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우주 향한 태극호
내년 하늘길 가른다

국내 연구진들이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 발사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공위성 기술을 갖추고도 이를 쏘아 올리는 발사체가 없어 그동안 외국 발사체를 빌려 써왔다. 위성끼리 우주 편대비행이 가능한 국내 첫 군집위성 ‘스나이프(SNIPE)’도 내년 데뷔식을 예고한 데다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6, 7호’ 발사도 순조롭게 준비 중이다.

 

국산 로켓 ‘누리호’ 엔진 개발 막바지

‘쿠르릉’, 지난 1월 15일 12시 2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엔진지상연소시험동에선 굉음과 함께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희뿌연 연기가 금세 하늘을 뒤덮었다. 누리호의 심장으로 불리는 75톤급 엔진의 성능 시험 모습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2018년 11월 75톤급 엔진을 탑재한 시험발사체가 비행성능 시험에 성공한 후 지상연소 시험만 이날로 139번째이다. 신뢰성·안정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2월 중순까지 총 145회 실시하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1단 엔진의 안전성·내구성·신뢰성 확보를 위해 당초 75톤의 연소 시험 목표(127초)보다 두 배 많은 최대 260초 연소 성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누리호는 1.5톤급 인공위성을 지상 600~800㎞인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우주발사체다. 총 1조 9,572억 원(2010~2022년)의 예산이 투입됐다. 누리호는 총 3단 중 2단과 3단 엔진의 성능은 안정성이 확보된 상태다. 항우연에 따르면 우주에서 실어간 위성을 목적한 궤도에 올려놓을 3단부 7톤 엔진은 작년 총 77회, 누적 연소 시험시간 1만 2,325초를 끝으로 최종 점검을 마친 상태다. 올 하반기엔 누리호에서 가장 큰 추력을 갖고 있는 1단을 조립해 종합연소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항우연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엔진, 구성품을 개발 조립하고 성능시험을 수행해 결과가 모든 규격을 만족하면 비행모델(Flight Model, FM)을 제작해 발사하는 순서로 순조롭게 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올 상반기에 75톤 연소시험을 마무리하고, 하반기에는 실제로 우주로 날아갈 FM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누리호를 발사 순간까지 지탱하며 연료를 공급하는 제2발사대는 오는 10월 완공을 목표로 구축 중이다.


 

세계 최초 미세먼지 관측 ‘천리안위성 2B호’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상공의 미세먼지를 집중 관측·감시할 첫 정지궤도 환경위성 ‘천리안 2B호’(이하 2B호)가 우리 시각으로 2월 19일 오전 7시 18분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의 기아나 꾸르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2B호는 세계 최초로 정지궤도에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관측할 수 있는 위성이다. 오는 10월부터 적조·녹조 등 해양환경 정보를, 2021년부턴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관측 범위는 중국은 물론 동쪽의 일본부터 서쪽의 인도네시아 북부와 몽골 남부까지 아시아 지역을 주간에 상시 관측할 수 있다. 2B호 개발에 총 3,800억여 원(2011년 7월~2020년)이 투입됐다.



항우연은 “2B호를 통해 아시아 어느 지역에서 미세먼지가 생성·발달해 어떤 경로로 이동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국내 어느 지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생성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정지궤도에서 천리안 1호·2A호·2B호 등 총 3대를 동시에 운용하게 됐다. 정부는 더 면밀한 지구환경 관측을 위해 이 궤도에 최대 4대의 위성을 가동할 계획이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2B호는 2022년 이후 발사될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기후·대기환경 관측용 정지궤도위성 ‘템포’(TEMPO)와 2023년 이후 우주로 나가는 유럽우주기구(ESA)의 ‘센티널-4’(Sentinel-4)와 함께 글로벌 환경 감시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첫 군집위성 ‘스나이프’ 비행모델 개발 착수

궤도 초소형군집위성 ‘스나이프’(SNIPE, 한글명 도요샛)의 시스템 상세설계를 올 초 마치고 하반기 비행모델(FM) 개발 및 조립 등에 착수할 예정이다. 개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스나이프는 오는 2021년 우주로 향한다.

스나이프는 옆에서 봤을 때 A4용지 만한 크기(가로×세로×높이, 10×20×30)의 10㎏ 이하 큐브샛(미니위성) 4대로 이뤄졌다. 큐브샛은 개발·발사에 2,000억 원이 넘는 고가의 대형 위성과 달리 제작비가 1~2억 원 정도로 저렴해 미국, 일본, 유럽 등 우주선진국에서 과학 임무 수행용으로 많이 개발하고 있다.

스나이프의 특징은 드론(무인기)처럼 여러 대를 띄워 동시 운용하는 군집비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4대의 위성에는 추력기가 탑재돼 있어 각 위성 간 거리를 우주 공간에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일렬로 비행하는 종대 비행, 나란히 비행하는 횡대 편대 비행 등도 가능하다.

목적한 궤도에 오른 4대의 위성은 각각 정해진 위치에서 우주 환경을 입체적으로 실시간 관찰한다. 천문연 이재진 박사는 “여러 대의 위성이 편대 비행을 하면서 지금까지 단일위성이 할 수 없었던 우주환경 변화에 대한 2차원적 구조를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의 99%는 플라즈마로 이뤄져 있다. 스나이프의 임무는 지구 대기 상공 약 60㎞에서 1,000㎞ 사이 전자가 밀집돼 있는 전리권에서 우주 플라즈마의 밀도 및 온도와 태양 자기장·전자파 등의 시간적·공간적 변화를 동시에 관측하는 것이다. 이 박사는 “스나이프의 관측 임무를 통해 획득한 성과는 우주의 생성·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년 하반기엔 아리랑 6, 7호를 발사한다. 아리랑 6호는 태양동기 궤도 505㎞에서 한반도 지상과 해양 관측 임무를 맡는다. 7호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지역을 선별 관측하는 초고해상도 위성이다.

하지만 달 탐사 사업의 경우 아직 갈 길이 멀다. 달 궤도선 사업은 우리나라 탐사선을 달 궤도에 보내기 위해 2,000억 원 넘게 투입되는 대형 국책 사업이다. 하지만 무리한 목표 추진으로 지난해 사업 일정과 계획이 대폭 수정, 당초 올해 말 발사가 예정됐던 달 탐사 궤도선은 내후년 7월로 미뤄졌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안형준 박사는 “이미 중국이 2019년 달 뒷면에 탐사선을 보냈고, 일본도 미국과 함께 달 유인 탐사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충분한 고려와 함께 일관성 있는 우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