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코로나19와 위기의 한국 경제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한국 경제는 내수와 금융 충격이 복합적으로 발생하였고,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수출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 경제가 내·외수 동반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코로나19가 국내 경제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블랙스완이 불러온 내수 절벽

코로나19라는 블랙스완01이 발원지인 중국을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세계 경제가 마비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만 해도 세계 전역에서 사스, 메르스, 신종인플루엔자 등 여러 차례 전염병이 유행 하였는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전의 전염병에 비해 경제 충격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02
01. Black Swan :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발생할 경우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
02. 사스(중국), 메르스(중동, 한국), 에볼라(서아프리카), 지카 바이러스(중남미)와 같은 전염병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보다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전 세계가 패닉에 빠지지는 않았음.

 

이번 코로나19를 제외하고 국제보건기구가 유일하게 팬데믹을 선언한 것이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인데, 이 시기와 비교해도 코로나19 위기는 세계 경제에 전례 없는 충격을 안기고 있다. 신종플루의 경우에도 경제심리 악화로 소비, 투자, 수출 등에서 충격이 발생하였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도 컸다. 또한 기존 인플루엔자 백신이 있어 상대적으로 빠르게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그 영향은 다소 빨리 완화되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종식 시점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 세계 경제를 공포로 밀어 넣은 것이다.

전염병 확산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은 전염병의 확산 속도, 지속 기간, 치사율 등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진다. 특히 2015년 국내 전역을 휩쓴 메르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치사율로 인해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단기간에 악화시켰으나, 병원 내 감염이 주를 이루고 지역사회 감염은 제한적이었던 덕분에 비교적 단기간에 안정을 되찾으며 경제가 회복되었다. 반면 코로나19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의 적극적인 방역조치에도 불구하고 메르스보다 확산 정도가 현저히 빠르고 광범위해 경제 주체들의 심리와 활동이 더욱 크게 위축되었다.

2월 들어 국내에서 지역사회 감염 이후 확진자가 급증해 발원지인 중국 다음으로 빠른 확산세를 보이자,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경제 전반이 빠르게 위축되었다. 2월 소비자심리 지수는 96.9p로 전월(104.2p)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경제 주체들의 소비심리가 크게 악화되고,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하며 내수 침체가 본격화되었다. 3월 이후 신규 확진자수가 줄어들며 확산세가 다소 완화되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이 길어지면서 경제심리는 더욱 위축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를 얼마나 빠르게 안정화 시킬 수 있느냐이다. 코로나19는 현재 백신과 치료약이 없는데다, 변이가 쉬워 풍토병처럼 수시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역과 감염 예방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가 고강도로 시행될수록 내수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예방을 통한 코로나19의 종식만이 경제 주체의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고 경제 활동을 정상화 시켜 내수 침체 장기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일 것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더라도 2017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 둔화로 체력이 바닥나 있던 한국 경제가 이전 수준으로 수요를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경기 침체로 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 투자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어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내수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실물 시장에서 전염된 금융 불안

외국인의 한국 증시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4월 8일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25거 래일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이 선포되고 공 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덮으며 코스피 지수는 한 때 1,500선 아래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와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로 원/달러 환율 또한 달러당 1,300원 가까이 상승 하면서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는 코로나19가 한국에서 먼저 확산된 영향보다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민감한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와 해외 투자자들의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현금 확보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위험이 실물 경제로 전이된 것과 달리, 코로나19 위기는 전염병 확산으로 실물 시장에서 발생한 충격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된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의 종식 시점을 모르기 때문에 금융 불안 또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최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세계 주요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등으로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세계 확산세가 심화되면 한국 경제는 수출 악화로 추가적인 충격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지속될 수 있다.

최근 외국인 자금 유출로 외환 유동성 공급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단가자금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신용 경색이 발생했고, 이에 정부와 한국은행이 국고채 및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는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 시행을 발표하면서 시장 불안이 완화되었다. 그러나 금융 불안이 지속될 경우 다시 신용 경색이 발생하 면서 기업어음 및 기업대출 부문에서 부실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기업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와 가 계 부문에서 모두 부채가 과도하게 축적되어 온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가계부채가 부실화되면서 새로운 금융위기를 촉발시킬 위험도 존재한다.

 

수출 충격이 불러올 퍼펙트 스톰

코로나19로 인한 한국 경제 충격은 내수와 금융 부 문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우리 경제는 2017년 3분기 경기 정점을 찍고 둔화 추세를 지속해 경제의 기초체력이 이미 약화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 해 내수가 급격히 침체되고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우리 경제는 그로기 상태에 빠지기 직전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코로나19가 중동, 유럽, 북미 지 역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세계 경제가 마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이미 내수·금융 복합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세계수요 위축으로 수출마저 타격을 입으면 내·외수 동반 침체로 퍼펙트 스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의 세계 확산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3월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0.2% 감소하고, 일평균 수출은 6.4% 감소하면서 충격의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유럽 등에서 3월말부터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시민들의 이동 제한 조치와 일부 지역에서는 봉쇄 조치가 내려지는 등 세계 경제활동이 급격히 마비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4월 이후 수출 타격이 본격화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생산 분업에 적극 참여해 왔는데, 주요국의 생산기지 셧다운이 이어져 국내 생산 차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붕괴 시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도 불가피하다. 게다가 약 150여 개 국가의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 등으로 수출 기업들이 해외 영업활동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신규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향후 수 출 전망이 더욱 어둡다.

코로나19 위기 지속으로 내·외수 동반 침체와 금융 불안까지 중첩될 경우 한국 경제가 복합 불황에 빠지면서 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들은 2020년 한국 경 제성장률을 1%대 이하로 하향조정하였고,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는 기관도 적지 않다. 밖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안으로는 내수 절벽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기업 모두 실적이 악화되며 곳곳 에서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 이들이 도산할 경우 금융기관으로 부실이 전이될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등으로 대량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실물 위기 가 금융 위기로, 또다시 실물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가 역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상금융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재난기본소득 지급도 고려하고 있다.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은 불가 피하며, 단기적으로 정책 당국의 과감한 자금 투입으 로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고 기업 도산을 막는 것은 적 절한 대응일 것이다. 다만 시장기능이 약해진 상황에 서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금이 적시적소에 유입돼야 한다.

다만 유동성 리스크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고리를 차단할 수 있도록 기업 자금 지원 시 고용유지 조건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해야 하며, 경제 회복에 가장 중요한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국가 재정건 전성 훼손이 우려되는 만큼 가계 지원 측면에서도 모 든 국민에게 현금지원을 살포하기보다는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 위주로 선별적으로 진행하고, 내수 침체에 크게 타격을 입은 분야로 적절히 흘러갈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를 생각할

역사를 돌아보면 과거 대규모 전염병의 창궐은 종종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현대 사회는 세계화로 인해 전염병의 확산에 더 취약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망가진 한국 경제가 회복하고 새로운 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전염병이 유행처럼 돌아올 것에 대비해야 한다.

먼저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위기 이전에도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져 있었던 만큼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기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위기 이후 경제의 체력을 보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위기로 여러 산업과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무조건적인 지원을 쏟아 부을 것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산업구조 및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미래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확산 직후 체계적인 의료 대응과 빠른 진단키트 개발로 주목을 받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양성을 양성하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에 대응하여 신기술 투자를 강화함으로써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편중을 완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다만 이번 위기의 영향으로 국제 사회가 과도한 세계화를 지양 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을 축소할 가능성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글/ 신유란 선임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