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04 - 국내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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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상민 센터장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에 직면한 이차전지 소재·부품은 적극적인 내재화 및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대안이 마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전략원자재 및 기초소재부품에 대한 대비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이 글에서는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강점 및 문제점 그리고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소개한다.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제조기술의 강점을 기반으로 세계 이차전지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지만 관련소재·부품·장비의 기술 경쟁력 관점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음을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이슈를 통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그 예로서, 리튬이온이차전지에 적용되는 일부 기초 부품·소재(알루미늄 파우치, 전극용 바인더, 전해액 첨가제) 등은 50% 이상의 매우 높은 일본산 의존도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음극(흑연소재) 및 양극(리튬, 코발트, 니켈 등이 포함된 금속산화물) 에너지저장용 소재는 전략자원이 주요 원료이기에 중국을 비롯한 해외 부존자원에 대한의존도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국내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R&D 현황 및 경쟁력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강점은 첫째, 고에너지밀도지 설계 기술의 선두를 유지하는 데 있다.

배터리고에너지밀도 기술은 현 전기자동차의 일충전 주행거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핵심 기술이 되었으며, 이는 전기자동차용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에서 한국이 높은 위상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고에너지 밀도 기술은 주로 고밀도 전극 및 전지 설계 기술에 의하여 달성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일본산 신소재에 의한 기여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둘째, 강력한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지 원가절감에 있다.

배터리 설계 기술과 더불어 고속 대량 양산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배터리 제조 기술은 국내 업체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강점 중의 하나이다.

또한 2005년 이후로 한국과 일본 이차전지 업체 간 경쟁이 격화되면 공급과잉에 의한 이차전지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어, 국내 이차전지 업체는 발 빠르게 이차전지원가절감 전략을 펼치기 시작함으로써 중국 현지 업체를 기반으로 소재의 저가격화 및 생산속도의 증가를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중국 소재업체가 현시점에서 이만큼 성장하게 된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하게 되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셋째,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결정짓는 핵심 전극 소재 기술의 선제 확보에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8월 말 세계 최초로 양극재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비율을 8:1:1로 적용한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보다 먼저 NCM 811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맞받으면서 두 회사 사이의 신경전이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양극소재 기술은 일본 업체에 비하여 빠른 속도로 개발되었으며, 중국의 경우 아직은 국내 기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의 한계 및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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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국내 이차전지 소재·부품 R&D는 주로 전략자원 확보, 원료 및 응용소재 국산화에 이르는 체계적인 연구개발 전략보다는 음·양극 전극 소재, 분리막, 집전체 등의 상대적으로 시장규모가 큰 응용소재에 치중한 국산화 개발이 집중적으로 진행되어 해당 산업의 기초체력인 기초원료소재에 대한 대비가 소홀한 상태에 있다.

만약 향후 중국 주도의 전략자원 수출 규제 및 일본 주도의 기초소재 수출 규제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대책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배터리 소재의 원료 대부분을 수입

이차전지 원료인 리튬·니켈·코발트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계는 매우 어려운 가격경쟁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전지 가격 하락으로 전기차가 화석연료 자동차 대비 경제성을 확보해야만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소재 가격 상승은 향후 전기차 보급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배터리 가격 하락은 ‘전기차 판매량 증가 속도 대비 빠른 원자재 공급량 확대’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산업과 비교를 해보면 이들 모두 생산비용 하락을 통해 가격 하락이 이뤄졌고 시장이 개화됐던 과거가 있다.

이차전지 산업과 다른 점은 ‘풍부한 원자재’에 기반을 둔 산업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모두 지구상에 가장 풍부한 원소 중 하나인 규소(Si)가 핵심 원자재이며 지구 지각의 28%가 규소이다.

반면, 배터리 원자재는 매우 희소한 편에 속한다.

