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SSUE 02

D2C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과 한계
- 다이렉트 투 컨슈머, 고객을 직접 만나는 기업들

 

국내외 D2C 비즈니스 모델 대표 사례

최근 다이렉트 투 컨슈머(Direct to Consumer),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D2C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D2C는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자사의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D2C 모델로 기존 경쟁자들을 압박하고 있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D2C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도입한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과 같은 유통채널을 통해 제품을 팔려면 낮은 마진을 받아들이고 복잡한 규칙이나 조건을 따라야 한다. 이런 유통채널은 브랜드에 광고를 위한 비용과 조건 없는 환불 처리를 요구할 수 있고, 심지어 세일에 들어가면 제품 단가를 더 낮춰 지불할 권리도 있다.

D2C는 이러한 기존의 유통방식을 과감히 거부하고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을 직접 만난다. 이들은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매장을 통해 즉각적으로 소비자들이 무엇에 공감하는지, 무엇이 그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고객의 필요에 맞춘 상품을 직접 제공한다.

사실 D2C 모델은 국내에서도 전혀 낯선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다. 화장품과 패션 등의 산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자사가 직접 제작한 제품들을 자사의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D2C 비즈니스 모델을 대표하는 해외 사례로는 안경을 판매하는 와비파커(Warby Parker)와 면도기를 판매하는 달러셰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거품을 뺀 질 좋고 저렴한 제품을 고객에게 직접 판매해 빠르게 성공한 스타트업이다. 

먼저 와비파커는 온라인으로 유통단계를 줄여 안경을 저렴하게 팔아보고자 사업을 시작했다. 안경은 직접 착용하고 구입해야 한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5가지 제품을 먼저 고객에게 배송한 후 원하는 제품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반품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몸집을 키운 와비파커는 미국 전역에 1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면도 제품을 정기배송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는 달러셰이브클럽은 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면도기와 면도날의 가격에 의문을 품고 사업을 시작했고, 유통과정을 줄여 기존 면도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새 면도기와 면도날, 면도거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로 회원을 300만 명이나 만들어 냈다. 

또한 페이스북 등 SNS 마케팅으로 대표적인 D2C 기업으로 떠오른 블랭크를 들 수 있다. 블랭크는 마약 베개, 샤워꼭지 등 평범한 생활용품들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성공하여 창업 첫 해 42억 원에서 3년 만에 매출 1,2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듯 기업이 D2C 모델을 채택했다고 해서 와비파커나 달러셰이브클럽처럼 다 성공할 수는 없다.

D2C는 엄연히 또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일 뿐, 이것이 혁신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최근 D2C를 대표하는 또 다른 두 기업 캐스퍼(Casper)와 브랜드리스(Brandless)가 몰락한 사례를 목격했다. 우리는 이 두 기업의 실패 사례를 분석해 봄으로써 D2C 모델에 대한 확신보다는 D2C 모델이 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더욱 혁신할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이 놓치고 있는 고객가치는 무엇인지, 기업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확장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한다. 


 

유니콘 기업 ‘캐스퍼’의 몰락

2014년 5월, 기존 매트리스의 불편함을 해결한 박스형 매트리스로 혁신을 불러일으키며 급성장했던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2019년 미국의 새로운 유니콘 기업으로 크게 각광받은 ‘캐스퍼(Casper)’의 이야기이다. 캐스퍼는 D2C 비즈니스 모델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기존 매트리스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Bed-in-a-Box’라는 콘셉트를 대중화시킨 회사로 유명하다. 2019년까지 꾸준히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가 무려 11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캐스퍼가 최근 IPO에 나서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월가의 예상 시가총액 11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7억 6천만 달러로 시작하더니, 2020년 2월 최근에는 시가 총액이 3억 4,600만 달러로 초기에 예상했던 기업가치의 3분의 1에 불과한 초라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캐스퍼가 이렇게 급격하게 몰락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낮은 수익성’에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금의 캐스퍼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캐스퍼는 큰 꿈을 꾸고 있지만, 월가는 오히려 잠에서 깨고 있다. 이 매트리스 회사의 IPO는 수익성 없는 다른 스타트업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알려주는 신호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캐스퍼의 수익성이 이렇게 좋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캐스퍼가 마케팅 위주의 양적 성장에만 몰두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캐스퍼는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었다. 2016년부터 2019년 9월까지 지출한 마케팅 비용이 무려 4억 2,280만 달러(약 5천억 원)에 달했고, 2019년 9개월 동안 순수 광고비로 지출한 비용이 매출의 36.5%인 1억 달러에 달했다. 결국 캐스퍼가 제출한 IPO 자료에 따르면 매트리스 하나가 팔릴 때마다 349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캐스퍼는 마케팅에 의해 성장하는 듯 보였지만, 내실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그러는 사이 캐스퍼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표방한 경쟁 브랜드들이 탄생해 이미 시장은 레드오션이 되고 말았다. 이제 캐스퍼는 터프트앤니들(Tuft & Needle), 리사(Leesa), 넥타(Nectar), 퍼플(PRPL)과 같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템퍼, 시몬스 등 기존 매트리스 브랜드와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다. 그러나 캐스퍼는 내실을 다지는 전략 대신 ‘수면 경제(Sleep Economy)’를 이끄는 더 큰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침구, 베개, 침대 프레임, 수면등 등 제품의 라인업을 더욱 확장했고, 수면을 돕는 각종 의료기기 시장에까지 진출을 모색하는 등 사세 확장에만 몰두했다. 

