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05 - 수소 정책과 로드맵

26.png

글. 이승원 사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에너지산업과


수소경제는 세계적으로 초기단계로서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기 때문에 누가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물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한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수소경제의 잠재력과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추진전략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나라 수소경제의 잠재력과 한계

수소경제는 세계적으로 초기단계로서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기 때문에 누가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수소경제를 위한 물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충분하다.

먼저 수소 활용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이 확보되어 있다.

수소전기차의 경우 2013년 세계최초 양산에 성공하였고, 2018년에는 세계 최장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일반 보급형 모델을 출시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연료전지 부문에서도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과의 제휴 및 M&A 등을 통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수소 공급에 필요한 석유화학·플랜트 산업기반과 경험이 풍부하다.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울산·여수·대산)를 중심으로 수소 파이프라인과 고순도 수소생산 기술이 확보되어 있으며, 이미 연간 약 164만 톤 정도의 수소가 생산, 유통,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충분한 수소의 수요와 경제성을 확보하는 경우, 설비증설, 공정전환 등을 통해 대규모의 부생수소 공급이 가능하다.

게다가 LNG 공급망이 발달하여, 이를 활용하면 전국 단위의 수소 공급이 가능하다.

전국 LNG 공급망에 추출기를 설치하여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없이도 쉽게 안정적이면서도 경제적인 수소의 생산 및 공급체계의 구축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처럼 성숙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수소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존재한다.

먼저 수소차와 연료전지의 경우 기술력이 최고 수준임에도 시장규모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였다.

수소차는 높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의 부족, 연료전지는 설치비 부담과 높은 연료비 등으로 인해 시장이 확대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인 수요 창출과 보급 확대를 통해 경제성 확보와 자생적 확산의 동력 창출이 요구된다.

또한 수소 활용 분야에 비해 생산 및 저장·운송 분야의 기술경쟁력이 부족하다.

생산에 있어 부생수소 외에 천연가스 추출수소 및 수전해 등에 대한 핵심 원천기술과 상용화 실증이 부족하고, 저장·운송에 있어 장거리·대용량 운송에 필요한 액화·액상 기술이 아직은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술경쟁력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 및 지원과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정책적 측면에서도 수소차·충전소, 연료전지 개발 및 보급 등 단편적인 지원은 있으나, 종합적인 수소경제 활성화 전략과 법적 지원 기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여 구체화한 것이 바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다.


수소경제 활성화 비전과 추진전략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비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소차·연료전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이라는 목표를 함께 제시하며 수소 활용 산업의 시장 창출과 육성에 우선적인 방점을 찍었다.

물론 수소를 활용하는 분야는 수소차나 연료전지 외에도 선박, 열차, 드론 등 광범위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정부 지원을 통해 즉각적인 시장 창출이 가시화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우선 육성하고, 점차 선박, 열차 등 기타 활용 산업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먼저 수소차 시장 창출을 위해 수소차 생산능력 확충 및 보급 확대와 수소택시·버스 등으로 대중교통 전환, 공공부문 수소트럭 활용 등이 구체적인 방안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올해 7월 기준으로 국내 약 2,700대인 수소차 시장의 규모를 2022년 6.7만대, 2040년 290만 대 이상의 규모로 확대할 것이다.

또한 수소차 시장의 확대는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므로, 올해 7월 기준 총 27개소로 운영 중인 수소 충전소를 2022년 310개소, 2040년에는 1,200개소까지 확대 보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제적이고 안전하며 이용이 편리한 수소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수소 충전소 구축 방안’을 마련 중이다.

수소차 보급 초기에는 정부가 일정 부분의 지원금을 통해 충전 인프라 구축을 이끌어가고, 수소차 보급 확대와 충전소 경제성 향상에 따라 점차 정부에서 민간으로 주도권을 이양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발전용 연료전지는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전용 LNG요금제를 신설하고 일정기간 연료전지 REC를 유지하여 발전용 연료전지의 경제성을 확보할 것이다.

또한 연료전지의 핵심부품에 대한 기술개발을 추진하여 장기적으로 국산화율 100%를 달성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설치 규모를 현재 약 360㎿에서 2022년 1GW, 2040년 8GW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는 분산 전원으로서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여 설치 확대를 추진한다.

정부 보급사업 예산의 단계적 확대, 전력계통 부담 완화에 따른 전기요금 특례제도의 연장 검토, 공공기관 신축건물의 연료전지 의무화 등 분산 전원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지원 제도를 설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2년에는 50㎿, 2040년에는 2.1GW까지 보급을 확대하려고 한다.

