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경영 심리학 - 활기를 되찾는 유머의 힘
자기경영 심리학은 리더십,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등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생각의 원리(심리)’를 다양한 실례들과 함께 다룹니다.
글_ 김경일 교수/센터장(아주대학교 심리학과, 아주대학교 창의력연구센터)
‘유머’, 사전적 의미로는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을 의미한다. ‘우스개’, ‘익살’, ‘해학’으로 순화되어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유머 감각이 풍부한 사람에게 우리가 호감을 느낀다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이다.
기업이나 정부도 마찬가지다. 재치 있는 광고를 만들 줄 아는 기업은 사람들에게 왠지 모르는 호평을 받는다. 미국의 전임 대통령 오바마가 미국인들은 물론이고 왜 전 세계인들에게 인기가 많았겠는가?
그것은 바로 그의 풍부한 유머 감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머라고 해서 또한 우리가 그 유머로 인해 웃는다고 해서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 웃음 뒤에 친근감과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는 긍정적 측면도 존재하지만 그 뒤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자괴감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머는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직장에서 상사가 유머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부하 직원들의 직무열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펀경영(Fun Management)의 열풍을 만들어 낸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의 경영전략은 사우스 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이 43년간 흑자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직원들이 즐거워야 고객이 만족한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던 허브 켈러허는 직원들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많은 기업들이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펀경영에 관심을 갖게 되었음은 물론이고, 웃음 강사 섭외나 유머 감각 향상 프로그램 등 다양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나아지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좋은 유머와 나쁜 유머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둘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유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유머를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말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좋은 결과가 바로 친화성과 자기고양성이라고 한다.
'유머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Humor)'의 저자이기도 한 로드 마틴(Rod Martin) 교수에 의하면 그 요소는 다음과 같다.
유머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Humor)의 요소
친화적 유머란 어떤 것인가?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유머라고 느끼며 즐거워한다.
① 자주 웃는 사람이 하는 유머다. 그러니 평소에 웃지 않는 사람이 하는 말은 유머가 아니다.
②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하는 것이 유머다. 그러니 사람들이 자신을 우러러 보거나 무서워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도 유머가 될 수 없다.
③ 특정한 목적이 아닌 그저 즐거워지려는 목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 유머다. 그러니 무언가를 바라고 하는 말에서 우리는
유머를 느낄 수 없다.
자기 고양적 유머
에너지가 생기는 유머는 누가 만들어 내는가?
① 자신이 우울할 때 스스로 빠져 나오기를 바라는 사람만이 유머를 듣고 활기를 찾는다. 그러니 그런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는 유머를 들려줘 봤자 오히려 어색한 분위기만 연출된다.
② 일상 속의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만이 유머를 듣고 또 스스로 말한다. 그러니 거창하고 큰 무언가만 바라는 사람에게 유머는 성립되지 않는다.
③ 화가 나는 상황에서 그 화를 참으려고 이를 악물기보다는 즐거운 일이나 이야기를 찾아서 화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최고의 유머 감각을 지닌 사람이다.
이런 유머는 피하자
공격적인 유머와 자기비하적 유머는 하지 말자.
① 타인의 실수를 놀리는 유머다. 이는 결코 유머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실수를 저지른 사람은 이미 상당히 당황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황한 사람은 타인의 웃음을 비아냥거림으로 받아들인다. 결코 좋은 기억이 될 수가 없다.
② 자신을 비하하거나 놀림감을 만들어 버리는 유머는 하더라도 아주 살짝만 해야 한다. 이런 유머를 계속하게 되면 하는 사람도 들으며 웃는 사람도 그 장소를 떠난 이후 이유를 알 수 없는 침울함과 미안함을 각각 느끼게 된다.
우리는 어떤 유머가 재미있고 즐거운 이유가 그 유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들을 때는 재미있었던 유머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유머의 긍정적 측면은 사람과 상황을 고려해야만 가질 수 있는 매우 정교한 과정인 것이다. 그렇다고 유머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평소에 많이 웃자. 그리고 웃는 것을 좋아하자. 웃으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에너지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또한 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려는 거창한 유머를 기대하기보다는 살짝 미소 짓게 만드는 소박한 유머를 많이 연습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과적으로 최고의 유머 감각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유머가 재미없어서 웃지 않는 것이 아니라 웃지 않아서 유머가 재미없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결코 되지 말자.
웃음이 많은 조직이 가지는 힘
단순히 유머의 역할을 넘어서 웃음 자체가 가지는 힘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웃음이 많은 조직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재빨리 구성원들이 그 문제를 인식하게 된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다.
왜냐하면 수많은 조직에서 조직의 상층부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일어난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그 문제가 곪아 터질 때까지 인식하지 못해 작은 불씨로 초가삼간을 태우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측면부터 살펴보자. 평상시에 웃음이 많은 사람은 조금만 아프거나 문제가 생겨도 주위 사람들이 금세 눈치 채고 배려하거나 조치를 취해준다.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하는 사람은 무슨 문제가 생겨도 주변에서 알아차릴 리가 만무하니 방관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로 웃음이 많은 조직에서는 그 웃음만 사라져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려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글로벌 항공사 직원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No smile 서비스를 하면서 어떤 과격한 행동 없이도 강하게 표출할 수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웃음이 없는 조직일수록 불만이나 항의의 의사표현이 과격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주위를 둘러봐도 평소에 조직 구성원들이 잘 웃지 않는 조직일수록 노사갈등이든 회의에서의 의견 대립이든 다양한 갈등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는 과격한 표현 방법이 등장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니 거칠고 상처가 되는 언행이 난무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유머에 관심을 가지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조직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