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디스플레이 산업 가치사슬 분석을 통한 실효적 R&D 추진 방안
▲ 글. 이정노 수석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디스플레이연구센터
디스플레이 산업은 반도체와 유사한 기술 집약형 산업으로, LCD에서 OLED로의 전환기에 있으며, 경쟁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산업이다.
지금까지 선진 기술의 추격 전략과, 선제적 투자로 사업의 기회를 잡아왔다면,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 실질 가치를 추구하는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들어가며
1990년경부터 시작된 디스플레이 분야 정부 R&D 정책은 시기별로, 기술 토대를 마련(1990~2000년)하고, 성장 동력을 구축(~2000년대 초반)하며, 미래 기술을 확보(2000년대 후반 ~)하는 단계를 거치며, 브라운관에서 PDP와 LCD로, LCD에서 OLED로 변화하는 산업과 함께 보조를 맞추며 기술 및 산업을 지원해 왔다.
그 결과 일본을 넘어 2004년부터 LCD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금액 기준)를 지속하였다.
하지만 2018년에는 그 자리를 중국에 넘겨주는 격랑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반면, OLED 분야는 2018년 현재 세계 시장의 95.9%를 차지하며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중국의 추격이 만만하지 않은 상황이며, 최근 일본으로부터 불화 폴리이미드 등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주요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에 직면하여 차세대 제품의 개발과,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이에 디스플레이 산업을 위한 실효적 R&D 추진 방안에 대하여 논의해보고자 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선제적 미래 가치 분석으로 패널기술 선점
LCD 산업은 1970년대 일본 샤프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시작으로 시장이 확대됐으며, 우리나라는 1990년 대 말 아시아 경제위기 당시 선제적 5, 6세대 투자로 수요 증가와 대형화 요구에 대응하며 시장을 확대하며 일본을 추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요 소재와 장비는 해외 의존성이 높아 그 혜택을 나누어 줘야만 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OLED 기술에 집중한 한국은 PMOLED 시장이 역성장하는 즈음, AM 방식의 OLED를 상용화하며, 중소형과 대형 OLED 분야에 독보적인 시장 주도국이 되었으며, LCD에 비하여 높은 소재와 장비 국산화율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중국은 Hydis를 인수하고, 2005년 베이징 공장을 설립하여 LCD를 생산하기 시작하고, 2009년 부터 전자정보산업 진흥정책, 2014년 신형 디스플레이 육성책 등으로, LCD와 OLED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보이나, LCD와 OLED 분야의 차이점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중국의 추격에 대한 우리의 경쟁력에 있다.
LCD는 장비, 공정등이 보편화되어 글로벌 공급 체계 내에서 장비, 소재를 구입하여 제조할 수 있다고 한다면, OLED는 국내의 양대 패널 기업이 중소형과 대형의 각기 다른 사업 영역에서 다른 기술을 활용하여 각각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일본과 대만에서 양산을 추진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양산하고 있는 기업이 없다는 점은 중국의 추격 전략에 있어서 선택의 폭이 크지 않음을 알 수있다.
중국 패널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은 단연 한국기업이다.
한국에서 양산 적용된 기술과 장비를 위주로 투자되고 있고, IP의 선점 효과로 인하여 중국 생산OLED 패널의 공급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이 상당 기간 시장 우위를 지켜갈 수 있는 이유다.
산업 경쟁력의 실질적 가치를 위한 R&D 추진 전략
LCD와 OLED의 기술과 산업 성장 과정 및 경쟁력에서 알 수 있듯이 LCD는 보편화된 기술로, 대규모 투자와 장비와 소재·부품의 구입만으로 원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상황이며, OLED는 투자와 장비 구입만으로는 시제품을 만들 수는 있어도 원하는 수율과 품질을 얻기는 어려운 기술이다.
우리 패널 기업고유의 기술과 노하우가 경쟁력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LCD와 같이 외부 기술을 도입하여 설계, 제조할 수 있는 형태를 ‘Modular 기술’의 조립이라고 표현한다면, OLED의 경우, ‘Integral 기술’의 축적을 통한 경쟁력 보유라 설명할 수 있다.
Modular 기술의 도입을 통한 발전은 비교적 다수의 플레이어에 의한 보편화된 기술을 도입하는 것으로, 기술 발전의 속도가 매우 빠르며, 투자에 의하여 경쟁력이 좌지우지될 수 있으나 진입 장벽이 낮아 레드오션이 되기 쉽다.
