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메콩지역 진출방안

1960년대 경제성장을 시작한 이후 대외교역은 우리나라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현재도 이러한 중요성은 감소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불확실성의 증대와 중국의 역할 확대 둔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 영국의 EU 탈퇴, 미중 무역 분쟁,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 글로벌 통상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변화의 핵심은 글로벌 경제에서 불확실성이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다는 사실과 글로벌 무역에서 중국의 역할 확대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하게도 통상환경 변화는 우리나라 통상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는 점은 특정 국가에 집중된 우리나라 무역구조의 변화를 요구한다. 결국 무역구조를 다변화해야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더불어 중국의 역할 감소와 자국 소재·부품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중국 경제정책의 변화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고려할 때 더욱더 우리나라 무역구조의 전환을 촉구한다고 볼 수 있다. 


 

높은 경제적 잠재성을 바탕으로 성장 중인 아세안 후발참여국 CLMV

새로운 통상전략의 핵심 중 하나가 교역구조의 다변화라면, 해결을 위한 과제는 어느 지역과 어떠한 방식으로 협력을 확대할 것인가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후발 아세안 참여국인 CLMV 국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세안과 후발 참여국인 CLMV 국가(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들은 경제적 잠재성과 협력 가능성 측면에서 우리나라 통상전략 전환과정에서 적합한 국가들로 보인다.

아세안의 후발참여국인 CLMV 국가들은 최근에 이르러서야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 성장단계에서 일반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여타 아세안 회원국과 비교 시에도 높게 나타난다. 특히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였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러한 안정적인 경제성장은 많은 외국인투자자에게 매력적 투자대상지역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근 베트남을 위시한 CLMV 국가로의 외국인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잠재성을 판단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인구 규모를 살펴보면, 캄보디아 16.9백만 명, 라오스 7.4백만 명, 미얀마 54.4백만 명, 베트남 98.7백만 명으로 전체 인구는 1.77억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3배를 초과한다. 특히, 이들 국가는 젊은 층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피라미드 형 인구 구조를 지니고 있어 향후 경제성장에 따라 생산뿐 아니라 시장으로서의 잠재성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우리가 고려해야 할 부분은 이들 국가가 위치한 지정학적 위치이다. CLMV 4개국은 메콩강을 중심으로 상호 인접해 있어 경제발전 과정에서 상호 연계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거대 경제권인 중국 및 인도와 인접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제성장을 위한 잠재성 측면에서 높게 평가될 수 있는 점이다. 


 

베트남과의 협력을 통해 검증된 한-CLMV 협력 가능성

경제적 잠재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 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국가 간 협력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국가 간 경제구조가 보완적인 경우 협력 가능성은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측면에서 1차 산업과 노동집약적 경공업 위주의 CLMV 국가와 기술집약적 산업, 중화학 산업 그리고 서비스업이 상대적으로 발전한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베트남과의 협력 관계 발전 사례는 향후 한-CLMV 협력 강화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한국과 베트남이 협력을 시작한 이후 양국 간 교역·투자 추이는 급증하였으며, 그 결과 우리나라 수출에서 대베트남 수출은 2위에 그리고 수입은 3위에 위치하는 핵심적 국가로 부상하였으며, 베트남 투자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을 본격화할 당시 베트남은 산업화 초기 단계에 있어 농촌 지역에 산재한 활용 가능한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는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와의 보완적 경제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었던 조건이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가 보유한 고도성장 경험은 산업화 단계로 나아가는 베트남에게는 매우 중요한 모범사례로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모멘텀이 되었다. 

베트남보다 산업화 과정에서 뒤처져 있는 CLM 국가들은 베트남이 한국과의 협력에서 이룩한 성과를 목도하였으며, 자신들 역시 이러한 협력 모델을 통해 빈곤 타파와 경제성장을 추진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한-베트남 경제협력과 유사한 방식을 통해 한-CLM의 경제협력은 강화될 충분한 여지가 있다. 


 

수출이 아닌 교역의 확대

우리나라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수출 중심의 그리고 무역수지 흑자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전략은 CLMV 국가와의 교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CLMV 국가와의 교역에서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CLMV와 같은 저개발국과 의 교역에서는 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지속적인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상대국의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와 교역은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수출확대와 이를 통한 무역수지 확대는 단기적인 성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 속에서 교역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려는 우리의 통상전략의 방향성과도 맞지 않는다. 즉, 중장기적 관점에서 교역대상국인 CLMV의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지원하고 이 과정에서 한-CLMV 교역을 확대할 수 있는 방식의 협력이 필요하다.


지역 생산네트워크를 구축을 통한 협력

베트남과의 협력 모델을 CLM 국가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동일한 방식의 협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베트남과 CLM 국가들은 각국이 가진 경제 규모에서 큰 차이 존재한다. 여기에 CLM 국가들의 산업발전 단계는 베트남에 비해서도 뒤처져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가 CLM 개별국가로의 투자진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으로서 규모가 충분하지 않고, 생산기지 측면에서는 산업적 성장이 뒤처져 있기 때문에 우리기업이 투자 진출 시 충분한 생산능력을 제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협력을 위해서 고려할 수 있는 전략이 지역 생산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CLMV 국가 그리고 태국 및 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메콩강을 중심으로 상호 간 이동성이 수월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메콩강 유역 국가와의 협력을 위해 많은 연구 보고 서에서 언급되었던 China+1, 혹은 일본이 추진하는 태국+1 전략 등은 이러한 환경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CLMV 국가로의 효과적 진출과 협력 확대를 위해서는 개별국이 아닌 메콩강 유역의 국가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산업화 측면에서 앞서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입지가 이미 확고한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생산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은 효과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CLMV 시장 니즈 분석을 통한 시장 진출 및 협력 확대

개별기업 특히 중소기업 입장에서 CLMV 국가는 충분히 시장진출이 가능하고 협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지역이다.

우선 많은 국가에서 메콩강 유역 국가들에 관심을 증가시키고 있으나, 여전히 특정기업이나 국가의 시장지배적인 분야가 많지 않다. 이것은 CLMV 국가들이 개혁개방을 통해 세계무대에 나타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야 관심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CLMV 국가의 시장의 니즈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에 입각한 진출 분야를 선정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캄보디아나 베트남의 경우 식음료, 주류, 의류 등 소비재가 수도, 전기, 교통 등을 제외하면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특성을 볼 수 있으며, 이는 라오스나 미얀마의 경우에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현재 CLMV 국가의 소비지출 패턴을 고려할 때 소비재 산업의 우리나라 기업들에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인터넷 보급의 확대로 인하여 게임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틈새시장은 우리 중소 콘텐츠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좋은 분야라 할수 있다. 더욱이 한류의 영향력 확대는 이러한 소비재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으며, 브랜드 파워 역시 높아지고 있어 수출과 진출이 유망한 분야라 할 수 있다. 

많은 분석에서 메콩강 유역 국가의 경제적 잠재성을 언급하며, 생산 측면에서 Post-China로서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군으로 CLMV를 주목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봉합된 모습을 보이는 미중 무역 갈등은 언제든지 재분출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 지난 미중무역 갈등 과정에서 CLMV 국가들의 대미 수출이 대폭 증가하였다는 사실은 이들 국가의 향후 역할에 대한 힌트를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성과 가능성은 실제 우리나라가 올바른 전략과 방향성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할 때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CLMV를 포함하는 아세안을 이제는 더이상 우리가 지원해야 하는 국가들이 아닌 우리나라의 지속성장을 위한 협력의 핵심 대상 국가들로 간주하고 전체적인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글/ 민혁기 연구위원
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