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혁신생태계 현황과 활성화를 위한 과제
▲ 글. 신민수 교수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빅데이터가 기업들이 직면한 불확실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돌파구로 주목받으며 세계 각국은 빅데이터 혁신생태계의 구축과 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가 도출되고 있으나, 국내 시장에서는 가시적 성과 도출을 위한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1년 가트너 보고서에 데이터 경제 개념이 등장한 이후 데이터 경제의 개념과 범위는 기술 및 서비스 발전에 따라 지속해서 변화되며 확장되고 있다.
데이터 경제의 개념은 연구기관이나 연구자별로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인 키워드는 혁신과 신경제 및 산업 육성, 그리고 사회경제에 대한 새로운 이익 창출 등으로 동일하다.
기업들은 데이터 경제가 도래함에 따라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조직의 효율성 향상과 의사결정의 정확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외부적으로 는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이종 서비스 간 협력 등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데이터 경제는 직접적인 데이터 생산과 수집 그리고 유통과 활용 과정에 관련된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데이터 생산 과정에서는 센서 네트워크와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시장을 발현하고 데이터 생산 기업의 데이터 소유권과 관련된 새로운 시장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수집 과정에서는 가전, 의료, 모바일 기기, 방송 미디어 등 다양한 부문의 발전은 물론 데이터 처리 및 관리 부문 역시 발전을 촉진시키고 있다.
또한 데이터 유통 과정에서는 전문 분야별 데이터 거래소와 데이터 API 등 데이터 공유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유통 신산업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데이터 활용 분야에서는 스마트 헬스케어, 스마트 공장, 스마트 교통 등 지속적으로 새로운 산업 분야를 창출해 내고 있다.
데이터 경제에 의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발현은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데이터 축적의 지속 여부와 규모에 따라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데이터 경제는 이러한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데이터를 활용하는 개인·기업·공공 부문의 확장에 따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새로운 영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교육과 미디어, 도소매 분야에서는 데이터 경쟁에 의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나고 있으며, 제조, 출판,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새로운 고객 확보를 통한 시장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개인 역시 데이터가 갖는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개인 데이터를 활용한 수익 창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데이터 거래 및 활용에 따른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출현이 곧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 역시 기대되고 있다.
이 밖에도 공공 부문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정 서비스의 효율화 향상과 새로운 시민 맞춤형 공공 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비용 절감 및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같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빅데이터 혁신생태계 구축을 위한 해외 정부정책 수립 사례
부상하는 데이터 경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에서는 빅데이터 혁신생태계 구축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2012년에 Big Data R&D Initiative를 수립하여 빅데이터 수집·저장·처리·관리를 위한 추진 계획을 수립하였으며, 2016년에는 Big Data R&D Strategic Plan을 수립하여 국가 데이터 인프라 구축 강화 및 데이터 상호운영성을 촉진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도 빅데이터 공유와 개방을 위해 투명한 데이터 처리 방식과 개인정보보호, 합법적인 데이터 유통을 추구하는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각국의 정책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빅데이터 네트워크 구축 정책이다.
영국은 2015년부터 산업계, 지방 정부, 중앙 행정 부처, 그리고 시민 등이 참여할 수 있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영국 각 지역 대학교에서 행정 데이터를 관리 및 처리(취약계층 지원, 환경관리 및 지역경제 성장을 목표로)하는 것은 물론 각 대학에서 가공한 데이터(교통, 건강, 주택, 교육 등에 관련된 데이터)를 공공과 민간에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데이터의 활성화를 위해 사회 파트너십 프로젝트(소비자 데이터를 가공하여 기업과 시민에게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목표로)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전국을 4대 권역으로 구분하여 빅데이터 지역 혁신허브를 구축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역 혁신허브는 지역 특성에 맞는 주제(예를 들어 남부는 제조업·헬스케어, 북동부는 에너지·금융·교육, 중서부는 농업·식품 등)에 대해 연구를 수행함과 동시에 관련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관리·분석하고 관련 기업과 대학 및 연구소들이 해당 지역의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빅데이터 혁신생태계를 통한 해외기업 혁신 사례
각국의 빅데이터 혁신생태계 구축 촉진 노력에 따라 데이터 기반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기존 산업계 전반에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변혁 중의 하나는 기존 시장의 와해이다.
예를 들어 우버는 서비스 수요에 따른 가변적 가격정책을 수립하여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공급과 수요에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때로는 기본 가격보다 8배 높은 급등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는 데이터에 기반한 소비자의 최대 지불 의향 가격을 분석하여 책정된다.
이러한 우버의 가격 책정 방법은 우버가 보유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밖에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혁신생태계를 활용하여 새로운 형식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 및 산업을 창출하고 있는데, 주로 나타나고 있는 형식은 고객 경험의 변화, 내부 프로세스의 효율성 개선, 새로운 가치창출 등이다.
가트너 그룹은 Big Data Value Model(2015)을 통해 빅데이터 활용 목적을 그림 1과 같이 여섯 가지로 분류하였다.
미국의 Walmart는 2011년 소셜미디어 데이터 분석 업체인 Kosmix 인수를 통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Amazon은 고객이 구입한 상품 데이터를 분석하여 고객들이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을 추천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창출하였다.
