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차세대 모빌리티,
백가쟁명 경쟁 본격화

 

지난 100년간 자동차는 전문업체만 생산하거나, 최소한 자동차 업체의 도움을 통해서만 만들 있는 제품이었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 이와 같은 우리의 고정관념이 바뀌는 사건이 발생됐다. 중심에 있는 있는 업체는 단연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 이다. 테슬라는 자동차 업체의 도움 없이 자동차를 만들어 벌써 4번째 양산모델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엔진’의 시대를 지나 ‘모터’의 시대로

자동차는 쉽게 구분해서 엔진, 미션 그리고 섀시의 3대 기술을 요구한다.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절대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 미션 역 시 대단히 중요한 기술이다. 엔진에서 나오는 힘은 회전력이 아니나 우리가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서 필 요한 힘은 회전력인데, 미션은 이를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이 역시 엔진과 함께 수십 년 이상의 기술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기술은 엔진과 미션을 중 심으로 조향 및 서스펜션 등을 구성해서 안정적으로 자동차 운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섀시 기술이다. 테슬라는 이 3대 기술요소 중에서 세 번째인 섀시 구성 기술만으로 이미 양산차 모델을 4개나 출시한 업체 가 되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들의 자동차가 ‘엔진이 없는 차’였기 때문이다.

엔진이 없는 차를 만 들었기 때문에 미션 기술도 필요 없게 된다. 모터 기술 은 엔진 기술에 비해 덜 복합적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서 필요한 모터를 장착하고 더 많은 전기를 넣어 줄 수 만 있으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고, 더 빨리 달리는 차 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역시 기술이 필요하긴 하 지만, 엔진이 더 큰 힘을 얻고 또 이를 기반으로 더 빠르게 달리도록 만드는 것에 비해서는 훨씬 쉽다. 따라 서 2003년에 창립한 테슬라모터스가 2008년에 양산 전기 자동차인 ‘로드스터’를 만들 수 있었다. 여기서 주 목할 점은 이와 같은 추세가 테슬라모터스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미 다수의 업체가 테슬라 이후 로 전기차 시장에 진입해 양산차를 생산하고 있다.


그림 1. 소니의 순수 전기차

그림 2. 중국의 전기차 업체 Byton의 M-byte

 

전기차 브랜드의 경쟁력은 ‘스마트화’

CES 2020에서 이와 같은 경향은 더욱 명확히 확인 되었다. 이미 중국의 테슬라라고 불리며 몇 년 전부터 관심을 받아 왔던 Byton은 M-byte의 양산형 모델을 전시했다. 이 회사가 2017년 9월에 설립되어 2018년 에 첫 번째 콘셉트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불과 2 년 만에 양산형 차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이 회사의 경쟁력도 있겠지만, 전기차가 그만큼 개발과 생산이 용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CES 2020 에서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던 소니의 전기 콘 셉트카 비전S에 주목해야 한다. 비전S는 콘셉트카이 지만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 국 이제는 전통 자동차 업체가 아닌 업체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양산차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는 가 능성을 확인시켜준 것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이처럼 전통 자동차 업체가 아닌 업체가 자동차 시 장에 진입하게 될 경우, 자동차 시장에 크게 3가지 변 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전기동력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전통 자동차 업체가 아닌 회사가 자동차 시장에 진입할 방법은 전기차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의 변화는 편의 성 및 엔터테인먼트의 강화이다. 쉽게 말해서 스마트 화이다. 자동차가 이동 수단을 넘어서 하나의 스마트 기기화 되는 추세를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테슬라나 Byton과 같이 새롭게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는 업체나 소니와 같은 기존 IT 산업의 강자인 업체가 제공하 는 자동차는 아무래도 자동차의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기존 자동차 업체를 뛰어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자동차 업체가 제공하는 수준까지 가능해지 면, 당연히 차별화 요인으로 편의성 제공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테슬라가 모델S에서 17인 치 모니터를 기본 장착하고 통신 모뎀을 내장해서 기 존의 스마트 기기가 제공하는 다양한 지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제공했다. 이번에 관심을 받았 던 Byton 역시 이와 같은 기능을 더욱 강화했다.

전면 대시보드에 48인치 와이드 스크린과 이동 중에도 비 디오 컨퍼런스가 가능한 솔루션을 장착하고, 미디어 플랫폼을 내장하여 대형 화면으로 필요한 콘텐츠도 언제든 쉽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니의 콘셉트카도 그 내부는 Byton의 M-byte와 크게 다르 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향후에 자동차 업체가 아닌 업체가 자동차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기술의 유사성 등을 고려할 때, 소니와 같은 IT 업체일 가능성 이 높다. 결국 이들 업체가 기존 자동차 수준의 주행 성능을 가진 전기차를 개발하고 차별화는 스마트 기능에서 찾으려 할 수밖에 없고, 각자의 기술적 배경을 감안해도 여기에서 승부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선사하는 매력

5G 상용화도 자동차의 스마트 기기화에 기여할 것 으로 본다. 자동차는 여타 IT 기기와는 다르게 내구연 한이 10년 전후로 길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 는 것에 있어서도 2~3년 이내에 변화가 있을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 면에서 자동차에 통신모뎀이 내장되는 것도 지연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9년부터 향후 최소 10년은 지속될 서비스인 5G 통신서비스가 상용화되 었다. 자동차 산업이 비 자동차 업체로 분화되어 나가 는 초기 국면에 새로운 통신서비스 표준이 상용화된 것은 의미가 높다. 따라서 향후 비 자동차 업체가 신 규로 출시하는 전기차의 경우, 통신 모뎀도 장착되어 자동차의 스마트 기기화를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예 상한다.

