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 70억 개 별이 반짝반짝 BTS의 "소우주"
아트 & 사이언스는 음악, 미술, 건축, 조형물 등 예술 속에 숨어 있는 과학기술들에 대해 살펴봅니다.
글. 최원석 과학칼럼니스트
미항공우주국 NASA는 달 탐사를 할 때 우주인들에게 노래를 들려준다.
이 노래 목록을 'NASA 문 튠스(Moon Tunes)'라고 하는데, 지난 6월 선정한 목록에는 BTS의 노래 중 세 곡이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BTS의 노래가 선정된 것은 그들의 인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노래들이 우주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 소우주 >, < 문 차일드 >, < 134340 >은 우주와 인간의 삶을 적절하게 연결 지은 좋은 노래들이다. 그렇다면 BTS가 노래한 < 소우주 >는 우주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우리는 그 자체로 빛나
BTS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노래 중 어느 한 곡이라도 좋지 않은 곡이 없겠지만 특히 몇 곡은 과학적인 관점에서도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우리 만남이 우연이 아니야~’라고 말하며 서로의 운명적 사랑을 노래했다.
하지만 BTS는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DNA가 생겨나 서로 만나기까지 138억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시공간을 초월한 광대한 스케일의 운명적 사랑을 노래한 것이 < DNA >다. < 134340 >은 소재 자체를 아예 천문학 사건에서 따왔다.
명왕성이라는 이름의 행성에서 퇴출되어 134340플루토라는 왜소행성으로 된 것을 연인과의 이별과 결부시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천문학과 관련지어 삶과 인생을 노래하는 < 소우주 >도 마찬가지다. 별이 가득한 우주를 배경으로 인간의 삶을 노래하는 이 곡은 단순히 인간의 삶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는 의미 이상의 호소력을 지닌다.
실제로 별과 사람은 여러 가지로 닮은 면이 많다는 것을 알고 지은 듯이 보인다. 태어나서 먹고 호흡하다가 수명을 다하면 죽는 인간처럼 별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우주 공간에서 성간 물질이 중력으로 수축하여 핵융합을 시작하면 빛을 내며 탄생하는 별.
이 별은 연료가 소진되어 폭발하며 최후를 맞이한다. 하늘의 별이 영원히 빛날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인간의 관점일 뿐 별도 사람처럼 수명을 지니고 있다.
별의 수명은 사람의 수명과 단위가 다를 뿐이다. 사람의 수명 단위가 ‘년’이라면 별은 ‘억년’이라는 것.
절반의 인생을 산 46억 살의 태양은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앞으로 50억 년 후에는 그 생을 마감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별은 1억 년도 안 되는 굵고 짧은 삶을 살다 가기도 한다. 질량이 커서 밝게 빛날수록 별의 수명은 짧고 초신성이 되어 마지막을 화려하게 수놓고 사라진다.
‘어떤 빛은 야망, 어떤 빛은 방황’이라는 가사처럼 별빛도 제각각이다. 사람이 저마다 개성이 있듯이 별도 저마다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망원경이 없었던 시절에는 단지 눈에 보이는 대로 별의 밝기만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필터를 사용한 색지수가 등장하면서 별을 온도에 따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별의 색 온도는 우리의 일반적인 온도감각과 달리 푸른 별이 붉은 별보다 더 뜨겁다는 것이다.
또한 1823년 독일의 물리학자 프라운호퍼가 분광기를 이용해 별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서 별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알려졌다. 별빛을 통해 별의 특성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각 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
어두운 밤 외롭게 지내는 사람들처럼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 홀로 반짝이는 별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함께 모여 살 듯 별도 공통의 질량 중심 주위를 서로 공전하며 함께 지낸다.
이를 쌍성(Binary star)이라고 부른다. 물론 가깝게 보이는 이중성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쌍성은 아니다. 쌍성이 되려면 중력의 법칙에 의해 서로 묶여서 영향을 주어야 한다.
지구에서 볼 때 쌍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별들을 광학적(겉보기) 쌍성이라 한다. 홀로 외롭게 지내는 사람처럼 태양계는 항성이 하나뿐인 외톨이 항성계다.
인간사회에서 함께 지내는 사람이 많듯이 항성계도 외톨이보다는 쌍성이나 삼중성, 다중성 등 다양한 숫자의 별이 모인 항성계가 더 많다.
별을 관측할 때 쌍성을 찾아내는 것은 단지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쌍성이 중력에 의해 서로에게 주는 영향을 보면 별의 질량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도 ‘보이지 않는 실세’가 존재하듯 보이지 않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블랙홀과 같은 별도 있다.
블랙홀은 아예 빛을 방출하지 않고, 퀘이사(항성은 아님)와 같은 별은 강력한 전파를 발산한다.
과거 우리 눈에 보이는 빛만 별빛이라고 부른데서 별은 반짝반짝 빛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천체관측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별빛도 볼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관측기준으로 본다면 인간도 별이다. 우주에서 인간은 36.5℃의 적외선을 방출하는 복사체로 보일 것이다.
따라서 ‘우린 빛나고 있네’라고 표현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이상할 것이 없으며,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지구에도 70억 개의 별이 빛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별이 뜬다’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별은 뜨지 않는다. 오랜 세월동안 인류는 별이 뜬다고 여겼지만 별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별이 뜨고 지는 일주운동을 하는 이유는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으로 별이 뜨고 지는 것처럼 보일 뿐 별은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자전만 고려한다면 낮에는 밤과 다른 별이 보여야 하지만 낮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 강한 태양 빛이 대기에 산란되어 별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깊은 밤에 별이 더 빛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대기에 의한 빛의 산란이 줄어들면 별이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기가 없는 달에는 지구와 달리 낮에도 별을 볼 수 있다.
밤하늘은 어둡고, 한밤중에는 더 어둡다. 밤에는 태양이 없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여길지 모르지만 독일의 의사이자 천문학자인 하인리히 올베르스의 생각은 달랐다.
별빛도 많이 모이면 결국 밝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 차 있는 숲을 보면 빈 공간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별이 무한하게 많다면 어느 공간을 향하더라도 별과 만나게 되므로 결국 밤하늘은 밝아야 한다.
별의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여서 어두워지지만 별의 숫자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하므로 밤하늘은 별빛으로 가득해야 한다는 것이 '올베르스의 역설(Olbers’ Paradox)'이다.
한동안 천문학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던 이 역설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결되었다.
올베르스의 가정과 달리 우주가 무한하지 않으며 팽창하고 있어 밤하늘이 어둡다는 것이다.
BTS의 < 소우주 >는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우주의 구조 중 한 단계를 나타내는 말은 아니다. 우주를 대우주(Macro cosmos)라고 한다면 인간을 소우주(Mikrokosmos)라고 하는 비유적인 의미를 사용한 것이다.
BTS의 소우주가 철학적인 의미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별을 배경하는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별과 인간이 정말 닮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