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세계와 통한 K스타트업
- CES 2020 혁신상 대거 수상

 



그림 1. 국내 스타트업이 크게 주목받았던 CES 2020의 티저 포스터

 

CES 2020에서 필자가 제일 뿌듯하게 느낀 하나는 K스타트업의 기술과 비전이 해외에서도 통할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LG전자 일부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던 CES 혁신상 수상자로 국내 스타트업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CES 주관사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 해 초 3D 프린팅, 헬스케어, 로봇 등 28개 분야 464 개 제품에 ‘CES 2020 혁신상(Innovation Awards)’ 을 수여했다. 이 중 31개 제품은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 수상자다.

CES 혁신상은 행사 주관사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 (CTA)가 CES 전시회에 전시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혁 신성, 기술력, 디자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년 수여하는 시상제도다. 그리고 28개 분야 중 최고의 점 수를 받은 제품 한 개 혹은 두 개를 선정해 부여하는 것이 바로 최고 혁신상이다.

올해 464개 CES 혁신상 수상제품 중 한국 기업의 제품은 44개 기업이 선보인 총 101개였다. 이 중 스타 트업을 비롯한 중소·벤처기업은 34곳으로 한국 수 상 기업의 77%를 차지했다. 창업한 지 7년이 되지 않 은 스타트업도 24곳에 달했으며, 이들 중소·벤처기 업 중 상당수는 올해 처음으로 CES에 제품을 출품한 회사였다. 이들 중소·벤처기업을 제외한 한국 수상 기업은 대기업 6개사, 중견기업 2개사, 대학 2곳 등이 다. 대기업 중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아메리카는 최고 혁신상을 포함해 TV, 오디오, 모니터, 생활가전, 모바 일, 반도체 부문에서 모두 39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LG전자와 LG전자USA도 스마트홈, 생활가전, TV 등 다양한 부문에서 모두 17개의 혁신상을 거머쥐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매년 수상규모에서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CES 혁신상을 싹쓸이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 에서 혁신상을 받은 기업은 SK매직, 두산모빌리티이 노베이션, 코웨이, 바디프랜드 등이 있다. 이중 두산 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드론을 선보여 큰 관심을 이끄는 한편 최고 혁신상까지 수상 했다. 혁신적인 연료를 채택한 드론 제품으로 20분 내 외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비행시간을 무려 2시간으로 늘린 것이다.

 

34개 한국 스타트업, 18개 분야 ‘혁신상’ 수상 영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CES 2020에서 가장 흥 미로운 점은 혁신상을 받은 한국 스타트업 중 상당수 가 올해 처음으로 CES에 출품한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해외수출 지원사업의 일환으 로 CES 2020 전시회에 스타트업의 진출을 독려했고, 그 덕분에 2019년 대비 무려 77%나 늘어난 200개사가 참여 및 출품을 함으로써 얻어진 결과로 보인다.

CES 2020에 한국 기업은 총 390개사가 참여해 국가별 참여순위에서 미국(1,993개사), 중국(1,388개 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국가별 스타트업 참여순 위도 미국(343개사), 프랑스(240개사)에 이어 우리나 라가 세 번째로 많았다.

CES 혁신상이나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고 해서 해 당 제품이 ‘대박’ 아이템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82명의 미국 산업계 및 미디어 분야 전문가들 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가 전 전시회에서 혁신상을 받았다는 것은 해당 제품의 기술력과 혁신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 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이 이 상을 받는다면, 해외 인지도 상승효과를 통해 단번에 해외 시장에서 위상 을 높일 수 있는 호재를 만난 격이다.

CES 2020에서 한국 스타트업 34개사가 CES 혁신 상을 대거 수상했다는 점은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 다. 지금까지 CES 혁신상을 받은 국내 기업들은 삼성 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코웨이 등 중견기업, 그리 고 일부 스타트업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올해 CES 혁신상은 수상한 한국 기업 중 무려 77%가 스타트업 이었다. 물론 수상 제품 수로만 따지면 삼성전자 등 6 개 대기업의 수상제품이 61개로, 전체 국내 기업 수 상 제품의 60%를 차지한다. 즉 일부 대기업이 선전하 고 있던 CES 혁신상 수상 활동에서 드디어 국내 스타트업의 도전이 본격화되면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34개 수상기업의 35개 수상제품을 분야별로 나누 면, △헬스케어 및 웰니스(Healthcare & Wellness) 8개 제품 △스마트시티 3대 제품 △웨어러블 테크놀 로지 3개 제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기술(Tech for a Better World) 3개 제품 △스마트홈 2개 제품 △지속 가능성, 에코 디자인 및 스마트에너지(Sustainability, Eco-Design & Smart Energy) 2개 제품 △고성능 홈 오디오와 비디오(High Performance Home Audio and Video) 2개 제품 △헤드폰 및 개인 오디오 2개 제 품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3D프린팅, 포터 블 미디어 플레이어 및 액세서리, 홈 어플라이언스, 가상현실·증강현실, 모바일 디바이스 및 액세서리, 드론 및 무인 시스템, 차량 지능화 및 교통, 소프트웨 어 및 모바일 앱, 접근성(Accessibility), 로보틱스 분 야에서 각각 1개 제품씩 선정됐다. 28개 분야 중 18개 분야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혁신상을 거머쥔 것이다.

