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 (주)LG생활건강 강내규 상무
기술혁신 성공사례는 기업의 연구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성공프로젝트를 기술혁신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안티에이징(Anti-aging) 화장품의 트렌드를 바꾸다
▲ 강내규 상무
(주)LG생활건강
공동 작성. 남정호 전무((주)INI 산업리서치),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얼굴에 자연스럽게 도는 윤기와 벨벳처럼 부드러운 피부 결은 아름답고 젊은 피부의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맑고 깨끗한 피부톤을 얻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각질 제거이다.
보습제를 바르기에 앞서 각종 피부관리 제품의 유효성분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피부 본연의 빛을 이끌어내려면 바탕 정리부터 깔끔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각질만 잘 관리해도 피부나이를 한 살이라도 더 어려지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얼굴에 쌓이는 불필요한 각질은 피부 재생주기의 원활한 순환을 방해하고 안색을 칙칙하게 만들며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
실제로 얼굴에 쌓인 지나친 각질은 피부 속 수분을 앗아가는데, 이 경우 건조함이 배가되며 잔주름이 쉽게 잡히도록 만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각질을 제거해줘야 한다.
그런데 기존에 시장에 나와 있는 대다수 각질 제거 화장품은 미세 알갱이를 활용하는 ‘스크럽제’의 형태이거나 '알파하이드록시산(AHA)'이라는 산성 물질을 활용했다.
스크럽제가 물리적 마찰을 통해 피부 각질을 제거한다면, AHA는 산성 물질로 각질을 녹여 피부에서 떼어낸다.
하지만 두 가지 방법 모두 피부 자극을 유발하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화장품업계 매출 1위를 이어가고 있는 LG생활건강이 피부 자극 없이 각질을 제거하는 안티에이징(Anti-aging)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안티에이징 화장품 트렌드 확산
유엔의 세계 인구 전망에 따르면 2015년 9억 100만 명이었던 60세 이상 인구는 2030년 약 14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의 경우도 2015년 40.9세였던 중위연령이 2025년 46.2세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01의 부상은 ‘오래 사는 것’, ‘건강하게 사는 것’을 넘어 ‘아름답게 사는 것’을 추구하는 안티에이징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여기에 삶의 질 개선을 중시하는 정부정책과 바이오·헬스케어 기술혁신이 더해지면서 안티에이징 제품 및 관련 서비스의 품질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안티에이징 제품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안티에이징 시장은 2015년 1,403억 달러에서 2021년 2,165억 달러로 성장, 연평균 7.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안티에이징 시장규모 역시 지난 2011년 이후 성장을 거듭해 2020년에는 약 2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티에이징 화장품은 피부노화 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기능성 화장품(주름/탄력개선, 미백 효능 등)으로, 전 세계 인구 고령화의 흐름과 함께 자신의 건강과 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젊은 층의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그에 따라 주요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은 다양한 안티에이징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개발 경쟁 역시 치열하다.
그동안 대부분의 안티에이징 화장품은 안티에이징의 주요 효능인 주름개선과 미백 효과를 나타내는 성분의 개발에 집중해 왔으나, 사용자의 피부 상태 및 다양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피부에 전달되는 효능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성분 전달은 어려웠다.
따라서 고가의 성분이 함유된 안티에이징 제품에 대한 체감효과가 고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LG생활건강은 기존의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화장품이 직접 도포되는 피부의 최외각층인 ‘각질’의 기능에 집중하여 근본적인 피부건강 개선 효능 뿐 아니라 즉각적인 체감효과까지 만족시키는 새로운 안티에이징 제품 개발에 성공하였다.
그러면 지금부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안티에이징 제품개발의 트렌드를 바꾸어나가고 있는 LG생활건강의 신기술 개발 배경과 성공요인을 살펴보자.
