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 - (주)삼양사 김영환 사장
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에서는 기술경영인과의 대담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과 리더십 등을 알아봅니다.
앙꼬라 임빠로(Ancora Imparo), 나는 여전히 공부한다
공동 작성. 윤지환 교수(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기술경영학과),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2019년 7월의 어느 무더운 날,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삼양그룹의 R&D센터인 삼양디스커버리센터를 찾았다.
지난 2017년 문을 연 이곳에는 서울·인천·대전 등지에 흩어져 있던 식품·의약바이오 부문 R&D와 마케팅 인력 약 400명이 모여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95주년을 맞은 장수기업 삼양그룹은 삼양디스커버리센터를 중심으로 R&D 기반의 ‘스페셜티’ 기업으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 중심에 (주)삼양사(이하 삼양사)의 CTO 김영환 사장이 있다. 듀폰 중앙연구소와 삼성종합기술원을 거쳐 2014년 삼양그룹에 합류한 김영환 사장이 연구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Ancora Imparo(앙꼬라 임빠로)!’ 나는 지금도 공부한다.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삼양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다 함께 배우고 공부하는 삼양인이 되자고 말한다.
공감(Empathy)과 연민(Sympathy) 그리고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김영환 CTO는 1952년생으로 연세대 화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와이츠만 과학연구소에서 유기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듀폰중앙연구소에서 Fellow로 연구활동 이후 삼성 종합기술원 소재 부문 연구소장을 거쳐 지난 2014년 삼양사에 입사해 2016년 CTO 선임 이후 융합기술에 기반을 둔 신사업 발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에서 실력과 공로를 인정받고 있는 그는 가장 먼저 준비한 자료를 보여주며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그동안 자신이 공부하고 근무한 곳과 그곳에서 만나고 가르침을 받았던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지난 시간들을 회고했다.
“학부 2학년 때부터 석사 때까지 이대운 지도교수의 연구실에서 공부를 했는데 교수님의 소개로 석사 졸업 후 이스라엘의 와이츠만 과학연구소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박사과정을 하는 동안에는 중동의 여러 국가들을 여행해보는 기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소중했던 것은 독일과 프랑스의 연구 대학에서도 공부하고 연구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포닥(Post Doctor, 박사 후 과정)은 미국에서 했는데 지정학적으로 복잡하고 문화적·경제적으로 환경이 다른 여러 나라에서 살다 보니 정말 다양한 인생 경험을 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에서 보낸 3년 반 동안은 정말 배운 게 많다며 속내를 밝혔다.
“부모님이 시골에서 과수원을 하시면서 육남매를 모두 대학에 진학시키셨어요. 당시에는 철이 없어 그 고마움을 몰랐는데 세월이 지나서 자식을 키워보니 부모님께서 우리에게 해주신 것들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때 늦게 감사하면서 살게 되었죠. 돌이켜보면 부모님과 은사님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제가 있게 된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초대 대통령인 하임 와이츠만에 의해 설립된 와이츠만 과학연구소는 화학, 생물, 물리, 수학 등 순수 과학 분야만 연구하는 기관인데, 박사과정을 할 때에 유전학 등 여러 가지 상이한 연구 분야에도 흥미를 느껴서 강의를 들었다.
그러나 좀 더 배우고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에 프랑스의 명문대인 에꼴폴리텍의 Georges Guiochon 교수, 그리고 박사 후에는 독일 튜빙겐 대학의 Volker Schurig 교수를 직접 찾아가 가르침을 청하기도 했다.
“세계의 많은 학생들과 교수들의 질의응답 과정을 보면서 세상에는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많구나, 선진국들은 다들 열심히 하니 잘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지정학적·종교적 갈등을 목격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각 나라와 인종들이 노력하는 여러 가지 방식의 정치적, 문화적 접근 모습에서도 많이 배웠다고 말한다.
