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수소경제의 필요조건, 수소 모빌리티의 확대
글. 김세훈 상무
현대자동차(주)
수소 모빌리티는 연료전지 시스템의 가격인하, 수소 인프라의 확충 촉진 등을 통해 수소경제 활성화를 주도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소재·부품의 국산화, 부품 산업 경쟁력 제고가 추진되고 있어 향후 수소 모빌리티가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글로벌 환경규제의 강화와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현상이 속출하는 가운데, 온실가스 규제, 미세먼지 대응 등 기후 대응이 가속화되고 있다.
온실가스 규제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강화될 경우, 2020년대 중반 이후 기존 기술로는 온실가스 규제를 더 이상 충족시킬 수 없게 된다.
즉 기존 탄소 기반 경제에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비탄소로의 에너지 전환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을 중심으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가 지속해서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2017년 40mpg(miles per gallon)에서 2025년 56mpg로 40% 연비를 강화할 계획이며, EU는 ㎞당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2017년 130g/㎞에서 2025년 80g/㎞으로 36% 감축할 것을 예고했다.
자동차 업체가 이러한 규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미국에서는 1마일당 140달러, EU는 1g당 95유로의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
중국은 2017년 100㎞ 주행 시 6.4L로 규제하던 연료소비량을 2025년에는 4.0L로 38% 축소할 계획이며 우리나라도 같은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140g/㎞에서 82g/㎞로 41% 감축할 예정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전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를 오래전부터 심각하게 받아들여 친환경차 개발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이후 친환경차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2026년을 기점으로 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차의 개발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동시에, 2025년까지 약 80종의 친환경차 모델 출시 계획을 밝혔다.
도요타는 2040년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선언했으며,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의 전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2039년 내연기관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2022년까지 25종의 전동화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도 2025년까지 44차종의 친환경차를 출시할 계획을 밝히면서 글로벌 친환경차 경쟁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
수소 모빌리티의 부상
지난 1월 우리나라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로드맵의 목표와 달성 방안을 보면, 수소 모빌리티의 확산을 수소경제 달성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드러난다.
수소전기차 보급을 골자로 수소 산업 전반에 대한 성장 전략을 다루고 있는 이 로드맵에 따르면, 수소전기차는 2040년 620만 대가 보급되며, 수소충전소는 1,200개가 구축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기차, 선박, 드론 등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에 대한 지원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수소 모빌리티란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하여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승용차, 상용차, 기차, 선박, 항공기 등 이동수단을 뜻한다.
수소 모빌리티는 연료전지 시스템의 대량생산을 통한 큰 폭의 가격 하락이 가능해 대중화를 이끌 수 있으며, 발전용, 가정용 등 다른 용도로 확산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수소인프라 구축과 수소 수요 확대를 촉진해 결국 수소경제 활성화를 주도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수소에너지의 부상
온실가스를 저감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국가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독일, 노르웨이 등 일부 선진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40%를 넘어서며, 중국, 인도 등 주요 신흥국들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그러나 자연의 힘을 활용해야 하는 재생에너지의 특성상 전력생산의 급격한 변동성,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장거리 송전의 어려움 등 한계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국가들은 수소를 활용해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여 대량으로 저장했다가 이를 전력 재생산에 사용하거나 천연가스(CH4)로 전환해 운송 및 저장에 이용하고 있다.
일본은 재생에너지 단가가 저렴한 해외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일본 국내로 운송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수소를 운송하는 선박을 제작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시험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를 수소로 저장하여 활용하는 기술이 상용화 되면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또한 촉진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 및 저장, 이용의 확산은 수소 모빌리티의 확산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소의 수요 확대는 다시 수소 산업의 육성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수소 모빌리티 개발 동향 및 전망
수소 모빌리티는 1990년대 초반 미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주로 학계 및 연구소에서 기초기술 개발이 이루어졌는데,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서야 연료전지 기술개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현대차에서 수소전기차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으로, 약 10년의 개발 과정을 거쳐 2013년 투싼 수소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투싼 수소전기차는 코펜하겐을 시작으로 18개 국으로 수출되었으며, 2015년 미국의 10대 엔진상을 수상하는 등 혁혁한 성과를 창출했다.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수소전기차 시대의 총성을 울린 것이다.
현대차는 5년 뒤인 2018년, 후속 모델인 넥쏘를 출시했다. 넥쏘는 투싼 대비 탁월한 성능 개선을 이뤘다.