안티에이징 에센스 개발 배경 및 특장점
LG생활건강이 개발한 ‘생리적 각질 턴오버 기작 모사 안티에이징 에센스’가 2019년 20주차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오휘 프라임 어드밴서 앰플 세럼’이라는 제품명의 이 에센스는 피부 각질이 떨어지는 과정을 유도하고 각질 내부에 수분을 넣어 피부색을 밝게 유지시켜 주는 기술이 들어간 기능성 화장품이다.
안티에이징의 근본인 피부 노화방지를 위한 개념에서 출발하여 화장품이 직접 도포되는 피부의 최외 각층인 각질층의 기능을 정상화시켜 보습효과는 물론 피부결과 피부톤을 좋게 만들어줌으로써 고객이 빠르게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노화된 피부의 경우 각질의 턴오버02 속도(20~30대 나이의 평균 턴오버 주기는 15~20일)가 느려지고, 보습 기능이 저하되며, 안티에이징 성분이 피부로 스며드는 것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칙칙한 피부톤과 거친 피부결 등의 다양한 피부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LG생활건강은 여기에 착안하여 각질이 피부 표면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져나가는 ‘생체 턴오버 메커니즘’을 모방한 기술을 활용해 피부 자극 없이 노화된 각질 제거에 도움을 주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각질 턴오버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를 통해 칼슘이 각질 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러한 칼슘의 역할을 방해할 수 있는 피부 유래 아미노산 유사소재를 사용하여 각질세포들이 스스로 떨어지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구현하였다.
또한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미용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각질 세포 내부에 수분을 공급하여 피부로의 빛 투과를 증진시켜 투명하게 보이는 광학적 각질 투명화 기술을 더해 차별화된 체감효과의 신개념 제품인 ‘오휘 프라임 어드밴서 앰플 세럼’을 개발하였다.
2017년 10월 출시된 이 제품은 타사의 안티에이징 에센스에 비해 각질 턴오버 촉진, 빛 산란 감소, 피부 밝기 증가, 피부 수분 지속 등 비교 항목에서 우수한 측정결과를 나타내었으며, 고객들의 반응도 좋아 LG생활건강 화장품의 새로운 히트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개발 성공 요인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의 전환
앞서 언급했듯이 그동안 안티에이징 화장품 개발은 안티에이징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성분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새로운 성분, 새로운 효능이라는 타이틀은 신제품 선전효과를 더해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화장품 회사들이 새로운 효능을 나타내는 기능성 물질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LG생활건강 연구소는 이처럼 성분에만 집중하던 개발 흐름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빠르게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방법 찾기에 주목했다.
그 결과 겉으로 나타나는 피부노화의 주요 원인인 각질의 기능 정상화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개념의 안티에이징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비결은 LG생활건강만의 유연한 조직문화로,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 못지않게 구성원간의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었다.
자칫 생뚱맞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무시하지 않고 채용한 자유로운 연구문화가 이와 같은 발상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 토대가 되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조직 구성 역시 유연하여, 새로운 프로젝트 과제가 생길 때 마다 그 과제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인원들로 새롭게 팀이 구성된다.
또한 여타 대기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복잡한 보고-결재 단계로 인한 의사결정의 지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단순하면서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있다.
즉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누구라도 임원 및 대표이사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쟁자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소비재 산업에서 LG생활건강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처럼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 속에서 노화된 각질의 제거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법도 개발할 수 있었다.
기존 실험법은 직접 사람의 피부 각질을 염색한 뒤에 각질이 피부에서 떨어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비교했는데, 실험 시간이 상당히 길어지고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실험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연구진이 제시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도입하여, 인간 피부와 유사하면서도 값이 저렴한 돼지 껍질을 활용하는 새로운 실험법을 개발하였다.
본 실험법을 통해 짧은 시간 동안 수천 번의 실험을 반복함으로써 신규 화장품에 넣을 소재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각질 제거 간의 연관성 등을 훨씬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있었다.
