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01 - 2019 TI클럽 기술혁신포럼
우리는 왜 협력하지 않는가? -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
지난 11월 20일(수) 오후 2시, 서울 양재동 엘타워 메리골드홀에서 < 2019 TI클럽 기술혁신포럼 >이 개최됐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이하 산기협)를 포함해 산업계 기술혁신을 지원하는 14개 주요 단체들로 구성되어 있는 TI클럽(Technology Innovation Club)은 2012년 결성 이래 산업계 기술혁신활동에 있어 애로사항들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공동설명회와 포럼 등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왜 협력하지 않는가?’란 주제로 펼쳐진 이번 포럼에는 기업 CEO 및 CTO, 연구소장 등 70여 명이 참석했으며 130분간에 걸쳐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산기협 마창환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저성장 시대에 국내기업이 재도약하려면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핵심 기술 자립과 DT(Digital Transformation)를 통한 제조혁신이 하나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제조혁신은 대·중소기업이 상생협력하는 생태계가 조성될 때 더욱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마 부회장은 “미진한 정부 정책과 대기업의 형식적인 지원, 중소기업들의 피해의식 등이 이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남아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짚으며, “오늘 포럼이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활성화에 불을 지피는 단초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럼 이번 포럼에서 어떤 내용들이 어떤 방향으로 다루어졌는지 지금부터 상세하게 살펴보자.
발표 1
한국 기업들의 상생협력 노력과 한계
변화하고 있는 세계 산업생태계에 발맞추어 우리 기업들은 서로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 발표_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산업생태계에서 공급의 사슬은 수직적인 통합에서 수평적인 협력으로, 기업의 관계는 종속적인 구조에서 대등하게 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R&D 역량 및 시장진입 속도향상, 자원부족 해결, 개발위험 분산 및 감소 등을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오픈 이노베이션)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상생협력을 위한 대기업과 정부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기업의 경우 본질적 접근이 아닌 일회성 전시 행사에 그치는가 하면, 대기업 중심의 업무 프로세스와 통제지향적인 기업생태계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에 대한 정책 수립 및 실행, 체제 구축 과정에서 그리 적극적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보다 중소기업끼리 협력할 수 있도록 인프라 중심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즉, 개별기업에서 협력 기업 및 그에 따른 인프라로 지원의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공정거래를 통한 거래관계 개선에서, 가치공유 중심의 협력적인 가치창출 방향으로 생태계가 조성될 때 비로소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발표 2
동반 성장을 위한 상생과 협력 성공사례
전기자동차 배터리팩 개발과정에서 중소기업과의 협력으로 기술적 난제를 극복한 LG화학의 사례를 소개한다.
▲ 발표_ 권종훈 LG화학 상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한편, 중국 및 유럽 국가들에서는 더욱 강력한 환경규제를 발표하고 있다.
전기차 산업에 있어서도 신성장동력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팩의 무게를 최소화해 주행거리 증가 및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밀 기계가공 수준의 고난도 압출과 본딩 기술 등이 요구됐다.
이에 LG화학은 알루미늄 압출 특수형재 전문 중소기업 대주코레스(주)와 협업하여 2년 만에 초경량 배터리팩 개발에 성공했다.
요컨대 세계 최초로 곡선형 정밀 압출 기술을 공동 개발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대주코레스는 국내 중소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조립Line 자동화시스템을 구현하게 됐다.
단기간에 이와 같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발 일정에 관한 조율을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인 입장에서 협의하고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유의미한 대·중소기업 간의 기술협력임이 분명하나 한계점도 존재했다.
개발 기술의 특허 소유권이 불명확한데다 중소기업 내 이직률이 높은 만큼 핵심 기술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기준 및 보완시스템을 정부차원에서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발표 3
소부장 경쟁시대,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방안
대경쟁과 개방형 협력 시대에 우리 기업들은 어떤 협력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현해 나가야 하는지 세계 추세를 통해 대안을 찾아본다.
▲ 발표_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개방형 협력이 요구되는 글로벌 산업패권 대경쟁 시대에서 우리나라 산업생태계는 여전히 폐쇄적인 수준이다.
자동차부품 업체 R&D 육성 현황을 예로 들어보자.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일본의 투자 규모는 해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경우에는 그 1/4 수준으로 심각하게 저조하다.
또한 보완자산 및 여유자산 부족, 불공정거래의 문제도 개방형 시대의 협력을 방해하는 주요소다.
이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에는 일본의 산업 구조 비전을 도입해보기도 했지만 모방 중심의 성장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간의 협력을 통한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통적인 가치 사슬에서 벗어나 신부품과 MaaS(Mobility as a Service) 등 미래성장주도 서비스 산업에 투자와 인력을 집중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첨단기술 산업에서 효율적인 신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실현하려면 대·중소기업 간의 협업은 기본이다.
