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INTRO

INTRO - 빅데이터 기반 혁신생태계가 다가오고 있다

▲ 글. 함유근 교수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이제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주체들이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더 큰 혁신을 창출하는 시대가 왔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 구현 방법을 빅데이터 기반 혁신생태계를 통해 살펴보고 혁신생태계가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를 살펴본다.



빅데이터와 비즈니스

최근 빅데이터를 상호 공유하면서 새로운 혁신을 달성하는 공동체인 생태계가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동안 기업이 만들어낸 빅데이터를 내부에서만 활용하는 사례들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여러 주체들이 빅데이터를 공유하면서 힘을 합쳐 더욱 큰 혁신을 달성하는 형태의 사업 방식, 즉 생태계형 비즈니스 모델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빅데이터란 기존의 정보 기술로 처리가 어려운 데이터 환경을 의미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데이터 규모가 엄청나게 증가하며 그 형태도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기계 데이터 등 기존과는 달라졌다.

또한 데이터가 발생하는 즉시 수집, 처리, 분석, 활용해야 하는 환경이 되어 이를 위해 하둡이나 클라우드 컴퓨팅, AI, 딥러닝 등 다양한 정보 기술도 등장하였다.

이런 빅데이터를 산업 현장에 사용하면서 단순히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뿐 아니라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혼자가 아닌 외부 주체들과 플랫폼을 통해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혁신을 이루어 낸다.

국내에서도 네이버나 카카오톡의 시작은 검색이나 메시지 교환 플랫폼이었지만 점차 다른 기업들이 이들 플랫폼을 통해 빅데이터를 공유하며 지급결제, 대출, 실시간 맞춤 광고, 공유경제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나타나고 있다.


플랫폼과 생태계의 의미

세상이 통신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되며 디지털화될수록 비즈니스를 위해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플랫폼이란 그것이 인터넷 사이트든 스마트폰 앱이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과 이를 필요로 하는 측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이며, 이를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이런 플랫폼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뒤에서 판매자 이외에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 연결되어 협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앱에서 물건을 구매하더라도 결국 신용카드사는 물론 신용카드 결제정보를 신용카드사별로 중개하는 업체, 그리고 물건을 배송하는 업체가 상호 연결되어 있다.

이와 같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위해 여러 주체들이 상호 네트워크로 밀접히 연결되어 협력하는 것을 생태계라고 한다.

다시 말해 생태계는 혼자서 제공할 수 없는 통합된 서비스를 위해 여러 산업의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협력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환경을 말한다.

결국 빅데이터 기반 혁신생태계는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해 상호 데이터를 발생시키고 가공, 처리하여 플랫폼에서 공유하는 일련의 활동들을 수행하는 기업 및 기관들의 집합을 말한다.


생태계 비즈니스의 특징

기존 산업에서는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데 주력했으나 이제는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려면 제조업도 상품이 아니라 솔루션을 판매해야 한다.

그것도 빅데이터로 스마트해진 솔루션이어야 한다.

이때 외부 파트너와의 빅데이터 공유는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매우 유연한 빅데이터 기반 혁신생태계가 구현되어야 한다.

이런 생태계를 가치 웹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서 기존 기업들은 기술 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며 때로는 이들의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


7.PNG

그리고 혼자만의 이익이 아닌 생태계의 이익을 제고하는 가치창출 방안이 있어야 한다(표 1).

생태계도 여러 목적의 생태계가 있다. 빅데이터를 처리, 가공, 분석에 도움을 주는 생태계도 중요하다(소위 빅데이터 기술 생태계).

빅데이터 환경에서는 어떤 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이를 수집하는 기업, 처리하는 기업, 또 분석하는 기업이 각기 다를 수 있으나 한 생태계로 연결되어 고객을 위해 함께 힘을 합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기술적 생태계 외에 여러 주체들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상호 공유하는 생태계가 주목받고 있다.

고객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일부분이 아닌 전체를 파악해야 하며 이를 위해 기업 외부와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지속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우리와 상관이 있는가?

개인이 아닌 기업을 상대로 하는 국내 제조업체들에게는 데이터 생태계가 생소할 수 있으나 세상은 변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내 제조업체들도 빅데이터가 쌓이면 결국 이를 활용할 방안을 찾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들도 자의건 타의건 외부 협력업체를 포함한 사업 파트너는 물론 이전에는 상관없었던 기관이나 업체들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플랫폼 및 생태계가 ‘우리 일’이 될 수 있다.

