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04 -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로서 리빙랩의 사례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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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민수 교수
동국대학교 LINC+ 사업단


대학의 산학협력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다양한 모델 중 하나가 리빙랩이다.

리빙랩은 대학, 지역사회, 기업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이다. 학생은 최종수요자의 욕구를 이해하고, 지자체는 주민이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은 제품의 사업화와 시장진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들어가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대학의 역할과 산학협력의 방향도 새로운 변화를 요청받고 있다.

대학은 전통적 책무였던 교육과 연구에 더해 지역사회의 혁신 주체로서의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고, 지역사회의 혁신 방향도 관(官) 중심에서 지역주민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제는 지자체와 지역사회 그리고 지역산업과 대학이 함께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갖게 되었다.

산학협력도 기존의 연구, 논문, 특허 등 과학적 성과에만 몰두하던 것에서 벗어나 상용화에 초점을 맞추는 실질적 산학협력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대학은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 등 지속적인 재정 지원사업을 통해 산학협력 확산을 추진함으로써 지역사회 및 기업과 연계한 다양한 산학협력 모델을 창출하고, 사회 친화형 대학교육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양적성장에 치우쳐 질적 확산 및 특성화에는 많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학은 지역사회 및 지역산업의 수요를 반영한 특화된 산학협력 분야를 발굴하고, 성장 저해요인을 찾아내어 해결하는 맞춤형 협업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관련된 교육 및 연구 환경을 조성하여 교육수요자인 학생의 현장 실무능력을 강화해 지역기업과 취업을 원하는 학생에게 매력 있는 대학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되고 있는 대학의 역할과 산학협력 방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리빙랩이다.


산학협력 모델로서 대학 리빙랩 운영

대학의 산학협력에서 리빙랩이 왜 필요한가? 첫 번째 이유는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 산학협력의 변화이다.
 
과거 산학협력은 기업지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실질적 기업지원보다는 과학적 성과에 경도된 산학협력이었다.

이를 개선할 상용화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협업 방안이 주목받게 되었다.

더불어 최근에 사회가 요청하는 산학협력의 방향도 변화하였다.

사회는 대학의 산학협력이 기업지원과 더불어 지역사회 혁신을 위한 광범위한 지역 협업에도 역량이 투여되기를 요청하였다.

정부가 지원하는 LINC+ 사업이나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Program for Industrial needsmatched Education)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이제 대학의 산학협력 활동은 기술이전이나 사업화 등을 통한 기업협업에서 도시재생, 지역문화 발전, 사회 안전 환경 구축, 포용적 사회 구축, 생태환경 보전 등 다양한 지역사회 협업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의 지역사회 문제는 관(官) 중심으로 해결방안이 모색되어 주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해결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사회의 신뢰조직(대학, 시민단체 등)이 주민과 함께 문제발굴과 해결에 참여하는 방안이 모색되었다.

기존의 행정기관 중심의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주민과 지역대학, 시민사회 단체 등이 참여하여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혁신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학령인구의 감소와 대학 구조개혁 가속화, 무한경쟁에 따른 대학 본질의 왜곡, 입학금 폐지, 등록금 동결 및 인하 압력에 따른 대학 재정 위기 직면 등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대학이 자구적 노력을 진행하고 있고, 리빙랩 운용도 그러한 노력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들이 산학협력에 친화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양적 성장에 치중하여 질적 변화는 미흡한 상황이다.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적 정책추진, 공급자 중심의 연구개발, 기술 및 인프라 중심의 지역개발 등 기존의 산학협력이 가지는 문제점을 리빙랩을 통해 넘어서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대학의 리빙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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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의 캠퍼스 리빙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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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는 대학과 지역·산업 간 당면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면서 산학협력 결과물이 사업화되고, 현장 실무형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학을 테스트베드 공간으로 개방하는 캠퍼스 리빙랩을 설치·운용하고 있다.

캠퍼스 리빙랩을 산학협력에 최적화된 모델로 구축하기 위해 특정 기술 분야의 테스트가 가능한 물리적 공간 및 분석 장비를 제공하고, 참여학사 연구실과 공동 활용 장비 지원센터 및 대학 캠퍼스 인프라를 최대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대학 내에 구축하였다.

