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INTRO

AI·헬스케어 혁신의 날개를
CES 2020

 


그림 1. 전 세계 18만여 명이 관람한 CES 2020

 

 

코로나19 사태의 파장으로 세계 주요 전시회가 대거 취소되었다. 그렇기에 지난 1월에 개최된 CES 2020 전시회는 사실상 디지털 전자산업의 미래를 조망해볼 있는 상반기 유일한 글로벌 행사가 되어버렸다.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인 CES 2020(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이 지난 1월 7일부터 10일까 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됐다. 올해 행 사에는 전 세계 161개국, 4,500여 기업이 참가했으 며, 참관객 수는 18만 명 이상에 달했다. 우리나라 기 업은 390개사가 부스를 마련해 국가별 참여순위에서 미국(1,933개사), 중국(1,368개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최근 2~3년간 CES 전시회의 주요 테마는 차세대 모빌리티,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증강 현실·가상현실(AR·VR), 로봇, 스마트홈, 헬스케어 등이었다. 이는 올해 CES 2020도 마찬가지였다.

주요 테마는 그대로였지만 각 테마를 둘러싼 주요 트렌드는 매년 적지 않게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5G 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념과 기술을 선보이는 정도 였지만, 올해는 5G 기반의 다양한 디바이스가 등장하 고 5G 기술을 응용한 산업별 적용사례를 다양하게 선 보였다. AI 기술도 마찬가지다. AI가 대세라는 핵심 메시지는 동일하지만 AI의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주요 기업들의 AI 사업 전략도 한층 더 구체화되고 있다.

 

보다 본격화되고 다양해지는 AI 주도권 경쟁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I는 CES 전시회의 가장 큰 화두였다.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변화한 점을 꼽으라 면, 전 산업 분야에 AI를 접목하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노린 AI 주도권 경쟁이 전방 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인공 인간’ 프로젝트인 네온(NEON) 을 선보였다. 인공 인간은 실제 인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한 일종의 ‘아바타’ 로, 움직임과 입 모양 등을 모두 AI 소프트웨어를 통 해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의 사내 벤처 조직 ‘스타랩스(STAR Labs·Samsung Technology & Advanced Research)’가 개발한 ‘코어 R3(CORE R3)’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만들었다. 네온 기술을 활용하면 가상 뉴스 앵커, 가상 접객원으로부 터 AI로 제작된 영화배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지 털 인간을 생성할 수 있다.

AI를 접목한 스마트홈 제품과 솔루션도 대거 선보였 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선보인 지능형 반려로봇 ‘볼리’ 가 대표적인 예다. 전시장에 등장한 스마트홈 제품과 로봇 제품은 예외 없이 AI 기반으로 운용되는 것들이 다. 자동차가 스마트폰에 이은 차세대 ‘스마트 디바이 스’로 주목 받으면서 AI를 접목한 신개념 모빌리티 기 술도 대거 전시장에 등장했다. 구글과 아마존은 스마 트홈을 넘어 자동차 영역에서도 ‘지배적인’ 인터페이 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가전업체, 자동차업체와의 전방위적인 협력을 과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 간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다.

구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야외 부스를 설치하 고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TCL 등 주요 제조사의 기기를 진열하는 한편 구글 어시스턴트의 다양한 활 용방안을 소개했다. 또 전시장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부 스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위한 공간을 조성하고 구글 어시스턴트 전담인력을 배치하는 등 다양한 산업분야 에 걸친 제휴를 강조했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차량 2대를 전시하고,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 용해 차량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집 안의 전등 스위치를 제어하는 모습도 시연했다.

아마존은 소비자들의 스마트홈 경험이 차 안에서도 구현되길 바란다면서 알렉사 이용자라면 집에서 가능 한 모든 제어를 차 안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 획이다. 아마존도 이번 전시회에서 자동차 업체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아마존은 이번 CES에서 람보르기 니 우라칸 에보와 전기차 업체 리비안(Rivian)의 2개 차종에 알렉사를 탑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마 존은 이와 함께 엑손모빌과 제휴를 맺고 알렉사를 지 원하는 차량 이용자가 엑손모빌의 주유소에서 음성을 통해 아마존 페이로 주유비를 결제할 수 있도록 할 예 정이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각각 자사의 AI비서를 응용한 차량용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 였다.