제휴, 창업기업과의 협업 등 비즈니스 모델 혁신뿐 아니라 공정한 기술개발을 위한 협력도 함께 이뤄져야한다.
대·중소기업 간의 소통과 공유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필수 자양이다.
패널토론
기업의 상생협력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정책방향
이번 포럼 토론시간에는 대·중소기업 간에 Win-Win 할 수 있는 기술협력의 유형과 기술협력을 위한 노력에 있어 애로 요인은 무엇인지, 또 기업 간의 기술협력 촉진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정책 방향에 대해 다뤄봤다.
좌장_ 이병헌 교수(광운대학교)
패널_ 김용진 교수(서강대학교), 권종훈 상무(LG화학), 김왕환 대표(한국에어로),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산업연구원), 국신욱 본부장(대중소기업·농업협력재단)
이병헌 교수
오늘 다룰 주제 중 대·중소기업의 기술협력을 위한 노력 과정에서 어떤 애로점이 있는지와 상생을 가능케 하는 기술협력 유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는 결국 같은 선상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이니 연계해서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김왕환 대표
기업 간의 협력은 기술의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 생각합니다.
이때 중요한 전제 조건은 협력 주체들의 열린 마음이죠.
중소기업 스스로가 자성의 시간을 갖고 기업가정신을 유지·발전시켜야만 합니다.
이와 함께 상호협력 인프라를 구축해 신뢰를 형성한 후 기술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기업들 간의 협력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국신욱 본부장
지난 7월 발표된 우리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위기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습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실현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 시스템도 마련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먼저, 계열화를 뛰어넘는 협력네트워크가 구축이 돼야 합니다.
그런 다음 대·중소기업이 힘을 합쳐 판로를 개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항구 위원
자동차 분야를 비롯해 ICT(정보통신 기술), 소재 등 주요 미래 산업에서 우리 기술력은 해외시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협력이 안 된다는 겁니다. 해외에서조차 이를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면에 있어 기술력을 다 갖추고 있는데, 왜 협력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기업 간의 협력체계 안정화를 시장에만 맡겨선 안됩니다.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김용진 교수
해외진출 구조에도 문제점이 많습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업체들이 줄지어서 따라간다든지, 내수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을 고스란히 갖고 판로를 개척하는 것으로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신규 비즈니스 영역에서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품과 기술, 기업을 편성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시장도 새롭게 형성될 것이며, 그때 우리 기업들도 승산을 기대할 수가 있을 겁니다.
권종훈 상무
공동 기술개발 이후 논란이 되는 기술소유권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설정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LG화학과 대주코레스의 경우, 열린 마인드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어느 정도 협의안을 낸 상태지만, 아직 해결과제들이 남아 있어 그에 따른 방침들을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병헌 교수
그럼 기존의 수직적 체계를 깨고 수평적 협력을 위해서 정부는 어떻게 정책 개입을 해야 옳을지 의견 주십시오.
국신욱 본부장
LG이노텍과 오알켐의 경우 아이디어 제공은 LG이노텍이, 개발은 오알켐이 했으나, LG이노텍은 오알켐이 해당 성과물을 LG이노텍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도 판매할 수 있도록 협의했습니다.
실제 이러한 성과 공유는 중소기업에게 대단히 큰 도움이 되니 정부 차원에서도 이에 관한 정책들을 수립해줬으면 합니다.
이항구 위원
법률전문가를 정부가 지원해 협업에 의해 발생한 법적 분쟁을 중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상생협력표준계약서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습니다.
김용진 교수
정부가 해야 할 지원 방식은 크게 둘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기술트렌드는 무엇이고 어떤 곳이 그에 관한 기술을 갖고 있는지, 이를 누가 연구하고 있는지를 세세하게 파악해서 전체적인 방향성을 갖고 지원하는 톱다운 방식과 기업들이 스스로 협업하는 개별적 협력에 대해 지원하는 보텀업 방식이 그것입니다.
권종훈 상무
중소기업이 거대 해외업체들을 직접 상대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 교육지원 또한 정부 차원에서 진행해 줬으면 합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심각하게 높은 이직률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라 이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되길 바랍니다.
김왕환 대표
정부가 직접 나서서 대·중소기업의 상생인프라를 구축하고 이에 벗어나는 위반행위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제가 있어야 할 겁니다.
또 대기업의 협업·협력 실무진에게는 인센티브제를 적용하여 중소기업과의 상생프로젝트에 더 적극적일 수 있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병헌 교수
모방형 경제에서 탈출형 경제 구조로 가는 과정에서 기업 간의 수평적 협력 형태는 매우 중요한 기본요소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산업생태계는 아직까지 폐쇄적입니다.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인식의 변화가 시급해 보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할 필요가 있음을 인지하고 적극 관여해 주기를 당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