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SSUE 01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발병의 공통원인,
미토콘드리아 칼슘 증가 규명

 

전 세계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어서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6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고령화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등의 노인성 질환을 앓는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18’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70만 명 이상으로 65세 노인 인구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치매관리 비용은 14조 원을 넘어서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파킨슨병도 국내 환자가 이미 1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표적 노인 뇌 질환의 1, 2위에 해당하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직 없으며, 바이오젠, 릴리와 노바티스 같은 다국적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개발되어 오던 치매 치료제들은 작년 임상 3상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절실한 실정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인간질병 극복과 건강하고 행복한 국민의 삶을 목표로 다양한 질병의 원인규명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나노연구센터 내에 대사신경생리연구팀은 초파리 질환 모델을 이용하여 암, 대사질환, 노인 퇴행성뇌질환의 치료 전략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인간의 모든 세포내에 존재하는 세포소기관 미토콘드리아는 영양분으로 흡수된 포도당을 이용하여, 생명현상 유지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ATP를 생성하는 세포내 발전소와 같은 구실을 한다.

인간의 신경세포는 복잡한 신경망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여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는 신경생리와 퇴행성뇌질환 연구 분야에서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져 왔다. 특히, 노화, 유전적 결함이나 환경 위험요인에 의해 미토콘드리아가 기능이 저하되면 신경세포사멸 및 뇌손상을 촉진하여 장기간에 걸친 기억 손상과 운동기능 이상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본 연구팀에서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상을 초래하는 초기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면, 현재 치료제가 없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의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이 분야 전문 연구팀인 스탠포드(Stanford) 대학 연구팀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미토콘드리아에서 시작되는 퇴행성뇌질환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연구 초기에 세포 내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이동을 조절하는 Miro 단백질이 파킨슨병 환자 세포에서 정상인보다 현저하게 증가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증가된 Miro 단백질은 미토콘드리아와 소포체 간의 접촉면을 늘림으로 인해 미토콘드리아로의 과도한 칼슘 흡수를 촉진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신경세포의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축적되어 이를 통해 퇴행성뇌질환에서의 신경세포사멸을 초래하게 된다(그림 1). 

파킨슨병에서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미토콘드리아 손상이 미토콘드리아 칼슘의 과도한 증가에 의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연구팀에서는 시험관이나 세포가 아니라, 개체 수준에서 미토콘드리아 칼슘의 양을 분석할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 칼슘센서 시스템을 개발했다.

칼슘에 의해 형광 신호가 증폭되는 GCaMP 형광 단백질을 토대로 미토콘드리아에서만 특이적으로 칼슘에 반응하는 mito-GCaMP 형질전환 초파리 모델이 그것이다. 초파리 파킨슨병 모델과 알츠하이머병 모델의 뇌 조직에서 미토콘드리아 칼슘이 과도하게 증가 되어 있음을 관찰했으며, 이를 통해 뇌 신경세포사멸로 이어지는 것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초파리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모델에서 미토콘드리아로 칼슘을 흡수하는 채널 단백질을 차단하는 약물을 처리하거나, 유전자 발현을 감소시켰을 때,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신경 병변을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림 3).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된 미토콘드리아 칼슘센서 시스템을 이용하여 본 연구팀은 새로운 병인 유전자를 찾아내거나, 질환 모델에 적용하여 질병 증상을 회복시키는 약물을 빠르게 찾아내고 있으며, 나아가 미토콘드리아 이외의 세포소기관에서 칼슘 항상성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미토콘드리아 칼슘조절에 관련된 다양한 인자들을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신약 개발을 통해 신경퇴행성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 나아가 암, 염증 질환, 대사질환 및 노인성 관련 질환 등 미토콘드리아 기능 회복이 주목받고 있는 분야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 이규선 센터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