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일부 기업이나 사업체가 도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유통업 중 면세점의 실적 악화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군은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해 전 세계적인 물동량 감소가 예상되는 해운업과 외출 제한 등으로 전 세계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패션·의류산업,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어 생산 차질 가능성이 있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수요 감소에 타격을 입을 자동차,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산업, 소비자를 대면하지 않으면 신규 판매가 어렵고, 기존 대출에 대한 연체율 증가할 가능성과 동시에 소비자 들의 카드 이용 감소 등이 예상되는 금융업, 기업들의 신규 투자 연기 혹은 철회로 인한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기계 산업의 업황도 어두운 편이다.

다만 최근 3월 중국의 산업 동향이 V자 형태로 개선되었다는 점에서 해운업의 부진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고 더불어 중국산 중간재 수급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생산차질 위험은 다소 감소하였다. 또한 일부 산업의 경우에 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억압되어 있던 수요(pent up demand)가 폭발하면서 피해를 일부 회복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시점은 전적으로 국내외 코로나19 진행 상황 추이에 달려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다수의 사람이 밀집 된 장소를 피하게 되면서 영화, 공연 및 전시회 등 예술 관련 서비스업이나 헬스장, 수영장 등 실내 스포츠 관련 서비스업,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 학원 등 교육서비스업, 회식 등 모임 감소로 음식점 및 주점업에서도 수요가 일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부 활동의 경우에는 직접 현장에 가서 참여하는 대신 집에서 소비하는 방식으로 대체 소비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나 공연 서비스의 경우에는 OTT(Over- The-Top) 서비스02나 컴퓨터, 휴대전화를 통한 소비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실내 스포츠의 경우에도 홈트레이닝이나 등산, 자전거, 캠핑 등 혼자 혹은 소수의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야외스포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02.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함

또한, 유통업에서도 다수의 사람을 접촉하는 현장 소비보다는 온라인 소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20년 2월 온라인 쇼핑 총 거래액은 약 11조 9,618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5%나 증가했다. 교육서비스의 경우에도 일부는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소비로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음식점 및 주점업의 경우에도 일부는 배달서비스를 통해 대체될 수 있겠으나, 배달이 용이하지 않거나 집에서 조리가 어려운 음식이거나 기업의 회식 매출이 집중된 사업체의 경우에는 수요 감소를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반도체와 철강, 정유 및 석유화학, 건설업 등의 산업은 업황 악화 및 개선 요인이 혼재되어 있어 아직까진 방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에는 향후 휴대전화, 컴퓨터 등 전방 산업의 수요 감소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재택근무, 홈 서비스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한 데이터 서버 수요 확대 등이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철강 산업의 경우에도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전방 산업 의 부진이 발생할 경우 수요가 감소할수 있으나, 최근 중국 산업활동이 반등되면서 수요 회복 가능성도 일 부 존재한다. 

정유 및 석유화학은 전 세계 물동량 감소 및 산업생산 위축으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가 예상 되나,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원가 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철강 산업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산업활동 회복이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건설업은 국내에서 신규 분양 지연 등으로 건축 수주가 지연될 가능성은 높지만 SOC 예산 증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시행 등으로 토목 수주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제유가 급락, 한국인의 입국 제한 등으로 해외수주는 부정적이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 확대 등이 예상되는 바이오산업, 집에서 주로 소비되는 게임 산업, 꾸준한 수요가 예상되는 위생용품을 생산하는 화학제품 제조업 등은 국내 수요뿐만 아니라 해외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면서 다른 산업에 비해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 시각에서 산업 정책 마련 필요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주요 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여러 소비 장려 정책의 방향성은 타당해 보인다. 다만, 혜택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행정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재원이 불필요한 곳에 사용되지 않도록 막아야 할 것이다. 산업별로 업황이 차별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특정 산업과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경우 선제적 지원을 통해 도산 가능성을 낮추는 한편, 기업 도산이 발생하더라도 실물 경제에 파급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실업에 대한 지원을 일시적으로라도 확대하고, 기업에는 근로자 해고가 아닌 휴직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향후 산업별 수출 경기 악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가 주요 교역 대상국으로 삼고 있는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우에도 코로나19 통계의 신뢰성이 부족하고 우한지역 봉쇄가 해제된 직후 대규모 이동이 발생함에 따라 재유행의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1차적으로는 국내 내수 수요 정상화 정책이 필요하지만, 향후에는 주요 수출국의 산업별 수요 감소 가능성을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주요 교역국의 수요 감소가 국내 수출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가치 사슬에 깊숙하게 참여하고 있는 특정 국가에서 경제 셧다운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해당 산업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이 파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여 글로벌 공조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기업들의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중간재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해외에 생산 공장을 보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리쇼어링(reshoring) 정책 등도 고려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취약해진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어 줄 기업의 투자 및 수출처 다변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확산이 연내 지속될 경우 전 세계 주요국 경제의 취약성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부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어 국내 기업의 한계기업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코로나19가 더 심각하게 퍼지고 있는 국가에서 산업 구조조정이 더 활발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당 산업에서 사업 기회가 넓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투자 및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

 


글/ 오준범 선임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동향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