마지막 변화의 방향은 자율주행화이다. 테슬라 자 동차를 구매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전기동력보다는 자율주행 기능과 스마트 장치에서 더 매력을 느낀다 고 할 정도로 자율주행기능은 운전자에게 상당히 매 력을 주는 요소이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의 운전 관 여도에 따라 Level 0부터 Level 4까지 나뉜다. Level 0은 자율주행 기능이 전혀 없는 것이고, Level 3은 완 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간헐적으로 운전자가 운전에 관여하고 운전에 대한 최종책임이 운전자 에게 있는 수준이며, Level 4는 운전에 대한 최종 책 임이 자율주행시스템에 있는 정도로 완전한 자율주행 수준을 의미한다.

자율주행 개발초기에는 완전자율주행을 조기에 도 입할 목적이었으나, 점차 현실적인 대안으로 전략이 변경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운전에 대한 최종 책 임이 자율주행시스템에 있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인 발전뿐 아니라 법률 및 제도적인 합의 등 기술 이외 의 문제도 해결이 되어야 하며, 이러한 법률 및 제도 적인 합의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따라서 자동차 업계는 운전자가 운전석에 있으면서 고속도로 및 주요 도로에서는 안정적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Level 2+ 수준의 자율주행차의 도입을 우선적으로 가 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CES 2020에서 독일계 주요 자동차 부품 기업 ZF 는 소비자 가격 기준 1,000달러에 Level 2+의 자율 주행차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소비자가 자율주행차를 선택할 수 있는 수 준까지 도달한 것이고, Level 2에서 소비자가 더 원하 는 수준까지 한 단계 더 높인 Level2+ 수준이면 고속 도로 자율주행 및 자동주차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수 준으로, 자율주행이 요구되는 용도에 가장 최적으로 적용되는 수준이므로 시장의 빠른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추가로 Lidar 및 고사양 프로세서 적용을 통해 더 높은 신뢰를 확보한 Level 3 수준의 자율주행솔루션도 3,000달러 이하로 충분히 제공이 가능할 것 으로 보여,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전 단계 의 자율주행차 도입은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한다.


그림 3. 아마존 알렉사가 탑재된 리비안 전기차 RIS SUV

 


1. 일부 공개된 전기차의 주요 재원

 

Level 3 솔루션 가격에 핵심적인 요소는 Lidar로, 매년 CES에서 꾸준히 성능이 개선되고 가격도 낮아 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두기업인 밸로다인 뿐 아니라 파이오니아 및 중국계 기업까지 시장에 진입 하면서 성능 개선과 가격 하락을 가속화시키는 추세 는 지속되고 있다.

 

차세대 모빌리티, 극복해야 할 변수와 과제들

핵심 센서의 가격 하락뿐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것 과 같이 5G의 도입으로 인해서 자동차에 통신모뎀이 내장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이는 자율주행차 의 신뢰성을 더욱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자율주행차 도입을 가속화 시켜줄 요인이 된다. 그렇 다면 완전자율주행차 도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물 론 자동차 업체는 완전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노력 을 지속해서 할 것이고 법률 및 제도적인 합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적으로는 셔 틀, 배송차량 등 제한된 목적의 자율주행차 도입에 주 력할 것으로 보인다. 법률이나 제도라는 것은 결국 책 임소재로 귀결될 것이다. 모든 차가 자율주행차이며 블랙박스가 장착되어 있고, 모든 도로에 카메라와 센 서가 설치되어 있다면, 누구에게 과실이 있는지 또는 시스템상의 문제인지 등을 정확하게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율주행차 도입 초기에는 어쩔 수 없이 자율주행차가 아닌 차가 더 많 을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위반했을 경우, 자율주행차 는 원칙대로 대응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떤 사고가 날 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변수를 줄일 수 있는 사용처가 셔틀이 될 수 있다. 놀이공원의 주차장과 입 구 사이를 왕복하는 셔틀처럼 제한된 지역에서 제한 된 용도로 사용되어 충분히 모니터링 할 수 있고 다른 변수가 거의 없는 사용부터 적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 고, CES 2020에서도 주요 자동차 및 관련 업체들의 이와 같은 전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4.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토요타 자율주행차 E-Palette와 소형 배송로봇 Micro Palette, 보쉬의 자율주행차 셔틀, 현대모비스의 자율 주행차 콘셉트카, LG의 자율주행차 콘셉트카

 

셔틀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다면 미국의 라스트 마 일 배송이나 트럭의 고속도로 운행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셔틀보다는 더 많은 변수가 있지만,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판단된다. 안전과 신뢰를 가장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속도이다. 낮 은 속도로 운행하면 여러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승객 이 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낮은 속도 운행이 가능한 것 이다. 또한 운행 지역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된 인프라를 갖출 수도 있다. e커머스가 확대되는 상 황에서 물류의 증가는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라스트 마일 배송과 화물 배송 운전자를 구하는 것에 어려움 이 있고 비용도 증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도입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글/ 이학무 애널리스트
미래에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