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01 - 새로운 산업혁신전략으로서 해외 리빙랩 사례와 시사점 - 일본 기업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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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성지은 연구위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최근 일본은 초고령 사회라는 사회적 도전과제에 대해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민간 기업이 초고령 사회를 새로운 위기이자 기회로 삼고 이와 관련된 산업 촉진과 함께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사회적·공공적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리빙랩 추진현황과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는 일본 기업의 리빙랩 활동을 소개한다.



서론

최근 일본은 초고령 사회라는 사회적 도전과제에 대해 Society5.0 전략을 제시하며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령 인구 5%에 맞춰져 있는 현행주거·교통·의료·돌봄·교육·고용시스템을 초고령 사회에 맞춰 어떻게 전환해 나갈 것인가가 국가·사회·산업 차원에서의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2030년에는 5명 중 1명이 치매이고 혼자 사는 고령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기존 정부 주도나 시민조직에서의 풀뿌리 움직임을 넘어 민·산·학·연·관의 협력 모델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민간 기업이 초고령 사회를 새로운 위기이자 기회로 삼고 이와 관련된 산업 촉진과 함께 마을 만들기, 도시재생 등의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사회적·공공적 주체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리빙랩 추진 현황과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는 일본 기업의 리빙랩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 리빙랩 추진 현황과 네트워크 구축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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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빙랩 추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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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리빙랩은 주민(생활자·당사자)과 공동창출을 하는 혁신의 장이자 문제해결을 위해 민·산·학·연·관의 협력 모델로서 활용되고 있다.

리빙랩을 통해 정부와 기업이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실제 현장 및 사용자의 수요를 명확하게 알게 되며, 공동창출로 인한 비용 절감은 물론 실효성 있는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일본에서 리빙랩 활동은 전국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지만, 특히 도쿄에 집중되어 있다.
 
주요 테마는 헬스케어 관련 리빙랩이 가장 많고, 마을 만들기, 고령사회 등이 있다.

활동 주체를 살펴보면, 민·산·학·연·관 등 정부와 민간의 참여가 고루 분포되어 있다.

특히 일본 리빙랩 활동 주체에서 주목할 점은 기업이나 비영리 조직 등의 사업자들이 관여하고 있는 경우가 40%에 달한다는 점이다.

그 외에 행정부처, 대학 등이 있으며, 협의회나 연구회가 주도하고 있다.

일본 리빙랩 교류회 및 네트워크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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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리빙랩 연구 교류를 촉진하고 관련 주체 간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조직으로 고령사회공창센터(CCAA, Co-Creation Center for Active Aging)와 일본 퓨처 센터(FCAJ, Future Center Alliance Japan)가 있다.

CCAA는 동경대학 고령사회종합연구기구(IOG, Institute of Gerontology The University of Tokyo)와 함께 새로운 고령화 과제를 추진하는 ‘액션 리서치 플랫폼 거점’으로서 장수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가치를 민·산·학·관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이다.

CCAA는 자립적인 운영 및 활동·사업을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회원제를 취하고 있다.

CCAA에서는 리빙랩에 관한 정보제공(활동가 보고 등)과 지역 과제 해결에 관한 정보제공(유익한 마을 만들기 사례 보고 등), 실버 이노베이션에 관한 정보제공(기업의 대응사례 등)을 연결하기 위한 활동으로서 ‘리빙랩 연구교류회’를 이어오고 있다.

일반 사단법인인 FCAJ는 민·산·학·연·관이 혁신을 창출·가속하기 위한 연구와 실천 플랫폼으로서 2016년에 만들어졌다.

FCAJ는 혁신을 창출·가속하는 장소를 '퓨처 센터(Future Center)', '이노베이션센터(Innovation Center)', '리빙랩(Living Lab)'으로 생각하고 이들을 연계하고 관련된 방법론 연구와 보급, 실천을 추진하고 있다.

활용 내용을 보면, 첫 번째가 플랫폼 기능이다.

정기 모임을 통해 회원들에게 다양한 사회과제에 대한 협업 워크숍을 실시하고 있으며, FCAJ나 회원이 갖고 있는 지식·정보를 공유하고 회원 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한다.

또한 회원 간의 개방형 혁신을 창출하기 위한 이벤트, 워크숍, 각종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FCAJ에서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개인, 참가, 관계기업, 조직은 총 49개로, 영리기업 36개, 부처·대학 7개, 국내 네트워크 1개, 해외 네트워크 5개가 있다.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는 일본 기업의 리빙랩

2018년 11월에 진행된 리빙랩 연구교류회는 자동차기술회와 협업으로 기획되어 ‘초고령 사회에 맞는 이동시스템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실제 논의는 고령자가 활용하기 쉬운 이동수단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넘어 주택·의료·돌봄·노동·정보·지역 등 관련 사회·기술시스템 전반을 어떻게 전환해 나갈 것인가로 확대되어 진행되었다.
 
혼다, 도요타 등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후지츠, 이토키, 다케나카 등 IT·가구·건설 기업들이 참여하여 개인·사회·산업 관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로 고민하고 있다.

가마쿠라시는 초고령 사회에서 인구와 일자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라는 과제로 빈집과 빈 점포를 활용해서 기업을 유치하거나, 고령화가 진행된 생활 현장을 기반으로 ‘장수사회에 맞는 일터-삶터의 스타일’을 위한 다양한 리빙랩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고령화율이 높은 가마쿠라시를 기반으로 스웨덴과의 국제 연계형 리빙랩(Transnational Living Lab for Aging)을 추진하고 있다.

활력 있는 고령사회 실현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생활 현장에서 민·산·학·연·관 관련 주체와 공동으로 실험·검증하여 양국이 각각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가구업체인 이토키는 고령화율이 45%로 진행된 가마쿠라 내 이마이즈미다이 지역을 기반으로 리빙랩에 참여하여 ‘장수사회에 맞는 워크 스타일’로서 다양한 가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동안 가구를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었는데, 여기서는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콘셉트’를 가지고 모두가 개발자라는 공동 창출의 노력을 시도한 것이다.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가설을 가지고 참여했으나 실제 자신들의 가설이 뒤집어지는 것을 경험했고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한 고객과의 피드백을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가구에 라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민이 직접 발견하고 부착하는 등 실제 주민과의 공동 개발 노력을 통해 올해 발매를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은 후쿠이와 카시마 지역, 오무타 지역 등을 중심으로 장수사회 마을 만들기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Aging in Place 개념으로 살던 지역에서 안심하고 자기답게 나이 들어갈 수 있도록 주택 케어 시스템,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 모빌리티 시스템, IoT를 활용한 건강관리 시스템 등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관련 주체 간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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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및 정책적 과제

이처럼 일본은 고령화라는 국가·사회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민·산·학·연·관의 적극적인 연계 및 협력을 시도하고 있으며, 단순한 기술, 제품, 서비스, 시스템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030년, 2040년이라는 중장기적인 비전을 기반으로 사회·기술시스템 전반을 전환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고령화율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 보듯이 이를 위기에서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이자 생활자로서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민·산·학·연·관 간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본에서 주목할 점은 초고령 사회라는 사회적 도전과제 해결에 정부 및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은 리빙랩을 통해 일차적으로 최종 사용자·당사자·생활자의 잠재된 수요를 파악하여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리빙랩 활동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함으로써,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공유가치 창출형(Creating Shared Value)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현재 새로운 혁신전략이 필요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참고할 만한 요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