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생명이야기

신종 바이러스 대응
면역 상식 이야기

 

그림 1. 코로나 바이러스

 

인류는 그동안 수많은 전쟁을 치러왔으며, 그에 따른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페스트(흑사병)나 천연두와 같은 전염성 질병에 의한 피해였다. 21세기에 들어와 서도 신종플루, 사스(SARS), 메르스(MERS), 지카(Zika) 바이러 스 등 신종 바이러스 감염으로 보건 비상사태가 빈발해 왔으며, 최근에는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전염병의 전 세계적 대유행인 팬데믹(Pandemic)에 대한 우려와 공포감이 만연되 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에서 발표한 최근 100년간 유행한 10대 전염병(사망자 기준)에 서 8종이 RNA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한 질병이었다.

중국 ‘우한 폐렴’의 원인 바이러스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증이 확산되며, 면역 상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면역력 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미세먼지, 스트레스 등에 대응해 우리 몸의 항상성(恒常性)을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이다. 바이러스에 노출될 때 면역력이 강하면 감염을 예방할 수 있지만, 면역력이 많이 약할 경우 치료를 받아도 회복이 어려워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면역력이 건강한 생활의 바탕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보건의료 기술의 발달로 각종 전염병의 발생 빈도 가 낮아지면서 현대 사회가 ‘100세 시대’로 열리고 있지만, 원인 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는 ‘난치병’과 ‘코로나19’와 같은 신 종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그림 1).

신종 바이러스 감염에 대비한 대응 체계 마련이 인류에게 주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응해 나타나 는 신체 반응인 면역이란 무엇이며, 면역력 향상을 위한 일상생 활 습관은 어떻게 길들여야 할까.

 

면역의 발견

면역(免疫, immunity)은 감염성 질병에 대응해 우리 몸의 상 태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려는 인체의 반응이다. 면역을 의미하 는 ‘immunity’란 용어는 ‘역병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를 지닌 라 틴어 ‘immunitas’로부터 유래한 말로, 우리 몸의 내부 체계가 자신이나 종족의 존속을 위해 몸 밖에서 몸 안으로 침입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인체에 해를 끼치는 외래인자들에 대 한 생체 방어반응을 일컫는 말이다.

전염병에서 회복되면 그 질병에 대해 ‘면역력’이 생긴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1796년 영국의 의사 제너(Edward Jenner)는 우두 바이러스로 당시 사회에서 만연하던 천연두를 예방하는데 성공했다(그림 2). 그 후 180여 년이 지난 1980년 5월 8일에 이르러서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구상에서 천 연두가 사라졌음을 공식 선언했다. 이는 감염성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vaccine)’이란 면역무기 개발이 이루어져 가능했 던 것이다.

19세기 말에 파스퇴르(Louis Pasteur)가 백신으로 질병을 예 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면역 현상이 과학적으로 분석 되기 시작했다. 그 후 베링(Emil Behring) 등에 의해 면역의 실 체가 혈액에 들어 있는 항체라는 것이 밝혀졌으며, 베링은 그 업적으로 면역학 분야에서 첫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림 2. 우두를 접종하고 있는 제너

 

면역 반응과 면역력 키우기

면역 반응에서 몸의 외부에서 체내로 들어와 내부 환경에 영향 을 미치는 요인은 항원(抗原, antigen)이라고 부르며, 체내로 들어온 항원에 대응해 만들어지는 단백질 분자가 항체(抗體, antibody)이다. 항원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있는 신 종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세균)와 같은 병원체나 병원체로부터 분비된 독소뿐만 아니라 화학물질, 음식물, 약, 꽃가루, 동물의 변(便) 등 매우 다양하다.

면역 반응은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선천성면역( 先 天性免疫, innate immunity)과 태어난 후 환경에 적응하며 얻어 지는 후천성면역(後天性免疫, acquired immunity)으로 구분 이 된다(그림 3).

‘자연( 自 然 )면역’이라고도 부르는 선천성면역은 병원체의 본 질과 상관없이 개인의 유전적․생리적 요건에 따라 다르게 나 타나며, 항원에 대한 기억 기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선천 성면역 체계로는 항원의 침입을 차단해주는 피부의 점액조 직이나 산성이 강해 병원체를 약화시켜주는 위산 등을 들 수 있다. 선천성 면역에서 식균작용을 하는 식세포는 대식세포 (macrophage)와 혈액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작용하는 단핵세포가 있다.

‘획득(獲得)면역’이라고도 부르는 후천성면역의 특징은 처음 침 입한 항원을 기억했다가 같은 항원이 다시 침입하면 특이적으 로 반응해 그 항원을 제거하는 것이다. 후천성면역은 T세포가 관여하는 세포성면역과 B세포가 관여하는 체액성면역으로 구 분이 된다(그림 3).

 


그림 3.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에 관여하는 면역세포

 

‘세포성면역’은 흉선( 胸 腺 )에서 유래한 T세포가 항원을 인지해 림포카인(lymphokine)을 분비하거나 직접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작용이다. 분비된 림포카인은 대식세포를 활성화시켜 식 세포작용(phagocytosis)을 돕기도 한다. 세포성 면역은 주로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체액성면역’은 B세포가 항원을 인식한 다음 분화되어 항체를 분비하고, 이 항체가 감염된 병원균에 대항하는 면역 반응이다. 체액에 존재하는 항체는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 Ig 로 표기)이라고 부르는 당단백질(糖蛋白質)로 IgG, IgM, IgA, IgD, IgE 등 5가지가 있다. 한 실례로 IgG 항체는 태반을 통해 모체로부터 태아에 전달되기 때문에 신생아들이 출생 후 수개 월 동안 잘 감염되지 않는 모성( 母 性 ) 면역에 관여한다. 박테리아 감염으로 유발된 전염병은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 지만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통해 새로운 유형이 계속 발생하 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 그렇다면 현재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의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일상에서 어떤 면역 상식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까.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평소 면역력 증진을 위한 생활습관을 길들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면역력 증 진 방법으로 충분한 수면과 함께 비타민 A를 많이 함유하고 있 는 녹황색 채소나 비타민 C가 많은 사과, 귤, 딸기 그리고 비타 민 E가 많은 콩나물, 시금치, 견과류 등의 섭취와 햇볕을 쬐며 비타민 D를 충족시키는 것도 제안되고 있다. 인터넷이나 휴대 전화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정보 전염병’이 바이러스 에 대한 불안감을 증대시킬 수 있는데, 인터넷에 떠도는 유언비 어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바이러스 예방에 대한 주요 상식이다.

 


 

글. 방재욱 명예교수
충남대학교 생명시스템과학대학 생물과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