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시장을 잘 아는 기술전문가 집단의 사업화 스토리

(주)아이페이지온

  2018년 11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KT아현지사 지하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서울 용산·서대문· 마포·은평·중구 KT 유무선 통신 서비스가 마비됐다. 일반 고객뿐만 아니라 카드 결제기를 사용하던 소상 공인도 피해를 입었다. KT아현지사 화재는 초연결사 회 통신 인프라의 중요성과 소위 ‘디지털 블랙아웃’에 대비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 19가 확산됨에 따라 혹여 기지국이 붕괴되는 국가 재 난 사태와 같은 긴급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통신 안 전성이 얼마나 강건할지 걱정이 된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혁신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 는 기업이 있어 소개한다.

통신 재난에 대비하는 이동형 기지국

  2013년 1월 설립된 ㈜ 아이페이지온(이하 아이페이 지온)이 2019년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수상제품은 ‘LTE 이동기지국용 임베디 드 소프트웨어 및 MCPTT 모듈’로 사람이 등에 메거 나 차량과 선박, 군함 등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이동형 기지국이다. 군부대의 무전 장비처럼 휴대 가능한 백팩 형태로 돼 있어 화재 등 자연재해 나 사고로 인해 기지국 통신망이 파괴되거나 통신 인 프라스트럭처가 구비되지 않은 산간·오지 등에서 손 쉽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존에 전화나 무전 통신을 하려면 거대한 고정 기지국에 의존해야 만 했지만, LTE망을 구비한 휴대용 기기 안에 동일 한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축약해 놓으면 고정 기 지국이 없는 곳에서도 비상 연락이 가능하다. 예컨대 2018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 때처럼 일대 통신망이 끊길 경우 아이페이지온이 개발한 이동형 기지국을 활용하면 무전 통신을 복구할 수 있다. 해군 군함이 배를 타고 고정 기지국이 없는 망망대해로 나가 야 하는 경우에도 가방 형태 기지국 하나만 있으면 통신 두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아이페이지온은 자체 LTE 코어망 시스템 기술력 을 토대로 개발한 이동기지국 전용 방송장비(H/W)와 경량화된 그룹통신기술(MCPTT) 플랫폼을 활용, 백팩 크기의 저전력 이동기지국을 제작했다. 무게는 9㎏에 크기는 일반 백팩 정도다. 그 안에 8GB 메모리와 128GB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2.0㎓ CPU 보드 시스템 을 모두 집어넣었다.


그림 1. MCPTT 플랫폼을 탑재한 소형LTE 이동기지국

  MCPTT 보드와 MCPTT 임베디드S/W 모듈로 구성 되어 있는데, 별도의 장비 없이 전파 커버리지(안테나 출력에 따름) 내의 LTE 단말에 LTE 접속 서비스 및 단 말 간 VoLTE 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산간오지 등 상용 LTE망이 없는 지역에 재난 안전 통신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또한 대형 스포츠 행사 등 고정형 상 용망 인프라의 네트워크 용량 부족 시 활용할 수 있으 며, 군대의 전술 통신망에서 기존 무전 시스템을 대체 하여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장을 잘 아는 기술전문가 집단의 사업화 스토리

  아이페이지온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성과를 사업영 역에서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 과 전문성을 활용하여 개발 및 사업화를 진행하였다. 고객의 잠재적 요구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강화된 기획력을 바탕으로 기술과 사업이 연계된 전략을 수 립하고 운영하면서, 시장에 미칠 파급력까지 확인해 나간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기술사업화의 성공사례 를 제시하고 있다.

  4세대 R&D - R&BD의 수행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이들에게 윌리엄 밀러와 모 리스 랭돈이 강조한 것은 R&BD이다. R&D를 수행 하는 이들의 특성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최초로 개발 해 그 성과를 알리고 자신들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 는 것에 만족을 느끼려고 한다. 하지만 기술개발이 사업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를 찾을 수 없으 므로, ‘R&BD, R&D with Business’가 강조되어 왔고, CInO(Chief Innovation Officer, 최고혁신책임자) 혹은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경영자) 가 한 편에서는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우 수한 제품(Dominant Design)을 개발하고, 다른 한편 에서는 이것들을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 인 노력을 기울인다.


그림 2. 4세대 R&D - R&BD

  아이페이지온이 새로 개발한 MCPTT 임베디드 모 듈의 구성을 보면 기존 이동기지국 서버와 차별화하여 전력 소모 절감 및 경량화 같은 제품의 차별적 성능을 강화할 것인가를 고민한 것은 물론(그림 3), 그에 최적 화된 임베디드 OS를 장착하여 기존 대형 서버나 신규 소형 서버 경쟁자들과 차별화하고 있다. 대형서버를 운영하는 삼성 등 대기업들이 조직 운영이나 시스템 설계에서 유연성을 보이지 못하는 틈새 영역을 선점 하여 집중하고 있으며, 그런 니치마켓(niche market) 에 소형 서버 경쟁자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들을 활용하여 전용 H/W & OS 를 개발하여 대응하고 있다.

