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INTRO

코로나發 경제 충격이 
밀려오고 있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 경제위기 충격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시장의 향방, 그리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조망해 보고 우리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비경제적 요인이 가져온 사상 초유의 경험

현대 경제사적인 측면에서 대부분의 경제위기는 시장의 문제가 원인이었다. 1970년대의 오일쇼크는 카르텔 결성이나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원유 공급 축소 우려가 원인이었고, 1990년대말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경제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선 과잉투자와 과도한 외채로부터 시작되었다. 2000년대 초반의 IT 버블의 붕괴는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비이성적 기대가 만들어 낸 허상이 문제였다. 그리고 2008년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과잉유동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금융·부동산 시장의 취약한 부분이 이를 견뎌 내지 못하고 터지면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껏 경험한 경제위기는 시스템의 과부하 또는 시장의 실패에 원인이 있었기 때문에 비록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처방은 고장난 시스템이나 시장의 기능을 치유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코로나19의 위기는 경제 시스템이나 시장과는 전혀 무관한 처음 경험하는 경제위기이다. 그래서 그 해결책은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스스로 잠잠해지거나 백신 개발이 빨리 되거나 하는 등 하늘에게 빌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우리는 직면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추락과 회복 시기

WHO(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전염병의 대유행 시기이다. 그러나 지역별로는 온도차가 있다. 한국과 중국은 안정화가 되는 듯이 보인다. 물론 예상치 못한 일들로 다시 전염병이 확산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다른 지역들보다는 그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여전히 상당히 많은 확진자수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회는 아노미(anomie) 그 자체로 공포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이제야 본격적인 고난의 시간을 겪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글로벌 경제의 바닥은 멀어 보인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핵심 축들의 상황이 안정되거나 아니면 최소한 끝이 보여야 경제와 시장의 회복력이 작동할 것이다. 그래서 상반기까지 주요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지금으로서는 과연 글로벌 경제위기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반기에 좋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위기가 증폭될 것 이라는 ‘지구 종말론’적 예언을 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글로벌 경제의 추락과 경제위기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단기간 내 극복 가능한 것인지 1930년대 의 대공황과 같은 장기 불황으로 변질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보아야 한다. 어느 쪽이든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전염병 확산 추이와 실물경제의 침체 강도 그리고 금융시장의 반응을 본다면, 극단적 경제위기를 생각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이 간다.

1분기와 2분기의 실물경제 지표는 분명히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큰 충격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국가와 일부 산업에서 보이는 지표들은 생각보다는 이번 경제위기의 침체 폭이 크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막연하지만 작은 희망을 품어보게도 만든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충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파동이 커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시간은 우리가 충격을 없애는 데에 도움을 못 줄 수도 있으나 최소한 충격에 적응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주면서 충격파의 파장을 점차 감소시킨다. 분명한 것은 세계 경제의 회복 시기는 모르겠으나, 지금부터는 충격의 강도가 조금씩이나마 완화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한국 경제에 닥치는 차례의 충격

가장 큰 범주로 잡을 때 한국 경제에 미치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은 크게 세 차례의 충격을 가정해 본다. 이 세 번의 충격은 서로 간의 순서가 존재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 기간 중첩도 가능한 상황이다. 가장 먼저 발생하고 있고 상반기까지 이어질 충격파는 바로 내수 침체이다. 이것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이어진 한국 경제의 침체를 의미하며 이번 코로나19의 1차 충격이라 할 수 있다. 주로 소비 및 투자 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 부문에서의 위기라고 보면 된다. 여전히 불확실성은 높지만, 지금의 1차 충격파는 이 정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고, 전염병으로 위축된 경제 활동이 더이상 억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에 이어질 2차 충격은 수출 경기의 침체라 생각된다.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전의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보는 것이 맞다. 특히, 세계 경제의 또 다른 축인 미국과 유럽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의 시차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2분기에서 3분기까지는 우리 수출 경기가 침체되는 국면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수출 산업은 시장의 위축에 따른 물량과 단가 하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특히, 주력 수출 산업인 자동차, 석유화학의 부진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반도체의 경우 아직은 그 방향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하튼 지금까지의 1차 충격은 주로 내수산업에 영향을 미쳤다면, 향후 전개되는 2차 충격은 수출 산업이나 주력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1차에서 2차 충격까지는 진행 중이거나 거의 확정적으로 벌어질 일들에 관해서이다. 그러나 3차 충격의 실제화 가능성을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3차 파도의 핵심은 우리가 경험했던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나 2008년의 금융위기의 모습과 유사하다. 즉,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경기마저 위축될 경우 기업이 도산하거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되는 경우이다. 더 나아가면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진행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멈추게 되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즉, 3차 충격의 핵심은 대량 실업이다. 그리고 기업의 소멸과 가계의 파산이다. 코로나19 위기의 그림자가 깊어지지만 아직 경제 시스템의 고장을 알리는 신호는 없다.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도 대공황은 물론 지난 동아시아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다시 겪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만은 막으려 필사의 노력을 할 것이다. 그래서 3차 파도의 도래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어떤 정책에도 경제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을 것이고 이는 침체가 침체를 부르는 가장 극단적 케이스인 대공황의 모습을 닮아 가게 될 것이다.


 

위협 요인과 기회 요인

코로나19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역설에 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들의 경기 대응책은 바로 무제한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이다. 그러나 공급 유동성과 시중 유동성은 같지 않다. 아주 예외적일 때 정부가 아무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도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바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었을 때이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가계나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미래 도산이나 실직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와 투자를 중단하고 유동성을 가지고 있으려고만 한다.

흔히 소비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예비적 저축의 동기가 모든 민간 경제주체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모든 경제주체 들이 유동성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경우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 상황 초기 국면에서 나타났던 달러화에 대한 집착이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통상의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금이나 국채 그리고 엔화 등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안전자산 가격들이 일제히 폭락하고 달러화에 대한 수요만 크게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비이성적인 행동이지만 시장에 불확실성이 그 정도로 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차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은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이나 가계의 입장에 서 또는 경화(硬貨, hard currency)국이 아닌 한국과 같은 국가의 입장에서 유동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걱정은 당분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재화나 서비스 수요를 고갈시키는 치명적인 시장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생각하고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절대 수요의 추락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절망적인 시간에도 우리에게는 기회 요인이 있다. 상황과 시대에 부합되는 시장 수요의 증가가 그것이다. 우선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경제 활동에 대한 요구치가 높아지는 점이다. 현재 인터넷 교육, 클라우드 등에 대한 수요 확대 그리고 오프라인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과 배송 산업의 성장을 목격하고 있다. 나아가 방역과 의학 기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바이오·제약 산업이 주력 신성장 산업으로 대두될 가능성을 아무 도 부인할 수 없다.


표 1. COVID-19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


 

맺음말

두려움은 싸워야 할 상대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서 우리가 가지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은 우리의 이성적 사고를 방해하기 쉽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에 서 본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며, 그 이전에 우리가 가지는 공포심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것과 그것이 가져오는 공포의 실체를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아직은 섣부른 감이 있으나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들을 보면서 경제적 측면에서 코로나19가 가져오는 영향을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절박함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된다. 언젠가는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그래왔듯이 우리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글/ 주원 이사대우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