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SSUE 02

Tech Issue 02 - 식물로 바꾼 비즈니스 세상 ‘비거노믹스’

Tech Issue 02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 및 해외 유망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주)스페이스점프와 협력하여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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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민 대표
(주)스페이스점프


전 세계에 걸처 '비거노믹스(Veganomics)' 열풍이 불고 있다.

비거노믹스는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Vegan'과 경제를 뜻하는 'Economics'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로 ‘채식과 식물 원료를 활용한 산업’ 전반을 의미한다.

특히 2019년 올해는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비건의 해’라고 발표한 것처럼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비거노믹스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거노믹스의 주 무대는 역시 식품업계다. 현재 비거노믹스가 세계인의 식탁에서부터 성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세월 우리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이자 혀를 즐겁게 해줬던 고기 대신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고기와 같은 맛과 영양을 고루 갖춘 ‘인공육(식물성 고기)’이 출시돼 판매되고 있다.

2019년 5월 2일은 ‘비욘드 미트’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날이며, 동시에 첫 번째 날 주가가 163%나 뛰어 2000년 이후 나스닥 상장 최고의 기록을 세운 날이다.

비욘드 미트는 100% 식물성 햄버거 패티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이처럼 비욘드 미트와 같이 인공육을 판매하고 있는 기업들이 비거노믹스 산업을 주름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채식시장은 2017년 10억 5천만 달러(약 1조 2,285억 원)에서 2025년에 16억 3천만 달러(약 1조 9,071억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시장에서도 비거노믹스 열풍은 뜨거울 전망이다. 한국채식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채식주의자가 이미 국내에 100만~150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채식 전문식당은 2010년 150여 곳에서 지난해 350여 곳으로 8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CU, 이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다양한 식품들을 더 확대해 출시하고 있으며, 오뚜기, 샘표 등 식품 제조업체들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콩과 같은 식물성 원료로 만든 마요네즈나 장류 제품들을 출시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비거노믹스는 식품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식습관이나 취향의 문제로 육식은 하되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만큼은 최대한 동물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이들도 많다.
 
제품의 개발과 생산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원료도 사용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제품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식물성 원료만으로 만든 화장품과 뷰티 그리고 패브릭 관련 제품들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의류 업계에서는 가죽, 모피, 실크, 울 등 동물성 섬유 대신 인조가죽, 인조 모피 등 대안 원단을 사용한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으며, 이미 구찌, 아르마니, 캘빈클라인 등 유명 브랜드들도 모피 사용을 중단하고 식물성 천연재료를 활용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비거니즘(Veganism)'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은 2016년부터 연평균 약 6.3% 성장하고 있다.

유기농 화장품 전문 브랜드 ‘닥터브로너스’의 매출은 1998년 4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 2,250만 달러로 20년 만에 30배 이상 급성장했다.
 
비건 화장품 업체 ‘아워글래스’는 지난해 “모든 제품을 2020년까지 100% 비건으로 내놓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립스틱 등 색조 화장품의 필수 원료인 구아닌은 생선 비늘에서 얻어야 하지만, 이를 식물성 원료로 교체하겠다는 복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비거노믹스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정부와 관련 업계는 이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해외 유수업체들은 선도적 시장 확보와 기술 선점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기업과 관련 연구기관의 적극적인 개발 모습과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체 축산물 시장은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술 개발 및 투자가 필요하며, 정부는 이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실험실에서 만든 돼지고기 ‘옴니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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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비욘드 미트와 같이 인공육을 판매하고 있는 기업들이 푸드테크 산업을 주름잡고 있다.

인공육은 가공된 식물성 단백질이나 동물세포 배양을 통해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재현한 대체 식품을 말한다.

그동안 우리는 ‘인공육’이라고 하면 미국을 먼저 떠올렸지만 최근 중국에서도 급성장하고 있는 인공육 관련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홍콩에 본사를 둔 '옴니포크(OmniPork)'라는 푸드테크 기업이 그 주인공이다.

옴니포크는 버섯과 콩을 원료로 인공 돼지고기를 만드는 기업이다.

