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경영 심리학 - 3분의 법칙과 속도의 지혜
자기경영 심리학은 리더십,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등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생각의 원리(심리)’를 다양한 실례들과 함께 다룹니다.
글. 김경일 교수/센터장(아주대학교 심리학과, 아주대학교 창의력연구센터)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화를 다스릴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화를 내는 것도 당연히 괴로운 일이지만 화 이후에 자신도 모르게 표출했던 거친 말과 행동을 주워 담을 수 없어 고통스러운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인데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일어난 화를 인정하고 그 이후의 아주 짧은 시간에 내가 어떤 작은 조치를 하느냐 여부에 따라 화를 다스릴 수도 있고 화로 곤욕을 치를 수 있다.
그 작은 조치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자. 의외로 심리학자들이 그 작은 조치들에 대해 꽤 많은 연구들을 해왔다.
3분의 법칙
일단 화가 머리끝까지 나게 되면 그걸 억누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시라. 배우자, 연인, 가족, 친구 또 직장 내의 누군가와 분노가 치밀어 올라 폭발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실제로 그 이유는 별로 기억이 나는 것이 없다.
대신 그 분노로 인해 나 혹은 상대방의 입을 통해 나왔던 말과 행동들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 남아 있다.
다시 말해 화의 이유보다 시간이 지난 후 혹은 평생 동안 후회하는 것은 그 화가 만들어 낸 말과 행동들이다.
그러니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의외의 답이 보인다.
그 말과 행동을 내뱉지 않도록 나를 만들면 된다.
물론 그것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몰라서 어려웠던 것이지 알고 나면 의외로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일단 가장 미련한 방법은 화가 난 그 자리에서 그걸 참아보는 것이다.
왜? 결국은 터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득도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참는 것의 한계는 굉장히 일찍 다가온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심리학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조언한다.
바로,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소리지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 전에 뒤돌아 도망가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나 최소한 3분 이상 다른 곳에 가 홀로 있어보면 최소한 비극은 막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 3분이 넘어가면서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유난히 자기보다는 눈앞에 있는 상대방이나 그 화와 관련된 타인을 더 보고 생각하게 된다.
즉, 내가 왜 화를 내고 있는가에 주목하지 않고 ‘누구’ 때문에 화를 내고 있는가에 몰입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화가 나면 내가 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만 보여 더 원망하고 힐난하게 된다는 점을 줄곧 강조해왔다.01
그러니 그 상대방을 내 시선 앞에 놓지 않기 위해 잠시라도 나 스스로 그 사람으로부터 벗어나와 화를 내고 있는 자기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 자리를 떠나 다른 곳에서 홀로 3분 이상 지내면 자신의 ‘신체적이고 생리적인 흥분’ 역시 가라앉는다.
그것만으로도 ‘정신적인 화’를 누그러뜨리고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더 커지게 된다.
신기하게도 정말 그렇다. 화를 넘어 분노로 분노가 더해져 격노로 가게 되면 이제 무조건 뒤돌아 어딘가로 가라.
그리고 그곳에서 최소한 3분 동안 홀로 있어보시라. 그러면 자기가 보이고 신체적 흥분은 가라앉게 된다.
이런 상태로 나를 만들어야 나는 격노로 인해 오랫동안 후회할 말과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느림의 미학을 이용하라
사회복지사 혹은 상담사들이 가끔 이런 고충을 토로한다.
자기가 맡은 청소년들이나 노인분들 중 말이 너무 거칠어 대화가 힘든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이다.
이런 경우 종종 자기도 화를 참지 못하고 거의 다투다시피 하는 경우가 발생해 이후 많은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먼저 화낸 상대방과 이후 자극받은 나 자신의 이차적인 화를 어떻게 해야 더 완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필자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드리곤 한다.
“말을 느리게 하세요. 그럼 상대방 말도 대부분 느려지고 그럼 화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대답을 받은 사회복지사나 상담사의 상당수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감사 이메일이나 문자를 받는다.
그리고 대부분 ‘신기할 정도로 효과가 있었어요’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인간의 모든 거친 언행은 빠른 속도와 직결되어 발생한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종종 학생들로 하여금 재미있는 즉석 실험을 해보게 한다.
비어나 속어 혹은 심지어 욕을 아주 천천히 말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은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어려움을 표한다.
“아… 교수님. 욕을 천천히 하려니 너무 어렵고 어색해요!”라고 말이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언행을 빠른 속도와 결부해 작동시켜 왔다.
사냥과 전투 모두 스피드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는 수십만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진화적 산물이다.
반면에 너그럽고 포용적인 언행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느린 속도와 연결되어 표현돼 왔다.
이 양면을 포함한 이른바 ‘생각의 DNA’는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뇌에도 변함없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일실생활에서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싸우는 과정에서 흥분된 감정이 더해질수록 말이 거칠어짐과 빨라짐이 같은 정도로 상승해 나타난다.
그래서 이 사실을 뒤집으면 재미있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의도적이거나 강제적으로 느리게 언행을 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공격적이고 거친 말을 하는 것은 어색해지며 따라
서 일어난 화를 누그러뜨리는 것이 용이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 그러니 내가 크게 화를 내고 있거나 상대방이 화를 내고 있다면 나 자신부터 먼저 천천히 말을 해보자.
그러면 상대방도 이내 나의 말의 느린 속도에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느린 속도의 힘을 통해 우리는 훨씬 더 너그러워질 수 있게 된다.
의외로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은 꽤 있다.
무슨 이야기일까?
화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화를 표시해 공격적인 언행으로 연결하는 양상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은 화가 나도 그 화를 잘 다스리는 반면, 꽤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해 자신과 주위 사람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우리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봐도 앞서 언급한 두 종류 사람들의 모습이 늘 혼재되어 있다.
큰 사고가 사실은 작은 부품의 결여나 무심코 넘어간 작은 균열로부터 출발하지 않는가.
마찬가지다. 잠시 떨어져 보고, 3분을 홀로 있어보며, 느리게 말해보라.
이런 사소한 것들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치들이다.
이런 작은 변화들을 통해 우리는 화로 인한 큰 불화나 낭패를 막을 수가 있다.
01 바로 이 점이 화와 우울 및 슬픔의 근본적 차이다. 슬프거나 심지어 우울한 사람들은 자기주위 사람들을 조금도 보지 않는다. 그저 자기만 보고 있으며 점점 더 추락해 있는 자기에게 함몰된다. 그러니 슬프고 우울한 사람들은 역으로 사람들 곁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