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아세안 진출환경 및 투자제도

전 세계 투자가 아세안에 몰리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아세안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회 요인과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중장기 투자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각국이 제공하는 투자 인센티브, 특별경제지역 입주 등의 혜택을 적극 활용 하면서, 열악한 인프라 환경, 복잡한 행정절차 및 법 제도, 상승하고 있는 노동임금 등 리스크 요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비책 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아세안 경제를 보면 세계 경제의 원동력이 아세안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는 세계 경제의 부진한 행보에도 아세안 회원국 대부분은 5~6%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약 6억 5천만 명에 달하는 풍부한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최대 소비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전 세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아세안 투자를 늘리는 모습을 보면 아세안 경제의 잠재력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아세안으로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2000년 218억 달러에서 2018년 1,486억 달러로 6배 이상 늘어났다. 2000년대 초반 아세안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은 중국의 절반 규모에 불과하였으나, 지금은 신흥국 중 최고 투자처로 자리매김하며 전 세계 투자액의 11.5%가 아세안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중국보다 아세안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 2018년 한국의 대아 세안 직접투자액은 6,136억 달러로 한 해 동안 신설 된 법인 수만 1,291개에 이른다. 

아세안 투자에 있어 눈에 띄는 특징은 글로벌 생산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유입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중국이 생산단가 상승, 경기 하락 등 사업 환경 악화로 과거 생산기지로서 역할이 축소됨에 따라 포스트차이나로 아세안이 주목받고 있다.

빠른 성장세, 젊고 풍부한 노동력, 저렴한 임금, 국가적 차원의 제조 업 육성책 추진 등 생산기지로서 아세안 시장의 전략적, 경제적 가치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 아세안 그린필드 투자(해외 진출 기업이 투자 대상국에 생산시설이나 법인을 직접 설립하여 투자하는 방식) 가치는 2005년 421억 달러에서 2018년 1,391억 달러 로 증가하며 전 세계 그린필드 투자의 14.2%를 차지했다. 


 

아세안이 매력적인 투자처인 이유는 또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투자유치를 위해 외국 기업들에 다양 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어 투자 진출 시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국가는 세금감면, 금융 지원, 입지지원 등 각종 우대제도와 함께 외국 투자기업에 대한 규제나 제한을 없애는 정책을 도입 중이다. 현재 아세안 대부분 국가는 안보 관련 및 특정 산업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투자지분을 상당 부분 허용하고 있으며,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의 경우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대규모 프로젝트나 선진산업 부문에서 외국 투자기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또한 투자 진출 시 아세안 내 특별경제구역(Special Economic Zone, SEZ) 입주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소· 중견기업이 경제특구를 활용할 경우, ① 미비한 인프라 문제 해결, ② 공장 건설을 위한 탐색비용 절약, ③ 시장 정보 수집 및 물류비용 절감 등 집적효과, ④ 인허가, 납세 등의 원스톱 서비스 등 다양한 인센티브 활용의 이점이 있다. 실제로 아세안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대기업 위주로 아세안 경제지대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도 인근에 입지하여 집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삼성은 박닌(휴대폰), 타이응웬(카메라 모듈, 휴대폰), 호치민(가전) 등, LG는 하이퐁 짱쥐(전자, 디스플레이), 효성은 동나이(나일론) 산업단지에 입주하여 클러스터를 형성 하고 있다. 


 


 

아세안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희소식이 있다면, 미얀마에 아세안 최초 산업단지를 개발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2019년 9월 한국토지주택 공사는 미얀마 정부와 공동으로 투자하는 한국형 산업단지 건설 기공식을 개최하였다. 미얀마 산업단 지는 양곤 북측 야웅니펀에 225만㎢ 면적의 135개 중소·중견기업이 입주 가능한 규모로 설계 중이다. 뛰어난 교통과 물류 접근성(양곤 공항까지 30분, 1시간 거리에 항구 위치, 양곤-만달레이 고속도로와 인접)이 미얀마 산업단지의 최대 장점이다.

또한 각종 금융 기관, 인허가를 담당하는 미얀마 공무원이 상주하는 지원센터 등이 들어서며, 스마트시티 기술을 접목한 현대 시설을 조성하여 입주하게 될 기업 편의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소비시장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는 점도 기업들의 아세안 진출을 더욱 가속화 시키는 요인이다. 동남아지역 실질 월소득(Monthly Earning)은 2010~2017년 중 평균 3.2% 증가하며, 전 세계 평균(2.3%) 보다 빠르게 늘어났다.

이처럼 아세안의 소비 여력이 개선됨에 따라 내수시장을 선점하고 나아가 아세안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도 확대 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 역시 과거 수출 촉진, 저임금 활용을 목적으로 아세안에 직접투자를 해왔으나 최근에는 현지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아세안 투자기업 40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무역협회 설문조사 결과(2019년 7월), 응답 업체의 36%, 35% 가 각각 내수시장 확보와 미래성장성 기대를 주요 진출 목적으로 언급하였다. 

