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두원 정책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전략연구소
디지털 혁명이 이끄는 공유경제와 서비타이제이션, 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조직의 창의성 확보와 구성원의 고용 안정성 확보를 위한 다양성과 공진화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시장 변화와 기술발전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이 모빌리티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과정을 사례로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전략을 살펴본다.
GM 구조조정의 의미
2018년 11월 GM은 세계 금융위기 당시 파산 이후 최대 규모의 구조 조정안을 발표했다.
CEO 메리 바라(Mary Barra)는 구조조정 이유를 “현재와 미래에 적합한 기술을 보유한 인력으로 변화하는 단계”라고 언급했다.
거의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ACES(Autonomous, Connected, Electric, Shared)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트랜스포메이션을 고민하는 시점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변화 방향을 밝힌 완성차 업체가 GM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북미 공장 5개 폐쇄, 2019년까지 사무직 8,100명, 생산직 6,000명, 임원 25%를 포함해 전체 인력 15% 규모인 1만 4,700명 감원이 구조조정안의 핵심이다.
2019년 가동이 중단되는 조립공장은 디트로이트주 햄트램크 공장(시급 노동자 1,348명, 정규직 194명 근무),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공장(시급 노동자 1,435명, 정규직 183명 근무),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셔와 공장(시급 노동자 2,600명, 정규직 300명 근무) 등 3곳이다.
이미 로즈타운 공장은 폐쇄되었고, 캐나다 최대 자동차 노조인 유니포(Unifor)는 지난 2월 4일 개최된 제53회 슈퍼볼대회에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캐나다가 108억 달러(약 12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음에도 공장을 폐쇄하는 GM을 비난하는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크루즈, 캐딜락 CT6, 뷰익 라크로스 등 세단 생산도 중단한다.
2017년 GM 최대 시장인 미국 판매 차량의 3분의 2는 트럭과 SUV로 세단 판매는 급락했다.
2013년 쉐보레 크루즈 24만 8,000대를 생산했던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공장은 2017년에는 18만 대로 생산량이 감소해 3교대 근무에서 교대 없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픽업트럭 쉐비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 엔진을 생산하는 메릴랜드 볼티모어 화이트 마시 공장(시급 노동자 253명, 정규직 57명), 미시간주 워런 트랜스미션 생산 공장(시급 노동자 265명, 정규직 70명)도 폐쇄한다.
이미 폐쇄한 우리나라 군산공장뿐만 아니라, 2019년 북미 이외 지역에 위치한 공장 2곳도 추가로 폐쇄할 예정이다.
생산과 연구개발 시스템에도 변화가 있다. 2015년 운영하던 14개 핵심 플랫폼과 12개 지역 플랫폼을 2020년대 초반까지 5개로 통합해 글로벌 판매 차량 75%를 커버할 계획이다.
버추얼 도구를 활용한 신차 개발시간과 비용 감축, 부품 공용화 확대도 추진한다.
전기차 개발을 위한 상품개발 조직 통합, 미국 내 폰티악, 밀포드, 워렌, 미시간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연구개발 조직과 브라질, 한국, 인도 등 해외 연구개발조직 통합도 고려되고 있다.
GM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ACES 시대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 툴킷을 개발하던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을 인수합병해 자율주행 전담 조직으로 독립 운영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자회사 메이븐 설립을 통해 내부 역량 강화와 조직정비를 진행해 왔다.
생산 측면에서는 1억 달러를 투자해 GM 크루즈 3세대 자율주행차 200여 대를 조립한 미시간주 오리온타운십 공장과 라이다, 카메라, 센서 등 자율주행 루프모듈 생산을 위한 브라운스톤 공장 시설과 장비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다.
또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소프트뱅크와 혼다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구글의 웨이모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GM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2019년 말까지 60억달러 규모의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향후 2년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는 현재 인력의 두 배를 투입해 시장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효율적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미래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은 기업 구조조정의 원칙이다.
하지만 실적이 양호한 상황에서 단행하는 이번 GM의 구조조정은 자동차 업계 종사자들에게 미래 일자리에 대한 충격과 관련 기업에게는 시장요구와 기술발전에 따른 전략 추진의 시급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하고 있다.
