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04 - 혁신생태계 실현을 위한 정책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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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송현민 책임연구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데이터를 통한 혁신성장 및 전 분야 데이터 활용 붐 조성을 위한 근본 해결책으로 업계에서는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이 글에서는 데이터 거래 기반 마련에 초점을 맞추어 국내외 정부의 데이터 거래 활성화 정책, 법·제도 및 향후 정부 역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최근 데이터가 기존 생산요소(자본, 노동)를 능가하는 경쟁원천으로 부상하며, 앞으로 데이터를 잘 모으고 활용하는 것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IDC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시장 규모는 2020년에 2,100억 달러에 이르며, 데이터양은 2025년까지 10배 이상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최근 데이터 산업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8월 판교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다루는 나라”를 천명하며, 과감한 규제혁신과 다양한 정부 지원 정책 마련을 언급하였다.

다만 국내의 실제 데이터의 산업적 활용은 아직 초기단계로서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정부 지원사업 등이 확대되며 데이터 수급이 다소 촉진되었다고는 하나,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다.

업계와 다수전문가들은 데이터를 통한 혁신성장과 전 산업분야 데이터 활용 붐 조성을 위한 획기적 돌파구로 ‘데이터거래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외 정부의 데이터 거래 활성화 정책

국내 관련 정책

일반적으로 데이터 거래는 플랫폼을 통한 거래와 개별 기업 간 직접 거래(양자 간 협약, 비공개) 2가지 방식이 있다.

2018년 데이터산업현황조사(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거래 및 분석 시장규모는 2018년 기준 약 7,500억 원 수준으로, 미국 시장의 380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보다 안전하고 투명하게 거래될 수 있는 기반을 플랫폼으로 보고 이를 통한 활성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는 2013년부터 ‘데이터스토어’ 라는 데이터 중개·유통 플랫폼을 운영해 오고 있다.

데이터스토어는 그간 데이터 제공기업과 수요기업을 연결해 주는 중개·거래 창구의 기능과 역할을 해왔으며,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 중개(등록, 판매등), API 개발 지원, 가격산정(원가 기반), 법률 상담 등을 지원해 왔다.

특히 2019년 신규로 600억 원 예산(연 1,640건)을 지원하는 ‘데이터 바우처 지원사업’이 성공적으로 출시하며, 국내 전 산업 분야에서 거래 활성화 촉매 역할 및 인식 전환점의 계기가 되었다.

바우처 사업은 비용 부담 및 전문성 부족 등으로 데이터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벤처기업 등에 데이터 구매 비용 및 가공을 지원하는 대규모 지원사업이다.

바우처 사업 창구로 데이터스토어를 활용하면서, 등록 상품 수 및 이용률, 회원 가입 등이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수혜기업들의 다양한 비즈니스 성공 사례들이 창출되며, 업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빅데이터 플랫폼, 행정안전부 범정부 데이터 플랫폼, 금융위원회 데이터거래소, 중소벤처기업부 제조·AI 분야 플랫폼 등 각 부처들도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해외 관련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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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자국 실정에 맞는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거래·유통이 가장 활발한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개인정보 활용이 비교적 용이한 환경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중심 데이터 브로커 시장(약 1,500억 달러)이 형성되었으며, 분야별 데이터 전문기업들이 데이터 가공·분석 등을 통해 수요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정부의 대표 정책은 행정부 주도하에 펼치는 빅데이터 R&D 이니셔티브 정책이다.

빅데이터 기술연구(R&D)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거나 공공(부처)과 민간 프로젝트 지원 등을 지원하는 형태로, 거래 활성화를 위한 직접적인 시장 개입보다는 기업들의 기술역량 강화나 자금 확보 등을 위해 후방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반면 중국은 빅데이터 산업 지원 및 특구 개발에 3,000억 위안(약 50조 원)을 투자하는 등 정부(공공)가 거래 활성화를 직접적으로 주도하는 대표적 국가이다.

이미 자국에서만 15~20여 개 거래소들이 생겨났으며, 그중 ‘구이양 빅데이터 거래소’(2015년~)와 ‘상해 데이터 거래소’(2016년~)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구이양 거래소는 5,000만 위안(약 84억 원)의 등기자본(국유 36%, 민간 64%)을 통해 중국 공업정보화부 비준에 의거 설립된 법인으로, 5대 민간 주주 및 약 3,000여 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본원과 별도로 2개 운영센터(북경·상해) 및 지역별 11개 분소센터(산시성 등)를 운영 중인데, 중국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정부 영향력이 강하고 거래 참여도 승인을 받은 기업에 국한하고 있어, 수요자·공급자 모두 믿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공정한 거래와 시장 신뢰성 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진입 요건(심사-관리-퇴출 등), 거래 보증, 분쟁 조정 등 전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또한 거래소가 자체 운영하는 플랫폼(GBDEX)이 있으며, 보유 데이터 중 공공데이터가 약 80% 수준에 이른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공식적으로 100여 개 도시로부터 빅데이터 제공 협조를 받고 있으며(누적규모 150PB),설립 이후 거래 누적액은 3억 위안(5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상해 거래소는 3억 위안(약 340억 원)의 등기자본(국유 59%, 민간 41%)을 통해 상해시 비준에 의해 설립된 법인이다.