영국의 Aviva 생명은 차량 내 운행기록 장치를 통해 운전습관에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고객들에게 맞춤형 보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품에는 운전하는 시간과 지역 등을 고려하여 보험료를 산정하는 ‘Rate My Drive’ 등이 있다.
Amazon은 온라인 서점을 운영하며 생성 및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전자제품은 물론 자동차 부품과 영화까지 유통하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장터로 성장하였다.
Netflix는 10만여 개의 콘텐츠와 전 세계 3,000만명을 상회하는 구독 소비자의 콘텐츠 선택 이력과 감상평 등에 대한 데이터를 하루 평균 50억 건 수집·분석하여 콘텐츠 추천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Netflix에 의하면 전체 고객 중 75%의 고객은 추천받은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류 유통 업체인 ZARA는 전 세계 매장마다 잘 팔리는 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신속하게 생산하여 매장에 진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반 패션 브랜드들이 한 계절에 3,000여 종의 의류를 선보이는 반면 ZARA는 1만 1,000여 종을 매장에 선보이고 있다.
Volvo는 자동차가 제품이 아닌 서비스에서 소비자의 선호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자동차에 탑재된 센서를 통해 주행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제품 개발 단계에서 알기 어려운 다양한 결함과 소비자의 잠재적 니즈를 빠르게 분석하여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였다.
이를 통해 Volvo는 종래 50만 대의 차가 팔린 후에나 알 수 있는 차량 결함을 이제는 1,000대가 팔린 시점에서 포착할 수 있어 리콜 비용 절감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미국의 Master Card는 각 지역에서 생성된 결제 데이터를 축적하고 카드 사용자의 소득 수준이나 구매 선호도와 관심사 등을 추론하여 관련 기업과 상공인들에게 데이터를 판매하거나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Master Card는 결제 분야 외의 영역에서도 이익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Fujitsu는 작물 이미지와 농지작업 데이터를 분석하여 품질 및 수확량을 증가시키는 농업용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에서는 기후와 토양에 대한 센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과거 수확실적 등에 관련된 빅데이터를 비교 분석하여 최적화의 파종 및 수확 시점, 농약 살포 시점 등을 제공한다.
국내 빅데이터 혁신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과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이처럼 빅데이터 혁신생태계를 구축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수준의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이 없다는 점, 활용 가능한 빅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 데이터의 오용과 기업 보안 및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 데이터 공유 및 활용 경험이 미흡하다는 점, 그리고 빅데이터 관리와 분석 기술 및 플랫폼 기술 개발 수준이 선진국 대비 낮다는 점 등에서 향후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은 상황이다.
빅데이터 기반의 혁신생태계 활성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데이터 경제 기반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그에 따른 판단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빅데이터 정책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빅데이터 혁신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는 데이터 유통 체계 및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빅데이터 혁신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적합한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인데, 반드시 고려할 점은 기업, 개인 등 광범위한 주체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범위한 주체의 참여 유인은 빠르게 변하는 빅데이터 혁신생태계 관련 기술의 수용과 확산을 가능하게 하여 지속적인 성공사례를 창출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혁신생태계와 관련한 갈등 해소를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거버넌스 체계는 영국과 캐나다에서도 시행 중인데, 캐나다의 National Digital and Data Consultation에서도 2018년 이후 기업은 물론 개인으로부터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명시하고 있다.
그 밖에 데이터 생성부터 유통과 활용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운영 체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데이터 생성의 주체인 기업과 개인 그리고 공공 부문에서 안전하고 쉽게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과 데이터 플랫폼 업체 간의 경쟁 유인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 간에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혁신과 성장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데이터 거래에 대한 신뢰 확보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데이터 소유권과 통제의 개념 및 범위에 대한 정의 그리고 개인 데이터의 활용 촉진과 동시에 명확한 개인정보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환경 구축을 위해서는 기존의 법·제도 중 활용 가능한 부분을 통해 우선 빅데이터 혁신생태계의 구축을 지원하고, 생태계 진화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법·제도를 제정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혁신생태계의 주요 주체인 기업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우선 빅데이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활용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한 현장의 이해 부족과 중소기업의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이 데이터 분석 전문가나 IT 전문가 혹은 부서의 업무라는 인식 역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인식 변화와 시장에 대한 확신이 들 수 있도록 생성부터 활용까지의 전 주기적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하며, 성공 사례에 대한 전파가 필요할 것이다.
기업 역시 빅데이터 분석이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만 적용 가능하다거나, 기업 내 특정 담당자의 업무라는 인식의 대전환을 꾀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중심의 기업 문화 조성과 이와 관련된 최고경영자의 추진 의지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빅데이터를 자본으로 투입하여 한계비용을 0으로 하는 기반의 혁신기업이 매우 빠른 속도로 출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빅데이터 혁신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데이터 자본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혁신적인 데이터 분석과 가능한 많은 가공 기업이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하는데, 그러한 방법의 하나는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데이터 자본 공급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모든 산업 분야에 데이터를 재이용하여 가치 자본으로 삼는 기업들이 확충되도록 하고, 이러한 기업들을 네트워크 생태계로 연결하여 개별 기관과 기업 중심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빅데이터 혁신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과 관련된 기업 간 협업이 필수적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영역별,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의 정책에서 벗어나 빅데이터 혁신생태계 내 협업 환경이 구축되도록 하는 정책 수립과 시행을 통하여 동반 성장의 시너지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