이렇게 수소의 활용 산업을 육성한다면, 파생수요로서 수소 자체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현재 수소 활용 산업에서 창출되는 수소의 수요는 연간 13만 톤 정도이나, 2022년, 2030년, 2040년에는 각각 연간 47만 톤, 194만 톤, 526만 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공급되는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 등의 부산물인 부생수소와 천연가스로부터 추출하는 추출수소,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으로 물을 분해하여 생성되는 수전해 그린수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수소차에는 부생수소가, 연료전지에는 주로 추출수소가 공급되고 있다.
 
수소의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초기에는 천연가스 추출수소를 핵심 공급원으로 삼아 한국가스공사의 정압관리소나 수요처 인근 도심지 등에 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향후에는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활용한 친환경 CO₂ Free 그린수소의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대규모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P2G) 연구개발 및 실증이 추진될 것이며, 해상풍력, 태양광 등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와 연계한 수소 생산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처럼 수소 활용 산업 육성은 수소의 생산을 확대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저장 및 운송 부문의 성장을 유도하게 된다.

이에 대비해서 수소의 경제성 있고 안정적인 유통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기체, 액화, 액상 등 다양한 저장 방식에 대한 기술개발과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함으로써 수소의 저장 방식을 다양화·고도화하며, 수소 파이프라인의 전국적 확대와 고압기체수소 저장·운반을 위한 용기 개발, 액상·액화수소 운반을 할 수 있는 탱크로리 개발 등을 통해 수소 운송 방식의 효율화도 함께 추진한다.

결국 이러한 저장 및 운송 부문의 성장은 다시 수소활용 산업의 효율화로 이어져 해당 부문의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창출과 성장은 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술개발을 촉진하여, 시장유도형 혁신체제를 구축하게 된다는 것이 이번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기본적 구조이다.

이처럼 시장유도형 혁신체제 구축을 위해 수소의 생산, 저장·운송, 활용 등 전 주기 상의 중장기 기술개발을 지원할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도 마련 중이며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소차·연료전지 부문은 핵심기술을 국산화하여 글로벌 초격차를 유지하고, 선진국에 비해 아직 미흡한 기술 수준을 가지고 있는 생산, 저장·운송 부문의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수립될 것이다.

또한 수소경제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특별히 필요한 것은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다.

따라서 연말까지 수소경제 활성화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의 제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의 고압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으로 관리되지 않는 저압 수소 설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시스템의 법적 기반 확보에 힘 쓸 예정이다.


마무리

사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수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당시 정부는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한 바 있다.

다만, 2019년 발표된 로드맵은 다음 세 가지 점에서 2005년 마스터 플랜과는 차이가 있다.

우선 중점이 다르다. 2005년 당시에는 수소 활용제품(수소차, 연료전지 등)이 아직 기술개발 단계로서, 기술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 전략이 중점이었다.

반면 이번 로드맵은 수소 활용 제품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여 시장 창출 및 육성을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에 수립되었으며, 이를 위한 정부 정책방향에 방점이 찍혀 있다.

또한 범위도 다르다. 2005년 마스터 플랜은 수소경제의 범위를 수소차와 연료전지로 한정하였지만, 이번 로드맵에는 현재 개발 중인 수소 선박, 열차, 드론 등 수소 활용의 신기술 영역까지 확대 포함하였다.

이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정책 환경의 변화이다. 사실 2005년 무렵에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수급 구조를 탈피할 뚜렷한 에너지 전환 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로 인해 당시 마스터 플랜은 에너지 정책 기조와는 별도로 수립된 일종의 신산업 육성 전략의 하나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2017년부터 화석연료 중심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명확한 에너지 정책 기조가 수립되었으며, 이는 수소경제 활성화의 밑바탕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로드맵은 지난 6월 확정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되었고, 수립 중인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마스터 플랜에 비해 정책적 정합성이 높고 실효성이 한층 강화되어,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최근 강릉 과학단지 사고, 노르웨이 수소 충전소 화재 등 일련의 잇따른 수소 관련 사고들로 수소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정부는 안전한 수소경제의 이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관련 규정의 개정을 통해 수소 관련 연구개발(R&D) 과제에 대한 안전 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저압 수소 안전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소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안전성을 기반으로 한 수소경제 활성화 이행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