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아세안 자동차 산업 현황과 특징

아세안 자동차 산업은 400만 대 생산과 350만 대 신차 판매 규모로 확대된 가운데 경제통합 진전, 중산층 증가에 따른 자동차 수요확대, 일본기업 주도의 역내 생산 및 공급네트워크 변화 가능성, 주요국의 중점 육성과 후발 국가의 부상,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 등으로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자동차 산업 현황과 특징

아세안경제공동체(AEC) 발족 이후 아세안의 자동차 생산은 소폭 증가하였으나 피크였던 2013년의 444만 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태국은 역내에서 최대 생산국이지만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생산과 비중 면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전체의 13%대와 50만 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베트남의 생산 규모 역시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그림 1 (a)).

이에 반해 신차 판매는 최대 피크였던 2013년(355만 대)을 넘어섰다. 최대 신차 판매 국가 역시 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바뀌었다. 말레이시아는 60만 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필리핀과 베트남은 신차 판매가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확대되고 있다(그림 1 (b)). 이에 반해 신차 수출은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주도하고 있는데 2010년대 이후 태국은 110만 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10만 대에서 30만 대로 증가하였다. 주요 수출대상국은 호주,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등이다.


 

아세안 자동차 산업은 일본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2018년부터 완전히 통합되었다.

초기에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한 일본기업 위주의 조립생산을 통해 성장하기 시작하였으나 1980년대 후반 이후 주요국이 자동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아세안이 상표간보완협정(BBC), 공동실효특혜관세(CEPT), 아세안공업협력계획(AICO)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였다.

아세안은 2018년부터는 역내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고 통합하였다. 일본의 도요타, 미쓰비시, 혼다 등은 이러한 기회를 활용해 아세안 역내에 자동차 생산 및 부품공급 네트워크를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구축하였고 시장 역시 장악하고 있다. Fourin에 의하면, 2018년 현재 일본 자동차브랜드는 생산측면에서 태국 91.5%, 인도네시아 98.0%, 말레이시아 40.4%, 베트남 25.0%, 필리핀 53.5% 등을 차지하고 있다. 신차 판매 기준에서도 일본 자동차브랜드는 아세안 전체의 85% 내외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그 비중이 98%까지 높다.

아세안 자동차 산업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발달한 가운데 최근 베트남과 필리핀도 적극적인 육성정책을 통해 이러한 흐름에 참가하는 분위기이다.

역외국으로는 역시 일본이 주도하는 가운데 제3국으로서 중국과 한국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2019년 현재 아세안 주요국에 진출한 완성차 메이커(조립업체 포함)는 태국 17개, 인도네시아 20개, 말레이시아 28개, 베트남 20개, 필리핀 11개, 미얀마에도 10개에 달한다. 협력업체(Tier 1~3)를 포함한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태국에 2,240개, 인도네시아에 790개, 말레이시아에 610개, 필리핀 330개, 베트남 240개 정도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림 2).

부품업계 역시 일본계가 주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며 생산은 국제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기에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통해 지역 및 글로벌 생산네트워크(GPN)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특징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아세안 자동차 산업은 아직 부가가치가 낮고 승수효과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세안 자동차 산업이 창출하는 역내 부가가치는 1달러당 30센트에 불과해 전체 제조업 평균에 비해서도 낮다. 아세안의 자동차 수출에서도 역내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1달러당 56센트로 전 산업의 64센트에 비해 낮다.

아세안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자동차의 부품 제조와 최종 조립은 노동집약형으로 생산단가당 부가가치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아세안 자동차 산업은 또한 자국이나 역내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점차 커짐에 따라 최근 GVC 참여도는 점차 낮아지는 반면 역내 가치사슬(RVC) 참여도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GVC와 RVC에 대한 참가는 국외의 부가가치를 필요로 하는데, 아세안의 자동차 수출에는 일본, 중국, 미국, 한국 순으로 많이 기여하고 있다.


 

주요국의 자동차 산업 정책 변화와 신규 트렌드 

아세안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태국은 2010년대 들어 양적 성장은 물론 친환경 자동차(Eco Car)와 고부가가치 자동차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2016년부터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차세대 자동차 개발·보급을 위해 전기자동차도 본격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태국은 R&D 강화도 추진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형 지식 기반 산업으로 차세대 자동차 개발을 들 수 있다.

