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6

06 -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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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박인선 그룹장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글로벌 경쟁체제가 기업 간 경쟁에서 산업생태계 간 경쟁으로 변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분업체계의 지각변동이 우리 경제를 흔들고 있다.

우리 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의 적극적인 협력 의지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데는 원재료, 중간재, 부품, 장비 등 다양한 물질적 요소와 R&D, 설계·디자인, 마케팅, 물류 등 서비스 요소의 결합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소들의 결합을 제조업에서의 가치사슬(Value Chain)이라 정의하고 이러한 가치사슬이 경쟁력을 갖출수록 제품 전체의 가치는 개별의 합을 초과하여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한다.

산업현장의 글로벌화(Globalization)는 전 세계가 물류를 교환하며 서로가 장점이 있는 가치사슬을 나누어 생산하고 가격과 성능이 좋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싸게 공급함으로써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무역이 확장되도록 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폰의 경우 전체적인 제품 디자인과 설계는 미국의 애플이 직접 담당한다.

기초소재와 정밀가공 부분은 일본 기업이 맡고 일본에서 넘겨받은 기초소재를 사용해서 우리나라와 대만 업체가 반도체와 같은 중간 부품을 만든다.

부품을 넘겨받은 중국의 폭스콘이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휴대폰을 조립하고, 제품을 검사한 애플이 자사가 만든 핵심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를 탑재하여 출시한다01.

즉, 미국, 일본, 중국, 대만, 우리나라 등이 아이폰 제조의 글로벌 분업체계를 구성하고 각국의 산업적 장기를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는 이러한 분업체계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향후 글로벌 분업체계의 붕괴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초래하고 있다.


소재부품의 혁신이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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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분업체계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이 강점을 갖고 있는 기초소재·부품 및 제조용 장비를 수입하여 반도체, OLED 등 중간재와 자본재를 공급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소재·부품 산업생태계의 중요성과 함께 가마우지 경제02 라 일컫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소재·부품은 소재-부품-모듈-완제품으로 연결되는 제조업 가치사슬에서 생산원가의 60%를 차지하는 기저산업으로 완제품의 수준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혁신의 핵심 동인이다.

특히 소재의 혁신은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함과 동시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일상에서 편리하게 활용되는 자전거의 경우 과거에는 주로 강철(Steel)로 만들어졌지만, 요즘에는 알루미늄 합금, 탄소섬유복합재, 타이타늄 등 첨단소재를 적용하여 가벼우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고급제품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강철, 알루미늄 합금, 탄소복합재로 자전거의 소재가 바뀌었을 때 자전거의 무게는 강철의 경우 20㎏, 알루미늄 12㎏, 탄소섬유복합재는 8.5㎏으로 드라마틱하게 가벼워진다.

이때 가격은 강철에서 알루미늄으로 바뀔 경우 소재원가는 3배, 최종재 가격은 10배로 높아지고, 탄소섬유복합재로 바뀔 경우 소재원가는 7.5배 증가하지만 최종 제품가격은 43배로 높아져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에 첨단소재의 기여도가 막대함을 보여준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이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총수출에서 국내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 0.81, 미국 0.79, 독일 0.69로 추산되며, 모두 우리나라(0.59)보다 우위에 있다.

특히, 일본은 1990년대 부터 완제품에서 핵심 소재부품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했다03.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 강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우리나라도 2001년 ‘부품소재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소재부품특별법04)을 제정한 후 지난 15년간 4차례의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소재부품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1차 소재 부품발전기본계획(2001~2008) 범용소재부품 국산화, 2차(2009~2012) 선진국 추격을 위한 핵심품목 상용화, 3차(2013~2016) 기술선진국 진입을 위한 핵심소재 중점지원, 4차(2017~2021) 100대 최고 기술 확보로 4대 수출 강국 도약을 목표로 지속적인 정책지원을 통해 사업화 매출액 10조 8,961억 원, 고용 창출 6,082명, 특허 3,480건 등록 등의 성과를 달성하였다.

