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ssue 02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 및 해외 유망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주)스페이스점프와 협력하여 게재하고 있습니다.
▲ 글. 이형민 대표
(주)스페이스점프
고객을 향한 디지털 혁신, ‘나이키’
최근 나이키는 아마존을 떠나 독자적인 판매 채널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나이키는 작년 그리고 올해 두 개의 스타트업(셀렉트와 조디악)을 인수했다.
두 개 회사 모두 스타트업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업이라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렇다면 나이키는 왜 이들을 인수한 것일까?
보스턴에 본사를 둔 데이터 과학 기업으로 알려진 셀렉트(Celect)는 지역별 사용자의 수요를 사전에 분석해 재고 할당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한다.
예를 들면, 어느 한 지역의 수요가 증가하면 그 지역에 좀 더 많은 제품을 할당해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솔루션인 셈이다.
셀렉트는 MIT 교수 Vivek farias와 Devavrat shah가 2013년 설립한 회사로 니만 마커스와 알도, 랄프로렌 등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나이키가 셀렉트를 인수한 이유는 판매 접점의 다변화와 채널의 증가 때문이다.
판매 접점이 많아짐에 따라 제품의 재고를 더욱 세밀하게 관리해야 했다.
특히 수요가 몰리는 특정 시점에 제품을 바로바로 배분해야 하는데 과학적인 예측 없이 더 이상 ‘감’으로 집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이키는 앞으로 판매 접점에서 최신 기술을 접목해 물류의 혁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조디악(Zodiac)은 사용자와 고객을 상대로 맞춤형 서비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신발 교체 주기가 도래한 고객에게 고객의 취향이 반영된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아직도 많은 브랜드들이 ‘상품’을 중심으로 고객에게 동일한 마케팅을 하지만, 앞으로 나이키는 좀 더 세밀하고 면밀하게 마케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분화하여 적은 수의 고객에게 맞춰진 개인화된 서비스를 강조할 방침이다.
고객의 구매 기록, 사이트에서의 클릭 빈도, 오프라인 매장 방문 여부 등을 고려하여 최적화된 상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고객의 취향에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면 자연스럽게 구매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나이키가 조디악을 인수한 이유는 이처럼 개인화된 서비스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현재 나이키는 자사의 온라인 사이트를 비롯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렇듯 나이키는 두 개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기업을 인수해 다양한 판매 채널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립적이고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마존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사가 직접 축적하고 있는 데이터와 이를 관리하는 역량을 더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이다.
고객을 향한 집착이라 할 만큼 고객의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이키, 과연 거대 온라인 채널에서 독립한 것이 득일지 실일지 앞으로 나이키의 디지털 혁신을 계속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호텔 투숙객에게 의류를 배송해주는 ‘렌트더런웨이’
미국에서는 의류를 구독하는 서비스가 크게 대중화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의류 업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리고 있는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의 의류 구독 서비스를 들 수 있다.
렌트더런웨이가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 의류 대여 업체들이 세탁과 옷 관리를 소홀히 한 실패 원인을 극복하고 ‘세탁 서비스’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현재 렌트더런웨이는 전 직원 1,200명 가운데 세탁 업무에 770명의 인원을 투입해 의류 대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렌트더런웨이가 최근 미국 W호텔과 제휴를 맺고 투숙객들에게 의류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론칭해 화제다.
W호텔은 객실을 이용하는 투숙객들의 취향에 맞는 옷들을 배송해 주는 새로운 컨시어지 서비스를 출시한 셈이다.
W호텔이 투숙객들에게 의류까지 배달해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휴가 중이거나 비즈니스 중인 투숙객의 짐을 줄여 기존보다 훨씬 가벼운 여정이 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투숙객이 렌트더런웨이의 의류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객실요금에 62유로(약 8만 원)의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추가로 지불한 이 요금으로 투숙객은 자신에게 맞는 4벌의 옷을 제공받게 된다.
투숙객이 호텔에 체크인하게 되면 렌트더런웨이는 신속하게 고객의 객실에 직접 찾아와 객실 안 옷장에 옷을 배송하고, 고객이 호텔에 체크아웃하면 다시 객실 옷장에서 옷을 직접 수거해간다.
