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 혁신을 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전략
▲ 김학용 교수
순천향대학교 IoT보안연구센터
디지털화와 인터넷의 상용화는 디지털 상품과 온라인 비즈니스를 등장 시켰으며 생산 프로세스의 자동화와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화를 이끌었다.
오늘날 산업계는 디지털 통합 기술을 바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며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인터넷의 상용화, 디지털 혁신의 시작
1969년 처음 개발된 인터넷은 그로부터 약 25년 동안 학술적 목적이나 군사적 목적으로만 사용되었다.
그리고 1995년 인터넷이 공식적으로 상용화되자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인터넷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어떤 기업들은 공장의 다양한 기계들을 서로 연결하여 생산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기업들은 다양한 목적의 업무용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높였다. 1차 IT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주목받은 것이 디지털화(Digiti-zation) 기술이다.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는 디지털화 기술은 MP3나 전자책처럼 기존에 아날로그 형태로 존재하던 것들을 디지털 상품으로 전환하면서 디지털 콘텐츠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냈다.
또한, 그동안 오프라인에만 존재하던 제품과 서비스의 판매 채널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양분시켰다.
이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공급자가 독점하고 있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개방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 중반 3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함께 시작된 무선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가속화 되었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널은 오프라인과 온라인뿐만 아니라 모바일로 더 다양해졌으며, 고객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자신들이 구매하거나 이용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생각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소비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기 시작했고 기업들의 경쟁은 그만큼 더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디지털라이제이션, 비즈니스와 라이프 패러다임을 바꾸다
고객들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커지고 다양해지면서 기업들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성능과 품질은 더 뛰어나며 가격은 더 저렴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전통적인 기업들의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개별 고객들의 요구사항이나 취향을 반영한 개인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되었다.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Mass-Custo-mization)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더욱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생겼다. 문제는 고객들이 어떤 특성의 상품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고객들이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고객들의 생활패턴이나 취향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 유용한 수단이 되었다.
또한, 오프라인 및 온라인에서 생성된 정보를 모바일 환경에서 생성된 정보와 융합해서 이용하는 것은 고객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기업들은 시장과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탄력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시장 경쟁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매출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만 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줄 수단으로 떠오르는 것이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것이다.
즉,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디지털기술을 이용해서 기존의 비즈니스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그 대상에는 디지털 상품의 기획과 생산, 협력사와의 유기적인 관계, 판매와 배송, 그리고 디지털 상품의 이용과 이용자의 피드백까지 모든 비즈니스 활동을 포함한다.
연결에서 시작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4차 산업혁명의 실천적인 방법으로 이해되는 디지털라이제이션 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연결에서 시작한다.
그동안 IT화를 통해 개별적이며 부분적으로 자동화되었던 생산 현장이나 업무 시스템들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바탕으로 상호 연동되기 시작했다.
공장의 기계뿐만 아니라 판매점의 POS 단말기와 물류창고가 연결되기 시작했으며, 자사가 생산한 제품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또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기술은 업무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기업 내에서만 사용되던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은 그 적용 범위를 협력사뿐만 아니라 고객으로까지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단순히 업무 프로세스의 자동화와 효율화만 달성한 것이 아니라 고객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거나 혹은 고객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동작하는 범용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한, 인터넷에 연결되는 스마트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원격으로 제품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거나 제품의 기능을 제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원격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으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여러 개의 디바이스를 연결해서 이용하거나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연결해서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스마트 디바이스로 하여금 그 디바이스가 제공하는 본질적인 가치 외에 부가적인 가치를 제공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 냉장고는 단순히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날씨나 뉴스와 같은 생활 정보를 제공하고 음악이나 동영상 콘텐츠와 같은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게 되었다.
물론, 연결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냉장고와 리테일 서비스를 연결하기도 하고 다이어트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그러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하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들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생산 프로세스를 자동화 하는 데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의 IT화가 개별적이고 부분적인 자동화였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생산 프로세스 전 과정을 완전 자동화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과거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생산 프로세스를 자동화 하는 것이 제품의 가격인하로 이어진다면 분명 고객들에게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고객가치를 키우거나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며 이는 비용절감이나 그로 인한 수익성 개선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경쟁 기업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자동화를 하는 경우에는 자동화로 인한 가격인하 효과는 상쇄될 수도 있다.
같은 이유로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 역시 비용 절감 차원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서비스 사업자의 경우에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이 고객가치와 결부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그 결과가 놀라운 매출 상승이나 수익성 개선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마존의 아마존 고(Amazon Go)와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Siren Order), 도미노피자의 도미노스 애니웨어(Domino’s AnyWare) 같은 노력들이다.
고객가치 중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필요
이미 너무 많은 매체에서 소개되어 익히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아마존 고는 대표적인 '무인매장(Unattended Store)'으로 소개되고 있다.
아마존 고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본인확인 후 매장에 들어가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가지고 나오기만 하면 되는 매장이다.
