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 혁신생태계와 국내 데이터 플랫폼 현황과 전망
▲ 글. 이용진 팀장
한국정보화진흥원 지능데이터기반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원천으로 데이터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육성하는 빅데이터 플랫폼과 빅데이터 센터를 통해 기존에 개방되지 않았던 다양한 융복합 데이터가 생산·유통될 예정이며, 기업은 데이터 상품을 구매하여 새로운 비즈니스와 혁신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국내외 데이터 산업 현황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원유이자 국가와 기업의 경쟁원천으로 정밀의료(왓슨)·교통혁신(우버)의 사례처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기업이 시장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 데이터 기반의 혁신기업들은 많은 고객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네트워크 효과로 사용자를 더욱 늘리는 한편,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종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새로운 경쟁 원천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을 독과점하는 승자독식의 경쟁 환경에서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구조이다.
이처럼 양질의 풍부한 데이터 확보 및 활용 여부가 AI 기술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에 직결되지만 국내 산업계는 데이터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1,20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빅데이터 도입률은 9.5%에 불과하였으며,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2018년 빅데이터 활용 역량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63개국 중 31위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데이터의 축적·유통·활용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폐쇄적 유통구조, 산업·사회적 활용 저조 등의 한계가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가 산업·사회 혁신의 촉매제로의 역할이 기대되나, 산업적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로서 산업전반의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
미국 CRN의 조사결과 글로벌 100대 빅데이터 기술 혁신기업 중 국내 기업은 전무한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선도자로 도약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전략적인 투자가 절실하다.
플랫폼별 사업계획 및 혁신생태계의 특징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공과 민간의 금융, 통신, 교통 등 분야별로 다양한 데이터가 생산, 구축될 수 있는 100개 빅데이터 센터와 양질의 데이터가 유통·거래되고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는 10개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2019년 743억 원을 포함하여 5년간 총 2,016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공공과 민간이 협업하여 빅데이터 센터 등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플랫폼에서 수집·유통하고 혁신 서비스를 발굴·확산하는 등 데이터 기반의 가치창출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금융, 환경, 문화미디어, 교통, 헬스케어, 유통소비, 통신, 중소기업, 지역경제, 산림 등 10개 분야별로 각종 빅데이터의 수집·분석·유통을 담당하게 된다.
빅데이터 센터는 분야별 플랫폼과 연계하여 중소기업·대학 등 주요 기관별로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생산·관리한다.
10개 분야별 플랫폼의 사업계획과 특징은 다음과 같다.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은 BC카드가 중심이 되어 금융(대출, 보험, 증권), 비금융(통신, 소셜, 유통, 미디어, 상권) 데이터를 유통거래하고, 데이터를 융합하여 소상공인 창업 지도 서비스 및 국민 금융생활 플래너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환경 빅데이터 플랫폼은 국내 대표 물환경 전문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중심이 되어 생활환경(대기, 화학물질) 및 자연환경(기상·기후, 지질·지형, 생태)의 데이터를 생산하는 빅데이터 센터와 협업하여 데이터를 개방하고, 맞춤형 수질정보 서비스 및 대기질 야외활동 추천 서비스 등도 제공할 계획이다.
문화 빅데이터 플랫폼은 한국문화정보원이 중심이 되어 문화·체육·관광 데이터를 생산하는 센터와 협업하여 문화, 숙박, 레저, 음식, 상권, 도서·출판 등의 데이터를 개방하고, 이를 융합하여 문화여가 종합정보 서비스 및 한류 비즈니스 매칭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교통 빅데이터 플랫폼은 교통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차량, 도로, 철도, 내비게이션, 유동인구, 주차 등의 데이터를 생산하는 센터와 함께 데이터를 유통·거래하고 데이터 기반의 도로 및 대중교통 개선 서비스, 스마트시티 지원 서비스 등을 함께 제시할 계획이다.
헬스케어(암) 빅데이터 플랫폼은 국내 암 연구·진료 중추 기관인 국립암센터가 중심이 되어 갑상선암, 신장암, 유방암, 대장암, 폐암, 난소암, 간암, 위암, 전립선암, 췌담도암 등 10대 암종별 임상데이터를 생산하는 빅데이터 센터와 협업하여 국내암 임상데이터의 30% 이상을 확보하고 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암 진단·치료 의사 결정 및 항암 치료제 연구개발 등을 추진한다.
유통소비 빅데이터 플랫폼은 경제산업 전문 언론사인 매일방송이 중심이 되어 유통·물류·소비데이터를 생산하는 6개 플랫폼 참여기업 및 10개 빅데이터 센터와 협업하여 라이프 스타일별 선호 외식업종 서비스 및 지역별 온라인 상품 구매정보 서비스 등도 구축한다.
