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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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정진영 수석연구원, 포스코경영연구원 리서치센터


2020년대 국내외 경제는 저성장 기조로부터의 탈출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 사이클 관점에서 경기수축 국면에 접어든 데다 미중 무역전쟁 등 국가 간 통상갈등의 지속, 만성적 수요부족 및 인구고령화 등으로 내외수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됨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요국 자산버블 붕괴, 중국 경제 경착륙 및 과다 부채국가의 디폴트 등 돌발상황 발생 시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또 한 차례 위기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를 전후로 위기 이전 10년간 평균 3.13%, 위기 이후 2019년까지 10년간 평균 3.0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경제분석 기관들의 견해에 따르면, 2020년대 세계 경제는 10년 평균 2.8%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여 전체적으로 저성장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수년간 세계 경제 성장세를 견인해온 미국 경제가 2020년대 들어 평균 2.0% 성장에 그쳐 지난 10년 평균(2.3%) 대비 성장률이 다소 하락하는 데다 중국 경제도 2020년대 평균 5.2% 성장에 그치는 등, 성장세 위축이 두드러질 전망에 주로 기인한다.


저성장 기조 장기화의 주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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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주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기 사이클 관점에서 2017~2018년 경기 정점에 다다른 후 하강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대체로 2023~2024년 중 경기 저점을 확인한 후 재차 상승 사이클에 진입하겠으나, 반등세는 과거 대비 약한 수준이 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세계 경제 흐름과 유사한 양상을 보일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중국 경제는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20년대 말에는 4%대 초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중 간 무역전쟁의 여파와 함께 중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점(과다 부채, 그림자금융, 부동산버블, 인구 고령화 등)의 점진적 부각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둘째, 지난 20여 년간 지속되었던 세계화 과정에서 나타난 국가 간(지역 간) 양극화에 따른 반작용으로 촉발된 반세계화 흐름이 국가 간 또는 경제블록 간 통상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났는데, 2020년대에도 미중간 무역전쟁을 중심으로 각종 통상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경우, 최근 무역협상 1단계 타결에도 불구하고 합의사항 준수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홍콩 문제 등 미중 간 갈등 유발요인 등으로 인해 미국 대선(2020년 11월) 이전 추가적인 협상 진전은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한 중국이 포기하기 어려운 산업로드맵(제조2025) 등에 대한 본격 견제로 미중 간 무역협상은 난항을 거듭하며 2020년대 세계 경제 성장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급격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질서 속에서 기업들의 생산 밸류체인 재설정에 따른 부담도 공급사이드의 효율성 감소로 이어져 저성장 지속의 잠재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브렉시트 여파로 인한 유로존 경기둔화 및 탈EU 움직임 확산 여부도 주목해야 할 저성장 요인으로 관측된다.

셋째, 여러 경제지표가 경기하강 사이클로 본격 진입을 암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은 점도 저성장 기조 지속의 원인으로 판단된다.

대표적인 경기부양 수단인 재정확대 정책의 경우, 이미 각국의 공공부채가 과다한 수준에 이르렀으므로 추가적인 정부지출 확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BIS(국제경제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40.8%p(231.2→242.3%) 올랐으며, 신흥국의 경우 약 53%p(141.4→194.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경기부양 수단인 통화완화 정책도 이미 각국의 기준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며, 시장금리도 초저금리 수준이라 사실상 추가적인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의 기준 금리는 1.50~1.75% 수준이며, 유로존의 기준금리는 이미 제로금리인 데다 작년 11월 양적완화를 재개한바 있다.

넷째,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에 미달하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저성장 지속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행된 양적완화와 제로금리 금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의 물가 상승률은 2%를 밑돌고 있다.

이는 주로 만성적인 글로벌 수요부족의 지속과 아마존(Amazon)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시장의 비약적인 확대 및 인공지능의 도입에 따른 고용감소 효과로 인해 판매가격 하락과 함께 소비수요가 다소 위축되며 나타난 현상으로 이해된다.