“오랜 갈등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공감(Empathy)과 연민(Sympathy)의 마음이 생겼는데 이때의 경험은 삼양그룹이 추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과도 맞닿아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힘든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처럼 경영에 있어서도 경쟁자를 적으로만 보지 않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가르쳐준 성공의 법칙
1981년 박사학위 취득 후에는 UCLA의 도널드 크램(Donald James Cram) 교수 연구실에서 포닥을 하였는데 미래 진로에 대한 뚜렷한 방향이 보이지 않아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초조한 날을 보내게 되었다.
포닥 2년차에는 크램 교수와 미래에 관해 상담도 하고는 했는데,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9시쯤에 실험실에 돌아와서 실험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실험실에서 나오는 크램 교수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때는 영주권이 없으면 직장 구하기도 어려웠고, 회사에서 주도하는 캠퍼스 리쿠르팅 면접에 외국인은 신청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듀폰에서 면접을 하러 LA를 방문 중인 회사 중역이 면접 전날 크램 교수를 저녁에 모시고 나갔는데, 식사 동안에 저를 특별히 번외 면접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셨답니다. 교수님은 ‘책상 위에 메모를 남겨두었으니 봐’라고 하시고 그냥 쿨하게 떠나셨습니다. 메모에는 ‘내일 아침 정식 면접 시작하기 전, 8시에 너와 인터뷰 약속을 해두었다’는 짧은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보통 아침은 일찍 시작하지 않기 때문에, 그날 저녁에 실험실에 돌아가지 않았다면 지킬 수도 없는, 소용없는 약속이 될 수도 있었지만 교수님의 자기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치를 알면 이해가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뒷받침으로 “삶에는 운이 참 중요한데, 열심히 할수록 운이 점점 더 좋아지더라”라는 선배들의 명언을 좌우명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1984년 듀폰에 입사한 김영환 사장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 알리기에도 열심이었다.
88올림픽 준비를 하는 동안에 한국에 관한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해마다 추석 즈음에는 40~50명의 동료와 그 가족들을 집에 초대해 한국요리도 대접했다.
“현재 한 대학의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가끔 학생들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젊었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 사람들과 가까이 교류하며 관계를 구축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학생 입장에서는 멘토가 꼭 한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 명의 멘토를 통해 한 사람에게 적어도 하나씩은 꼭 배우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합니다.”
자신 역시 대학 시절 은사님을 비롯해 박사 과정 중에 만났던 여러 대학의 교수들과 직장에서 만났던 사람들 모두를 소중한 인연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유대를 쌓으면 책으로 배우지 못하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부하며 소통하는 CTO
김영환 사장은 듀폰에서 23년을 재직하는 동안 재료개발 연구를 하면서 자연 현상을 상대하고 관리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이후 약 6년 동안 삼성종합기술원에서는 연구소장으로서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했다.
김영환 사장은 “세상 일이 모두 사람이 결정하고 추진하는 것인데 사람을 상대로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하다는 것을 늦게라도 배울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라고 회상을 한다.
2014년 이후 지금까지 삼양그룹의 미래와 비전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는데 듀폰과 삼성에서 배우고 경험한 바를 토대로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듀폰은 새로운 개념의 콘텐츠를 창조해내는 기술연구, 발명에 강점을 가진 회사이고, 삼성은 사업 프레임을 잘 디자인하여 제품 개발과 제조와 판매를 잘하는 회사입니다. 두 회사에서 배우고 쌓은 경험과 장점을 살려서 기술이라는 알맹이가 충실한 제품 개발에 최대한 역량을 펼쳐 보이고 싶습니다.”
회사라는 조직은 CTO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기 힘들다.
그래서 김영환 사장이 취한 방법은 사람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또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배우게 하는 것이다.
“살면서 여러 명의 좋은 멘토들을 만났고 저 또한 좋은 멘토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멘토링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연구원들에게도 항상 ‘앙꼬라 임빠로’라는 말로 매사 배우고 익히는 데 주력하라고 말합니다.”