특히, 산업적 측면에서는 2001년 이후 소재·부품산업의 수출 5배, 무역수지는 2001년 9억 달러 적자에서 2018년 1,375억 달러로 대규모 흑자전환을 하는 등 괄목할 만한 양적성장과 소재부품 산업의 성장기반을 마련하였다05.

그러나 소재부품 산업의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핵심 전략품목의 만성적 대외 의존, 글로벌 경합도 증가, 자립화율과 부가가치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등 내실 있는 성장은 정체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아울러 이번 일본의 3대 소재 수출규제를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 소재부품 산업생태계의 구조적 취약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그간의 정책이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부재, 기술개발과 생산 사이의 단절, 경직된 R&D 제도로 인한 핵심 전략품목의
기술 확보가 미흡했다는 점을 반성하고, 대·중소기업 간, 소재-부품-장비-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간 연결과 협력에 중점을 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2019.08.05.)’을 최근 수립하여 우리 나라 제조업이 새롭게 도약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대외 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

최근 수립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살펴보면, 기업 간 협력모델 구축, 개발이 양산으로 이어지는 사다리 정책 추진, 적시성 있는 집중 투자와 기술획득 방법의 다각화, 조속한 생산·시설 투자가 가능한 패키지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시장규모는 작더라도 주력산업과 차세대 신산업의 공급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100대 핵심 전략품목을 도출하고 이에 대한 조기 공급안정성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였다.

수급위험이 크고 시급히 공급안정이 필요한 20대 품목은 수입국 다변화, 신·증설 신속처리, 조기 기술개발에 긴급자금을 투입하여 1년 내 공급안 정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조기 기술 확보가 시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소재, 이차전지 핵심소재 등의 기술개발, 상용화 전 단계 품목은 3~6개월의 신뢰성 지원, 상용화에 가까운 품목은 6개월가량의 양산평가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80대 품목의 핵심기술 확보를 5년 내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R&D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빠른 기술축적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경쟁형 R&D, 개방형 R&D(M&A, 해외기술 도입형 R&D 등), 투자유치 활성화 등 과감하고 혁신적인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협력형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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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쟁력 강화대책에 다양한 지원정책들이 포함되어 있으나 무엇보다 핵심적인 부분은 소재·부품·장비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요-공급기업 및 수요기업 간 강력한 협업모델 구축 지원에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제조 산업생태계는 수요기업의 가격과 기술력이 검증된 외국 소재·부품의 선호 경향, 수요기업인 대기업의 정부 기술개발 참여제한, 전속거래와 같은 경직된 수직형 산업 가치사슬 구조 등으로 기업 간, 가치사슬 간 협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경제 활력이 대폭 낮아지는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방 산업에 속하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들은 경쟁력을 잃지 않고 살아남아 기술혁신을 이어왔다.

여기에는 비록 일본의 산업구조는 수직적이고 폐쇄적이었을지언정, 대-중소기업 간 관계의 실질은 비교적 수평적이고 상호 협력적이었기 때문이란 설명이 많다.

예를 들어 일본의 히타치화성의 경우 수요기업인 산요와 기술개발 협력과 사전 구매 확약을 체결한 덕에 이차전지 음극재 분야 선두업체로 부상할 수 있었다.

즉, 협력을 통해 조립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의 거래는 다면적으로 바뀌었고, 산업구조 역시 기존 수직통합형 계열에서 복잡한 네트워크를 갖춘 ‘그물형’으로 변화하면서 일본 경제가 저점을 지나 침체를 탈출하는 데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이다06.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번 대책을 통해 산업생태계 육성 관점에서 기업 간 협력모델이 정착될 수 있도록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수요-공급기업 간, 수요기업 간 협력을 위한 4가지 협력모델을 중심으로 세제, 금융, 입지, 규제완화 등 강력한 지원책을 패키지로 제공할 계획이다.

