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속
새로운 기회는 무엇일까?
팬데믹(Pandemic)과 진화(Evolution)
역사적으로 보면 인류는 재난을 겪을 때마다 진보라는 보상을 받는다. ‘전염병과 사회(Epidemics and Society)’의 저자 프랭크 엠 스노덴(Frank M. Snowden) 예일대 교수는 전염병이 전쟁, 혁명, 경제 위기를 겪는 것 못지않게 강력한 사회적 진화(Social Evolution)를 이루었다는 논지를 펼쳤다. 이 책에서는 흑사병부터 에볼라까지의 전염병이 오늘날의 사회를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보여주며, 질병이 의학 및 공중 보건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예술, 종교, 역사 및 전쟁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한, MIT 경제학과 피터 테민(Peter Temin) 교수는 흑사병이 농업기술의 향상, 여성의 사회적 지위, 임금 상승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 과정은 산업 혁명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현재 세계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이 위기가 지나고 나면 사회, 경제, 산업 등은 진화하게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게 될 것이다. 이는 역사가 증명을 해주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산업군에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었지만, 그에 따른 산업변화와 새로운 산업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이것이 코로나19 이후 경제의 향방과 산업 판도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표 1. S&P 500 지수 변동폭
출처: Bloomberg
표 2. 상위폭이 큰 상위 5대 기업
출처: Bloomberg
실마리 찾기(Fine Clues)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산업 지형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새로운 산업이 부상할 것이다. ‘그럼 과연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떤 산업이 부상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러한 해답의 실마리를 다양한 혁신 기업이 상장된 미국의 주식시장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의 증시는 가파르게 하락하였다. S&P 500 지수는 2020년 3월 23일 2237.4p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2020년 1월 1일 대비 약 31% 하락했다. 섹터별로 보면 정보서비스, 건강관리, 통신서비스, 자유소비재, 생필품 분야는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낮았다. 3월 23일을 기점으로 주가가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약세장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가가 상승한 기업들이 눈에 띈다. 4월 6일 현재, 2020년 1월 1일 대비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S&P 500에 편입된 기업 505개사 중 44개사이다. 이들 산업 분포를 보면 정보서비스(22.7%), 건강관리(18.2%), 생필품(18.2%)로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승폭이 가장 큰 5대 기업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리제네론(Regeneron Pharmaceuticals), 길리어드 사이언드(Gilead Sciences) 등 생명공학 기업이 포함되어 있고, 네트워킹, SaaS,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제공하는 시트릭스 시스템(Citrix Systems), 살균 표백제 제품을 만드는 크로락스(The Clorox Company),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Netflix)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외 클라우드 및 플랫폼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Microsoft), 비대면소비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아마존 닷컴(Amazon) 등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였다. 전반적으로 생명공학, 클라우드 및 플랫폼 서비스 등 ICT 관련 기업, 온라인 산업, 생필품 관련 기업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질병 경제학(Economics of Disease) 시대 도래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민감한 산업은 헬스케어이다. 특히,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가 경쟁적으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 경쟁에서 승리하는 자는 향후 몇 년간 미래 의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이러한 경쟁을 통해 치료제는 조만간 개발될 것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멸종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잡지 못하고 더 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바로 바이러스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5년 에볼라, 메르스에 이어 올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2000년대 들어 5년에 한 번꼴로 바이러스 공포가 살아나면서 인명 피해, 생산성 저하 등 사회 경제적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결국 바이러스는 인류와 함께 영원히 지구에 살게 될 것이다. 이처럼 바이러스 발생이 빈번해지면서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전 세계 차원으로 대응해야하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질병경제학(Economics of Disease)이 부상할 것이다. 질병경제학은 글로벌 질병대응 체계 재정립, 의약 산업 연구개발 확대, 질병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부각될 것이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치료비가 많이 들고 장기간 고수익이 기대되는 암, 당뇨, 노화 분야에 자원이 집중된 반면, 공공의료, 전염병, 의료장비 같은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다. 그러나 각국 정부 및 국제기구 모두 이제는 바이러스 관련 백신 및 치료제 등 연구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이다. 또한, 의료의 중심이 치료에서 진단/예방/공공보건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고, 진단 및 의료 장비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보건의료산업에서 변방 취급을 받아온 국내 진단키트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몸값이 뛰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언론들은 한국의 진단키트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주문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또한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각종 위생용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관련 업체뿐만 아니라 이들 제품이 주력이 아니었던 패션, 뷰티업체 에서도 생산하는 사례들이 많이 늘어났다. 이외에도 코로나19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면역력 향상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실내 공기 개선, 살균소독 관련 전자제품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언컨택트 경제(Uncontact Economy) 부상
이제는 만나는 사람이 감염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이동제한령이 내려졌고, 전 세계의 조직과 정부가 감염률을 낮추기 위해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를 두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 감염이 가파르게 늘자, 국내 기업문화에는 드물었던 재택근무사례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기업과 정부 등에서는 컨퍼런스 콜이나 화상회의도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또한,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까지 모두 온라인 개강을 하게 되었다.
표 3. 전염병의 역사와 사망자수
출처: World Economic Forum
사람 사이의 ‘관계’가 변화하고 온라인 소비 패턴이 늘어나면서 언컨택트 경제(Uncontact Economy)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일상의 변화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고 역설적으로 기존산업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채널을 이용하던 기존 고객의 충성도는 강화됨은 물론, 주로 오프라인을 이용하던 고객들이 신규 유입되면서 온라인 비즈니스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특히 작은 물건 또는 신선식품이라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전자결제대행 업체(PG), 온라인 부가통신망(VAN) 업체 등 관련업체들도 동시에 성장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더욱이, 소비자들의 온라인 활동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OTT·게임 등 온라인을 통한 콘텐츠 수요가 늘 어나게 될 것이다. 이에 OTT와 기존 미디어 간의 더 뛰어난 콘텐츠 확보를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온라인 비즈니스, 온라인 강의, 온라인 콘텐츠, 재택근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트래픽 폭증방지,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5G와 같은 이동통신 서비스 필요성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을 뜨겁게 달군 화두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화(Digital Transformation)가 촉진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기업 및 소비자들은 소극적 또는 보수적으로 대응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화는 사람들이 전례 없는 연결과 상거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오프라인 생활과 소비가 빠르게 클라우드로 옮겨가게 만들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디지털화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주요기술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재택근무와 온라인교육 확대 등 비대면 경제 영향으로 서버와 PC 수요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수혜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원격진료 확산, AI 기술 도입 등으로 헬스케어 산업은 스마트 헬스 케어로 탈바꿈하면서 기존 의료 업계가 아닌 플랫폼, 빅데이터, 통신업 등 다양한 업체 진입 가능해지며 산업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맺음말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기업은 올해 경영 전략과 사업 목표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산업별로 상이한 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적절하게 반영해 기존 목표와 전략을 신속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중장기 사업 전략 마련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데이비드 J. 티스(David J. Teece) UC버클리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전략 측면에서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 및 외부 역 량을 통합, 구축, 재구성하는 동적역량(Dynamic Capabilities)’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적 역량 활동은 새로운 기회와 위기 인식(Sense), 기회 포착 (Seize), 기업의 핵심역량 변화(Reconfiguration)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 기업의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현재 진행 중이고 그 여파가 얼마나 커질지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기적 위기를 넘어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의 단서를 찾아 이를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이야말로 위기 이전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코로나19와 같은 문제가 상시 발생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유망한 사업 분야에 대한 분석 및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미래지향적으로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소비행태, 트렌드 변화 등으로 창출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고 사업방식전환을 대비하는 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정민 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