‘Ancora Imparo(앙꼬라 임빠로)’는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적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인생의 후반기인 87세에 그린 그림의 한 귀퉁이에 남겼다고 전해지는 말로 ‘나는 지금도 공부한다’,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김영환 사장은 연구원들과의 자리에서 항상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 역시 지금도 연구원들 못지않게 책을 읽고 공부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일례로 삼양그룹이 신사업으로 육성하는 화장품 소재 사업과 식품소재들에 관련해 책과 논문을 읽고, 실험 방식 등을 가지고 연구원들과 심도있는 토의를 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무언의 압력을 넣는 셈이다.
사장 부임 이후 매 분기 전 연구원이 참석하는 CTO실 주관의 기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단순히 기술 공유 차원을 넘어 융합기술에 기반을 둔 신사업 발굴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연구원들이 자기 역량을 높이기 위해 각자 자발적으로 공부한 내용을 동료 연구원에게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고, 올해부터는 공부한 내용을 통해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용적인 토론도 추가하였다.
여러 사업부서의 직원들이 참여하는 CoP(Community of Practice, 사업성 있는 연구과제를 제안하기 위한 학습·연구 소그룹 활동)를 통해 함께 소통하고 공부하며 그 내용을 기술 심포지엄에서 발표하는 형식이다.
일반적으로 연구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은데 삼양그룹은 이를 타파하고 부서 간, 구성원 간의 이해를 높이고 연구와 사업의 협력을 위해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네 개 연구소의 연구소장 회의를 개최하여 이슈 및 건의 사항 전달과 토의를 하고 있으며, 소속이 다른 연구소 팀장 20여 명이 한데 모여 세상 돌아가는 동향 및 기술, 타사 제품, 관심거리 등을 보고하는 자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소통이 관건입니다. 소통을 통해 구성원간의 신뢰를 높이고 사업성과에 대한 공동책임감을 느끼고 집단 지성을 높이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과 융합’으로 글로벌 스페셜티 기업 도약
삼양그룹은 그동안 내수 기반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하였지만 향후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커머디티(Commodity, 범용소재) 상품보다는 스페셜티(Specialty, 고기능성) 상품으로 이익이 높은 사업에 초점을 두기로 하였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글로벌 스케일과 글로벌 톱 퀄리티를 추구하는 가운데, 오픈 이노베이션과 융합 전략을 통해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삼양의 자체 역량에 외부의 역량을 더해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높이자는 전략입니다. 최고 수준의 파트너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려면, 우리 스스로가 최고 수준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는 연구원의 비율을 늘려가고, 해외 유수 대학의 교수들과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직접 연구소장들과 함께 해외 대학의 인재들을 찾아가 삼양그룹에 대한 소개와 비전을 알리고 한국으로 초청해 현장견학을 진행하는 등 글로벌 인재 채용에 힘쓰고 있습니다.”
융합은 삼양그룹 내의 다양한 사업부들이 개발한 기술을 서로 합쳐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만들어 내자는 의미다.
그를 위해 C&D(Connect & Development, 개방형 연구개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내부 C&D와 외부 C&D 두 가지를 모두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
내부 C&D는 삼양그룹이 가지고 있는 식품, 화학, 의약바이오, 패키징에 내재된 다양한 기술을 잘 활용해 이익을 창출해 보자는 의미로 진행하고 있다.
“2014년 상용화에 성공한 이소소르비드(Isosorbide)는 삼양그룹이 보유한 식품과 화학기술 융합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입니다. 석유화학 원료가 아닌 옥수수를 원료로 한 바이오 물질로 친환경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응용 제품 개발로 이소소르비드의 적용범위를 확대해 친환경 소재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삼양그룹에서 국내 최초,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한 이소소르비드는 삼양에서 자체 기술을 개발, 안정성을 높여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현재 2021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연산 1만 톤 규모 공장 건설에 착수하였다.
이소소르비드는 바이오 플라스틱의 원료물질로 생물자원에서 전분을 추출해 가공하는 기술과 이를 활용한 화학적 가공 처리 기술이 모두 요구되어 삼양그룹의 핵심 사업군인 화학과 식품 부문의 내부 기술 융합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이 물질을 플라스틱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제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 삼양과 로켓 두 곳뿐으로 알려졌다.
