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 수소의 안전과 표준
글. 강승규 책임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의 수소 산업은 초기단계로 본격적인 산업생태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 수소 산업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과 수소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요구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수소연료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고, 수소에 관한 안전관리 현황과 수소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안전기준 고도화 및 표준화 추진대책을 살펴본다.
수소연료의 특성
수소는 원자번호 1의 원소로 통상 원자가 두 개 연결된 수소 분자(H2)의 형태를 취한다.
무색, 무취로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기체이며 수소 분자의 상태로 존재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물 등과 같이 다른 원소와의 화합물로 지구상에 대량 존재한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수소는 일반인에게 친숙하지는 않지만 공업 원료로 산업에 오래전부터 이용되고 있다.
수소와 유사한 에너지로서 현재 우리 생활에서 밀접하게 사용되고 있는 휘발유, 메탄(도시가스의 주성분), 프로판(LPG의 주성분) 등과의 물리적 성질 비교를 표 1에 나타냈다.
수소는 공기 중에서 다른 연료에 비해 확산이 월등히 빠르고 착화 온도가 높아 자연 발화되기 어려우며 열 방사율이 낮아 불길이 옮겨 붙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특징은 수소가스가 타 연료에 비해 안전상 유리한 점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금속재료를 취화시켜 쉽게 부서지게 한다든지 연소범위가 넓고 점화에너지가 낮아 쉽게 화재를 일으킬 수 있고, 연소속도가 매우 빨라서 폭발 발생 시 폭풍압이 크게 발생하며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고압을 사용한다는 점은 수소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소이다.
이상의 연료에 대한 물리적 특성을 보았을 때 어떤 연료가 더 위험하고 안전한가의 논쟁은 무의미하다.
모든 연료는 기본적으로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고, 수소도 휘발유와 천연가스 등과 마찬가지로 그 성질, 특징을 반영하여 안전하게 제대로 사용하는 기술과 사회 제도를 확립한다면 안전한 연료이다.
수소 안전관리 현황
현재 국내에서 수소에 적용되는 법률은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은 고압가스로 인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규정된 법률로 고압가스의 제조, 수입, 저장, 판매, 이동, 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의 라이프 사이클 전반에 걸쳐 고압가스의 취급 및 사용을 규정하여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서는 고압가스를 제조, 저장, 소비, 이동하는 자가 취급하는 고압가스의 종류, 공급하는 설비의 제조 능력, 고압가스의 저장량 등에 따라 안전상 강구해야 하는 조치가 규정되어 있다.
또한 업무 실시에 있어서는 그 내용에 따라 사업소별로 자치단체장으로부터의 허가가 필요하다.
또한, 제조, 저장, 판매 등의 각각 단계에서 안전상의 규제로 법령 등에 따라 규정된 기술상의 기준에 적합한지 재해 발생 방지와 보안 활동과 관련된 규정의 정비, 직원들에 대한 안전 교육, 안전 검사 실시, 안전관리책임자 선임 등이 규정되어 있다.
수소의 안전에 관해서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이외에도 다양한 법률에 따라 규제가 규정되어 있다. 관계된 법률을 표 3에 나타냈다.
수소 안전기준 고도화 및 표준화 추진방안
수소에너지의 이용은 생산, 저장·운송, 충전, 활용의 기술로 분류될 수 있으며 각 단계별 안전관련 이슈사항 및 추진방안을 살펴보겠다.
우선 수소의 생산기술에서는 전기를 이용해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 방식, 천연가스 및 LPG 등에서 수증기 개질을 통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 석탄가스화 및 부생가스를 이용하는 방식 등이 현재 상용화되어 있고, 플라즈마 및 광촉매, 미생물을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 등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수소생산 기술들은 대부분 저압(1㎫ 이하)으로 운전이 되고 있어서 현재 수소의 안전을 관리하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의 적용에서 제외된 상태이다.
현재 국회에서 입법 추진되고 있는 가칭 ‘수소안전법’에서는 저압수소에 대한 안전관리를 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저압의 수소를 고압의 수소와 유사한 법규로 규제할 경우 수소경제 성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염려도 있으나, 합리적인 수준에서 최상의 안전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해 발생한 강원도 강릉의 수소폭발 사고에서도 저압시설에 대한 안전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저장·운송에서는 고압수소 저장운송기술이 국내에서 상용화되어 운영되고 있고, 액체수소 및 액상, 고체수소 등의 새로운 저장방식에 대한 안전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수소의 운송은 경제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로 대량의 장거리 수송 및 가정용 수소의 공급은 천연가스처럼 배관망을 통한 공급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며 이를 위한 고압 및 저압의 수소배관망 설계, 시공, 유지 관리와 관련된 안전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충전 분야에서는 자동차용 고압수소기체 충전에 대하여만 안전기준이 운영되고 있으나, 해외에서는 이미 실증되고 이는 액체수소 충전소 및 이동식 자동차 충전소 기준의 제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드론과 같은 소형 이동형 연료전지 애플리케이션에서 활용이 가능한 충전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자동차 분야로만 국한되어 있는 충전소 기준을 지게차나 기차, 선박과 같은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충전기준을 준비하여야 한다.
활용에서는 기존의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와 가정용·건물용 연료전지가 수소의 주된 활용 분야였으나 최근에는 버스 및 트럭과 같은 대형차, 지게차 및 건설기계 분야, 드론, 기차, 선박 등으로 활용 분야가 다양화되고 있다.
연료전지 분야는 직접 수소 연료전지 및 발전용 연료전지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산업의 전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수소 및 연료전지 기술에 대하여 각 분야에 적합한 안전관리 기준을 제정하여야 한다.
수소는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초고압, 초저온 등과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의 사용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고 시험데이터를 확보하여 안전기준 및 표준을 제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고압·초저온 상황에서 실증시험과 성능시험을 시행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구축·운영이 필수적이다.
이미 수소 분야 선진국인 일본에서는 JARI, HYTREC, HYSUT를 운영하고 있고, 캐나다의 POWERTECH, 독일의 BAM 등이 이러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6년에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강원도 영월)’가 준공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압시험 및 화재폭발 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고, 수소에너지의 생산, 충전, 공급, 활용 분야의 신규 제품 및 부품에 대한 수소 산업 전주기에 걸친 안전성 확보 지원을 위해 2021년에 준공 예정인 ‘수소 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 센터(대전)’를 건설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2019년 1월)’을 근간으로 하여 분야별·시기별 기술수준·개발상황을 고려하여 ‘수소경제 표준화 로드맵(2019년 4월)’을 발표하였다.
결어
신규 에너지에 대하여 사람들이 어떤 불안을 느끼는 것은 일반적인 심리이다.
필요한 것은 그 에너지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기술을 확립하고 실적을 쌓아 그것을 올바로 전달하여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이다.
수소 이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일반 시민의 수소 및 연료전지에 관한 인식 향상과 안전성에 관한 위기의식 저감 등 수소에 대한 사회적인 수용성의 향상이 필수 불가결하다.
사회 수용성 향상을 위해서는 수소의 안전성을 높이고 신뢰를 얻는 것과 수소 및 연료전지에 관한 이해 증진을 위한 적극적인 정보전달이 필요하다.
그중 수소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와 기술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이다.
수소에 관한 이해 증진을 위한 정보전달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홍보, 교육, 체험기회 제공 등의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01 PSM: 공정안전관리(Process Safety Management) 제도로서 위험물의 누출, 화재, 폭발로 사업장의 근로자 및 인근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중대 산업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