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ssue 02 - 첨단기술로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다! - 농업을 혁신하는 기술 ‘애그리테크’
Tech Issue 02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 및 해외 유망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주)비전컴퍼니와 협력하여 게재하고 있습니다.
▲ 이형민 대표
(주)비전컴퍼니
우리 인류의 가장 오래된 산업, 바로 ‘농업’이다. 농업은 우리의 먹거리와 직결되어 있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그런데 이 농업 분야에도 지금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의한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즉, 농업에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로봇 등의 첨단 기술이 결합해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수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상하고 있는 산업이 바로 '애그리테크(Agritech)'다.
애그리테크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의 합성어로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농업 분야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비즈니스를 의미한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인포마’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음식물의 3분의 1이 버려지고 있고, 그 양은 무려 13억 톤에 달하며 약 8.7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규모다.
이렇게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대규모 영농에 따른 토양의 황폐화로 경작지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생산성 하락에 따른 손실 규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과 소비 현장 모두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을 첨단 기술로 해결하려는 것이 바로 애그리테크의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애그리테크 산업의 시장 규모는 75억 달러에 달하고 2023년에는 13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애그리테크의 기반이 되는 농업 및 농식품 시장은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다양한 사업기회가 존재한다.
전 세계 농업 및 농식품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으로 약 6조 달러에 달하며, 이는 자동차 시장의 3배가 넘고, IT 시장의 2배 정도 되는 크기이다.
이 매력적인 시장에 첨단 기술을 무장한 스타트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500여 개의 애그리테크 스타트업이 운영 중이고, 브라질에서도 관련 스타트업 200여 개가 운영 중이며, 이들이 모여 있는 상파울루 지역이 ‘애그로테크 밸리’로 불릴 정도다.
무엇보다 아프리카에서는 애그리테크가 2018년에만 110% 성장해 아프리카 GDP의 30%, 고용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우뚝 서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애그리테크 산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국내에서 애그리테크 산업은 스마트팜 위주로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스마트팜 기술력도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눈에 띄는 스마트팜 관련 스타트업을 꼽자면 농업경영 관리 시스템과 환경 제어 기술을 융합한 솔루션을 출시한 ‘팜패스’와 단동형 비닐하우스용 스마트팜 솔루션을 개발한 ‘유비엔’ 등을 들 수 있다.
문제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다양한 식물과 환경을 관찰하고 저장한 수많은 데이터를 실제 농업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투자해야 할 분야가 바로 이 부분이다. 농업 현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우리 농업 기술의 발전을 위해 표준화된 자료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농촌진흥청, 농림축산식품부 등 공공기관을 통해 보급하고 있는 스마트팜 지원사업의 핵심은 스마트한 비닐하우스 보급이 아닌 각종 농업을 스마트하게 바꿀 수 있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빅데이터와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요소 기술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 한국형 애그리테크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미국의 ‘클라이메이트 코퍼레이션’
미국에서는 처방(Prescription) 농업 붐이 일어나고 있다.
농기계와 농경지 이곳저곳에 센서를 장착해 토질과 작물의 다양한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기 예보 등의 정보와 결합해 해당 지역에 알맞은 농사법을 추천해 주는 기술이다.
제공되는 정보는 토양 상태, 작물 성장 상황, 과거 기후변화 도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처방 농법을 일부분만 채택했을 경우에도 물 사용량은 50% 가까이 줄이면서도 수확량은 오히려 15% 이상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미국 농민들의 약 3분의 2는 이 시스템을 일부분이라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처방 농업 관련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이 다국적 농업 회사 '클라이메이트 코퍼레이션(Climate Corporation)'이라는 것이다.
클라이메이트 코퍼레이션 역시 세계 최대의 종자 업체인 몬산토(유전자 조작 종자로 유명한 그 몬산토)가 대주주다.