이소소르비드는 바이오 소재지만 내구성·내열성·투과성이 뛰어나 향후 플라스틱, 도료, 접착제 등 다양한 용도에 쓰여 기존 화학 물질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고, 모바일 기기와 TV 등 전자제품의 외장재, 스마트폰의 액정필름, 자동차 내장재, 식품용기, 친환경 건축자재 등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식품 부문에서도 혁신적인 상품인 알룰로스를 상용화하였다. 최적의 차세대 감미료로 불리는 알룰로스는 무화과, 포도 등에 들어 있는 단맛 성분으로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면서 칼로리는 ‘제로’ 수준이다.
삼양사는 2017년부터 '트루스위트(TRUSWEET)'라는 브랜드로 알룰로스의 판매를 시작해 현재 국내 음료, 빙과, 유제품 업체 등에 공급 중이다.
올해 들어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알룰로스를 첨가당 표기의무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
알룰로스에 대한 글로벌 식품회사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한국 식품회사들과의 계약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의약바이오 사업과 화장품 사업 간 기술 융합도 활발하다. 삼양사 화장품 브랜드 어바웃미(ABOUT ME)는 삼양바이오팜의 R&D 기술을 활용해 탄력에 도움을 주는 리프팅 밴드를 출시해 인기몰이를 한 데 이어, 삼양사 식품 사업의 유지 경화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접목해 피부에 닿는 순간 부드럽게 녹는 클렌징밤 제품도 출시했다.
현재 삼양그룹의 의약바이오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삼양바이오팜은 약물전달시스템(DDS)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항암제와 생분해성 소재를 활용한 의료기기(MD) 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경영과 마케팅
김영환 사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 삼양그룹 경영진과 함께 참관했다.
현장에서 김윤 회장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업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디지털 혁신에 주력해야 한다.”며 “경영진과 임원이 디지털 마인드로 무장해 기술 이해도를 높일 것”을 당부했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강점인 IT기술을 여러 산업에 접목하여 융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변하는 곳이 IT업계인 만큼, 실제로 CES에 참관해보니 식품, 화학, 에너지, 기계를 망라하고 모든 부문에 IT기술이 접목되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IT는 내 사업이 아니라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또한, 김윤 회장은 그동안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이 삼양사 사업의 핵심 기본을 이루고 있었다면, 앞으로 마케팅을 통해 부가 가치를 높이는 회사로 변화와 혁신할 것을 부탁한다.
“제가 생각하는 마케팅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으로 전달하는 행위로, 기술을 아는 사람이 마케팅을 알아야 하고 기술자 또한 사업성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즉, 마케팅 부서는 미래 시장의 흐름을 예측해 변화하는 고객의 선호도를 반영하여 제품의 시장규모와 시장점유율 등 구체적인 미래 사업 계획을 세우고, 연구 조직은 그에따라 상품성이 있는 제품 설계와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효율적인 연구 진행을 위해서는 경쟁 회사보다 앞서 나가고 차별화되는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해나기 위한 가설들을 수립하고 그 가설들을 실험적으로 검증하면서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2015년에 출시된 숙취해소제품 ‘상쾌환’은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상쾌환은 낮은 가격, 먹기 편한 형태, 20대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 등으로 출시 7년만인 올해 누적 판매량 5,000만 포를 돌파하며 짧은 시간에 시장점유율 2위를 달성하면서, 음료 형태 위주의 숙취해소 제품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삼양은 폴리카보네이트나 폴리에스테르 같은 화학제품을 국내 최초로 생산·판매하면서 한 동안 안정적 생산과 수익성을 유지해왔습니다. 최근에는 경쟁이 심화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기존 사업의 수익성 유지와 미래 사업의 성공 확률을 더 높일 수 있게, 마케팅 능력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속도를 내는 것을 그룹 전체에서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연구 과정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강화하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즉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으로 원하는 색 구현을 위해 염료를 배합하거나, 호떡믹스를 위해 최상의 설탕과 전분의 배합비율을 도출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힘을 빌리는 형식이다.
