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한 기본전략
▲ 정은미 선임연구위원
산업연구원
제조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의 발전방향을 결정한다.
따라서 제조업 혁신을 통해 물류, 운송 등 관련 서비스업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다시 산업 전체에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해 우리 산업의 장단점과 경쟁우위를 고려한 한국형 제조혁신 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제조업 혁신의 중요성
제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의 발전방향을 결정한다.
나아가 제조업의 혁신이 물류, 운송 등 관련 서비스업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산업 전체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제조업의 혁신을 통해 한국 산업의 재도약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제조업은 전 산업의 부가가치 생산에서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산출에서는 50%에 근접한다.
반면 부가가치율은 30%를 밑돌고 있어 주요 선진국 부가가치율이 35%를 웃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 규모에 비해 우리나라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참고로 OECD 주요국 제조업의 평균 부가가치율도 30%로 우리 제조업에 비해 높다.
부가가치율의 상승은 단순한 지표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진 유무형의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더욱 많은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국제 경쟁구조의 변화 속에서도 지속해서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고 강화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비용 절감 혹은 생산성 향상과 같은 기존의 전략을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새로운 제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야 하며, 이는 생산방식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품 포트폴리오의 구축과 나아가 산업 간 연계성과 융합성을 높이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제조업 르네상스는 구조조정이라는 소극적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의 고도화라는 적극적 목표를 가져야 한다.
나아가 주력산업뿐만 아니라 유망산업을 포함하는 제조업 전반의 활성화를 목표로 해야 하며, 정책 대상도 특정 기업 혹은 산업이 아닌 산업 전반의 혁신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한국형 제조업 발전비전과 로드맵 제시 필요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한 전략은 메가트렌드를 반영하며, 산업의 발전방향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산업의 장단점과 경쟁우위를 고려하는 한국형 제조혁신이어야 한다.
우리 제조업은 고도성장의 경험과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전후방 연관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그러나 핵심 부품과 원천 기술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산업생태계에서의 중소기업의 혁신역량 미흡, 그리고 높은 대기업 의존 등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형 산업발전의 비전과 경로는 중장기적 관점을 견지하는 동시에 역동성을 반영해야 한다.
디지털전환 시대의 산업발전은 과거와 같이 선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 전반에 걸친 제품혁신-공정혁신-조직혁신-비즈니스 혁신까지 동시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산업발전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더라도 방향설정과 단계별 성과지표에 대해 정의하고 로드맵에 기반해야 하며, 중장기 목표에 기반하되 1, 3, 5년 식으로 대내외 여건, 기술변화와 단계별 점검을 통해 연동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통합적인 산업정책에 기반하여 개별 산업별로 위기원인 파악에 주력하여 업종별로 적절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매년 제조업 백서 형태로 주요 산업에 대한 분석을 추진하고 정기적으로 현안을 분석하여 중장기 발전방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구조 대전환의 시대에 제조업의 고도화는 기존의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벗어나 선발자로서의 역량과 비전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과거 패러다임이 효율적 공급체제, 가격경쟁, 산업 혹은 기업 경쟁력을 중시했다면, 앞으로는 소비자 대응, 제품-서비스 융합 시스템의 경쟁, 유연한 사업재편과 적응역량의 강화가 관건이다.
한편 디지털 전환 추진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이 산업생태계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지능형 인프라에 대한 중소·창업기업의 접근을 지원해야 하며, 민간이 주도하되 적절한 시기에 정부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능정보 기술에 대해 R&D 위주의 지원보다는 혁신적 기업들의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발굴과 예산확대가 필요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주요 전략의 추진방향
제조업혁신을 위해서는 첫째, 제조업 내 유망품목의 성장동력화를 통한 제품 포트폴리오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생산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고부가가치·고생산성 부문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수출유망 제품군이 발굴되어야 하며,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 등 성장지역에 대한 시장 확대뿐만 아니라 선진국을 향한 제품군을 확대해야 한다.
주력 산업에서 새로운 제품군의 창출과 산업화는 ‘전혀 새로운’ 제품군보다는 기존의 경제·산업 기반과의 관련성을 고려해야 하며, 동시에 중장기적인 산업구조 고도화와 연계성을 가져야 한다.
둘째, 첨단소재·핵심 부품, 주요 장비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성장전략을 변경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 공급방안을 수립해야 하며, 미래 산업을 특정 제품뿐만 아니라 관련 소재와 부품, 나아가 장비까지 포함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첨단소재 및 핵심 부품, 주요 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을 단번에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사전적으로 필수적인 요소를 찾아내어 공급할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는 산업생태계를 근간으로 하는 접근이 전제되며, 산업체질을 강화하고 우리 제조업의 자율성을 높이게 된다.