하지만 아세안 시장에 긍정적인 면만 보고 섣불리 투자할 경우,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아세안 각국의 비즈니스 여건 검토 결과,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여 전히 사업 환경이 미흡한 수준이다. 직접투자 유입이 집중되고 있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은 창업, 납세, 수출입 통관 등 전반적인 사업 환경이 중국, 인도 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지만, 캄보디아, 미얀마 등은 건축인허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 환경 부문에서 신흥국 하위권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외국인 투자와 관련된 복잡한 법과 제도, 느린 행정처리가 큰 걸림돌이다. 창업, 납세, 통 관, 재산권 등록 등 사업체를 운영하는 전반에 필요한 서류 수가 많고 절차도 복잡하다. 게다가 시시각각 변하는 규제에 대응하기도 힘들다.

2009년 인도네시아 에 진출하여 큰 매출이익을 얻은 세븐일레븐이 8년 만 에 철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당시 세븐일레븐은 24시간 운영, 무료 Wifi 및 야외테라스 제공 등으로 현지인들이 퇴근 후 저녁 간편식과 주류를 즐길 수 있는 인기 장소였다. 하지만 2015년 인도네시아 무역부가 편의점에서 알코올 도수 5% 이하(맥주) 판매를 금지하자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또한 카페와 소매점을 결합한 형태의 매장은 자카르타에서만 사업허가를 받을 수 있는 규제가 생기며 전역으로 사업확장이 어려워지자 결국 2017년 공식 철수를 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2019년 10월부터 도입된 신할랄인증법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엄격한 규정과 까다로운 인증 절차 등에 철저한 대비가 없다면, 투자비용만 늘어나고 사업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열악한 인프라 수준도 투자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류 환경을 살펴보면, 대부분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보다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비용과 운송 인프라 여건이 외국인 투자의 중요 요소임을 고려할 때, 아세안의 열악한 물류 환경으로 인해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인프라 경쟁력과 ICT 도입 부문에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대부분 아세안국들의 발전 수준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은 국가적 차원에서 인프라 개발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향후 인 프라 여건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개선된 도로, 항만 사정으로 기업들의 물류비용과 운송 시간이 과거 대비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인건비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아세안은 주요 신흥국 대비 빠르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노동력 확보 면에서는 긍정적이 나 최저임금 상승, 양질의 노동력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다.

2018년 인도네시아(전년 대비 9.3%), 베트 남(6.9%), 캄보디아(11.1%) 등의 월평균 최저임금은 중국(4.3%)보다 빠르게 상승했고, 이로 인한 임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018년 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일본 기업(5,009개사, 일본무역투자진흥공사 설문 조사)은 임금상승(응답 비중 65.9%), 미숙련 노동자 (42.9%)를 경영 애로요인으로 지적하였다.

또한 저숙련 근로자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세안 국가 대부분은 우수 직원 관리, 직원 교육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주요 제조업 선진국의 경우, 중숙련 노동자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노동규제와 근로자를 훈련하는 데 최소 2~3년이 필요한 상황이라 생산성 저하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한중일 경쟁 심화도 고려해야 한다. 2015~2018년 평균 한중일의 대아세안 직접투자 비중은 24.6%로 과 거(2010~2012년 평균) 19.7% 대비 4.9%p 확대되었 다. 중국은 대규모 투자(사회간접자본)로, 일본은 산업단지 건설, 주요 산업에 장기간 투자 등으로 경쟁력 을 갖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국 기업들은 아세안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처럼 우리 기업은 아세안 진출 시 기회 요인과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투자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변화하고 있는 아세안 투자 환경을 잘 내다보고 대응해야 한다. 최근 아세안은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간재의 현지조달을 늘리고 있다.

2005년 대비 2015년 자국산 중간재 투입 비중은 베트남이 41%에서 47%, 말레이시아가 39.0% 에서 44.6%, 인도네시아가 38.9%에서 42.0%로 모두 높아졌다. 이에 외국 기업들은 아세안 투자 시 단순한 생산거점 마련에서 현지 조달, 판매, 연구개발 수행이 이뤄지는 현지 완결형 투자체제로 전환하며 현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투자형태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진전되어야 할 것이다. 아세안경제 공동체(AEC)의 가속화도 고려할 점이다. 2015년 발효된 아세안경제공동체는 역내 상품 이동뿐만 아니라 노동 등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고 있다.

이제 아세안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의 선택은 어느 국가에 투자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나아가 가장 입지가 좋은 곳에 투자하여 차후 이를 어떻게 아세안 역내 시장으로 확장할 것인가의 문제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가치 사슬 확산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ICT 인프라와 콘텐츠, 금융(핀테크)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디지털 분야에서 아세안과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세안 투자는 단기적인 수익을 얻기 어려우나, 전 세계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필요하다.

초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지 기업과의 합자회사나 지분투자 방식으로 공동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고 정부 관료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게 투자진출에 성공한 기업들 다수의 목소리다. 면밀한 사전 조사와 철저한 준비로 유망 분야 발굴을 통해 중장기적인 경제협력을 강화해 간다면, 우리 기업들은 아세안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심혜정 수석연구원 
한국무역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