디지털과 관련하여 핵심인 정보와 속도를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삼양그룹은 이미 조성물(Formula)과 재료들을 데이터베이스화 하였고 연구나 업무 방식의 전산화도 빠르게 진행하였다.
WIN2020 프로젝트와 미래
삼양그룹은 성장을 목표로 기업문화부터 사업 포트폴리오에 이르기까지 그룹의 전 영역에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는 ‘WIN2020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 화학, 패키징, 의약바이오 등 그룹의 주요 사업 영역에서 신규 투자를 진행 중이다.
“WIN2020 프로젝트는 We Imagine Next 2020의 약자로 중장기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2018년에는 많은 변화를 도모하였고 올해 2019년에는 내년의 성과를 위해 마무리를 잘 짓고 2020년 이후를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삼양그룹은 목표 달성을 위한 세 가지 핵심 과제로 글로벌 확대, 스페셜티 제품 확보, 신규 사업 추진을 내걸고 신기술 발굴과 R&D의 사업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점점 가속화되는 외부 변화 속도에 대응하기 위하여 그룹 자체 역량에 외부의 기술, 마케팅, 인프라 등을 더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술의 사업화 속도를 높이는 예는 삼양사의 여러 사업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양그룹 화학연구소는 2018년 1월 차량용 탄소 복합소재 부품 개발을 위해 한국탄소융합기술원,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등의 연구기관 및 부품, 금형 생산 업체와 MOU를 체결하여 탄소 복합소재 개발을 통해 자동차용 부품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금속 느낌 스페셜티 EP(엔지니어링플라스틱) 브랜드 '메탈리너스(Metalinus)'를 선보인 후 국내를 비롯해 미국·EU·일본·중국·동남아시아 등 주요 10여 개국에 브랜드 등록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플라스틱을 사용해 금속 느낌의 제품을 만들 경우, 부품 성형 후 별도의 도장 혹은 도금공정을 진행해야 했다.
반면 삼양사의 메탈리너스는 플라스틱 소재 자체에 고객이 원하는 색상과 금속 질감을 모두 구현해 가전제품에 이어 자동차 내장재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다양한 샘플을 적용한 ‘메탈리너스 컬러북’을 제작하는 등 메탈리너스를 앞세워 스페셜티 소재의 감성·컬러 마케팅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편, 미국 보스턴에 삼양바이오팜 해외 법인을 설립하여 바이오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삼양바이오팜USA는 글로벌 기업, 연구소 등과의 네트워킹으로 바이오 신약 후보 기술 및 물질을 임상 초기 단계에 발굴, 라이선스 인(기술도입)해서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시간
판교에 있는 삼양의 디스커버리센터에는 가로, 세로 4미터 규모의 초대형 시계가 걸려 있다.
세계적 디자이너 마르텐 바스의 작품 가운데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이 시계는 언뜻 보면 시침과 분침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아날로그 시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두 명의 청소부가 분침과 시침을 나타내는 쓰레기를 빗자루로 밀며 청소 방향에 따라 시간을 알려주는 디지털 영상시계다.
이 작품은 매일 반복되는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청소’라는 물리적 행위로 보여줌으로써 시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렇다면 김영환 사장이 생각하는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겁니다. 글로벌 스페셜티 기업이나 제품 역시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같이 일하며 만들어 가는 분위기 속에서 직원이 성장할 때 회사도 성장합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한배를 타고 가는 연구원들에게 당부한다.
“평가보다는 인정을 토대로 선의의 경쟁을 하고, 남의 능력과 공로를 칭찬하고 감사하며 협업함으로써 탄탄하고 내실 있는 회사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나날이 성장하는 삼양그룹의 미래를 위해 김영환 사장은 오늘도 연구원들과 함께 소리 높여 외친다.
“앙꼬라 임빠로(Ancora Imparo)! 나는 오늘도 공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