렌트더런웨이는 사전에 고객의 사이즈와 스타일에 맞춘 옷을 큐레이션하여 제공하며, 투숙객은 호텔에 머무는 약 4~8일 동안 배달된 옷을 마음껏 이용하게 된다.
따라서 고객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여행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렌트더런웨이의 의류 대여 서비스는 미국 내 W호텔 4개 지점(아스펜, 워싱턴DC, 사우스 비치, 할리우드)에서 이용이 가능하며, 2020년 3월 이후로는 더 많은 호텔 지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칼링스가 출시한 세계 최초의 ‘디지털 패션’
2019년 10월 스칸디나비아에 있는 디지털 패션 회사 ‘칼링스(Carlings)’가 약 11달러 정도의 가격에 신기한 패션 아이템을 출시했다.
‘디지털 컬렉션(Digital Collection)’이라는 이름이 붙은 외출복 컬렉션이다.
말 그대로 디지털로만 존재하는 옷 즉,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만 존재하는 옷을 출시한 것이다.
입어볼 수도 없고 만져볼 수도 없는 그런 디지털 옷이란 얘기이다.
카메라 앱에서 사람을 찍을 때 다양한 옷을 입혀주는 그런 기능의 디지털 옷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디지털 컬렉션이 한 달 만에 모두 품절이 됐다.
디지털 컬렉션 옷들이 품절됐다는 것도 매우 웃기다.
이런 품절 상황에 대해 칼링스의 브랜드 감독 미칼슨은 ‘디지털 컬렉션 옷에도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판매량을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칼링스의 디지털 컬렉션은 실제로 존재하는 제품의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회사는 ‘디지털’이라는 개념이 갖는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했고, 2019년부터 두 번째 디지털 의류를 기획해 지금의 디지털 컬렉션이 탄생한 것이다.
칼링스는 현재 250여 개의 디지털 의류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디지털 컬렉션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인스타그램을 찾아보면 이 디지털 의류를 입은 사진을 올린 사람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즉, 과시욕구로 자신을 더욱 멋진 의상으로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얘기이다.
현재 이 의류 상품을 구매한 대부분의 사람은 클로(CLO)라는 3D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전문가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실제 의상과 똑같은 모습을 표현하는 디지털 의류 파일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칼링스는 디지털 패션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자신을 색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 완벽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디지털 기술은 더 나은 디지털 컬렉션을 만들어갈 것이다.
이런 칼링스가 최근에 다시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한 세계 최초의 ‘AR 티셔츠’를 출시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The Last Statement T-shirt’라는 이름이 붙여진 증강현실 티셔츠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페이스 필터 기능을 티셔츠에 적용한 것이다.
육안으로 봤을 땐 심플한 화이트 티셔츠지만, 라운드넥 아래에 배치된 로고 ‘ATF’를 카메라로 비추면 다양한 그래픽 문구와 디자인이 입혀진 티셔츠로 변신한다.
그래서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도 다양한 디자인의 그래픽 티셔츠를 착용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전용 앱에서 적용 가능한 디자인은 현재 4개가 전부이지만 16개의 필터가 추가될 예정이며, 필터 효과는 전면 카메라가 아닌 후면 카메라에서 작동한다.
필터로 적용된 디자인 문구의 예를 들면, ‘지구를 망치는 것을 멈춰라’와 ‘나무가 없으면 공기가 없다’라는 등 오늘날의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주는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의류를 추구하는 칼링스의 비전을 엿볼 수 있다.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은 실제로는 부담스러운 문구가 없는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며, 문구들은 사진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SNS에서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홍보활동에 손쉽게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칼링스는 티셔츠를 판매할 때마다 모든 국가에 깨끗한 물과 우수한 위생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34개국에서 활동 중인 국제 비영리단체 워터에이드(WaterAid)에 10유로를 기부한다.
환경과 기술을 모두 생각하는 칼링스의 독특한 행보에 계속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