특히 공급사슬 등 물류와 관련된 분야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독일 자동차 기업 트라이톤 그룹이 개발한 화물운송관리 플랫폼 ‘리오’가 유럽에서 물류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리오는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으로 화물정보의 수집, 분석, 모니터링을 제공한다.

트럭에 20㎝ 크기의 리오박스 수신기를 부착하면 이를 통해 트럭 내 정보가 실시간 플랫폼에 쌓인다.

트레일러, 화물칸, 차체, 운전자, 화물 운송 주문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교통, 기후, 내비게이션 데이터 등이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자율주행차나 모빌리티와 같은 신산업에서는 이런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신문 보도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산업을 위한 IT 기업들의 관련 빅데이터 생태계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MS는 지난해 폭스바겐과 함께 차량과 IoT를 접목하는 ‘오토모티브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공개한 바 있으며 아우디와도 차량 데이터 분석 등의 영역에서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BMW 그룹과 함께 AI 및 IoT 등을 적용한 개방형 제조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형태의 생태계는 빅데이터 기술 지원 생태계이지만 이를 출발점으로 해서 더 나아가면 빅데이터 공유 생태계로 확대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초정밀 지도, IoT, 커넥티드카 플랫폼 등을 개발하며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모빌리티 시장으로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에 도움이 되나?

제조업과 같은 기존 산업에서도 이런 생태계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디지털 위협에 대한 대응이다. 자동차 산업의 혁신도 앞으로는 구글이나 MS가 주도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공급사슬 관리에서도 외부 관련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유될 필요가 있으며, 결국 기존 기업들은 기술 기업 및 데이터 보유기관과 협업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기존 비즈니스의 실적 및 성장이 정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들은 성장의 한계를 맞고 있다.

제조업이 물건을 만들지만 반도체처럼 기술혁신으로 버티는 업종이 아니라면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를 위해 빅데이터를 더해야 할 때다.

고객 데이터나 협력 업체 데이터와 우리의 데이터를 결합하면 맞춤 생산 등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커진다.

즉 기존 기업이 앞으로 신산업에서 말석이라도 차지하려면 데이터 생태계에 동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태계는 전략적 장점이 존재한다.

즉 혼자가 아닌 관련된 동반자가 한편이 되기에 신규 고객 확보 비용이 낮아진다.

그리고 고객이 우리 생태계 내 어딘가에 머무르게 된다면 고객을 묶어두는 효과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빅데이터 생태계를 만들고 이것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여러 측면들이 정착되어야 한다. 먼저 필요성의 공감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신규 사업이든 기존 업무의 개선이든 이를 위한 외부 데이터 공유의 필요성에 대해 구성원들이 공감해야 한다.

필요성을 인식하고 나면 대기업의 경우 이에 적합한 생태계를 찾거나 직접 조성할 수 있고,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이 주도하는 생태계의 참여를 고려해야 한다.

생태계 구축 혹은 참여를 결정한다면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는 참가자들 간의 신뢰가 필요하다.

기술적인 부분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무엇을 공유해 어떤 공동의 목적을 달성할지에 대한 비전을 중심으로 상호 역할과 책임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생태계가 가능하다.

변화무쌍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은 법률이나 계약보다는 상호 간의 신뢰이다.

또한 공유하는 데이터의 재산권이 명확해야 하는데, 이는 데이터의 소유권과 데이터의 금전적 가치가 명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 있는 데이터가 없으면 생태계 구축도 참여도 의미가 없다(특히 국내에서는 이런 이유로 데이터 활용의 통제 권한이 강한 정부 규제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안전한 데이터 교환과 데이터 거버넌스(데이터 접근 및 관리 프로세스, 권한, 책임),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편리한 플랫폼과 안정된 네트워크, 그리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네트워크 효과를 위해서는 참여자의 수도 중요하다.

기술적으로 날로 급증하는 데이터 규모와 부족한 데이터 분석능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활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제조업 혁신이나 생산성 향상 등의 목적을 위한 기업 간 데이터 공유를 지원하는 법·제도적 뒷받침도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