  제품개발 주기가 짧은 기술기반 사업의 특성상 경쟁 자를 따돌리기 위해 기술경쟁력 확보를 우선순위로 두 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업적 성과 확보를 위 해서 고객의 요구에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기술과 사 업의 두 축이 연동해나가도록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그림 3. 신규 MCPTT 임베디드 모듈의 차별화

  다양한 관점의 전략 로드맵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제품을 선정하고 전략에 반영 하는 과정에서 사업적 직관을 가진 의사결정자들의 지시에 따르기도 하고(Top-Down), 실무 경험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제안하여 의사결정을 받아 수행하는 방법도 있다 (Bottom-Up). 이 두 개 제 안의 채택률은 70:30 정도가 일반적이다. 고급정보를 수시로 접하는 경영진이 사업적 경험을 바탕으로 지시 하는 사업 아이템을 실무진이 검토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리스크가 적고 실제 사업 성공률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더 많은 정보를 분석해 야만 개발이나 사업 타당성을 분석할 수 있는 영역에 도달하게 되면 실무진이 제안을 선정하고 전사적 전략 이 되는 로드맵에 반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림 4. Roadmaps Combine Multiple Perspectives

  아이페이지온의 경우 역시 그동안 의사결정자들의 직관과 고급정보에 따라 개발전략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능이 정립된 기술전략 부문에서 기회가 되는 테마의 제안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한편, 경영진이 선정하 고 지시한 사업 아이템들의 타당성을 심도 있게 검증 하고 있다.

  특히 주요 타깃 시장이 되는 국가재난망 구축 관련해 서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경영진 의 정보나 직관을 검증하기 위해 전문 기획인력들의 참여가 중요해지고 있다.

  소방, 경찰, 의료기관 등이 각각 쓰던 통신망을 하나의 망으로 통합하는 것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신 속히 보고하고 대처해야 한다. 예전엔 ‘통합지휘무선 통신망’이라고 불렀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멀티미디어 기능을 보강하고 철도망, 해수부 e내비게이션망과 통합 운영하기로 하면서 이름을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으로 바꿨다(그림 5).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망의 생존성인데, 지진이나 해일로 무선기지국이 파손되더 라도 재난 당국은 인명 구조를 위해 소통할 수 있어야 하므로 국내 재난안전통신망 특성에 맞는 기회발굴과 분석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림 5. 국가재난안전통신망

  병사(Soldier)가 아닌 전사(Warrior)형 기술전문가 들의 활약상

  흔히 조직으로 일을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조직의 시너지 효과는 상당히 크다. 비록 한두 명의 구성원이 실수를 하더라도 조직 전체의 성과가 떨어지지 않고 구성원들의 역량이 집결될 때 더 큰 시너지를 기대하 는 것은 당연하다. 기술경영(MOT, Management of Technology)에서 다루는 많은 연구방법론들은 조직 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어느 정도 조직의 규모가 있고, 1+1=3 이상이 되기를 기대 하기 때문이다.

  아이페이지온에는 다양한 기술과 사업 경험을 가진 기술전문가들이 많다. 조직의 규모가 작지는 않지만 대기업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연구원들은 다양한 기술영역에서 역할을 수행해 왔고, 그렇게 기 술적·사업적 경험을 쌓음으로써 등 떠밀려 앞으로만 나아가는 장기판의 말이 되기보다는 전문지식에 기반 해 의견을 제안하고, 협의하고, 방향을 잡아가고 있 다. 즉 지시받은 대로 일하는 병사(Soldier)가 아닌 적 극적으로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전사(Warrior)로서 스 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전문가 집단으로 성장해 나 가고 있다.


그림 6. 개발인력의 전문성 및 다양한 사업경험 – 사업적·기술적 강점

  사업 초기에는 경영진에 의한 신규 사업 테마 발굴 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 들어 전략기획부서와 연구 소에서 제안되는 테마의 채택이 늘어나는 이유도 이 들의 활동이 보다 활성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으로 조직이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들의 전문성을 더 긴밀하게 협의하고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동안 축적 된 노하우와 경험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숙성시키 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구성원들의 경험이 다양하다 보니 사업적 경험과 전문성이 앞선 이들도 있고, 기술력에 집중된 인력도 있다(그림 6). 기술전략부서가 정립되기 시작하고, 조 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 또한 집중되어 가고 있으므로 앞으로 조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참여를 확대해 나간다면 보다 탄탄하고 강한 기업으 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전문가집단의 성공을 기대하며

  2002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루어낸 월 드컵 4강 신화는 조직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이나 남미팀과 실력 차가 현격하던 시절, 사령탑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조직의 시너지 를 극대화하기 위해 유망한 선수를 발굴하여 멀티플 레이어형 인재로 양성했다.

  아이페이지온은 이미 남다른 사업적 감각으로 연구 개발을 수행하고, 잠재적인 시장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부지런히 고객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며, 다양 한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개발의 주역들이 뭉친 ‘작 지만 강한 기업’이다. 대중에게는 생소하지만 엄청난 성장세를 과시하며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숨은 강자로 서 아이페이지온이 세계 곳곳을 태극 물결로 가득 채워 나가기를 바란다.


신성일 사업본부장
㈜아이페이지온

공동 작성. 남태영 대표(SBI Consulting Korea),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