 


그림 2. 삼성전자의 ‘인공 인간’ 프로젝트 네온(NEON)

 

차세대 모빌리티 주도권 경쟁 후끈

올해 CES 전시회의 모빌리티 분야는 참여 업체도 대폭 늘고, 관련 제품도 더 다양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벤츠, BMW, 아우디,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들은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스마트시티와 연계한 신개 념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였고, 현대자동차는 우버 와 협력하여 개발 중인 도심항공 모빌리티 시제품을 선보여 관람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모빌리티 분야의 흥미로운 변화 중 하나는 전자, ICT 기업들이 각종 자율주행차 및 전기자동차 관련 시스템들을 잇달아 선보였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차, 전기자동차 시장을 놓고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와 ICT 기업 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는 차세 대 모빌리티 시장의 생태계가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시사한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인포 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고, 소니는 토요타와 함께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비전-S’를 공개하면서 이미지 센싱 기술과 다양한 센서 기술을 선보였다. 모 바일 디바이스용 칩 시장의 강자 퀄컴은 자율주행차 운영시스템인 ‘스냅드래곤 라이드’를 처음 공개했다.

 


그림 3. 현대자동차와 우버가 협력하여 개발 중인 도심항공 모빌리티 제품

 

모빌리티 시장에서 새롭게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 술은 도심항공 모빌리티 제품이다. 헬리콥터 제조사 인 벨 헬리콥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에어택시용 항공기 ‘넥서스 4E’를 선보였고, 현대자동차도 우버와 협력하여 개발하고 있는 에어택시 콘셉트 모델인 ‘S- A1’을 실물 크기로 전시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모빌리티 시장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요소 기술을 선보인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도 많은 이목을 끌었 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1회 충전으로 2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한 수소연료전지 드론을 선보여 CES 2020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기존 드론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배터리 문제를 의미 있는 수준 에서 해결한 것이다.

 

헬스케어 및 웰니스, 대세 테마로 두각

CES 2020에 참가한 헬스케어 및 웰니스 기업들은 전년보다 20% 이상 증가했으며, 한국의 헬스케어 및 웰니스 스타트업들이 다수 참가해 다양한 분야에서 CES 2020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큰 성과를 나타내기 도 했다.

국내 스타트업 중 참케어는 초경량 손목밴드형 혈 압계 H2-BP를, 엑소시스템즈는 근력강화 웨어러블 기기를, 올리브헬스케어는 손쉽게 복부지방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선보여 각각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스타트업 웰트도 낙상방지용 스마트 벨트로 CES 혁 신상을 수상했으며, 한양대학교도 시각장애인용 스마 트 지팡이로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우수 과제로 선정 되어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두피케어 탈모 예방 솔루 션 ‘비컨’과 마스크 없이도 심폐운동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운동검사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한 FITT가 주목 받았다.

헬스케어·웰니스 분야는 디지털 치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제품이 다양해졌다. 즉 소프트웨어 기능을 이용해 헬스케어 제품이나 서비스가 보다 진 일보된 개인 맞춤형 치료 서비스로 변모하고 있는 것 이다. 영국의 DNA 넛지(DNA Nudge)는 DNA를 분석 한 다음 웨어러블 밴드로 음식물의 바코드를 인식하 면 자신에게 적합한 음식인지, 해로운 음식인지를 알 려주는 앱을 선보여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 중 참관 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 스타트업 홍복 역시 홍채를 촬영해 80여 가지의 건강 상태를 진 단해 주는 서비스로 많은 참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 평을 이끌어냈다.

이번 전시회에는 수면의 질을 측정하거나 숙면 을 지원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슬립테크 관련 제품 들도 대거 선보였다. 슬립 넘버스(Sleep Number’s) 는 숙면에 도움이 되는 스마트 베드 ‘클라이미트 360(Climate360)’을, 스웨덴 스타트업 덕시아나 (Duxiana)는 아마존 알렉사 음성비서를 지원하는 ‘Dux 스마트 베드’를 선보였다. 이밖에 필립스, 어고 나이트(Urgonight), 인테라존(InteraXon) 등도 숙면 에 도움이 되는 헤어밴드 제품들을 전시했다.