이렇듯 ACES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하기 위한 구조조정과 연구개발 방식의 변화는 GM뿐만 아니라, 포드, 재규어 랜드로버, 도요타, 닛산, 혼다,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진행하기 시작했다.
모빌리티 산업을 향한 완성차 업체들의 변화
지금까지 ACES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산업 키워드에 대비하기 위한 GM의 대응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기업은 2016년 12월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 산하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전담하는 웨이모와 승차공유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던 우버다.
웨이모는 2018년 10월 업계 최초로 자율주행 운행거리 1,000만 마일을 돌파하며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나스닥 상장을 앞둔 우버는 기업가치 800~900억 달러 수준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웨이모는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인 라이더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비즈니스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가격도 기존 제품의 10분의 1 수준인 5,000~7,500달러 수준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0월 미국 전역에 웨이즈 카풀 서비스를 시작했고, 미국 최초로 캘리포니아에서 조작 장치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허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2009년 저돌적으로 글로벌 승차공유 시장을 확대하기 시작한 우버도 완성차 업체의 경쟁 대상이다.
승차공유가 확산하면서 소유 차량이 감소하고 있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완성차 업체는 승차공유 업체에 공유를 위한 차량공급 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완성차 업체들이 우버를 견제하는 이유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4월 19일 소프트뱅크, 도요타, 덴소로부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ATG(Advanced Technology Group)에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미래 자율주행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2017년 12월 100억 달러를 투자해 우버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고 중국의 디디추싱, 인도의 올라, 동남아의 그랩, 브라질의 99 등 지역별 최대 차량공유 업체를 지배한 소프트뱅크의 존재도 위협적이다.
GM 크루즈 투자와, 도요타와 모빌리티 합작법인인 모네 테크놀로지를 설립하는 등 직접 연구개발과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향후 자율주행택시 시대를 대비하고 있어 완성차 업체들은 소프트뱅크의 행보에도 매우 민감하다.
포드도 아르고 에이아이(Argo AI)에 투자해 자율주행 핵심 조직으로 육성하며 포드 자율주행 전담조직(Ford Autonomous Vehicle LLC)을 구성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자율주행을 포함한 모빌리티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독립된 조직 혹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있다.
2016년 폭스바겐은 모이아(Moia), GM은 메이븐(Maven), 재규어 랜드로버는 인모션(In-Motion)이란 모빌리티 자회사를 설립했고, 2017년 볼보는 안전시스템 개발업체인 오토리브(Autoliv)와 함께 제니티(Zenuity), 2018년 소프트뱅크와 도요타는 모넷 테크놀로지(Monet Technologies), 현재까지 사명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BMW와 다임러도 모빌리티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다.
도요타도 2015년 실리콘밸리에 TRI(Toyota Research Institute)를 설립한 데 이어 2018년 3월에는 그룹사인 덴소, 아이신과 함께 TRI-AD(Toyota Research Institute-Advanced Development)를 양산수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목표로 추가로 설립했다.
우버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전담 조직인 ATG도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많은 완성차 기업들이 모기업과 분리하거나 조인트 벤처 형태로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카셰어링 혹은 라이드셰어링 시장이 글로벌로 확대되는 이른바 우버 모멘트(Uber Moment)를 경험했고, 2021년 전후 상용화 경쟁이 치열한 자율주행 시장을 두고 적도 아군도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막강한 자본력을 활용한 완성차 업체들이 인수합병한 스타트업들의 창의성과 민첩성 유지, 경직된 완성차 업체와의 문화 차이 극복과 우버, 디디추싱, 웨이모 등 테크 자이언트로 성장한 모빌리티 기업들에 의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혁신과 융합을 넘는 새로운 가치들
모빌리티 산업의 키워드 ACES는 단순히 모빌리티 산업 변화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생산 현장과 가정 등 다양한 현장에 진입하고 있는 로봇과 인공지능은 A(Autonomous), 스마트와 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세상거의 모든 것을 연결하는 C(Connected), 거의 모든사물 혹은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플랫폼 산업들은 S(Shared)와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완성차 업체들뿐만 아니라, 많은 전통 제조업체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공유경제와 연결해 제조업도 더 이상 굴뚝 산업이 아닌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서비타이제이션 전략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혁신 원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조직 정비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의 인수합병과 협력도 필수인 시대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대상은 바로 사람이다.