옴니포크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돼지고기 소비가 가장 많다는 것에 주목해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 대체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옴니포크의 인공육은 돼지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자랑하지만 지방은 86% 줄이고 콜레스테롤을 없애는 한편, 칼슘은 2.6배가 더 함유된 매우 건강한 고기식품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옴니포크는 2018년 4월에 홍콩에 레스토랑을 열고 실제 자사 제품으로 요리한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에서는 인공육 자체를 100g당 15달러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에 중국 양돈업계가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타격을 입은 이후 2019년 5월부터 돼지 가격이 30% 이상 급상승하면서부터 돼지고기 대체식품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은 한 해 5,500만 톤의 돼지를 소비하는 세계 최고의 돼지고기 소비 국가이다.
 
이들의 돼지고기 소비량의 10분의 1만이라도 인공육으로 대체될 수 있다면 아마도 그만큼 양돈농가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양돈농가의 감소는 결국 지금보다 더 좋은 지구 환경으로의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공육은 지구와 인류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매우 친환경적이고 매우 지속 가능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인공육을 만드는 푸드테크 기업들이 꼭 탄생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100% 식물성 이불 ‘버피 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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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사용되는 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 보통 200~300㎖ 정도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물은 실제로 132ℓ나 들어간다. 이것은 커피 원두의 재배와 생산 그리고 유통과 제품의 사용과 폐기에 이르기까지 사용된 물의 총 양을 모두 계산한 값 즉, '물 발자국(WaterFootprint)'을 의미한다.

따라서 물 발자국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생산, 소비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이 물 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이불이 출시돼 화제다. 미국 신생기업 '버피(Buffy)'가 출시한 식물성 이불 '버피 브리즈(Buffy Breeze)'가 그 주인공이다.

일반적으로 이불도 커피처럼 엄청난 양의 물 발자국이 발생한다. 이는 이불과 같은 직물을 제조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청바지 한 벌에 1만 4,700ℓ의 물이 소비된다는 보고와 같이 직물의 제조에는 많은 양의 물이 소비된다.

그래서 버피는 유칼립투스라는 목재 펄프를 사용한 100% 식물성 직물을 만들게 됐고, 이를 이불에 적용해 출시한 것이다.

따라서 버피는 이 이불이 매우 친환경적이며, 채식주의자들에게 적합한 비건 프렌들리(Vegan Friendly) 제품이라고 강조한다.
 
유칼립투스 섬유와 충전재는 면화보다 물을 10배 이상 적게 소비하기 때문에 물 발자국이 낮은 제품이며, 지금까지 버피는 이 이불의 판매를 통해 1억 갤런의 물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버피 브리즈 이불은 부드럽고 통기성이 좋으며 온도 조절이 가능해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유칼립투스 직물과 이불의 궁합이 얼마나 잘 맞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 소비를 줄이는 비건 프렌들리 제품, 이제 국내에서도 많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한 끼 식사 'TY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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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은 뉴욕 맨해튼에 5개의 매장을 열고 100% 채식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투명한 원형 플라스틱 통에 담긴 한 끼 도시락의 가격은 10달러(약 11,500원)이다.
 
그렇다면 타임 도시락의 특징은 무엇일까?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은 ‘맛있는 채식 도시락’이 가장 큰 특징이다. 타임은 ‘채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과감하게 깼다.

그래서 육식만큼 맛있는 채식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재료들을 결합했다. 쌀과 흑미 또는 메밀국수와 같은 바탕에 다양한 채소들을 쌓아 올려 담았다.

무엇보다 타임은 ‘영양’을 절대 무시하지 않았다. 도시락 뚜껑에는 사용한 재료에 포함된 영양소들의 종류와 칼로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다.

타임은 블로그 포스트에서 “우리 미래의 식사는 채식이어야 하며, 고기만큼 맛있는 채식 문화를 널리 전파하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소비자가 도시락을 다 먹은 후 플라스틱 용기를 다시 매장에 반납할 경우 타임으로부터 1달러를 선물로 받게된다.
 
참고로 타임은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퇴비를 만드는 기관에 보내고 있다. 과연 타임 도시락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들의 바람대로 채식 문화가 얼마나 많이 전파될 수 있을까? 앞으로 타임의 행보를 계속 지켜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