수요-공급기업 협력형인 수직적 협력모델은 ①(협동 연구개발형: 유형A) 수요기업의 기술로드맵이나 미활용 우수기술·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공동R&D 등 협력 사업을 추진할 경우 R&D 자금, 공공구매, 실증R&D 등을 우선 지원하고 ②(공급망 연계형: 유형B) 수요기업이 양산평가시험을 개방하거나 공동기반 시설을 확충할 경우 양산평가 소요비용 지원, 소재·부품·장비 시설투자에 수요기업 자금 및 정책자금 지원, 세금감면과 함께 수도권 산단 물량 우선배정을 추진한다.

또한 수요기업 간 수평형 협력모델은 ③(공동투자형: 유형C) 수요기업들이 핵심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협력사를 공유하거나 공동 개발·시설 투자 등을 추진할 경우 출자금액의 일정비율을 법인세에서 공제해주고, 수출통제 핵심품목을 협동 연구개발 후 양산하는 경우 공정거래법상 사전 인가를 통해 공동행위를 허용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④(공동 재고확보형: 유형D) 수요기업들이 공동으로 해외공급처 발굴 및 공동구매, 공동물류 등 재고확보 추진 시 업계 네트워크, KOTRA, 대사관 등을 활용하여 대체 수입국 발굴 등 공급자 연계 및 해외 공동 물류센터를 활용한 물류지원을 추진한다.

이외 공급기업의 기술개발과 수요기업의 생산단계를 연결할 수 있도록 나노팹, 공공기관 현장 테스트베드 등 기업 맞춤형 실
증·양산 테스트베드를 대폭 확충하고, 1,000억 원 규모의 신뢰성 보증제 등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또한 입지·환경 규제 완화 등 민간투자에 대한 밀착 지원을 강화하고,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펀드 조성, 소재·부품·장비 글로벌 전문기업 100개 지정 및 정책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우리의 자세

최근 글로벌 경쟁체제는 기업 간 경쟁에서 산업생태계 간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고, 특히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글로벌 분업체계의 지각변동이 우리 경제를 근간부터 흔들고 있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우리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정부는 산업계와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각종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의 적극적인 협력의지와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대기업은 사회적 가치창출의 관점에서 대기업이 보유한 혁신역량을 공유·확산하고 중소·중견기업은 이러한 협력체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창출하고 생태계 경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저서 ‘블랙스완’을 통해 예상하지 못하는 위기의 개념을 설파한 경제학자 나심탈레브는 지금과 같은 불확실한 위기가 도래하는 시대에 우리 사회와 산업은 안티프래질(Anti-fragile)한 특성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안티프래질은 단순히 강건함이 아닌 유연함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깨지지 않으려는 단단함보다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유연하게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며 이는 우리 산업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기업들과 정부, 그리고 대학, 연구소 등 혁신기관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통해 배양될 수 있다.

우리는 조선, 철강, 반도체, IT, 게임, 휴대폰 산업 등에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추격한 다수의 역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있는 나라이다.

4차 산업혁명과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으로 짙은 안개 속에 서 있는 우리는 이제 주변을 둘러보고 나의 협력 파트너와 손을 맞잡고 함께 헤쳐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01 스마트폰 부품으로 본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https://catchrod.tistory.com/506)

02 가마우지 경제는 수출품의 원자재를 일본에서 대부분 수입하는 대한민국의 수출 구조상 문제점으로 인해 수출로 얻는 실질적인 이익을 대부분 일본에 뺏기는 대한민국을 가마우지에 비유한 것이다. 가마우지(가마우지과 조류)는 가마우지 낚시에서 낚시꾼들에 의해 목 부분을 묶여 물고기를 잡아도 삼키지 못하고 고스란히 낚시꾼들에게 바치게 된다.

03 [혁신성장, 소재부품에서 길을 찾자]< 1 >프롤로그-4차 산업혁명의 핵심 ‘소재부품’(http://m.etnews.com/20180129000151#csidxf91d83040613469ab8bd03ea2e15736)

04 2015년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개정

05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2019.08.05, 관계부처합동)

06 한겨례 ‘소재·부품 일본 추월하려면… 대·중소기업 간 수평협력은 배워야’(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906466.html#csidx5c0498e1114b8918d6b07059081d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