연구개발직도 중요하지만 자동화 수준 향상에 따른 생산현장 일자리 문제는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기술이 스마트팩토리다. 보스턴 컨설팅그룹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독일을 대표하는 23개 산업군에서 스마트팩토리가 인간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시뮬레이션 변수는 스마트팩토리 활용률과 기업 추가이익 성장률이다.
가장 현실성이 높은 케이스는 전체 50% 기업들이 매년 1% 수준의 추가이익 성장을 전제로 스마트공장 기술을 도입하는 케이스다.
이러한 가정에서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 생산현장 일자리 61만 개가 스마트팩토리로 대체될 것으로 분석되었다.
대체될 61만 개 일자리에는 생산직 12만 개(약 4%)를 포함해 품질관리직 2만 개(8%), 설비관리직 1만 개(약 7%), 생산계획 담당 2만 개 등 로봇으로 표준화할 수 있는 단순 반복 작업을 담당하는 블루칼라와 일부 화이트칼라 관리 직종들도 포함된다.
반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고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IT 분야에서 21만 개, 데이터 분석과 연구개발 분야에서 7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해 약 96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가장 수요가 큰 분야는 증가하고 있는 현장 데이터 처리를 위한 데이터 과학자로 약 7만 명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시스템 개발을 위한 IT 솔루션 아키텍트와 로봇과 인간의 효율적 역할 분담 및 협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휴먼 인터페이스 디자이너, 로봇이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로봇 역할을 발견하고 설계하는 로봇 코디네이터 총 약 4만여 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냈다.
요약해 보면 스마트팩토리 도입으로 일자리 96만개가 새롭게 생겨나고, 61만 개 일자리가 사라져 35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증가한다.
35만 개의 일자리는 현재 분석 대상 23개 산업군 종사자 700만 명의 약 5%에 해당되는 적지 않은 규모다.
스마트팩토리 도입이 생산현장 종사자들을 지칭하는 직접일자리(Direct Job)는 감소시키지만,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외부간접일자리(Indirect Job)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분석으로 막상 스마트팩토리가 도입된 작업장 종사자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IT, 데이터 분석, 연구개발 분야 등으로 전직하기가 용이하지는 않다.
당연히 로봇과 인공지능 등 기술발전에 따른 새로운 인간 대체 수단의 등장으로 작업장 직접일자리 감소는 노동계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듯 로봇이 인간 일자리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등장하면서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협동로봇이다. 코봇(Cobot)이라고도 불리며 인간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작업하기 위한 협동운용 조건을 만족시키는 로봇이다.
헙동운용이란 정의된 작업장 내에서 인간과 함께 작업하기 위해 설계된 로봇의 작업을 의미한다.
인간을 대체하기 위한 로봇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공진화하며, 작업효율과 생산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로봇과 인간의 협력 모델을 의미한다.
최근 사물인터넷, 5G, 로봇, 인공지능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과 상용화가 지향하는 초연결(Hyper 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은 소비자 생활공간뿐만 아니라 기업 생산현장과 연구개발 시스템에도 서서히 도입되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 등장해 본래의 의미와 가치가 희석되어 버린 혁신과 융합이란 단어로 대응하고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기에는 이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경영자들에게 이러한 변화 요인들의 등장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고민을 던진다.
이번 <기술과혁신> Special Issue의 키워드는 다섯가지다.
디지털 혁명 시대의 커다란 흐름인 공유경제(Sharing Economy)와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 대응을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진화(Co-Evolution)와 다양성(Diversity)이다.
이러한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기술과 시장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내용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중요하지만, 조직 구성원들이 안정적 환경에서 창의적 성과 창출과 미래 불안감 해소를 위한 퍼스널 트랜스포메이션(Personal Transformation)도 매우 중요한 시대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