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정택동 원장
공공융합플랫폼 시대
▲ 글. 정택동 원장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세계는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커뮤니티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공공성을 담보하면서도 혁신적인 성장 역량이 자생하게 할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한 솔루션이 공공융합플랫폼이다.
거리를 걸을 때, 대중교통을 탈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스마트폰은 우리의 손을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이 방문한 사이트들은 자신만 알고 잊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매일 찍는 교통카드, 곳곳에 설치된 CCTV, 각종 페이 결제 정보 등 현대인의 일상생활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자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이다.
머지않아 우리가 쓰는 이메일 계정의 인공지능이 우리 자신보다도 우리에 대해 더 잘 알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플랫폼이라는 낱말이 주목받고 있다. 플랫폼은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는 공통의 기반’을 의미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세계 시가총액 1위부터 4위까지의 기업은 더 이상 석유기업이나 금융기업이 아닌 온라인 플랫폼을 가진 기업들이다.
갈수록 플랫폼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제조업도 일정 규모 이상 성장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플랫폼의 특징 중 하나는 스스로의 생명력을 가지고 점점 고도화된다는 것이다. 플랫폼을 성장시키는 영양분은 데이터다.
일단 데이터를 섭취하기 시작하면 플랫폼의 진화에 속도가 붙고, 그들이 차지하는 기득권은 후발 주자에게 ‘넘사벽’이 된다.
이세돌에게 한판을 졌던 알파고는 이제 세계 최고의 바둑 고수들이다 모여 그의 놀라운 한 수를 공부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은 국경을 초월한 권력이 되어가고 있다.
데이터 없는 플랫폼은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터의 원천은 개인들이며 개인정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부지불식간에 생성되는 정보가 이제는 속속들이 데이터베이스화 된다. 결국 수요가 큰 데이터의 대부분은 공공 데이터인 것이다.
그러나 사유물인 플랫폼이 공공 데이터를 섭취하여 시장에서의 기득권을 확보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고민이 깊다.
규제 혁파는 두말할 나위 없는 산업계의 숙제이지만 상업성과 공공성 사이에서 규제 문제는 간단치 않은 숙제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세계는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커뮤니티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공공성을 담보하면서도 혁신적인 성장 역량이 자생하게 할 수는 없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자본과 인재가 몰려들 수밖에 없고 그것이 곧 국가 경쟁력이자 지역경쟁력이다.
교통관제, 에너지 공급망, 환경관리, 고령·만성질환자들을 위한 요양, 교육, 재난 안전 등의 수요는 이제 더 이상 사람이 그때그때 판단해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대한 솔루션이 공공융합플랫폼이다. 공공융합 플랫폼은 상업성과 공공성이 분리되지 않고 경계에서 만나 결합한 형태의 플랫폼이다.
기술적으로는 다양한 전문성들이 창의적으로 융합되어야 한다. 아직 생소한 용어지만 이미 분야별로 속속 관련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공공성을 띤 융합플랫폼은 구체적인 현장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부터 여러 플랫폼을 아우르는 상위 플랫폼까지 분산적이면서도 계층적 구조로 진화할 것이다.
공공융합플랫폼을 위한 기술들은 연구소에서의 연구개발 개념만으로는 구현되지 못한다.
실제로 데이터가 생성되는 도로, 집, 학교, 병원, 보육 시설, 요양시설 등이 합법적으로 연구개발의 마당이 되어야만 비로소 수요에 맞는 기술이 될 수 있다.
이른바 리빙랩 개념이자 기술개발 방법론의 생태적 전환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지역 사회의 행정과 주민의 참여, 과학기술 역량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공공융합플랫폼은 새로운 시대의 인프라이자 시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