이론상 인플레이션이 없는 경제성장에는 한계가 있으며 경기둔화와 저물가로 당분간 저금리 상황의 지속도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섯째, 세계 경제 성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에서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의 부작용도 향후 10년 글로벌 경제 저성장 지속의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60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2018년 17.9%(2억 5천만 명)로, 2025년 고령사회(65세 인구비율 15% 이상), 2034년 초고령 사회(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적으로 저출산·고령화는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로 경제시스템 내 생산능력이 감소되고, 복지수요 증가와 연금부담 등으로 주요 소비계층인 30~50대의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고 소비수요가 위축되며 내수 경기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이 큰 폭으로 나타나지 않는 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하락 사이클에 접어든 상황에서 마땅한 경기부양 정책수단이 없는 데다 주요국 간 통상마찰의 심화로 교역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이 과거 대비 여의치 않으며, 내수 경기마저 위축이 불가피해 보임에 따라 2020년대 세계 경제는 저성장 기조로부터의 탈출구를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가오는 경제위기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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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2020년대 세계 경제는 저성장이지만 완만한 하향세를 나타내는 L자형 패턴을 보일 것인가?

아니면 경기 저점 국면(2023~2024년)에서 급락을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또 다시 위기국면을 거치게 될까?

경제가 위기국면으로 진입할 경우 추론할 수 있는 요인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미국 등 주요국 자산가격 버블 붕괴로 인해 금융시장이 급락하며 생산 → 고용 → 소비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으며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고 이것이 글로벌 차원으로 번지며 세계 경제를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167%(2019년 3분기)에 달하는 등 증시가 과열된 상태라고 판단되고, 케이스 쉴러 지수도 212.4(2019년 10월)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주택가격 버블시기의 182.7(2007년 1월)를 크게 넘어선 상황이다.

여기에 유로존을 중심으로 마이너스금리 채권이 급증하는 데다, 각국 중앙은행의 국채보유 증가로 채권시장 내 거래량이 급감하고 채권버블 위험마저 고조되는 등 주요국 자산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급락(Crash)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판단된다.

둘째, 기준금리가 너무 낮아 더이상 통화완화 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확대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지만, 이미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높아 자칫 과다부채 국가를 중심으로 국가 디폴트 상황에 내몰리며 세계경기 급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현실화 될 경우, 주요국과 신흥국 모두 더이상의 경기부양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위기 상황의 조기 극복에 실패하며 세계 경제는 장기침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부채는 가계와 기업부채 모두 선진국 대비 증가율이 가팔랐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부부채마저 급증할 경우 부채 발(發) 경제위기 우려감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도 GDP 대비 기업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인데다 GDP 대비 정부부채도 195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여 글로벌 부채위기 발생 시 경기가 크게 타격받을 전망이다.

중국의 경우 중국 정부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74.4%(2019년 6월)로,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불거질 경우 중앙정부의 재정부담 가중에 따른 경기둔화가 가시화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셋째, 현재 구조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중국과 정치·경제적으로 밀착된 대다수 신흥국 및 일부 선진국들의 경기가 급락하며 글로벌 차원의 경제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DP 대비 총부채 증가폭이 120%p에 달하는 등 글로벌 부채위기의 뇌관으로 주목되어온 데다, 지방정부의 비공식 부채가 2019년 GDP 대비 25%에 달해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부채 역시 과다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그림자금융을 억제하는 등 기업 디폴트를 본격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등 신용위험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 소득 양극화, 지역별 성장격차 등으로 인해 장기관점에서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부동산 가격마저 급락할 경우 중국 경기가 급격히 둔화될 수 있으며, 구조적 성장제약 요인의 극복이 쉽지 않은 만큼 침체가 장기화 되어 중국 경제와 연계되어 있는 대다수 신흥국 및 일부 선진국 경제에 지속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한편, 세계 경제가 위기상황에 돌입하더라도 위기를 극복하는 속도는 국가별로 상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및 기업규제 완화와 효율적 교육시스템을 바탕으로 빠른 혁신이 일어나는 국가들의 경우, 상대적 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고용·임금 상승 → 부채 축소 → 소비 증가 → 투자 증가의 선순환으로 이어져 경기회복 속도를 앞당길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건전한 인구구조에 기반한 탄탄한 소비계층의 존재 여부가 경기상승 사이클 진입 속도와 회복세의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 향후 저성장 탈출을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2020년대 내내 국가 간 무역전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세계 경제의 한가운데 위태롭게 놓여 있는 한국 경제는 무역중심 경제 운영체제의 유지가 불가피한 데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인구 고령화와 자산·소득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의 해결이 단기간 내에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감이 크다.

유일한 탈출구는 정부의 규제혁파와 4차 산업혁명 가속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및 효율적인 글로벌 밸류체인 재설정 등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기반으로 고용 증대 → 임금 상승 → 소비 증가 → 경기 회복의 선순환적 성장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업의 사회적 역할 강화를 통해 자산·소득 양극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을 지속가능하도록 설계하여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