고객 중심의 R&D - 연구개발과 고객을 이어주는 연구소 내 조직 운영
화장품과 같은 소비재 산업에 있어 고객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GE 설립자이자 유명한 발명가인 에디슨의 일화에서도 나타난다.
1868년 에디슨은 자신이 발명한 전자식 투표용지 카운트기가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경험을 하였다.
기계는 완벽하게 작동했으나 주 고객이었던 당시의 정치인들은 가끔 투표 결과 개표를 고의로 지연함으로써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하였는데, 이런 정치인들에게 자동으로 신속하게 개표가 이루어지는 전자식 개표 기계는 도리어 방해가 되는 제품이었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 에디슨은 한 가지 다짐을 하였다고 한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난 제품이라 할지라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면 발명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화학회사인 듀폰사의 CTO 역시 ‘고객의 요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에 대한 답이 곧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의 잠재적인 니즈와 최신 시장 트렌드 등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R&D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LG생활건강 연구소는 조직 내부에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서 차기 연구테마 선정 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고객 담당 조직을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원들은 고객의 니즈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받고 있으며, 그 결과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진정성 있는 제품 개발 – 고객 중심의 R&D 프로세스와 부서 간 협업
LG생활건강은 진정성 있는 제품 개발을 R&D 활동의 핵심 모토로 삼고 있다.
과장된 광고, 과장된 제품성능은 반짝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고객에게 외면을 받게 되기 때문에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체감 효능의 관점에서 진정성 있는 효능을 발휘하는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제품 사업화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제품개발조직 뿐 아니라 기반기술개발조직과 기획, 마케팅 조직 등 관련 부서 간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고객이 진정으로 바라는 제품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 R&D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기술 개발 프로세스와 연계하고 있다.
① 개발 전 단계: 고객 분석/인터뷰를 통한 개발니즈 및 기술적 구현 가능성 단기 검토
② 개발단계: 경쟁사/경쟁 제품 동향을 파악하고 당사 목표와 비교하여 목표 및 개발 방향 변경 필요성 검토, Project gate review를 통해 개발현황 및 방향성 지속 검증
③ 개발 후 단계: 시제품의 안전성, 안정성, 효능 평가로 제품의 품질을 검증하고 대량생산공정으로 Scale-up 후, 기술 적용 제품의 단계적 출시로 시장성을 평가하고 확장함
④ 출시 후: 고객사용 행태 모니터링을 통한 사후 품질관리 및 고객반응 Data를 분석하여 차기 제품개발에 활용
이러한 고객중심의 R&D 프로세스는 LG생활건강 연구소의 기술사업화 성공률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8년에 LG생활건강 연구소에서 수행한 500여 가지의 프로젝트 과제 중 사업화가 완료된 과제의 비율은 약 88%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불필요한 R&D 활동에 소비되는 노력과 비용이 매우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술·제품 계획단계부터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지를 연구소와 마케팅 부서가 긴밀하게 협의하여 진행함으로써, R&D 효율성 제고 뿐 아니라 고객이 바라는 진정성있는 제품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것이다.
멈춤 없는 성장 비결
LG생활건강은 지난 15년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01년 LG화학에서 분리된 이래 해마다 5%씩 매출이 줄어들어 구조조정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곤두박질쳤지만, 지금은 매출 7배, 시가총액 40배를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를 만들어냈다.
LG생활건강은 어떻게 이러한 혁신과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까? 본 사례를 통해 LG생활건강 특유의 유연하고 자유로운 조직문화와 항상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진정성 있는 제품 개발 노력이 곧 성공의 근간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협력 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에 있어서도 LG그룹의 경영이념인 ‘정도경영’을 철칙으로 강조하는 기업정신 역시 LG생활건강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 큰 자산이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는 연구를 통해서 LG생활건강의 안티에이징 화장품 브랜드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아울러 그들의 성장 전략이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다른 기업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바란다.
01 은퇴 후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60대를 지칭하는 신조어
02 각질이 생성된 뒤 떨어지기까지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