지역주민과 함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대학을 연구 관련 테스트가 가능한 열린 환경으로 마련한 것이다.
 
이를 통해 수요자의 입장에서 문제요인을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였다.

캠퍼스 리빙랩이 대학 교육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운영 체계와 세부전략도 수립하였다.

동국대의 서울캠퍼스와 고양캠퍼스의 특성에 맞는 캠퍼스별 특화된 리빙랩을 선정하고, 연계된 교육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리빙랩의 분야별로 유관기관이나 기업을 반드시 함께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산업체 수요를 반영한 계약학과, 클래스셀링, 재직자교육 등도 개발·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리빙랩 운영은 기존의 대학교육 운영과 달리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참여 주체별 역할도 명확하게 설정하고 있다.

리빙랩 주요 사례로는 ‘서애 대학 문화거리 조성 청년 프로젝트’가 있다.

중구청의 ‘역사문화 중심도시 중구 재창조’를 위한 사업으로 학부학생 20여 명과 대학원생 3명, 지역주민 및 지역상인회 8명이 연구단에 참여하여 동국대학교와 서울시 필동 서애길 지역에서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8개월간 1차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2019년 2월까지 2차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리빙랩 활동을 통해 지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지역문화를 찾을 수 있도록 관련 지도와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을 추진하였고,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머물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문화거리 조성을 추진하였다.

문화예술시설 개선 및 설치, 개성 있고 예쁜 점포 유치 지원, 보행환경과 가로경관 개선 및 안내 앱 개발, 건물 리모델링 규제 완화, 서애광장 조성 등을 추진했다.

또 다른 사례는 서울 중구 필동의 치안확보를 위한 ‘필동 안전 리빙랩’이다. 캠퍼스 인근의 낙후된 필동 지역은 대학생과 인근 젊은 세대가 이용하는 곳이지만 다양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지역안전의 중요한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이 갖고 있는 범죄예방 인프라 및 전문 지식을 활용해 인근 상권을 재생시키고, 지역사회-대학-공공기관-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근거 중심의 범죄예방 모델을 도출하기 위해 리빙랩을 시행하였다.

체계적인 리빙랩 추진을 위해 다르마 칼리지의 책임교수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협업센터의 인문사회 분야 교수, 융합소프트웨어 교육원의 멀티미디어 분야 교수, 공과대학의 공학 분야 교수 등이 융복합된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여 지역주민과 지자체 그리고 관련 기업이 리빙랩을 통해 지역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비 범죄예방 전문 인력 양성 및 관련 앱 개발을 통해 범죄예방 활동을 실시한 결과 지역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경남대학교 리빙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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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는 지역과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혁신의 주체로서 대학의 주요 기능인 교육, 연구, 봉사를 실천하기 위해 리빙랩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역사회 문제해결형 리빙랩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대학이 지역사회 문제 해결의 혁신적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 스스로 혁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공유인식을 가지고 경험 기반 교육체계 확립, 창의융합 교육과정 확대, 오픈 캠퍼스 구축, 지역사회(산업)연계교과목 운영, 혁신적 교수법 연수 및 교수동아리 발굴지원, 청바지(청춘들이 바꾸는 지역사회) 프로젝트 등 교육과정 개편과 교수 및 학생의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활동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경남대는 리빙랩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지속가능한 리빙랩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모델에는 4가지 실천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첫째 전략은 상생과 협업을 위한 리빙랩 거버넌스 ‘함께’ 형성하기이며, 둘째 전략은 다양한 지역사회 문제 ‘넓게’ 파악하기이다.

셋째 전략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구조를 ‘깊게’ 형성하기이고, 넷째 전략은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오래’ 지속가능할 수 있는 장치 마련하기이다.

대표 사례를 보면, 자유학기제를 활용하여 교육학과 교수와 학생, 창원시청, 창원시상권활성화재단,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 창동상인회, 경상남도교육청, 마산지역 중학교가 함께 참여하는 마산 원도심 체험활동 ‘골목여행’ 프로그램 개발이 있다.