지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코발트는 0.0023%, 니켈 0.0055%, 동 0.0075%, 리튬 0.006%이다. 지구상에 고르게 분포돼 있는 규소와는 달리, 리튬이온전지 원자재들은 지역 편중성도 상당히 심하기 때문에 생산비용 대비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이차전지는 생산비용 중 변동비의 중요성이 높다는 점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기반 배터리 소재 산업 여건이 취약함

한국은 2004년부터 이차전지를 본격 개발, 10년 이상 연구개발에 집중해 양산 능력만큼은 세계적 수준을 갖췄지만 배터리 산업에 위기감이 큰 이유는 아직도 4대 핵심 소재의 국산화 비중이 심각하게 낮기 때문이다.

야노(矢野)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과 중국이 배터리 소재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소재별로 살펴보면 양극재 시장점유율은 중국 67%, 일본 13%, 한국 10%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음극재는 더욱 초라하다. 중국이 75% 이상 점유율을 자랑하는 이 시장에서 일본 20%, 한국은 5% 미만이다.

진입장벽이 높은 분리막은 중국과 일본이 9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한다.

소재 분야에서 일본은 앞선 기술력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은 매섭게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현재 배터리 완성품 가격은 계속 내려가지만 원재료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즉 소재 기술을 갖춘 기업의 부가가치는 높아지고 있는 반면에 한국처럼 완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이익을 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배터리 시장 규모 및 산업 성숙도에 비하여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이유이다.

응용연구 위주의 정부 R&D 투자에 기인한 기초연구의 등한시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선 현재 리튬이온 이차전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계 2위 전장부품업체 콘티넨탈의 엘마 데겐하르트 회장은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로는 전기차 시장을 확대할 수 없다”며 “2025년이 되면 리튬이온 배터리 에너지 효율 한계를 극복하는 신기술이 등장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개발의 난이도가 매우 높아 당장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주가 되겠으나, 정부 주도의 R&D 전략도 체계적이지 않아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이차전지 분야의 정부 R&D는 주로 부처별 단기성과에 얽매이게 되어 장기적 관점의 기초연구보다는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응용연구 위주의 과제 수행이 반복되어, 무엇보다도 기초연구에서부터 체계적으로 해결책을 마련되어야 할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개발의 속도를 오히려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관련 분야 연구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국내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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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업체의 경쟁력 저하 요인은 이차전지 업체(공급기업)의 부품·소재 저가격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 전략으로부터 경쟁업체(일본,중국계 선발업체) 대비 국산 부품·소재 후발업체(공급기업)의 상대적 소외 및 이에 따른 경쟁력 저하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 주도의 연구비 투자는 주로 세계 시장 규모를 고려한 일부 응용 부품·소재에 국한된 단기적인 R&D 투자에 치중되어(중요도는 높으나 상대적으로 시장규모가 작은) 핵심 기초소재 원천기술에는 등한시되고 있으므로 관련 중소 규모의 공급기업은 산업생태계에서 존재하기 힘든 실정이다.

수요 및 공급기업 간 협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

[기술로드맵 공유]

대부분의 수요기업은 경쟁업체를 의식하여 구체적인 사양의 기술로드맵 공유를 꺼리고 있다.

부품소재개발은 수요기업 측으로부터 정확한 사양을 받아 기술개발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개방적인 교류협력은 소재·부품·장비 관련 공급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기업 위주의 교류협력이나 정부 R&D 과제중심의 교류협력은 개방성에 한계가 있으므로,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인 공공(연구)기관이 주도하여 보다 많은 다양한 업체나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플랫폼을 하루빨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기업 맞춤형 실증 테스트 인프라 구축]

공급기업의 완성된 기술이 수요기업의 생산현장에 연결되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게 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공급기업의 개발품을 실제 수요기업 생산라인에 접목할 기회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연구)기관 주도로 사전에 생산단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실증·양산 테스트베드를 대폭 확충하고, 신뢰성 보증 등 위험분산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원료자원 공동개발]

이차전지의 특성상 전극 소재 및 부품의 원료인 전략자원의 확보 여부는 국내 공급 및 수요기업 모두에게 사업의 명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수요·공급기업이 힘을 합쳐 함께 공동투자·개발함으로써 향후 원료에 의한 가격 변동성을 극복할 수 있으며, 또한 주변 강대국에 의한 정치적 이슈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중요한 협력 방안 중 하나이다.