셋째, 현재 스마트공장의 보급사업을 스마트제조와 기계·로봇 산업의 성장기회로 연계해야 한다.
정보 기술과 운영효율성, 장비를 아우르는 공급 분야 역량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각종 요소 기술과 솔루션 개발, 실증사업 추진, 모듈화와 업종별 플랫폼의 연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보급 장비와 소프트웨어, 솔루션, 그리고 데이터산업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기회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창출, 수집, 보관과 운용,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생태계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ICT 기술이나 소프트웨어의 일회성 도입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들의 제품혁신과 제조시스템 혁신을 촉진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지능형 장비의 공급역량을 강화해 관련 산업의 새로운 시장 창출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넷째, 글로벌 경쟁우위를 목표로 하는 신산업의 창출이 추진되어야 한다.
유망 분야 선정도 드론, 스마트 기기 등 대표제품 혹은 아이템 위주보다는 우리의 진입 필요성과 가능성을 진단한 후, 산업과 기업의 역량을 고려하여 단계를 구분하여 전략적으로 추진해야한다.
예를 들어 로봇, 자율주행차 등 핵심 과제를 선정하여 정책지원을 하는 경우 관련 소프트웨어, 핵심이 되는 구동부품, 센서, 소재 등을 포함하는 공급역량 확보를 계획하고 추진해야 한다.
수요 부처가 육성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산업생태계를 고려한 종합적인 산업발전 가능성이 작아질 수 있으므로 연결과 협업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생태계 구축이 산업정책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다섯째, 제조의 서비스화(Servitization)에 대응하는 제도와 서비스 부문의 발전이 촉진되어야 한다.
고비용구조로의 전환에 대응하는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가치사슬의 재편과 역량제고 방안 도출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조단계에서의 생산성 향상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과 아울러 기술기획, 디자인, 마케팅, 해외수출 네트워크 확대 등 가치사슬 전반의 상향이동을 견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과정은 관련 제조서비스 산업의 발전과 기업 내 전문인력의 양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주력 산업의 성장성 제고, 성장 분야 촉진을 목표로 하는 것이므로 양적인 측면에서 일자리 창출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며, 노동과정의 변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이 성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림 2는 제조업의 발전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경우 효과를 도식화한 것이다.
제품포트폴리오의 전환(제품혁신), 스마트팩토리의 도입과 장비 산업 발전의 연계(공정혁신-산업재편), 소재부품 기반의 전략적 강화(생태계 강건화), 글로벌 경쟁우위에 대응하는 신산업의 효과적인 창출, 서비스융합을 통한 가치사슬의 상향이동의 통합적으로 추진된다면 제조업의 부가가치율 수준도 현저하게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산업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도 필요
2018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선 한국의 생산·소비 시스템은 이전과 달라야 하며 제조혁신을 위한 정책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와 같이 자원을 동원하여 투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성과를 높이기보다는 생산구조의 질적 전환과 인적자원의 결합을 고도화하고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제조업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국내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지능정보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수요변화에 대한 대응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시장과의 연계성을 높이고 수요자들의 요구를 기업들이 기민하게 포착하고 공급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이 지능정보 기술에 기반하여 가속화되기 때문에 신기술 개발보다는 응용과 확산이 보다 강조되어야 하며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인적자본의 확충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산업정책의 목표, 정책대상, 정책수단, 추진체계의 전환은 더 나은 시장과 더 나은 사회경제 구축을 위한 개입이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차원의 기술혁신에 대응하여 기존 기술시스템에 최적화된 사회경제 시스템, 제도 등을 새로운 생산과 소비 패러다임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그리고 세대 간·부문 간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사회적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책수단과 추진과정에서 정부개입이 필요하다면 적기성과 정책 간 정합성을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전 과정은 민간 부문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확산을 촉진해야 하며, 정책개입에 의한 구축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국가 주도의 재정투입보다는 민간 부문 활성화를 위한 여건조성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시장실패에만 개입하는 소극적인 정책개입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리스크가 커서 기업들이 투자를 회피하거나 주저하는 기술개발과 프로젝트에 선제적 투자를 함으로써 미래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민간 단독추진이 어려운 복합·시스템형 R&D, 초기시장 창출, 신기술·신제품의 시장진입 촉진 등은 공공 부문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정부투자를 기업투자와 성과로 연계하기 위한 전략도 강화되어야 한다.
정책의 추진에서도 특정 제품·기술·산업을 대상으로 하던 기존의 승자선발 방식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목표설정 방식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