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김무환 총장

The Art of Innovation(혁신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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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무환 총장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지난해 봄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이 발표한 세계 혁신기업 순위에서는 작은 이변이 있었다.

2005년 이후 단 한 번도 1위를 내어주지 않은 애플이 3위로 밀려나고, 구글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순위가 곧 기업의 현재를 설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구글이 애플을 조금 더 앞지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올해 초, 필자는 구글의 ‘비밀연구소’로도 널리 알려진 구글X를 방문하였다.

구글X는 무인자율주행차 Waymo가 탄생한 곳으로, 달 탐사 로봇이나 우주 엘리베이터 같은 SF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소다.

구글의 혁신을 이끄는 이 연구소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Fail Fast”다.

곳곳에 Fail Fast를 강조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고, 엔지니어들도 “빨리 실패하면 파티를 열어주고, 상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낯선 광경은 실패를 끝으로 생각하지 않고, 경험의 축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그 기반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집중해 결과물을 내고, 그 결과물이 어떠한 것이든 그 경험을 축적해 보완하고, 또다시 도전하는 것, 바로 ‘리스타트(Restart) 문화’다.

우리는 사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혹은 더 이른 시기부터,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 속에서 자라난다.

당장 학교 시험과 수학능력시험 문제만 해도 실수를 유도하는 교묘한 문제들로 채워져 있다.

정해진 바른 답을 많이 맞혀야 높은 점수를 받는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 점수에 따라 진로도 정해진다.

낮은 점수가 실패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나면 하고 싶은 일, 도전적인 일보다 자연스럽게 성공확률이 높은 일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한 해 20조 원이 넘는 우리나라 국가 R&D 사업의 성공률은 99.5%이다.

연구란 수많은 실패의 연속인데, 100%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였다는 것은 연구자들의 부단한 노력도 있겠지만 성공확률이 높은 연구를 우선시하는 경향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과제를 평가하면 시험점수를 받듯 “60점 이하면 실패”로 결론내리는 상황에서 연구자들이나 사업가들에게 도전정신과 혁신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우리 정부도 성실실패용인제도를 도입하며 오래전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교육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서 ‘실패에서 다시 시작하는(Restart) 문화’가 사회 속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않으면, 수많은 예산을 쏟아붓는다 해도 2,000번의 실패를 거쳐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 8번에 걸친 실패 끝에 알리바바라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를 만들어낸 마윈이 우리나라에서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매년 초만 되면 많은 이들이 다보스포럼이나 CES를 통해 혁신의 기술에 대한 답을 구한다.

그러나 혁신은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닌, 수많은 실패와 보완을 반복한 끝에 태어나는 ‘대기만성(大器晩成)’이다.

그 어떤 위대한 예술 작품도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 혁신 역시 실패를 거듭하며 끊임없이 갈고닦은 끝에 탄생하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혁신이라는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기술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모든 사람이 실패하더라도 바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리스타트 문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