결국 이런 캐스퍼의 전략적 미스가 시장가치의 하락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캐스퍼의 실패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바로 스타트업은 빠른 성장도 중요하지만 핵심 역량을 견고하게 다지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제품 라인업 확장 전략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미국의 노브랜드 ‘브랜드리스’의 폐업

2017년 혜성처럼 등장해 NBA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와 구글벤처스 등으로부터 6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불과 창업 1년 만에 기업가치 5억 달러의 평가를 받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억 4,000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은 화제의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모든 상품을 3달러에 판매하는 온라인 슈퍼마켓 ‘브랜드리스(Brandless)’다. 브랜드리스가 크게 주목받았던 이유는 유기농, 친환경 등 화학성분이 첨가되지 않는 고품질의 생활용품과 가공식품을 3달러라는 가격에 판매했기 때문이다.

브랜드리스는 한국의 노브랜드와 같이 PB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 비즈니스 모델로 제품의 가격을 낮추고 품질과 가치 소비를 추구하며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브랜드리스가 최근 폐업을 선언해 다시 큰 화제를 일으켰다. 브랜드리스는 “D2C 시장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 더 이상 사업모델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브랜드리스의 성공 이후 스라이브마켓(Thrive Market), 퍼블릭굿(Public Goods) 등 D2C 비즈니스 모델로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슈퍼마켓들이 계속 탄생했고, 아마존, 코스트코 등 기존 유통기업들도 PB 제품을 더욱 강화하면서 D2C 유통 시장은 레드오션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경쟁은 어떤 시장이든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브랜드리스의 실패 원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들을 토대로 브랜드리스의 실패 원인을 따져봤다. 

첫 번째는 3달러 정찰제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브랜드리스가 입소문을 타고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던 3달러 정찰제가 회사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친환경의 품질 좋은 제품을 3달러라는 고정된 소비자가격에 맞춰 판매하는 것이 원래부터 불가능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래서 브랜드리스는 자신들이 주장하던 정찰제를 스스로 어기고 일부 프리미엄 제품들은 최고 15달러로 인상하고, 3달러 정찰제로 판매하던 제품들은 품목 수를 줄였다. 

두 번째는 배송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들은 일반적으로 2일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브랜드리스는 기본 배송료를 추가로 받으면서도 3일 이상이 걸린 것이다. 무엇보다 택배 전문기업인 페덱스를 통해 물건을 배송했지만 잘못된 물건이 담겨 오거나 파손되어 오는 경우가 많아 고객들의 재방문율이 계속 떨어지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상품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사업 초기에 친환경의 품질 좋은 제품들을 싸게 판매하는 온라인 슈퍼로 입소문이 났지만, 판매하는 제품들을 살펴보면 다른 온라인 쇼핑몰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브랜드리스는 문제투성이로 전락하게 되었고, D2C 모델을 포기하고 다른 유통 매장에 입점했지만 결국 폐업을 결정하게 되었다. 브랜드리스의 폐업은 우리들에게 ‘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우리만의 ‘특별한 가치’, 이러한 업의 본질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브랜드리스의 실패 사례에서 배울 수 있다. 

 



글/ 이형민 대표
㈜스페이스점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