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퍼스널 로봇’ 시대 앞당겨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일명 ‘코로나블루’(우울증)를 겪는 이들이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이전보다 크게 늘면서 심리적 고립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진 탓이다. 이 당시 집에서 마음 병을 치유할 ‘반려로봇’이 많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로봇 친구가 이제 현실에서 다가와 이렇게 얘기를 한다. “내가 너의 옆에 있을 거야. 난 감염병에 걸리지 않으니까.”

 

고령화·1인 가족 증가, 소셜로봇 시대 앞당기다

반려로봇은 소셜로봇(Social Robot) 분류 중 하나다. 로봇이 인지 능력, 사회적 교감 능력을 기반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 기술을 말한다. 소셜로봇은 사용자 및 환경을 인식하고, 주어진 상황에 따라 적합한 행위를 판단 학습해 사회적 행위를 표현하는 특징을 가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9년 진행한 기술영향평가 대상은 ‘소셜로봇’이었다. 기술영향평가는 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가져올 영향을 사전 분석·진단하는 것으로 부정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 영향을 최대화하는 대응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2001년 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에 기술영향평가가 의무화돼 2003년부터 올해까지 17년간 19개 기술의 평가가 진행됐다. 전문가로 이뤄진 기술영향평가위원회와 시민패널 15명으로 구성된 시민포럼을 구성, 소셜로봇에 대한 기술평가 결과를 도출해냈다. 다음은 소셜로봇에 대한 기술영향평가 보고서를 토대로 했다.

이번 기술영향평가 보고서 제작을 책임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변순천 정책기획본부장은 “소셜로봇 기술은 일반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직접 기여 할 수 있지만, 이용자가 다른 마음을 품을 경우 부정적 파급효과가 우려되는 기술이어서 발생 가능한 영향에 대한 사전 검토와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이 인간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 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이 필수적이다. 각종 센서로 인식한 상황을 종합하고 판단하며 학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소셜로봇 성능도 빠르게 향상될 전망이다. 또 사회 구조의 변화가 소셜로봇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사용자의 감정을 돌봐주고 교감하는 로봇은 인구가 고령화되고 1인 가족이 늘어나며 전통적 개념의 가족이 해체되는 현대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모양, 기능이 제각각인 소셜로봇

소셜로봇은 크게 생활지원, 교육, 정서지원, 돌봄지원, 엔터테인먼트, 안내 등의 분야로 나뉜다. 현재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은 생활지원 분야의 청소로봇 정도에 불과하지만 소프트뱅크의 '페퍼', 이족보행을 하는 '나오', 로봇강아지 '아이보', 노인 정서지원용 '효돌이' 등은 소셜로봇 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적인 AI ‘왓슨’에 접속해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대화할 수 있는 '페퍼'는 카메라로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감정을 헤아려서 상황에 맞는 대화를 건넬 수 있게 디자인됐다. 클라우드와 접속해 다른 페퍼와 연결할 수 있다. 현재 페퍼는 다양한 곳에서 안내 로봇으로 사용되고 있다. ‘나오’는 프랑스 알데바란 사에서 개발한 로봇이다. 이족보행 로봇이며 뛰어난 춤 실력을 갖췄다. 은행과 테마파크 등에서의 안내, 자폐 아동 및 행동발달 치료, 교육용 등 활용 범위가 제법 넓다. 프랑스의 로봇 스타트업 블루프로그로보틱스에서 만든 ‘버디’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제 할 일을 스스로 찾는다.

 


그림1. 페퍼(좌)와 버디(우)


 

국내 소셜로봇은 대부분 교육용이다. ‘잉키’는 달걀 모양 몸통에 머리 부분에 LCD 모니터를 붙였다. 실제로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 보조교사로 활약했다. 2010년 미국 타임이 선정한 ‘세계 50대 발명품’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2012년에 개발한 ‘키보’는 감정 교류가 가능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다. 키보는 웃고, 울고, 찡그리는 등 사람과 흡사한 얼굴 표정을 짓고 실시간 립싱크도 가능하다. 한글과컴퓨터에서 공개한 ‘로벨프’는 아이들을 돌봐준다. 머리 위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부모가 어플리케이션으로 접속하면 이 카메라를 통해 집안을 살펴볼 수 있다. LG전자가 개발한 ‘에어스타’는 2018년 인천공항에 배치된 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안내용 소셜로봇이다. 자율주행을 하고 앞면에 부착된 터치스크린은 물론 영어, 중국어, 일본어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해 공항 내 여러 시설을 안내한다.

