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로 만든 생분해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
플라스틱 쓰레기, 인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
최근 오스트리아 환경청과 빈 의과대학 연구팀에서는 사람의 대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국내에서도 굴, 게 등의 해산물과 소금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주 식수원인 한강에서도 1m³당 약 0~2.2개 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기도 했으며, 하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과되어 그 양은 많지 않지만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인 한강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경계할 만한 일이다.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는 미세플라스틱이 마치 자석처럼 바다 속 유해 화학물질을 표면으로 끌어당겨 다시 해수나 해양생물 체내로 방출할 뿐만 아니라 제조 시 첨가되는 프탈레이트(Phthalate), 비스페놀 A(BPA), 노니페놀(NP) 등 독성 화학물질이 해수 및 해양생물 체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곳곳에서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 충분히 우리들 몸 속에 쌓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이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보통 그 입자가 작을수록 인체에 쉽게 흡수되며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플라스틱 쓰레기의 문제는 우리 인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임이 틀림없다. 물론 당장 플라스틱을 없앨 수는 없다. 플라스틱 소비와 쓰레기를 모두 줄이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며,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도 하루빨리 이루어져야만 한다. 여기에 하나만 더 붙이자면, 바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신재료 ‘바이오 플라스틱(Bioplastic)’을 개발하는 것이다.
참고로 바이오플라스틱은 미생물의 체내에 있는 폴리에스터를 이용하여 만든 플라스틱을 일컫는다. 이는 토양 중의 세균에 의해 분해가 잘 되고 생체에 쉽게 융합되어 매우 친환경적인 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래 서 바이오플라스틱은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100% 천연재료를 가공해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이미 몇몇 기업들이 이 바이오플라스틱 재료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이 분야는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엄청난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우유로 만든 생분해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
최근 프랑스 리옹에서 2014년에 창업한 스타트업 ‘락팁스(Lactips)’가 새로운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해 화제다. 락팁스는 세계 최초로 우유에서 단백질의 주요 성분인 카제인을 뽑아내 이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냈다. 락팁스는 산업·농업용 우유를 이용해 열가 소성 펠릿(Pellets)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참고로 펠릿은 열 성형, 필름 또는 임의의 종류의 플라스틱을 생성하기 위한 플라스틱의 원료라고 할 수 있다. 이 펠릿을 가공하면 열가소성 특성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 용기부터 비닐 패키지까지 다양한 제품 들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락팁스의 바이오플라스틱은 물에도 용해가 되고, 100% 자연 분해될 뿐만 아니라 사람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매우 안전한 소재이기 때문에 지금의 플라스틱의 단점을 보완하는 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우유는 유통 기한이 짧아 쉽게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우유는 딱히 재활용할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 락팁스의 기술로 전 세계 수많은 우유들이 새로운 플라스틱 소재로 재탄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락팁스는 EU의 호라이즌 2020의 프로그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머지않아 대규모 공장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우유 펠릿을 생산해 프랑스와 유럽 각국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이런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들이 많이 개발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맥도날드 폐식용유로 만든 3D 프린트용 바이오플라스틱
국내의 경우 폐식용유는 일반적으로 수거함을 통해 처리된다. 일반 식당에서는 폐식용유를 수거해가는 업체들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싱크대에 그냥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폐식용유가 바로 하수도 오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폐식용유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일반 가정에서 폐식용유를 수거해갈 수 있는 더욱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해내야 할 것이며, 이 폐식용유를 재활용한 제품들이 더욱 많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폐식용유는 보통 비누로 재활용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해외에서는 폐식용유를 가공해 만든 친환경 바이오 에너지가 상용화되고 있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심슨(Andre Simpson) 교수의 연구팀은 폐식용유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놀랍게도 이들이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은 3D 프린트 필라멘트용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기존 플라스틱 필라멘트보다 생산단가가 더욱 저렴하고, 100% 자연분해가 가능해 매우 친환경적인 소재이다.
보통 플라스틱 수지는 1리터당 486유로(약 64,000 원)의 생산 비용이 발생한다. 심슨 교수는 폐식용유로 만든 수지는 1톤당 278유로(약 37,000원)의 비용만으로 생산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2017년 어느 날 심슨 교수는 일반 3D 프린트용 필라멘트의 분자가 식용유 내 지방 분자와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발견을 계기로 그는 폐식용유를 사용해 레진(수지)을 만들기 시작했다.
3년 간의 연구 끝에 연구팀은 맥도날드 폐식용유 1ℓ의 식용유를 사용해 420㎖의 레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레진을 3D 프린트 노즐을 통해 0.1mm의 레이어로 나비 출력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연구팀은 이 바이오플라스틱 출력물이 자연 분해되는 것을 발견했다. 자연 상태에서 2주 후에 무게가 20% 정도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표면에 페인트나 약품으로 코칭 처리를 한다면 출력물이 자연 분해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식당이 폐식용유를 처리하기 위해 폐기물 처리 업체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 심슨 교수는 이런 폐기물들이 3D 프린트용 레진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활용된다면 더 많은 기업들에 경제적인 이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바이오플라스틱은 폐식용유와 같은 기름을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폐식용유를 활용해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꼭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공기를 가공해 만든 단백질 ‘에어 프로틴’
지금 인류는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미래 식품’을 개발해야 하는 위기의 상황에 처해있다. 지금까지 우리 인류가 무차별적으로 먹어왔던 음식들이 미래에도 무한 공급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환경의 문제는 고스란히 식량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미래 식품으로는 곤충과 인공고기 등 단백질 공급 원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우선 우리 인간이 먹는 음식 중에서 단백질만큼 중요한 게 없으며, 환경적으로도 낙농업이 일으키고 있는 환경 문제를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육류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키 버디(Kiverdi)’가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중에 포함된 성분과 재생 가능 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신개념 단백질 ‘에어 프로틴(Air Protein)’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공기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려는 아이디어는 원래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나온 것이다. 1960년대 나사는 한정된 공간과 자원 하에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수소를 산화하여, 에너지를 획득해 독립 영양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단세포 생물 ‘수소세균(Hydrogen bacteria)’ 을 발견했다.
키버디는 이러한 NASA 연구 성과에서 영감을 얻어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대기 성분을 영양가 있는 단백질로 전환하는 방법을 연구해 지금까지 5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결국 키버디는 수소산화세균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산화탄소에서 필수 아미노산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소산화세균을 발견했다. 핵심은 이산화탄소·산소·질소 등 대기성분과 재생가능에너지에서 동물성 단백질과 동일한 아미노산 조성을 가진 에어 프로틴을 생성하는 것이다. 에어 프로틴은 9종류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동물 단백질에 가까운 아미노산 수치를 갖췄고 2배에 이르는 아미노산을 포함하고 있다. 또 에어 프로틴은 채식 식사에선 섭취하기 어려운 비타민 B12와 니아신, 티아민 등 비타민B도 포함하고 있다.
키버디에 따르면 가루 형태의 에어 프로틴은 비타 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포함된 완전단백질로 계절에 상관없이 기존의 1만분의 1의 토지와 2,000분의 1의 물로 단기간에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햄버거 패티 등의 대체 고기 원료를 비롯해 파스타, 시리얼 등 다양한 가공 식품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키버디 외에도 핀란드 스타트업 솔라푸드(Solar Foods) 가 이산화탄소·물·전기를 이용해 생성하는 단백질 ‘솔레인(Solein)’을 2021년까지 상품화할 계획이다. 앞으로 이들처럼 토지와 수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미래 식량을 생산하는 기술이 하루빨리 상용화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