결제는 매장을 나오는 순간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 어떤 직원도 등장하지 않으니 무인매장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의심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아마존은 아마존 고를 무인매장이 아니라 '계산원이 없는 매장(Cashierless Store)'이라 부른다.
실제로 아마존 고에는 다른 유사 매장보다 더 많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약 50평 면적의 아마존 고에는 대략 10~15명의 직원이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어떤 직원은 판매대에 부족한 상품을 채워 넣기도 하고 매장 청소도 하며 처음 온 손님들을 대상으로 매장 이용법을 안내하기도 한다.
그리고 샌드위치 같은 즉석 식품을 만드는 직원도 있으며, 주류 코너에서는 신분증을 확인하는 직원도 있다. 다만 계산을 하는 직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존은 아마존 고를 계산원이 없는 매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업들은 아마존 고를 무인매장이라 부르는데, 이는 아마존 고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왜 기존 매장보다도 더 많은 직원을 필요로 하는 아마존 고를 만든 것일까? 바로 계산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고객의 불편함을 없애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마존은 아마존 고의 소개 영상에서 'No Lines. No Checkout.'을 강조하고 있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문가뿐만 아니라 현업 전문가의 참여가 필수적
사실 아마존 고와 같은 사례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나 '마이 DT 패스(My DT Pass)'인데, 이 역시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에 고객들의 대기시간을 줄여주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즉, 고객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주문하도록 함으로써 주문을 받던 직원 중 한명을 식음료 준비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해 투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당 평균 서비스 제공 시간을 줄이게 된다.
마이 DT 패스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차량번호를 스타벅스 계정과 연동시킴으로써 음료를 수령하는 과정에서 결제 프로세스를 생략하도록 만들었다.
그동안은 음료를 건네받은 고객들이 결제하기 위해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꺼내다가 음료를 쏟기도 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고객당 15초 정도의 시간을 줄임으로써 출근길 일분일초가 아쉬운 고객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커다란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숨어 있는 고객가치는 아무리 고객 설문을 하고 시장조사를 한 후 빅데이터 분석을 한다고 해서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바로 현장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현장 전문가만이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이다.
이들은 표준화된 업무 프로세스에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들만의 암묵지를 반영하여 기존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배가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다수의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전문가들이 해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디지털 전문가들은 현장 전문가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면 되는 것이다.
기술보다는 목표를 명확하게 구체화 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에 현장 전문가와 디지털 전문가를 균형 있게 참여시키기보다는 디지털 전문가 중심으로 TF팀을 구성하는 일이 많다.
이러한 모습은 기업들이 해결하거나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보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구현 기술들이나 솔루션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반증이다.
예를 들면, 새롭게 RPA나 ERP 시스템을 도입한다거나 혹은 빅데이터나 블록체인과 같은 개별 기술에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공부만 하고 끝낸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는 데 이런 솔루션들이나 기술들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나 솔루션들보다는 이런 것들이 왜 필요한지가 더 중요하다. 즉,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이 문제나 목적이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품의 불량률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단순히 ‘제품의 불량률 개선’이라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2년 이내에 커팅 불량률을 지금보다 30% 개선’하겠다는 식으로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만약 매출이나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향후 30개 월 이내에 ○○상품의 B2C 시장 점유율을 지금보다 10%p 상향’시키겠다고 정의해야 한다.
이처럼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자신들이 수행해야 할 세부적인 일들과 일정을 명확하게 만들어 디지털 전환 수행 계획의 수립을 용이하게 만든다.
또한 디지털 전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소규모 프로젝트들의 발굴을 용이하게 만들고, 이런 소규모 프로젝트들을 신속하게 수행하면서 자신들의 계획을 수정하거나 보강하도록 만들어 준다.
결국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를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도와준다.
명확한 지향점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의 의지다.
아무리 현장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목표를 제시하더라도 최고경영자가 관심이 없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추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고경영자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의지를 분명히 하고 추진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추진 방향성은 다수의 임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 형태로 제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어떤 디지털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아주 쉽게 피자를 주문하도록 하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던 도미노 피자(Domino’s Pizza)는 '도미노스 애니웨어(Domino’s AnyWare)'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마존의 대시 버튼(Dash Button)과 같은 피자 주문 버튼을 만들기도 했으며 앱만 실행시키면 자동으로 피자가 주문되는 '제로 클릭 오더(Zero-Click Order)' 서비스도 개발했다.
그 결과 2018년에는 피자헛을 제치고 전 세계 피자 시장 1위에 올라섰다.
로레알(L’Ore´al)의 '소셜 뷰티(Social Beauty)'도 마찬가지다.
로레알의 CEO인 장 폴 아공(Jean-Paul Agon)이 2015년에 표명한 이 비전은 로레알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SNS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돋보이게 하자는 방향성을 구체화 한 것이다.
물론, NYPA(New York Power Authority)처럼 뉴욕시의 에너지 정책인 REV(Reforming the Energy Vision)를 자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방법
이미 글로벌한 컨설팅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을 통해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기업들이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 이야기들과 컨설팅 회사들에서 이야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방법에 대해 순서대로 정리해 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방법론을 만들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