하지만, Integral 기술은 플레이어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신규 진입 플레이어의 기술 도입 장벽이 높아 기술 선점 기업의 시장 우위를 지속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반대로 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하게 된다.
OLED 산업의 경우, 삼성과 LG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로 Integral 기술 속성을 가지고 있으나, 최근 차세대 기술에 있어 잉크젯 기술을 위한 삼성과 BOE의 미국 Kateeva 투자(2014~2016년)나, OLED 청색 소재를 위한 삼성과 LG의 싸이노라, 큐럭스 투자(2015~2017년)를 보면 점차 Modular 기술화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차세대 기술의 도입에 있어 국외 기술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 있는 우수한 기술로 혁신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챙길 수 있으나 아쉬운 부분이다.
디스플레이 분야 정부 R&D는 기술 추격자로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래 기술 확보보다는 성장동력구축을 위한 속도를 중시한 생산기술 확보 전략을 한동안 지속하여 왔고, 기술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보다는 누가, 기술을 빠른 시기 내에 확보하여 상용화하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미래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의 현황을 볼 때, 그동안의 정부 R&D가 여러 단계에 걸쳐 있는 수요-공급 간의 산업 생태계에 있어서, 기술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분석하여 투자하기보다는 최종 성과물을 고려한 투자 위주로 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는 최종 성과를 위하여 이미 확보된, 안정적인 부품과 소재를 도입하는 Modular 기술의 영역으로 속도가 중요한 추격자로서의 R&D 전략과는 부합되나, 외부 의존성을 높여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을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향후 디스플레이 산업의 퍼스트 무버로서의 R&D 전략에 있어서는 외형적 성과보다는 그 가치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분석하여 이를 반영하여 R&D를 투자함으로써, 실질적 가치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소재부품의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 방안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우리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양대 패널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이는 수요기업으로서의 큰 영향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LTPS투자 초기, 일본 JSW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레이저 장비 시장에서 기술 도입과 협력이 원만하지 않았으나, 삼성이 AP시스템을 통한 장비 기술개발에 힘을 쏟음으로써,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국내 소재·부품·장비 회사와 패널 기업간의 협력 모델은 차세대 기술에 대한 것일수록 더욱 그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회사는 기술과 재무적 측면에서 먼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다는 점과, 패널 기업과의 협력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정부 R&D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다.
개발하는 데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패널이나 장비 시스템을 개발하는 R&D보다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술의 가치 분석을 통하여 산업 생태계 내에서 의미 있는 가치 기술에 예산을 집중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며, 여기에 패널 수요기업이 직간접으로 참여하여 바로 상용화가 어려운 기술일 수 있으나, 기술의 생태계에서 조기 협력을 모색할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기술개발 초기 다양한 기술 중,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선별하고 테스트하여 유망 기술을 발굴하는 작업은 정부 R&D를 통해 공공 인프라를 통하여 추진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OLED 혁신 플랫폼 구축 사업을 통하여 추진중인 OLED 혁신센터 구축은 이러한 측면에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
그림 1에서 나타나듯이 기존에는 대기업인 삼성, LG 등의 기술 전수 및 업체 선정에 의존하여, 공급업체의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어려웠다.
현재 추진 중인 OLED 혁신센터는 LG, 삼성 패널 기업의 연구라인과 동일한 규격으로 구축될 계획이어서 기술 호환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기술개발 초기 단계부터 패널기업 검증체계를 적용한 기술선별이 가능하며, 이를 바탕으로 추가 협력에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환경 구축으로소재·부품·장비 업체가 센터의 장비를 이용하여 적은 비용으로 기술개발이 가능하고, 패널검정까지 하는 선순환적 생태계에 의한 분수효과 구조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혁신센터의 기술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라인 운영이 선결되어야 하며, 패널 기업과의 기술 눈높이를 맞추는 일과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기술 유출의 우려 없이 협력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국내 기술로만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는 없다.
기술이 개발되어 ‘기능’적 요건이 만족되면 그 후에는 ‘기능’ 이외의 품질에 문제가 없어야하고, 생산능력과 비용까지 만족시켜야 양산에 적용할 수 있다.
이에 앞으로 정부 R&D는 기술개발 가치가 있는 R&D와 더불어 비 R&D 측면에서 품질과 비용 절감을 지원할 방안을 찾아야 하며, 다양한 국내 기술이 대기업과 협력할 기회를 효율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