이는 전략자원 확보, 원료 및 응용소재 국산화에 이르는 하나의 밸류체인 형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 주도 보조금 정책 시행]

이차전지 수요기업 입장에서 국내 부품·소재 공급기업의 제품적용이 어려운 점은 무엇보다 신뢰성 열세보다는 후발업체로서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수요기업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요·공급기업 간의 물량 판가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유예 기간 내 적용함으로써 국내 부품·소재업체의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안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수요기업 주도 지원 정책 시행]

수요기업이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경우, 증설자금을 직접 투자하거나 대여함으로써 수요기업의 투자 부담을 경감시키고 수요기업과 공동으로 설비 및 장비를 개발하고 이를 자사 신규설비 구축 시 도입함으로써, 수요기업의 판로 확보 및 설비·장비의 국산화를 도모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공급기업은 협력사 자금 지원, 현금 결제 강화, 생산성·품질 개선을 위한 생산성 혁신 지원 등의 활동 등이 제시될 수 있다.

정부 주도의 핵심 원자재 선제적 확보 노력

향후 차세대 이차전지의 개발이 4차 산업혁명의 글로벌 주도권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경쟁국(한·중·일) 간의 정치·외교·안보적 측면의 민감한 이해관계와 직결되어 있어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전략 자원 확보, 원료 및 응용 소재 국산화에 이르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핵심 원자재(리튬, 코발트, 니켈, 흑연 등)의 광물자원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해외광산 개발정책이 시급하다.

독일 폭스바겐 사태 및 중국의 보조금 정책의 변동 공시에 따라 중국 내 이차전지 업체를 중심으로 한 전기차 배터리 개발 및 제조양산이 급성장하여, 2015년 9월 이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이들 소재의 국제 가격이 급등하여 국내 배터리 업계가 원재료 조달에 비상이 걸리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물론 차세대 전지 개발에는 비리튬계 전지 개발도 포함되지만, 현재의 기술적 수준 및 상용화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리튬 및 전략광물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 하의 해외 광산업체와의 합작투자 등을 통한 장기제휴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소재·부품·장비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부처별 차별화된 정부 R&D 전략적 투자

첫째, 기술적 난이도 및 중요도가 높은 핵심 부품·소재는 해당 시장규모와 상관없이 정부 주도로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

대일본 의존도가 높은 이차전지 부품·소재는 해당 시장규모가 작지만 완제품에 반드시 필요하며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작은 시장규모이기에 지속적 연구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장인정신에 입각한 장기간의 연구개발 지속의 결과이기에 더욱 더 즉시 대응이 어려운 이유이다.

참고로 2010년 이후 국내 이차전지 분야 정부 주도 R&D 과제의 80% 이상이 3년 이내의 단기과제로 수행되고 있음은 작금의 국내 부품소재 분야의 현실을 잘 대변해 주는 통계지표이기도 하다.

둘째,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전지는 향후 5~10년 이내에 성능향상, 용량증대, 안전성 등에서 한계에 도달하기 때문에 향후 에너지밀도, 충전성능, 안전성, 저가격화 관점에서의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한 차세대 전지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산학연이 모두 참여하여 기초연구 수행부터 응용연구 수행에 이르는 체계적인 R&D 전략을 기반으로 한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여 근본적인 이해와 해결책 제시를 통하여 우리만의 고유기술 축적만이 다른 경쟁 상대국(중국, 일본, 유럽 등) 대비 이차전지기술 초격차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