주행거리는 415㎞에서 609㎞로 향상되었으며, 냉시동 한계도 -20℃에서 -30℃로 확대되었고, 시스템 효율도 55%에서 60%로 개선되었다.
무엇보다도 내연기관과 동일한 10년 16만㎞ 보증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우려를 종식했는데, 이는 연료전지 및 연료탱크 기술의 대대적인 혁신의 결과물이었다.
특히 수소저장 시스템의 기술혁신으로 인해 수소 저장용량을 확대하는 동시에 탱크의 무게와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여 차량 효율을 개선하였다.
이후 넥쏘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대형 버스, 중대형 트럭 등으로 수소전기차의 차종이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그 시작으로 올해 7개 도시에 35대의 수소 시내버스와 2대의 경찰수송 버스가 보급될 예정이다.
수소 시내버스는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 2022년까지 약 2,000대가 보급될 예정이며, 대형트럭은 개발을 거쳐 2023년까지 스위스에 총 1,600대가 수출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기차, 선박 등 비차량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해당 전문 업체들과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어,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후 수소 모빌리티의 빠른 확산이 기대된다.
수소 모빌리티의 소재·부품산업 경쟁력
수소 모빌리티는 크게 전기를 발생시키는 연료전지와 수소를 싣는 수소탱크, 그리고 모터 등 전기를 동력원으로 전환하는 장치로 구성된다.
수소탱크에 탑재된 수소연료가 연료전지로 공급되면 연료전지 안에서 전기를 발생시키고 산소와 만나 물로 바뀌어 배출된다.
이러한 수소연료를 탑재하고 화학 반응이 작동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신소재들이 사용되고 있다.
주요 신소재로 수소 탱크에 사용되는 탄소섬유와 연료전지에 사용되는 백금, 고분자전해질막, 분리판과 같은 금속 소재 등이 있다.
백금의 경우 지속해서 사용량을 감소하면서 대체 신소재에 관한 연구가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고분자전해질막은 해외로부터 전량 수입해 왔으나 최근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가시적으로 성과가 나오고 있어 향후 국산 소재로의 대체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와 같이 부품의 설계 개선과 소재·부품의 국산화가 추진되면서 현재 연료전지의 소재·부품 국산화율은 99%에 이르며, 100% 달성을 목표로 기술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높은 부품 국산화율 달성에는 부품 협력사들의 부단한 투자와 노고가 있었으며, 그 결과 세계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 넥쏘를 99% 국산 부품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
현재 부품 협력사에 대한 해외 선진업체들의 납품 요청이 잇따를 정도로 수소 모빌리티 부품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하고 있는데, 향후 대량생산을 통해 비용경쟁력을 갖추고 경량화, 고내구화를 달성할 경우 타 부품 업체들과의 경쟁력 격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수소 모빌리티 확산의 당면과제와 해결 방안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수소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자동차뿐만 아니라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될 것을 선언했다.
2025년 13만 대, 2030년 50만 대의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할 것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2025년까지 2.9조 원, 2030년까지 7.6조 원의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차량용 연료전지 외에도 지게차, 철도·트램, 선박, 발전기 등 연료전지의 적용 산업 범위를 확대해 수소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각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한 연료전지를 개발해 판매하는 체제도 구축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공급 등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투자가 추진될 예정으로, 수소전기차 보급에 필수적인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투자가 중심이 될 것이다.
넥쏘가 보여준 높은 기술 성취에도 불구하고 가격 하락, 내구성의 확보, 대량생산 체제의 구축은 여전히 남겨진 숙제다.
수소전기차의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정부 보조금이 없다면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경쟁은 역부족이다.
또한 승용차용 연료전지의 내구성으로는 버스, 트럭 등 상용차나 기차, 선박 등 고내구를 필요로 하는 다른 모빌리티에 적용하기 어렵다.
대량생산 체제의 구축과 대량 수요의 창출도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원가를 낮추고 내구성을 높인 수소전기차를 개발하여 대중적인 수소 모빌리티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 할 수 있다.
당면과제 해결을 위해 부품 협력사와의 상생 협력을 유지, 발전시키고, 다양한 모빌리티 시장 고객과 제휴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수소 모빌리티의 확산을 위해서는 정부의 초기 보급 지원, 인프라의 신속한 확충, 신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 등 여러 조건도 충족되어야 한다.
자동차업계-정부-시민사회-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 에너지 전환 촉진을 위해 수소경제로의 이행이 필수적이라는 데 대한 공감이 필수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소의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인프라 관련 기업들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