 

눈에 띄는 수상 기업들

이번 CES 2020 혁신상을 받은 한국 스타트업 중에 는 눈에 띄는 회사들도 있다. 먼저 대기업들의 전유 물로 인식됐던 CES 2020 최고 혁신상을 스마트팜 회사인 엔씽(n.thing)이 수상했다. 엔씽은 스마트시티 분야에 IoT 기반 모듈형 스마트팜 제품 ‘플랜티 큐브 (Planty Cube)’를 출품해 CES 2020 최고혁신상을 받 았다. 엔씽은 2016년 중소벤처기업부의 글로벌액셀 러레이팅 사업을 지원받아 미국, 중국, 아랍에미리트 등 전 세계를 누비는 글로벌 스타트업이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림 2. 국내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최고 혁신상’을 받은 스마트팜 회사 엔씽(n.thing).

 

김혜연 엔씽 대표는 2010년 외삼촌과 함께 우즈베 키스탄에서 비닐하우스 토마토 농장을 만드는 프로젝 트를 진행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4차 산업혁명의 가 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한양대학교에서 전자 부품연구원 사물인터넷 플랫폼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 을 계기로 2014년 1월 엔씽을 창업했다. 이후 크라우 드 펀딩을 통해 아이템 개선을 지속한 덕분에 적은 자 본으로 성공해 이번 CES 2020에서 최고혁신상을 수 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국내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2개 분야에서 CES 2020 혁신상을 받은 기업도 있다. 공기청정기 제조 회사인 다담마이크로는 광촉매 공기청정기 퓨리팟의 신모델인 퓨리팟 에어프레임(헬스케어 및 웰니스 분 야)과 퓨리팟 에어램프(스마트홈 분야) 2개 제품으로 CES 2020 혁신상을 받았다.

또한 박테리아의 신속한 검출을 위한 IoT 센서를 개 발한 기업인 더웨이브톡(THE.WAVE.TALK)의 김영 덕 대표는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회 수한 이후 재창업을 통해 CES 2020 혁신상을 받았다. 김영덕 대표는 배터리 기업을 창업했으나 50억 원의 부채 속에서 투자사와 직원들 모두가 포기했음에 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흑자 전환한 이후 2014년 투자금 회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벤처 투자자로서 후배 창업기업을 돕던 그는 재창업을 결 심하고 더웨이브톡을 창업해 CES 2020 전시회에서 홈 어플라이언스 분야의 혁신상을 받았다.

 

CES 2021 혁신상에 도전해 보자

많은 한국 중소벤처기업들이 CES 2020 혁신상을 수상했다는 점은, 해외 시장 진출을 꿈꾸는 많은 스타 트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CES에 처음 도전 했던 스타트업 중 상당수가 첫 도전에서 혁신상을 거 머쥘 수 있었던 만큼 해외에서 인정받고 싶은 기술이 나 제품을 보유한 기업들은 당장 도전해볼 만하기 때 문이다.

CES 혁신상을 수상하면, 자연스럽게 해외 홍보가 이뤄진다. 킥스타터, 인디고고 같은 해외 유명 크라우 드펀딩 회사에 입점하기가 용이하고, 입점 후 좋은 성 과를 거둘 가능성이 커진다. Y콤비네이터 등 해외 유 명 인큐베이터 회사들과 제휴를 맺을 가능성도 높다. 전시회 기간 동안 해외 바이어들과 영업 협상 등의 기 회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무턱대고 해외 진출을 추 진했을 때 겪을 수 있는 많은 시행착오를 상대적으로 손쉽게 극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일단 CES 혁신상을 수상하게 되면, CES 홈페이지 게재와 함께 CES 혁신상 수상 제품 쇼케이스, CES 공 식 매거진인 ‘It Is Innovation(i3)’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다. CES 전시장 부스에 혁신상 트로피나 패널을 설치하면 참관객들의 관심을 끌기도 쉽다. 자연스럽게 홍보와 영업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듬해 CES 혁신상에 도전하려면 매해 9월초까지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CES 2020 혁신상의 경우 2019년 9월 2일까지 신청서 등록비가 750달러, 9월

3일부터 9월 13일까지가 950달러였다. 전시회에 부 스를 설치할 경우 등록비는 각각 350달러, 550달러였 다. 아마 CES 2021 혁신상을 위한 신청 기간도 올해 9월 즈음에 마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CES 혁신상에 도전하는 기업들을 위한 팁을 간단 하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혁신상 시상 부문별(올해의 경우 28개 분야)로 자사 제품이 도전해볼 만한 영역을 잘 추려야 한다. 단, 분야가 중첩될 경우 한 제품으로 복수의 분야에 응모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등록비는 각각 제출 해야 한다.

한 가지 혹은 복수의 응모 분야가 결정됐으면, 해당 분야의 과거 수상 제품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살펴보면, 과거 수상 제품이 왜 선정됐는지를 대략 파악할 수 있다. 제품에 담긴 기술 과 혁신성이 핵심 선정 요인이라는 관점에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CES 2020에 선정된 국내 스타트업을 직접 만나 응모 과정에 대한 노하우를 들을 필요가 있 다. CES 2020 혁신상의 경우 미국 산업계와 미디어 분야 전문가 82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전문 가 분야별로 소위원회식의 심사 과정을 거쳤을 가능 성이 높다. 따라서 장황한 설명보다 해당 분야 전문 가가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의 우수성과 혁신 성의 핵심 장점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해 보 인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벤처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 면, 매년 CES 전시회에 출품하는 기업들에 대한 재정 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CES 혁신상에 도전할 수 있는 기업들을 발굴하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의 지원도 제공했으면 한다. 국내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핵심이므로, CES 혁신상 도전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기회이다.



그림 3. CES 홈페이지에 게재된 CES 2020 혁신상 수상작들

 


 


글/ 박서기 소장
박서기IT혁신연구소, 한양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