공공데이터 가공·판매 중심의 구이양과 달리, 민간 데이터 공유·활용 및 수요자-공급자 간 연결(중개 매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자체 운영하는 플랫폼(Chinadep)을 운영 중이며, 100% 온라인 매칭 및 청산·결제 위주로 중개하고 내부에 국가 빅데이터 공정실험센터(인민정부 지정)를 통해 표준 제정 및 표준화 작업 결과물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중국 전역으로 배포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와 민간이 거래 활성화를 위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 국가이다.

주로 민간에서는 벤처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IoT 분야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는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에브리센스는 2014년 설립된 벤처기업으로 플랫폼 구축 이후 기업들의 참여규모(약 3,000개사)가 커지며 일본 정부(총무성·경제산업성)에서도 컨소시엄에 직접 참여하여 기업들에게 초기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정부도 로봇, 공작기계, 센서 등 자국 강점 분야인 IoT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에서 준비하고 있다.

특히 경제산업성 주도로 민간 사업자가 데이터 이용·거래 또는 AI 기반 SW 개발·이용 계약시 참고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3차에 걸쳐 개정판을 발표(2018년 6월)했고, 총무성 주도로, 히타치, 도쿄 전력 등 대기업과 공동으로 ‘IoT 빅데이터 거래소’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2020년 설립예정).


법·제도 및 향후 정부 역할

데이터 경제 시대에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술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데이터 처리,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이 핵심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데이터 관련 3법 개정(⑴개인정보보호법(행정안전위원회), ⑵정보통신망법(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⑶신용정보법(금융위원회))이 업계에서 바라는 가장 현실적 대안인데, 다행히 연내 통과 목표로 여야가 현재 논의 중에 있어 곧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

더 나아가 데이터 유통·거래를 위한 단독 법률도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다만 관련법이 당장 없더라도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데이터가 보다 안정적·효율적으로 유통·거래 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줘야 한다.

특히 거래를 저해하는 핵심 요소(양질의 데이터 수급, 품질 관리, 모호한 가격 기준 등)에 대한 해결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 상황을 살펴보면 민간의 경우, SKT, KT 등 대기업 중심의 10여 개 데이터 거래 플랫폼이 운영 중인것으로 파악되나, 특정 분야에 국한되고 공급자 주도(거래가격 임의 책정 등) 형태를 보여 거래가 쉽지 않은 구조이다.

또한 공공의 경우도 앞서 언급했듯이 부처별로 데이터 거래 지원 체계가 각각 마련되고 있으나, 통합적인 지원 체계가 부족한 상황이다.

종합해 보면, 현재 다양한 데이터 플랫폼들이 구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 플랫폼의 데이터 거래가 촉진되고, 여러 플랫폼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통합 체계가 필요하고, 수요자들에게 어디에 어떠한 데이터가 있는지, 거래 방식이나 가격책정 등 최소한의 거래 원칙 및 기준, 거래 지원 방안 등을 정부에서 제시해야 한다.

즉, 정부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손쉽게 데이터 거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마중물 역할로써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와 관련하여 데이터 거래 기반 마련을 위해 깊은 고민을 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에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데이터 통합거래 환경 구축 전략(ISP)’, ‘데이터 거래 표준계약서 및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 과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좀 더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ISP 연구는 분야별 빅데이터 플랫폼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거래 기반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본 연구를 통해 거래 프로세스 정립, 플랫폼 간 연계, 표준화 및 품질 확보 등 데이터 거래를 촉진·지원하는 기반을 점진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본 연구에 대한 실현성 확보를 위한 단계적 실증 및 범부처 차원 협의, 민간 플랫폼 연계 등을 검토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연구는 데이터 거래와 관련된 주요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거래 유형별(제공형, 창출형, 마켓플레이스형) 표준계약서 개발과 더불어 계약 시 고려해야할 법적 검토사항과 참여자 간 준수 범위·기준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향후 이를 기반으로 공통 적용이 가능하고 구심점이 되는 통합 거래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여 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