매학기 약 2천명의 중학생들이 참여하여 지역 중학교들의 높은 만족도를 얻었고, 원도심 유동인구 증가와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였다.

2016년에는 경남대학교 사범대 8개 학과가 참여하여 기존의 프로그램을 마산 원도심 교과연계형 ‘골목여행’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하였고, 현재까지도 지속하고 있다.

2018년도에는 리빙랩 지원단을 발족하여 교방동, 봉암동, 반월중앙동, 창원중앙동 등 으뜸 마을과 창원시지속가능협의회, 공무원, 민간단체, 기업 등과 함께 협의를 통해 추진할 사업을 정비하고 관련 분야의 전공교수 및 학생, 행정직원 등이 참여하는 정기회의를 통해 사업을 연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교방동 리빙랩 참여자들은 마을에 대한 주민 인식을 조사·분석하고, 마을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대학 리빙랩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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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기존 강의식, 지식 중심의 교육 방식이 변화해야 하며, 공급자 중심의 연구개발, 상용화·사업화되기 힘든 연구개발도 지양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의 대답으로 다양한 혁신 모델이 제시되고 있고, 그중 하나가 리빙랩이다.

리빙랩은 대학 캠퍼스의 인프라와 환경 활용을 극대화함으로써 산업체 및 지자체,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현재 대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캠퍼스 개조 및 재설계가 가능하다.
 
또한 학생들에게 직접 신기술이나 신서비스를 체험하게 하고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다이내믹한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실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더불어 대학이 지역사회의 중심에 서서 대학 본연의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및 지역 산업을 선도하는 사회적 책임 기관으로서 위상 강화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리빙랩은 참여하는 기업의 발전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업에게 경제적인 테스트베드 환경을 제공하고, 기술·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경쟁력 확보를 지원할 수 있다.

기업은 산학협력 결과물에 대한 테스트 환경 및 테스트 패널 확보가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적으로 가능해짐에 따라 수요자 기반의 혁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고, 제품의 사업화와 시장진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의 다채로운 산학협력 지원 프로그램과의 통합·연계를 통해 실제 수요자가 존재하는 생활환경에서 혁신 테스트 기회뿐만 아니라 애로기술 지원, 공동 기술개발 과제 추진, 맞춤형 인재확보 등의 결과 지향적 성과 창출의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더불어 테스팅 방법론 및 도구 개발자, 표준화 단체, 테스팅 관련 학계와의 자연스러운 네트워크 확장이 가능해져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기회도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리빙랩은 다양한 장점을 가진 산학협력 모델이지만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첫째로 리빙랩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논문·특허 위주로 되어있는 대학 산학협력의 기획·추진·평가체계가 실제 상용화 중심의 기술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변화 되어야 한다.

둘째, 현재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대학 리빙랩 활동이 사회 혁신의 추동력을 갖는 산학협력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전략적 니치(Niche) 관리 전략이 필수적이다.

대학 리빙랩을 캠퍼스 기반이든 실제 생활 현장이든 다양한 소규모의 실험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그 경험·노하우·시설을 기반으로 리빙랩 플랫폼으로 고도화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리빙랩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교육과정에 녹여내는 것도 과제이다. 기존의 교육과정은 그 개설, 변경, 운영 등에 상당히 많은 규정과 절차가 필요하다.
 
리빙랩의 운영에 부합하는 형태로 교과목을 개설하기도, 교육과정을 편성하기도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수, 학생 모두가 리빙랩의 목적과 필요에 공감하고 협력이 필요하다.

넷째, 대학 리빙랩 사업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리빙랩 활동 주체 간에 상호 학습할 수 있는 대학 리빙랩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다섯째, 리빙랩 활동을 통해 창출된 가치를 소비자에게 좀 더 편리하게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이 필요하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등 리빙랩 선도 국가의 경우 사업화를 통한 일자리와 수익창출 모델을 꾸준히 개발하여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리빙랩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산학협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학과의 협업에 서투른 우리나라의 지자체와, 대학과의 협업이 번거로운 기업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