이들은 이미 세계 곡물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중요 세력이기 때문에 이들이 깔아놓은 네트워크에서 얻은 정보(올해 작물 예상 생산량 등)를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사용하지 말란 법이 없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정도 대규모의 사물인터넷 네트워크를 깔아서 얻은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들이 아니면 딱히 할 만한 사람도 없다.
어찌 보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있는 것이 지금의 미국식 처방 농법인 셈이다.
영국의 ‘스몰 로봇 컴퍼니’
영국의 슈롭셔(Shropshire) 소재의 스타트업 '스몰 로봇 컴퍼니(Small Robot Company)'는 소형의 농업용 로봇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트랙터 남용으로 인한 토양 황폐화를 막겠다고 나서고 있다.
스몰 로봇 컴퍼니는 영국 농업을 혁신하기 위해 트랙터를 농업 현장에서 몰아내고 인공지능을 갖춘 소형의 농업용 로봇들로 바꿔나가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스몰 로봇 컴퍼니는 트랙터로 상징되는 육중한 농기계들이 환경 친화적이지 않고 농작물의 개별적인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최대 31톤에 달하는 트랙터가 농장을 휘젓고 다니면서 농작물을 운반하고 화학 비료나 제초제를 마구 뿌려대면 농토와 주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몰 로봇 컴퍼니는 로봇 플랫폼인 '잭(Jack)'을 기반으로 '딕(Dick)', '해리(Harry)', '톰(Tom)' 등 3종의 농업용 로봇 시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소형 모니터링 로봇 톰은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어 토양과 농작물에 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인공지능 시스템인 '윌마(Wilma)'가 분석해 병충해, 농약물 생육 정도를 농부에게 알려준다.
스몰 로봇 컴퍼니는 값비싼 로봇을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매월 사용료를 받고 로봇을 농부들에게 임대하는 '서비스로서의 농업(FaaS, Farming as a Service)'을 지향하고 있다.
공동 창업자인 벤 스콧 로빈슨은 “현재의 ‘대규모 경작’이라는 획일화된 모델은 환경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며 “인공지능과 소형 농업용 로봇을 통해 농작물을 효율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소형의 농업용 로봇들을 사용하면 화학 물질과 배출가스를 95%까지, 그리고 농사비용을 60% 줄이면서도 매출을 최대 40%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애그시프트’
미국의 캘리포니아 기반의 스타트업 '애그시프트(AgShift)'는 ‘자율 식품검사 시스템’을 개발했다.
'딥러닝(Deep Learning)'을 이용해 농산물 샘플을 자율적으로 검사하고 결함을 찾는 기술이다.
애그시프트는 이 애그리테크 기술로 시드 라운드(Seed Round)에서 인도 벤처캐피탈 '엑스피니티 벤처스(Exfinity Ventures)'로부터 꽤 큰 금액인 2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기존 농산물 검사 시스템은 사람이 검사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주관적인 결과를 도출하기가 쉽다.
애그시프트는 농산물 이미지 분석을 통해 신선도, 품질 등을 빠르게 검사할 수 있다.
특히 모바일 앱을 통해 농장에서 도매상·유통업자·포장업자·소매업자에 이르기까지 공급망의 모든 지점에서 농산물의 신선도, 손상, 크기 및 색상 등을 미국 농무부(USDA)의 등급 체계에 맞도록 검사한다.
이를 통해 재고량 감소와 유통비용의 절감, 식품에 대한 불만을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애그시프트는 향후 이 기술을 해산물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애그시프트 설립자 미쿠 즈하(Miku Jha) 대표는 이 같은 앱을 개발한 배경에 대해 “현재 농산물은 검사부터 출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람이 하기 때문에 주관적”이라며 “이 과정에서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농산물의 품질이 ‘최상’의 상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음식물 쓰레기로도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발된 앱은 농산물의 신선도는 물론 제품의 상처 크기, 비율을 측정해 검사 시간 단축, 재고량 감소, 유통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