통신 빅데이터 플랫폼은 국내 유무선 대표 통신사인 KT가 중심이 되어 공간, 생활, 소셜, 공공 데이터를 생산하는 빅데이터 센터와 협업하여 통신, 공간, 생활, 소셜, 공공 등 218종 데이터(768TB)를 개방하며 유동인구 기반 상권분석 서비스 및 생활인구 분석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중소기업 빅데이터 플랫폼은 기업경영 정보화 전문 기업인 더존비즈온이 중심이 되어, 중소기업 회계정보, 부동산, 보험계약, 기업 고용·복리후생, SNS, 일자리, 무역, 기업 신용 등의 데이터를 생산하는 빅데이터 센터와 협업하여 기업 경영정보 분석 서비스 및 일자리 수요예측 서비스 등도 함께 플랫폼에서 제공한다.
지역경제 빅데이터 플랫폼은 700만 명의 경제활동인구(전국의 25.5%), 사업체 수 87만 개(전국의 21.8%)를 매개로 국내 경제지표의 중심지인 경기도가 중심이 되어 경기도 지역화폐 결제정보, 기업정보, 일자리, 신용평가, 카드사 정보, 경기도 인구·주거·환경 등의 데이터를 융합하여 지역 소비패턴 분석 서비스 및 맞춤형 일자리 매칭 서비스 등 제공한다.
산림빅데이터 플랫폼은 임업 전문기관인 한국임업진흥원이 중심이 되어 산림종 유전체, 임업, 등산로·숲길·자전거, 대중교통, 산악기상, 산림재해, 항공영상 등의 데이터를 생산하는 빅데이터 센터와 협업하여 트래킹 및 산림재해 예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현실적 과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여 분석 인프라 및 유통 기반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 공유·활용이 활성화된다면 새로운 시장 창출 및 산업·기업의 혁신성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기존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웠던 양질의 데이터가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분석·유통·거래되고,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혁신서비스가 발굴되고 확산될 것이다.
공공 분야에서는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사회 현안 해결 및 소외 계층 지원 등을 위한 공공 혁신 서비스가 개발되고 민간부문에서는 통신·금융·유통 등 전 분야에 걸쳐 데이터의 산업적 활용과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산업혁신 서비스가 발굴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우선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에 대한 개정이 시급하다.
국회에 계류중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비식별화 등 안전한 기술적 조치를 끝낸 가명정보와 익명정보를 산업적 연구·상업적 통계 목적일 경우 개인의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전문기관의 승인 하에 결합 정보를 활용하고 개인정보 관련 기관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데이터 3법이 개정되면 금융,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종 데이터의 안전한 결합과 융합이 가능해지고, 데이터의 활용 가치가 한층 높아질 것이다.
EU, 일본 등은 데이터의 활용과 개인정보보호제도를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하여, 데이터 기반 혁신성장을 이끌고 있듯이 우리도 하루빨리 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해 법 개정이 시급하다.
두 번째는 각 산업 분야의 데이터 분석 전문 인력양성이 시급하다.
기업들은 데이터를 갖고 있어도 이를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나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2018년 데이터산업현황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까지 향후 5년간 데이터 산업에서 추가로 필요한 데이터 직무 인력은 9,472명이며, 전 산업에서 추가로 필요한 데이터 직무 인력은 22,607명이었다.
데이터 직무별로는 데이터 분석가가 가장 부족하다고 조사되었다.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분야별 빅데이터 플랫폼과 센터와 협력하여 데이터 가공기업, 스타트업, 분야별 도메인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생태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데이터 공급자와 수요자의 협력이 중요하다. 데이터 공급자가 수요자의 활용성을 고려하여 데이터를 생산·가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 협력 거버넌스인 데이터 얼라이언스(Data Alliance)를 구성·운영하여, 공통 데이터 표준화 및 품질 기준 마련, 플랫폼 연계방안 및 데이터 유통·거래 기준 마련 등을 통해 본격적인 데이터 유통·거래 환경 마련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데이터 유통 및 활용을 종합적으로 지원하여 2023년까지 빅데이터 1조 원 시장 창출을 목표로 정부의 투자와 함께 지속적인 민간투자 유도를 통해 중소·벤처기업, 스타트업 등의 신규 비즈니스 창출을 적극 지원하고,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맞춤형 컨설팅 등 제공할 계획이다.
기존 기업들에게 주는 시사점
데이터가 이제 돈이 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데이터는 기업의 자산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데이터를 시장에 공급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데이터는 다른 데이터와 융복합되면 그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동안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도 적합한 데이터를 구하지 못해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2020년부터 본격적인 데이터 유통·거래가 이루어지면 지금보다 좀 더 쉽게 최신데이터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에 대한 적정한 시장 가치가 형성되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듯이 편리하게 데이터 상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다양한 데이터 기반의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데이터를 유통·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거래 기반이 만들어지고 플랫폼을 통해 수요자가 필요한 데이터를 판매하고, 판매 수익을 다시 데이터 생산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데이터를 판매하는 기업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우리나라에 데이터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전 산업으로 데이터가 흘러갈 수 있는 데이터 고속도로가 만들어져 우리나라가 데이터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