 


그림 4. 웨어러블 밴드를 선보인 영국 헬스케어 스타트업 DNA넛지

 

응용 로봇 등 다양한 신기술 ‘인기’

로봇의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올해 CES 전시 회에서는 보행보조, 요리보조 로봇, 바리스타 로봇, 피자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특화된 로봇들이 상당수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능형 반려로봇 ‘볼리’를 선보였다. 볼 리는 공 모양의 로봇으로 사용자를 인식해 따라다니 며 집안을 모니터링하고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제어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스마트 키친 전시공간에 서 셰프 로봇이 커피를 내리고 요리를 돕는 과정을 시 연했다. 이에 맞서 LG전자는 국수를 삶고 설거지를 하는 등 서빙을 하는 로봇 클로이 신제품을 선보였다. CES에 처음 참가한 두산그룹의 두산로보틱스는 사 람과 같이 작업을 하는 협동로봇들을 선보여 많은 관 심을 모았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 로봇이 DJ와 함께 대형 광고판을 돌리며 묘기를 부리는 ‘사인 스피닝’ 공 연으로 관람객을 맞이했고, 협동 로봇 바리스타는 관람객에게 드립 커피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미국 스타트업 피크닉은 1시간에 최대 300판의 피 자를 만들 수 있는 피자로봇을 선보여 많은 관심을 모 았고, 중국 로봇 회사 엘리먼트로보틱스는 실제 고양 이처럼 행동하고 ‘앉아’ 등 20개의 음성 명령을 알아듣 는 반려 로봇 고양이 ‘마스캣(MarsCat)’을 선보였다.

5G용 단말기 시장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의 폼 팩 터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조개껍데기(클램셀) 디자인의 폴더블 스 마트폰을 비롯해 화웨이의 메이트X 스마트폰, 모토로 라의 레이저 2019 스마트폰 등 다양한 폴더블 스마트 폰이 등장했다. 노트북 시장도 레노버의 씽크패드 X1 폴드, 델의 콘셉트 오리 등 다양한 폴더블 PC가 등장 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전시회에 많은 제품이 전시되지는 않았지만 푸드테크도 이번 전시회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식 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 육류 제조기업으로 유명한 임 파서블푸드는 식물성 돼지고기 패티 ‘임파서블 포크’ 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임파서블푸드는 식물성 소 고기 패티를 공급하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스마트팜으로 불리는 식물재배기도 이번 전시회에 대거 등장했다. 국내 스타트업 엔씽은 가장 큰 규모의 식물재배기를 전시했으며, 프랑스 스타트업 마이푸드 는 어항에 기둥을 설치하고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기 술을 선보였다. 또 에스토니아 스타트업 클릭앤그로 우는 블루투스 스피커 크기의 화분에 흙 캡슐만 넣으 면 작물이 자라나는 제품인 ‘스마트 가든3’을 전시했 는데, 이는 CES에서 선보인 식물재배기 중 가장 작은 규모의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시한 냉장 고 형태의 가정용 식물재배기도 많은 이들로부터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 밖에도 CES 2020 전시회에서 크게 주목 받 은 제품과 기술로는 델타항공의 ‘평행 현실(Parallel Reality)’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스캐너에 탑승권을 인식시키고 원하는 언어를 선택하면 전광판으로 한국 어 인사말과 승객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다 른 승객의 눈에는 해당 승객이 선택한 언어의 인사말 이 보인다. 하나의 안내판에서 4명의 승객에게 각각의 언어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평행 현실’은 같은 화면을 봐도 다르게 보이는 ‘멀티뷰 픽셀(multi- view pixels)’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로, 단일 안내판 으로 다수의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 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를 체험해본 관람객들은 직접 체험해보고도 믿기지 않는 서비스라며 놀라움 을 나타냈다. 아모레퍼시픽의 3D 프린팅 맞춤형 마스 크팩도 크게 관심을 모았다. 얼굴 크기와 피부 상태를 체크해 최적화된 마스크팩을 3D 프린터로 즉석 제작 해 주는 솔루션이다.

 


그림 5. 아모레퍼시픽의 3D 프린팅 마스크팩

 


 


글. 박서기 소장
박서기IT혁신연구소 / 한양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