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재미있는 생명이야기는 우리 일상과 연계되어 있는 생명과학의 주요 개념들을 살펴봅니다.

글. 방재욱 명예교수(충남대학교 생명시스템과학대학 생물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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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보면 예전보다 뚱뚱한 모습의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이고, 초등학교에도 통통한 아동들이 점점 늘고 있다.

어렵게 지내던 시절, 살이 찌고 배가 불룩 나온 사람을 보기 좋다고 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지금은 지방조직의 과다 증가로 살이 찐 사람이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의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 인식되며 비만(肥滿)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그림 1).

사회생활이 풍요로워지며 불규칙한 식사, 인스턴트식품의 다량 섭취, 과식이나 과음, 대중교통 발달과 좌식 생활 증가에 따른 운동 부족 등으로 섭취한 열량보다 소비하는 열량이 줄어 비만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며 선진국들에서는 오래 전부터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해오고 있다.

2012년에 세계에서 7번째로 소득 2만 불, 인구 5천만 명 이상 국가를 지칭하는 2050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도 ‘비만과의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비만은 인체 내의 에너지 불균형으로 체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돼 몸이 비대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체중은 많이 나가지만 지방량에 비해 근육량이 많은 경우는 비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비만은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로 측정하며, 그 실례로 키가 170㎝(1.7m)이고 몸무게가 60㎏인 사람의 경우 BMI는 20.7(60/1.72)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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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I에 따른 ‘아시아·태평양 비만진단 기준’은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다.

BMI가 18.5 미만은 저체중, 18.5~23 미만은 정상 체중, 23~25 미만은 과체중, 25 이상은 비만으로 진단된다.

비만의 전단계인 과체중은 위험체중으로 불리기도 하며, BMI가 35이상인 비만 3단계는 ‘고도비만’이라고 부른다.


비만의 원인과 증상

비만은 유전적 영향과 환경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지만, 칼로리가 높은 식품이 풍부해지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신체 활동을 덜 하며 지내도 불편이 없는 생활환경이 비만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성 연구에서 부모 모두가 비만일 경우 비만으로 태어날 확률이 80% 정도로 정상의 부모에서 태어날 확률인 9%에 비해 8~9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비만 유발 가능성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비만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평소 균형 잡힌 식생활과 함께 꾸준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비만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지만, 비만 유발 가능성이 낮은 사람이 지방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즐겨 먹는다거나 운동에 게을러지면 비만이 나타날 수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음식물의 과다 섭취, 운동 부족, 내분비 장애, 여성의 경우 임신 등을 들 수 있다.

성인 비만은 일반적으로 지방세포의 크기가 비대해져 나타나는 현상으로 과식과 운동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에 비해 소아 비만은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가 동시에 증가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성인이 되면서 비만해지기 쉽기 때문에 ‘성인비만 예비군’으로 불리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비만은 몸이 비대해지는 것 외에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비만이 원인이 되어 고혈당이나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질환이나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관절염, 성기능 장애, 담석증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특정 암의 발생이 증가할 수도 있다.


비만 대응과 예방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 정도가 비만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며 ‘비만과의 전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비용은 약 1조 8천억원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비만인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병원 평균 입원일수가 1.8배 정도 높다는 보고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비만한 어린이들이 2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하며, 비만이 심각한 합병증 유발과 함께 정신적인 질병으로까지도 이어지는 것을 고려해 비만을 21세기 신종 질병으로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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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비만이 최근 10년 사이에 2배나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그림 2).

예전에는 부모들이 살이 쪄 뚱뚱한 아이에게 ‘찐 살은 나중에 키(신장)로 가니 걱정 말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전혀 맞지 않은 말이다.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어릴 때 생활 습관을 고쳐야 한다.

어린 시절의 좋은 습관이 평생의 행복을 좌우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비만에 대비하는 바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만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우선 자신의 BMI 지수를 계산해 보고, 지수가 비만 수치일 경우 생활 습관을 살펴보아야 한다.

비만의 사전 예방을 위해 생활 습관을 개선하며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증가시키는 행동요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만을 예방하려면 알맞은 양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섭취해야하고, 식단에 설탕이나 꿀과 같은 단순 당을 줄이고 채소, 해조류, 생과일, 도정하지 않은 곡류 등을 올리는 것이 좋다.

식사에 포함된 영양소 조성에 따라 체중 감소 효과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식이요법으로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을 500㎉를 줄이면 체중이 1주일에 약 0.5㎏ 감소할 수 있다.

건물을 오를 때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을 많이 이용하고, 하루에 30분 넘게 일주일에 5회 이상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의 운동을 숨이 약간 찰 정도로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정상 체중으로 복귀한 다음에도 매일 체중을 측정하며, 체중이 다시 증가하지 않도록 자신의 체질에 맞는 운동을 계속 실시하는 것이다.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있는 ‘비만과의 전쟁’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비만이 앞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크게 영향을 미칠 ‘신종 질병’의 하나라는 사실이 제대로 인식되어야 한다.

행복한 미래의 삶을 위해 학교 현장에서는 물론 정부, 국회 그리고 언론에서도 비만 예방에 앞장서 앞으로 우리가 겪어나가야 할 ‘비만과의 전쟁’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 마련과 실천에 적극 나설 것을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