아세안 자동차 산업에서 입지를 점차 확립해 가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최근 SUV 및 소형 세단 중심 자동차 생산과 부품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인도네시아는 2010년대 들어 자동차의 주력을 24t 미만의 상용차, SUV, 저연비·저가스의 소형 세단으로 정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동차 산업 활성화 및 수출 확대를 위해 부품산업 육성, 부품 국산화율 인상, 차세대 자동차 및 기술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국가자동차정책(NAP, 2014년 개정)에 따라 에너지효율차(EEV)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말레이시아는 완성차 수입을 지양하고 소형차와 전기차 중심 국내 조립생산을 장려하는 한편, 자동차 부품 산업 발전도 도모하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 중 자동차 산업이 부진한 필리핀은 소형차 중심의 자동차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은 경제통합에 따른 자동차시장 개방에 대응하고 낮은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향상하고 자 2015년 5월부터 자동차 산업부활전략(CARS)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아세안의 후발 가입국 베트남은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완성차 및 부품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2014년 발표된 ‘2025년까지의 자동차 산업 발전전략 및 2035년까지의 비전’을 통해 베트남은 자동차 생산목표를 2020년 22만 7,500대, 2025년 46만 6,400대, 2035년 153만 1,400대로 상정했을 뿐만 아니라 부품산업의 발전도 제시하였다. 베트남은 총리령 1211호(2014년)를 통해 자동차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과 함께 세계 자동차 생산 및 부품 공급 네트워크에서 부품, 부분품 및 일부 고부가가치부품의 공급국(Supplier)이 되기 위한 목적과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하였다.

 

아세안 자동차 산업 변화 전망

아세안 자동차 산업은 아세안의 역내외 경제통합 심화·확대,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 또는 4차 산업혁명 가속화, 주요국의 적극적인 육성 및 투자유치 확대, 한국을 비롯한 제3국의 투자진출 확대, 자동차 산업 자체의 변화, 미중 통상마찰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대두 등을 배경으로 많이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첫째, AEC 진전과 역외국과의 FTA 체결 등으로 그동안 일본기업이 누려온 각종 특혜가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을 제외한 제3국의 투자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아세안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둘째, 아세안 내 최대 자동차 생산과 소비국인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역할 변화이다. 최대 생산국인 태국은 차세대 자동차 개발과 R&D 부문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는 소형차와 부품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일본이 인도네시아 자동차 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셋째, 후발 주자 필리핀과 베트남도 최근 자동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지기업이 등장하고 있을 정도이다. 여기에 더해 아시아의 마지막 미개척지로 평가받는 미얀마 역시 최근 조립생산지로 부상하고 있다.

넷째,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전략 및 주력 차종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주요국의 전략 생산 차종 역시 전기차나 저연비차로 이동하고 있다.

다섯째, 아세안에 진출한 많은 자동차부품 기업들이 생산거점을 재구축하거나 이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인건비 급증, 투자환경 악화, 아세안 내 물리적·제도적 연계성 개선 등으로 인해 부품기업들의 생산거점 재구축이나 이전이 활발해지고 있다. 2018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미중 통상마찰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Thai Plus One’ 전략이다.

즉, 인도차이나 반도의 개혁·개방과 투자환경 급속 개선, 기존 주요 생산국의 인건비 급상승, 태국의 투자환경 악화, 아세안 내 물리적·제도적 연계성 개선, 부품의 모듈화 등에 힘입어 태국을 중심으로 주변국인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으로 자동차부품 생산기업을 이전하거나 계약생산을 추구하는 기업이 급속히 늘고 있다. 다만, 각국의 보호주의 움직임은 이러한 흐름을 지연시키거나 방향을 바꾸게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소비자의 생활패턴이나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아세안에서도 자동차를 소유가 아닌 이용 또는 공유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진출 방안

아세안 자동차 산업 및 시장은 상당한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 지속에 따른 중산층 확대, 물리적·제도적 인프라 개선, 통합에 의한 규모의 경제효과, 각국 정부의 적극 육성 등으로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생산네트워크(GPN)에서 아세안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자동차 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자동차 기업이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아세안에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중점 진출지역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완성차의 경우 시장 규모, 낮은 자동차 보급률, 한·인도네시아 및 한·베트남 FTA를 통한 자동차 관련 시장개방 등을 감안하여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거점으로 한 우선적인 진출이 필요하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의 국가에서 적극 육성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하고 부품 중 모듈화 제품이나 노동집약 제품을 중심으로는 미얀마와 캄보디아에 대한 진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합작 혹은 M&A를 활용하되 협력사와 공동으로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동차 산업은 장치 산업이자 대규모 자본·설비가 필요하고 규모의 경제가 요구되는 산업이자 큰 리스크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아세안 자동차 시장에 대한 진출은 우선 현지 유력업체와의 합작진출이 진입 초기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한국 기업은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시간, 노하우 등의 절약과 진입장벽 극복을 위해 현지 자동차 관련 기업을 M&A하거나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도 좋은 전략이다. 아세안 자동차 산업의 특징 중 하나가 부품 및 부분품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과 이들 분야에서도 일본계 기업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세안 자동차 시장에 대한 진출은 협력사와 동반할 필요가 있다.

셋째, 우선 진출 분야로 에너지 고효율·친환경 자동차와 전기차를 주목하되 현지특성을 고려한 전략차종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아세안 역내 생산 및 부품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함과 동시에 한국 본사나 제3국의 주요 생산거점과 네트워크를 연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제3국 거점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아세안 모두와 FTA를 체결하고 있고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진출해 있는 인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글/ 정재완 선임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