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포스코 이덕락 전무/기술전략실장
골리앗 같은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 글. 이덕락 전무/기술전략실장 (주)포스코
“지금은 변화의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는 ‘변화의 속도’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우리 산업의 특징을 잘 살려 민첩하고 빠르게 변화함으로써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
서로 경쟁하는 사이에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강할 때, 우리는 흔히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산업이 중국과 비교할 때 다윗과 골리앗의 형국이거나, 조만간 그럴 형국이 될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철강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중국 산둥반도 아래에 있는 일조제철소라는 곳을 방문했다.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준공한 400만 톤급 고로 2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최신예 제철소였다.
한국 제철소의 고로는 가동한 지가 짧게는 6~7년 정도 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40~50년이 흘렀다.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이 시기에 40~50년이 된 설비로 중국의 최신예 설비를 상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은 지난해 9억 2,830만 톤의 철강을 생산했다.
같은 해 7,250만 톤을 생산한 우리나라와 약 13배 정도 차이가 난다. 규모 면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엄청난 열세를 보인다.
골리앗 같은 중국 철강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한국의 모든 산업 분야가 각자의 위치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실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분석해 보며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지에 대한 힌트를 얻어 보고자 한다.
먼저 싸움에 임하는 자세, 즉 정신적인 측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시골에서 목동 일을 하는 소년 다윗은 엄청난 거구를 자랑하는 적장 골리앗을 상대하면서도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오늘 너를 죽여 짐승과 새의 밥이 되게 하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싸움에 있어 자신감과 용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레 겁을 먹으면 제대로 기량을 펼쳐 보기도 전에 상대에게 제압당하고 만다.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우리는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연구자는 연구자대로, 판매요원은 판매요원대로, 생산요원은 생산요원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중국과 상대하여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자신감과 용기는 승리의 필수 요소이다.
다음으로는 체구가 작은 쪽의 장점인 ‘민첩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실제 골리앗과 다윗의 전투 기록을 보면, 골리앗이 다윗에게로 다가올 때 다윗은 ‘빨리 달렸다’라는 말이 나온다.
골리앗은 거인이었지만 놋투구와 갑옷을 착용하고 거대한 창을 들고 싸움을 하였기에 동작이 굼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윗은 목동 일을 할 때 입던 평상복을 입고 전투에 임하였기 때문에 민첩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중국은 산업 규모가 크고, 그에 따른 조직도 방대하다.
의사결정에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전 임직원이 바뀌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지금은 변화의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는 ‘변화의 속도’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우리 산업의 특징을 잘 살려 민첩하고 빠르게 변화함으로써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별 혹은 기업별 ‘비장의 무기’를 한 가지씩 보유할 필요가 있다.
다윗은 ‘매끄러운 돌 다섯과 물매’를 들고 골리앗에 맞서 싸웠다.
물매란 그 안에 돌을 담아 돌려서 던지는 도구이다.
만약 다윗이 골리앗과 동일한 무기인 창을 가지고 싸웠다면 별 승산이 없었을 것이다.
다윗은 골리앗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무기인 물매와 조약돌을 들고 나왔고, 물매를 이용하여 던진 돌은 정확히 골리앗의 이마로 날아가 박혔다.
싸움에 이기려면 상대가 예상치 못한 비장의 무기가 하나씩 있어야 한다.
상대와 동일한 무기로는 상대를 물리치기 어렵다. 상대에게는 없는 우리만의 무기(신기술, 신제품)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이제 우리에게 현실로 닥친 어려움이다. 산업마다 또는 기업마다 여러 가지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지에 대한 영감(Insight)을 얻고자 다윗과 골리앗의 전투를 재조명해 보았다.
부디 한국의 모든 산업과 기업이 중국의 위협을 지혜롭게 잘 극복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