 


그림2. 에어스타(좌)와 로벨프(우)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0에서도 최신 소셜로봇이 선을 보였다. 대표적인 제품 몇 가지를 살펴보면, 우선 국내 벤처업체 토룩에서 개발한 ‘리쿠’는 동물 모양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반려 로봇으로 분류될만하다. 리쿠는 기억하는 로봇으로서 사용자의 행동과 습관을 기억해 인식하고, 걸어 다니며 사용자에게 먼저 말을 걸고 소통을 한다. ‘마스켓’은 싱가포르 엘리펀트 로보틱스가 개발했다. 고양이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반려로봇이다. 사용자의 동작, 감정, 터치를 감지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실제 고양이처럼 걷기, 뛰기, 잠자기, 앉기, 스트레칭, 뒹굴기, 심지어 앞발을 번갈아가며 대상을 누르는 고양이 특유의 행동인 ‘꾹꾹이’까지 할 줄 안다. 일본 그루브엑스사에서 만든 소셜 로봇 ‘러봇’은 50개 이상의 센서와 360도 카메라, 마이크, 열화상 카메라로 인체를 인식하고 자극을 인지할 수 있다. 간지럼 태우면 웃기도 한다. 온기가 있어 안아주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펭귄 날개처럼 생긴 두 팔을 움직여 춤을 추거나 안아달라고 표시할 수 있다.

 


그림3. 마스캣(좌)과 쿠보(우)


 

2022년 이후 소셜로봇 시장 본격 성장
2025년 약 5조 규모

인간이 소셜로봇과 일상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은 언제쯤이 될까. 현재 다양한 소셜로봇들이 개발되고 상용화되고 있지만 높은 가격과 제한적 기능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셜로봇 시장은 인공지능이 로봇 기술과 접목되는 시기인 2022년 이후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소셜로봇이 기대치의 정점에 진입해 거품 붕괴 과정을 거치고 나면 5~10년 뒤인 2023~2028년께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벤처 투자업체 루프벤처스는 국제로봇협회와 함께 진행한 조사에서 가정용 로봇 시장이 2018년 20억 달러에서 2025년 44억 달러(약 4조 9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로봇 산업은 그간 산업용 로봇이 주도해왔다. 이런 시장 판도가 장기적으로는 서비스 로봇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AI 및 내비게이션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로봇 자동화와 움직임 구현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유형의 개인용 서비스 로봇들이 개발돼 활용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기술 발전은 필연적으로 산업을 변화시킨다. 소셜로봇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를테면 대다수 소셜로봇은 금속 등의 내구성 높은 물질로 외형이나 주요 골격이 구성될 것이다. 이에 따라 각종 금형 산업의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 로봇을 동작하는 부품인 모터, 액츄에이터 등의 부품을 작게 제작할 수 있는 제조업도 다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센서 등 관련 부품 산업 전망도 밝다. 2003년 개발된 물개 모양의 작은 소셜로봇 ‘파로’에는 촉각·소리·광·온도 센서 등 수 천 개의 센서가 설치됐다. 이처럼 소셜로봇에는 사용자의 감정 및 주변 상황을 탐지하기 위한 센서가 다수 필요하다. 기계 장치를 실내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매연이 발생하는 내연 기관보다 전기 모터류가 적합하다. 따라서 2차 전지나 소형 전기 모터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또 이동과 주행 솔루션이나 소셜 로봇이 주변 환경이나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 등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서지원 및 케어서비스의 주요 대상은 고령층이다. 이에 따라 고령층의 건강 상태나 생활 등을 모니터링 하거나 외로움과 고독감을 덜어주고 정서적 유대감을 제공하는 ‘시니어 케어’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서비스가 발전하면 고령층 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에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라이프케어서비스’ 시장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소셜로봇은 특수치료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언어치료나 음악치료 등 특수치료는 장시간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로봇은 이런 과정을 감정 노동의 어려움이나 대상에 대한 편견 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소셜 로봇이 특수치료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


글/ 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